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12. 시암 앳 시암 호텔 루프탑 인피니티 풀

 우리는 원래 체크인이 가능해지는 오후 2시에 호텔로 돌아와 체크인을 마치고, 저녁이 되기 전까지 루프탑 인피니티 풀에서 시간을 보낼 예정이었다. 그러나 바이크 해프닝으로 인해 호텔에는 330분 즈음에 도착했다. 우리는 호텔에 도착하자마자 이 날 아침, 워너원투어 깃발의 정체를 궁금해 하던 한국인 여직원에게 경찰서에 다녀온 해프닝을 구구절절 토로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우리의 이야기를 경청해 주었다. 우리의 이야기를 듣던 그녀는 벌금 수준에서 멈춰 다행이라며 위로를 해 주더니 이내 예약된 방으로의 안내를 도와주었다.

 

 우리는 예약한 방으로 들어가 래쉬가드로 갈아입고 호텔의 옥상이 되는 26층의 인피니티 풀로 향했다. 인피니티 풀에 도착하자마자 눈에 보인 전경은 입이 귀에 걸리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고 황홀했다. 풀장의 끝이 심플하게 마감되어 있어서 <배틀 트립>의 전파를 탔던 방송 속 자막 그대로 하늘과 바다, 그리고 수영장의 경계가 보이지 않았다. 가뜩이나 우기 시즌이라는 태국의 6월 날씨를 많이 걱정했는데 반전으로 하늘은 몹시나 청명했고, 바람도 선선하게 불어 생애 처음으로 지상낙원이라는 단어를 몸소 실감했다.


시암 앳 시암 호텔의 루프탑 인피니티 풀의 전경 (파노라마 기능으로 촬영)


루프탑 인피니티 풀의 끝에서 파타야의 뷰를 바라보며 행복해 하는 우리

 

 스마트폰 방수팩을 챙겨온 덕분에 우리는 수중에서 장난치는 모습들도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다. 시간이 흐르는 것을 망각한 채 놀다보니 어느새 물놀이는 지겨워졌다. 그 때였다. 뉘엿뉘엿 해가 지기 시작했다. 타임 랩스를 촬영하기 딱 좋은 타이밍이다. 정원이는 이 순간을 카메라보다 눈에 먼저 담고 싶다며 사진 촬영을 부탁하던 내 요청을 거절하고 말없이 선셋에 집중했다. 나는 그 거절이 고마웠다. 되새겨 보니 카메라로 추억을 남기는 것도 좋지만, 카메라 액정을 통해서 행복한 순간을 보는 것보단 현재의 순간을 내 눈에 먼저 담는 것이 우선시 되어야 하는 게 당연한 것 같았다. 10분 가량이 지났을까. 말없이 선셋을 보던 정원이는 충분히 순간을 눈에 담았는지 스마트폰이 들어 있는 방수팩을 꺼내서 그제서야 하늘이 움직이고, 해가 지는 순간을 타임 랩스 기능으로 촬영하기 시작했다.


해가 지고 서서히 어둠이 내려앉기 시작하는 파타야.

네이비 색의 하늘은 한국에서도 본 적이 없는 것 같아 더욱 생생하게 기억에 남는 파타야에서의 저녁.


 정원이가 촬영에 몰두하고 있는 동안, 나는 옆에서 물놀이를 즐기던 세 명의 외국인들에게 사진 촬영을 부탁하면서 짧게나마 대화를 나눴다. 외국인들은 내게 말을 건넸다.


 “웨얼 아 유 프롬?”

 “아임 프롬 사우스 오브 코리아.” 


 코리아에서 왔다는 나의 대답에 그들은 휘둥그레 커진 눈으로 나를 격하게 반기기 시작했다.


 “코리아!? 위 아 프롬 터키! ! 브라더! 브라더!”


 그들은 바로 한국과 형제국가 사이인 터키에서 온 청년들이었다. 그들은 나에게 주먹 쥔 하이파이브를 요청했다. 나는 개방적인 그들의 인사가 마음에 들었다. 우리의 대화는 1분도 채 되지 않을 정도로 짧았지만 리액션은 어느 의형제 못지않을 정도로 격했고 셀카도 여러 장이나 거듭해서 찍었다. 그리고 우리는 이 날 서로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공유했다. 이유는 훗날 우리 중 누구 한 명이라도 터키, 혹은 한국을 방문한다면 다시 만나기로 했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다.


내가 한국에서 왔다고 하자 "코리아! 브라더!" 를 연발하며 격하게 환영해 주던 터키 청년들

 

 어느덧 시간은 완전한 저녁이 되었다. 우리는 인피니티 풀의 사이드에 있던 바(Bar)로 가서 칵테일을 주문했다. 바텐더는 썬 베드에서 누워 기다리라고 하더니 칵테일을 만들어 직접 우리에게 가져다주었다. 우리는 젖은 머리 위로, 짙은 남색빛 하늘을 배경으로 칵테일 잔을 높이 들어 부딪쳤다. 이어 칵테일이 한 입 막 들어갔을 찰나에 정원이는 내게 말을 건넸다.


