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운전이 더해진 여행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차 안에서 스피커가 터질 듯한 EDM 음악을 틀고 여행을 함께 떠난 사람들과 몸을 들썩이는 것이 이렇게나 행복한 것이라곤 미처 생각지 못했다. 장롱면허로부터 탈피해야겠다는 다짐이 생겼다.



2. 영화 <택시운전사>의 여파가 강렬했다광주 방향을 안내하는 이정표를 볼 때마다 영화 속 만섭과 위르겐 힌츠피터의 대장정이 떠올랐다내가 있는 이 곳 광주에서 일어난 참상이 40년도 채 지나지 않았다는 것과 40년이 채 되지 않았는데도 웬만한 대도시의 퀄리티를 담고 있는 광주의 현 모습이 그저 놀라울 따름이었다매 순간이 즐거웠지만 그러면서도 광주라는 두 글자를 눈에 담고 있을 때는 절로 숙연해지기도 했다.


 

 

3. 가끔 보면 세상은 하늘의 장난 아래서 놀아나는 기분이 든다. 같은 자대에서 군생활을 같이 했던 전역자 선임을 궁전제과 앞에서 거짓말처럼 만났다. 우리는 궁전제과로 오기 전 차의 에어컨 펌프가 고장나서 카센타에 들려 한 시간의 수리 시간을 할애했는데 만약 에어컨 펌프가 고장나지 않아 원래 계획대로 움직였다면 이렇게 특별한 추억거리를 만들 수 있었을까.


4. 이렇게 시식을 많이 할 수 있는 제과점은 궁전제과가 처음이었다시식 중 나는 안 사면 서울로 돌아왔을 때후회할 것만 같은 소보로꽈배기를 발견했다입자 큰 소보로 크런치가 꽈배기의 표면에 설탕과 함께 빼곡하게 붙어 있는데 한 번의 시식으로도 단번에 내 입맛을 사로잡았다늘 프랜차이즈 제과점에 익숙했던 나에겐 궁전제과도 새로움과 신선함 그 이상의 가치를 가져다 주었다서울에도 서울을 대표하는 전통 있는 제과점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끊이질 않는다.


 

5. 전라도에 왔는데 홍어를 먹지 않을 수 없다. 유성횟집의 스끼다시로 나왔던 홍어삼합을 처음으로 입에 담아 보았다. 먹기 전, 솔직히 홍어는 두려웠다. 그러나 먹방의 귀재인 내가 안 먹어본 음식을 그냥 보고 넘길 수는 없다. 한영이는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휴지를 건네며 못 먹겠으면 뱉으라고 했지만 나는 코가 뚫리는 것도 느끼지 못 하고 천연 치약을 먹은 것처럼 은근히 개운한 향에 고개를 위아래로 끄덕이며 네 점이나 먹었다. 나의 먹방 능력치는 이렇게 또 더해졌다. 다음엔 누구냐.


 


6. 광주 여행의 마지막은 광주 유흥의 메카인 상무지구에서 보냈다. 한영이는 중학교 때부터 친구인 소위 부랄 친구찬진이를 이 자리에 불렀다. 찬진이가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더 깊고 진하게 이 시간을 적실 수 있었다. 역시 동네 친구가 폭로하는 주인공의 흑역사가 제일 재밌고, 군생활을 겪어야 특별한 안주가 없어도 술이 절로 들어간다. 우리는 낯가림 없이 서로를 반기며 소맥 담긴 술잔을 부딪쳤다. 이렇게 연훈이는 전라도에 사는 친구 한 명을, 나는 동생 한 명을 얻어서 돌아왔다.



7. 여행 내내 정말 많이 웃었다. 그런데 웃으면서도 마음 한 켠이 아려왔다. 이렇게 내가 어린 아이처럼 아무렇지 않게 웃을 수 있던 적이 언제였는지 기억이 나질 않았다. , ‘언니들의 슬램덩크 시즌1’에서 서로의 꿈에 동참하는 꿈계 프로젝트 기회가 나에게도 주어진 것 같다는 생각도 끊이지 않았다. 광주에서 처음인 것이 많았던 만큼 너무나 익숙한 서울로 다시 향하는 것은 너무나도 싫었다. 나는 그들에게 좋아.” 라는 말로만 지금의 기분을 표현하게 되어 아쉽다고 했다. 그들도 내 마음과 같았기를 조심히 바라며 오래토록 광주에서의 잔상을 기억 속에 저장해 두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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