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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06.17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어릴 적 이러한 이야기를 전해 들으며 잠에 들 수 있었다면 그 때의 기억은 가슴 벅찰 정도로 행복한 유년시절의 한 순간으로 기억에 남아있었을 것이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기존에 늘 그렇듯 생각해왔던, 당연시하게 여겨온 청량하다는 일본 애니메이션의 고정적인 패러다임을 신랄하게 타파하며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같은 판타지 모험기를 동양판으로 그려내고 있다. 하고 싶지 않았던, 가고 싶지 않았던 곳에서도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나를 지켜주는 사람을 수호하기 위해 두려움 없이 고군분투하는 치히로의 모습을 보며 우리는 그것이 시사하는 바에 대하여 진중하게 고뇌할 필요가 있다. 이어 청초하면서도 가련한 전래배경속의 어린 주인공들의 사랑은 촉촉하게 여운을 적시며 꿈속을 거니는 듯한 신기루를 펼쳐낸다. 주제를 돌려 내재된 메시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면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기획의도와 그것을 애니메이션으로 풀어내는 기법에 대해 존경을 표한다. 우리는 영화의 제목이 되는 행방불명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자아를 잃지 않기 위해 마지막까지 치히로를 잃지 않은 에게 고맙고 행방불명이 되지 말아야 하는 호랑이굴 신념을 알려준 하쿠에게도 고맙다. 애니메이션을 통해 과거의 관행을 저격하고 풍자하면서, 그러면서도 적절한 수위 속에서 애니메이션의 품위를 지키며 교훈과 감동을 선사하는 최고의 애니메이션. 이렇게 가늠할 수 없는 애니메이션이야말로 어쩌면 애니메이션의 정의를 통찰하고 있는 표본임을 보여주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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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hoi0w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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