과일이 가득 담겨있던 스위트 칵테일. 

 

 “영완, 직장 생활 하느라 항상 쫓기듯 살아 왔잖아.

나는 네가 그저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여유롭게 이 시간을 만끽했으면 좋겠어.”


군생활을 함께한, 그리고 앞으로도 함께할 소중한 친구 정원

 

 정말 이런 친구는 어딜 가도 없다고 단언한다. 놀러와서까지 평상시 나의 일상을 신경 써 주며, 이 시간이 직장 생활 속의 쉼표가 되어 주길 바라 주는 친구는 아마 정원이가 유일무이할 것이다. 이런 인간이 내 군생활의 맞선임으로 있어 주어서, 또 그 인연이 지속되어 먼 나라 태국에까지 함께 올 수 있는 사이가 된 우리의 지금에 감사하며 나는 파타야의 저녁에 흠뻑 빠져들었다.

 

S#13. 홉스 브루하우스

 서두에 말하지 않은 내용이 하나 있다. 이번 여행은 예능프로그램 <배틀 트립><언니들의 슬램덩크 시즌1>을 철저하게 모방하고 있다. 한 명이 전체적으로 여행을 이끌지 않고, 여행에 함께하는 동행자가 서로의 일정을 같이 계획하는 <배틀 트립>의 콘셉트와 서로의 꿈에 한 명도 열외 없이 동참했던 <언니들의 슬램덩크 시즌1> 콘셉트를 결합하여 정원이는 파타야에서의 일정을, 나는 방콕에서의 일정을 계획했고 우리는 서로가 계획한 일정 속에 한 명이 원치 않는 음식이 있어도, 혹은 원치 않는 액티비티가 있어도 빼지 않고 참여하기로 약속했다. 그래서 파타야에서의 일정은 줄곧 정원이의 계획만으로 꾸며지고 있는 것이다.(방콕에서는 나의 계획으로 일정이 진행될 예정이다.)



<배틀 트립>처럼 여행의 일정은 서로가 같이 계획하고,


<언니들의 슬램덩크 시즌1>처럼 서로의 꿈에 모두가 동참하는 여행을 하는 것이 최종 목표였던 워너원투어.

 

 정원이가 파타야의 일정을 계획하면서 먹어 보고 싶은 음식들을 이야기할 때, 내가 가장 궁금했던 음식은 족발튀김이었다. 그런데 때마침 정원이가 파타야에서의 저녁으로 족발튀김과 화덕피자를 제안했다. 나는 단번에 동의했다. 맛있는 족발튀김과 밀맥주로 유명한 정원이의 초이스 홉스 브루하우스는 시암 앳 시암 호텔에서 썽태우로 5분밖에 걸리지 않는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다.

 

 홉스 브루하우스의 외관은 유니크한 엠블럼들로 가득 장식되어 있었다. 누가 봐도 이 곳은 파타야의 유명 맛집이라는 아우라를 당당하게 드러내고 있었다. 내부는 독일 풍 인테리어로 꾸며져 있었다. 나는 수많은 맥주 잔, 혹은 다량의 맥주가 담겨 있는 대용량 디스펜서를 서빙하는 직원들의 분주함을 보며 더더욱 홉스 브루하우스에서의 만찬을 기대하게 되었다. 우리는 메인 요리로 족발튀김과 해산물이 듬뿍 토핑된 씨푸드 화덕 피자를, 맥주는 기본 밀맥주로 두 잔을 주문했다.


독일 식 인테리어가 특징인 홉스 브루하우스.

라이브 무대도 있었지만 이 날은 공연이 예정에 없었는지 진행되지 않았다.

 

 족발튀김은 살코기 표면에 붙어있는 바삭한 껍데기 튀김옷이 일품이었다. 그러나 퍽퍽한 살이 많은 부분들을 먹다 보니 금세 질리는 감이 들었다. 그런 면에서는 개인적으로 족발튀김보다 씨푸드 화덕 피자가 더 나았다. 씨푸드 화덕 피자는 흔히 피자에서 맡기 힘든 굴의 향이 독특하고, 피자에 올라가는 치즈 토핑과 굴, 새우의 어우러짐이 자아내는 조화가 꽤나 신선했다. 가뜩이나 해산물까지 통통하게 알차 있었다. 쫄깃했던 식감은 이루 말할 것도 없다.

 

씨푸드 화덕 피자와 족발튀김


 그렇게 파타야에서 처음이자 마지막 밤을 맞이했다. 정원이는 내가 태국 여행을 제안해 주지 않았더라면 지금쯤 집에서 허황된 시간을 보내고 있었을 거라며 내게 고마움을 표현했다. 그러나 나는 오히려 이 여행을 함께해 준 정원이가 고마웠다. 낯간지럽지만 우리는 이 때가 아니면 고마움을 표현할 순 없을 것 같았는지 서로에게 아낌없이 고마움을 전하며 남은 여행 일정도 성공적으로 흘렀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여러 번 맥주잔을 부딪쳤다.


