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코난이 해를 거듭할수록 예전같지 않다는 평을 들어도, 또는 초심을 잃었다는 평이 자자해도 볼 수밖에 없었다. 잔챙이 시절부터 동심을 함께해 온 코난을 스물을 넘긴 지금에 와서 배반하기엔 코난과 함께해 온 시간이 너무나도 길었기 때문에.

 

 이번 극장판도 탄식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극장판의 주 소재가 되는 카루타가 드러내는 짙은 일본 문화와 핫토리와 카즈하의 러브라인이 그 이유라면 그나마 다행이다. 전작 화염의 해바라기에서도 꼬집었듯 추리의 비중이 시즌을 거듭할수록 줄어드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차라리 이번 극장판의 장르가 로맨스였다면 그나마 볼 만했다는 생각이 든다. 범인이 누구였는지, 범행의 과정이 어땠는지가 흥미롭기보다 카즈하와 모미지의 카루타 결승전에서 어떤 결과가 도출될지, 절정의 순간에 나오는 핫토리의 여심저격 멘트가 이번 극장판의 이슈 포인트가 된 것이 몹시 아쉽다. 코난의 현위치를 고민하게 되었다. 추리물이란 틀만 유지시킨 채 정처 없이 떠돌아다니는 매 극장판의 볼품없는 줄거리가 나와 같은 코난의 골수팬들을 탈덕으로 유인하고 있다.

 

 ‘천국으로의 카운트다운’, ‘베이커가의 망령’, ‘눈동자 속의 암살자와 같은 드라마틱한 극장판 타이틀과 그에 걸맞는 탄탄한 줄거리 속에서 아슬아슬하게 밀고 당기는 추리가 선사하는 간지러움을 언제쯤 최신의 극장판에서 느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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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hoi0w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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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반이 어쩐지 순조로웠다. 그러나 초반이 핵심이다.

 

 이제 오롯이 사랑만을 주제로 영화를 그려내기엔 성공한 로맨스 작품들이 너무나 많다. 그렇기 때문에 로맨스가 메인이 되면 기존의 걸작을 넘지 못하는 아류작으로 남게 될까봐 늘 우려하곤 했었다. 그러나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가 관객들을 감정을 자극시키는 로맨스의 범위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며 로맨스 영화의 발전을 기대하게끔 했다.

 

 시간을 역행하여 하나로 엮여 있다는 다카토시와 에미의 설화적 인연이 처음에는 썩 미덥지가 않아서 영화가 산으로 가겠다는 어리석은 예언을 했었다. 그러나 영화에 집중하면 집중할수록 비현실적인 상황 속에서 띠게 되는 주인공들의 예상치 못했던 모습들에 감정의 반전을 느껴 충격을 받았다. 그런데 그 충격이 강하지 않고 촉촉했다. 그것 또한 묘했다. 가볍게 던져지는 듯한 배우들의 소소한 대사 한 마디 한 마디는 모두 복선이 되어 진하게 감동으로 관객들을 물들였고 시간이라는 독특한 소재를 활용하고 있는 만큼 영화를 다시 되짚어보게 하며 자연스럽게 관객들의 재관람을 촉진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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