럭키

영화꼬집기 2017. 8. 5. 14:24


 누군가 나에게 영화 취향을 물었을 때, 한국영화를 좋아한다고 하면 미천하게 얕보는 경향에 늘 분노하곤 했다. 그런데 럭키를 보며 얕보던 자들의 마음의 일부는 수긍할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유치하고 저속한 소재에 흥행을 보증하는 유해진이란 수표를 붙이다니. 이건 반칙이다. 코미디 장르라는 점을 감안하고 보았기에 비누를 밟고 넘어지며 얻게 된 기억상실증 등의 일부 해학은 꼬집지 않고 넘기겠지만 애니메이션에서나 풀어갈 법한 전개방식을 대입하여 시놉시스를 이어가는 스킬은 노련하지도 못했고 너무나도 어색해 하품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차라리 교훈의 헤아림이라도 깊고 넓었다면 나았을 지도. 얼떨결에 차게 된 진주에 들떠 주제도 모르고 속세를 누리는 돼지에게 다그치는 꾸중에 자업자득과도 같은 결말과 교훈을 기대하기도 했지만 그마저도 간만 보다 금세 사라지고 말았다. ‘괜찮다. 웃기면 그만이다.’ 유해진 수표를 봐서 어떻게든 조금의 극찬이라도 전하고 싶지만 유감스럽게 웃기지도 못했다. 한국영화의 갈 길이 먼 것인지. 한국 코미디의 갈 길이 먼 것인지. 심도있는 연구와 학습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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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hoi0w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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