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 일주일 간 틈이 날 때마다 투유 프로젝트-슈가맨2’ 에 출연한 칠공주의 클립영상을 보았다. 처음 영상을 보았던 곳은 혜화역으로 향하던 덜컹거리는 버스 안이었다. 5분 남짓한 영상을 보는 내내 실소 섞인 욕짓거리가 끊임없이 터져 나왔다. (욕은 너무 놀란 나머지 리액션의 형식으로 뱉어진 욕이다.)

 

 칠공주가 활동했던 2004년 당시, 그녀들(그녀들이라는 호칭조차 낯설다.)이 내게 우상이 되는 스타의 모습을 보였던 건 아니다. 아마, 대부분의 대중들이 그러했을 것이다. 당시에는 휴대전화 컬러링과 전화 벨소리에 아기 목소리의 멘트를 설정하는 것이 유행이었다.

 

 “(앙증맞게)전화 왔다~ 메시지인데 속았지?”

 

 아마, 최소 90년대 출생자 이상은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그 시절의 추억이다. 칠공주는 지금으론 추억, 당시로서는 그 유행의 선도 안에서 자리를 잡고 있던 것이다. 그래서 대중들은 칠공주의 모든 멤버들의 이름을 몰라도 흰 눈이 기쁨 되는 날, 흰 눈이 미소 되는 날이라는 러브송의 가사만으로도 충분히 그녀들을 기억하고 있던 것이다. 이것은 칠공주가 방송에서 14년 가까이 되는 시간동안 얼굴을 비추지 않았어도(물론, 중간에 걸그룹 활동을 짧게나마 했던 멤버도 있다.) 모두의 잊고 지냈던 추억 속에 칠공주가 잠재하고 있었다는 것을 증명한다.



 ‘슈가맨2’에서는 2004년에 활동하던 당시의 러브송 뮤직비디오를 보여준 후, 현재 칠공주의 모습에 실루엣을 비추며 칠공주의 성장을 알렸다. 모두에게 익숙했던 앳되고 앙증맞은 목소리의 흰 눈이 기쁨 되는 날은 더 이상 찾을 수 없었다. 그녀들의 다 자란 모습을 보고 나니 절로 나이가 궁금해졌다. 알고 보니 칠공주는 나와 같은 또래의 소녀들이었다. 그것은 또 다른 충격을 가져다주었다. “혹시 내가 자란 모습을 보고도 나처럼 이렇게 놀라 할 누군가가 있을까?”또래인 나도 그녀들의 성장한 모습을 보고 놀라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는데 분명 나의 성장을 보고도 놀라 하며 울컥해 할 누군가가 있을 것만 같았다.

 

 2018, 숙녀가 되어 다시 만난 칠공주가 함께 부르던 러브송은 마치 얼음의 결정이 깨지는 것과 같은 짜릿함과 강렬함을 일게끔 했다. 추억이 주는 힘이 이렇게나 위대하다. 얼마 전 MBC ‘무한도전에서 H.O.T.가 재결합을 하여 토토가의 세 번째 시즌을 꾸며낸 방송도 보았다. 언제까지나 10대일 줄 알았고, 언제까지나 어리다.”는 눈총만 받을 줄 알았는데 근래, 나의 유년시절을 돌아보게끔 하는 미디어 매체를 접하고 나니 나도 이제 적지 않은 나이를 먹었다고 실감한다.

 

 어린 시절, 옆집에 초인종을 누르면 있을 것만 같았던 열 아홉의 원더걸스 누나들은 서른을 맞았고, 텔미 춤을 따라추며 누나들을 동경하던 어린 소년은 군대를 전역하고 사회인이 되었다. 다음엔 어느 충격이 내가 걸어온 시간의 흐름을 일깨우게 할까. 이제는 이러한 예고 없는 추억의 방문이 무섭기까지 하다. 이렇게 지내다 보면 어느새 나는 또 나이를 더 먹은 사람이 되어 이 아닌 삼촌이란 호칭을 듣는 지경에 일러 있겠지.


Posted by choi0w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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