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2'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7.12.23 목소리의 형태

목소리의 형태

영화꼬집기 2017. 12. 23. 15:22


 일본 로맨스 애니메이션이라는 표면적 장르만을 보고 <시간을 달리는 소녀>와 같은 애니메이션을 기대해 생활관 전우들을 한데 모아 시청했는데 결코 가볍지 않았던 영화가 지닌 교훈과 무게감에 절로 반성을 하며 철없던 우리들의 유년시절을 묵묵하게 회고했다.


 따돌림 문제가 사회적으로는 모두에게 익숙하지만 애니메이션 장르로는 다소 낯설다. 그래서인지 평소에 아련함을 극대화시키던 <시간을 달리는 소녀>, <초속 5센티미터> 등의 로맨스 애니메이션보다 전개의 개연이 급진적이었다. 어쩌면 표본 작품이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매끈하게 내용을 풀어갈 스킬이 부족했던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겠다. 애니메이션만큼은 영화의 특성을 고려해서 개연성 정도는 굳이 지적하고 싶지 않았는데 <목소리의 형태>는 어쩔 수 없었다.


 고등학생이 된 이시다는 따돌림을 가하며 왕따 분위기를 조성했던 지난 과거를 반성하고 후회하면서 자신이 따돌렸던 귀가 들리지 않는 니시미야에게 다가가기 위해 수화를 배우려 했다. 니시미야를 따돌렸던 이시다의 초등학교 시절 과거를 용서하고 싶지는 않지만 지금의 진실된 마음만큼은 조용히 지켜보면서 변하지 않기를 빌어주고 싶었다. 그러나 이미 왕따 가해자라는 꼬리표가 선명하게 달린 탓에 반성하는 현재의 진심까지 왜곡으로 오해받는 상황이 마음이 쓰라리면서도 손을 쓸 방도가 없는 상황이라는 게 수긍이 가서 그저 팔자 눈썹을 지으면서 영화를 시청할 수밖에 없었다.


 따돌림을 가했던 이시다가 훗날 따돌림을 되물림처럼 받게 되면서 얻게 된 대인기피증을 감독은 조연 캐릭터들의 얼굴에 모자이크 처리 대신 파란 엑스 스티커 얼굴에 붙이며 친구들을 향한 직설적인 벽을 표현했다. 엑스(×)라는 기호가 지닌 의미를 생각해 보면 감독이 이시다라는 캐릭터가 갖고 있는 내적 고민을 얼마나 섬세하게 풀어내고자 했던 노력이 드러난다.

'영화꼬집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  (0) 2018.02.19
박열  (0) 2018.01.06
너의 이름은  (0) 2017.11.10
동경가족  (0) 2017.11.10
재심  (0) 2017.11.08
Posted by choi0wa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