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코난이 해를 거듭할수록 예전같지 않다는 평을 들어도, 또는 초심을 잃었다는 평이 자자해도 볼 수밖에 없었다. 잔챙이 시절부터 동심을 함께해 온 코난을 스물을 넘긴 지금에 와서 배반하기엔 코난과 함께해 온 시간이 너무나도 길었기 때문에.

 

 이번 극장판도 탄식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극장판의 주 소재가 되는 카루타가 드러내는 짙은 일본 문화와 핫토리와 카즈하의 러브라인이 그 이유라면 그나마 다행이다. 전작 화염의 해바라기에서도 꼬집었듯 추리의 비중이 시즌을 거듭할수록 줄어드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차라리 이번 극장판의 장르가 로맨스였다면 그나마 볼 만했다는 생각이 든다. 범인이 누구였는지, 범행의 과정이 어땠는지가 흥미롭기보다 카즈하와 모미지의 카루타 결승전에서 어떤 결과가 도출될지, 절정의 순간에 나오는 핫토리의 여심저격 멘트가 이번 극장판의 이슈 포인트가 된 것이 몹시 아쉽다. 코난의 현위치를 고민하게 되었다. 추리물이란 틀만 유지시킨 채 정처 없이 떠돌아다니는 매 극장판의 볼품없는 줄거리가 나와 같은 코난의 골수팬들을 탈덕으로 유인하고 있다.

 

 ‘천국으로의 카운트다운’, ‘베이커가의 망령’, ‘눈동자 속의 암살자와 같은 드라마틱한 극장판 타이틀과 그에 걸맞는 탄탄한 줄거리 속에서 아슬아슬하게 밀고 당기는 추리가 선사하는 간지러움을 언제쯤 최신의 극장판에서 느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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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hoi0w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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