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임에게 들린 비보의 충격이 나에게는 마치 환각과 같았다.
‘친구의 죽음’
죽음이란 단어로부터 전해지는 어감은 형언하기 힘든 속박감으로 미친 듯이 나의 몸을 죄어오는 기분 탓에 잠시 떠나보냈던 의식을 다시 몸속에 데리고 와 나의 정신을 원래의 상태로 깨우게 했을 때 이미 나의 오른손은 빈 담뱃갑만을 쥐고 있었다. 선임은 나에게 허심탄회하게 친구와 함께 했던 10여 년 전의 유년시절 이야기를 들려주며 함께 웃고 함께 힘들어하던 그 시절을 회상했다. 8개월을 함께 부대끼고 지내면서 “이 사람, 참 부럽다.” 라는 생각이 하루 내내 끊이질 않았다.
선임의 시야 앞에는 마치 사막 한가운데에 있을 오아시스와 같은 야속한 신기루가 아른거리는 듯 했다. 어쩌면 그 신기루 속에는 찬란했던 과거의 나날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고 있었을 지도 모른다.
내가 죽음을 맞이할 때, 혹은 친구가 죽음을 맞이했을 때 내가 본 그 날의 선임처럼 시간의 흐름조차 망각하지 못한 채 나와 함께 했던 지난 날들을 눈 앞에서 그리고 있을 사람이 있기는 할까. 또한 나도 그러한 친구가 있다고 느낄 수 있을까. 얕고 넓었던 인간관계는 이렇게 생각지도 못했던 곳에서 나를 덮치곤 한다.
'내얘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교복을 벗고 (0) | 2018.03.06 |
---|---|
어른아이 (0) | 2017.08.15 |
나를 설레게 하는 것들 (0) | 2017.08.15 |
사랑하는 내 선생님 (0) | 2017.04.18 |
일꺾을 맞이한 그들의 어느 2월의 술자리 (1) | 2017.03.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