맛 없이 깔끔하게 목을 타고 넘어갔던 홉스 밀맥주

 

S#14. 워킹 스트리트

 족발튀김과 씨푸드 화덕 피자를 먹고 배가 부른 우리는 소화를 이유로, 또는 파타야의 밤 문화를 느끼고자 워킹 스트리트를 거닐기로 했다. 바이크를 타던 낮에 지나갈 때만 해도 워킹 스트리트는 그저 한적한 거리에 불과할 정도로 조용했는데 어둠이 내려앉자 이 곳은 아주 열정적이고 뜨거운 거리로 변해 있었다. 화려하게 빛나던 네온사인 간판은 눈이 아플 정도로 반짝였고, 호객 행위를 하던 여성들의 의상은 하나같이 도발적이었다. 워킹 스트리트에서 우리는 반가운 한국 브랜드 설빙을 보기도 했고, 한국에서 볼 수 없는 무에타이 펍을 보면서 신기해 하기도 했다.


국적, 나이, 성별을 불문하고 다양한 사람들이 한데 모여 활발함을 이루어 내던 워킹 스트리트

 

 그러나 워킹 스트리트는 이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워킹 스트리트에서는 공공연하고 활발하게 성매매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삐끼들은 남녀노소를 불문했고, 전단지의 사진은 모자이크 처리가 되어 있지 않을 정도로 적나라했다. 충격적이었지만 끈질기게 쫓아오는 삐끼들을 거절하는 재미가 꽤나 쏠쏠했다. 그러나 그보다 더 재밌었던 게 있다. 그것은 바로 끈질긴 삐끼들의 호객 행위 속에서 수줍음 많은 정원이의 반응을 지켜보는 것이었다.

 

 워킹 스트리트를 빠져 나온 우리는 내일의 일정을 위해 썽태우를 타고 호텔로 돌아왔다. 호텔에서는 정원이가 가져 온 블루투스 스피커에 노트북을 연결하여 서로가 원하는 노래를 번갈아가며 틀었다. 우리는 음악을 틀어 놓고 샤워를 하거나, 짐을 정리하거나, 혹은 각자의 스타일에 맞게 하루를 마무리했다.


내가 선곡한 Marie Digby의 Breathing Underwater

 

S#15. 시암 앳 시암 호텔 조식 뷔페

 우리는 이 호텔을 특가로 예약했기 때문에 옵션에 조식이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그러나 생애 처음 와 본 5성급 호텔에서 조식을 먹지 않고 한국으로 돌아가면 두고두고 후회할 것만 같았다. 그래서 우리는 조식 1일권을 별도로 구매하기로 했다. 한 명당 한국 물가로 1만 원 대의 가격밖에 하지 않았던 호텔에서의 조식. 우리는 아침 일찍 일어나 간편한 트레이닝 복으로 옷을 갈아입고 호텔 내의 뷔페로 내려갔다.

 

 세팅되어 있던 음식들은 한국에서 내로라하는 뷔페들의 디너 메뉴 이상의 수준으로 화려했고 메뉴 또한 풍성하게 채워져 있었다. 분명 우리는 조식을 먹고자 왔는데 양식, 일식, 디저트까지 높은 퀄리티로 준비되어 있었고, 브런치에 먹기 좋은 계란으로도 다양한 요리들을 만들고 있었다. 특히 벌꿀은 실제 벌집에서 즉석으로 내리고 있었는데 가공을 거치지 않는 천연 상태의 음식을 제공하는 점을 미루어 보아 음식에 대한 신뢰도 가질 수 있었다.


조식 뷔페의 입구에 들어서면 바로 보이던 디저트 코너


쌀국수를 즉석에서 만들어 주던 조리사


벌집에서 즉석으로 바로 내리는 꿀. 단지에 꿀이 고이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을 것 같다.


전투적으로 시작된 우리의 조식 뷔페 먹방

 

 아침은 든든하게 먹어야 한다고 하지만 나는 늘 그것이 어려웠다. 눈을 뜬지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서 먹는 음식은 잘 들어가지 않는 편인데 이 날은 예외였다. 나는 즉석 쌀국수까지 포함하여 평소 한국에서는 입에 대지도 않는 과일까지 오밀조밀 접시에 가득 담아오더니 순식간에 세 접시를 해치웠다.


평상시의 아침이라면 배가 버거워서 디저트를 먹는 편이 아닌데 이 날은 예외였다.

 

S#16. 발리하이 선착장

 배부른 조식을 먹고 우리는 꼬란 섬으로 들어가 해양 스포츠를 즐기기 위해 발리하이 선착장으로 향했다. 발리하이 선착장에서는 꼬란 섬의 다양한 해변가로 향하는 배가 즐비하게 대기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코에 닿는 바다 냄새와 드넓은 제방 길. 어릴 적 즐겨했던 게임 <메이플스토리>속 세상을 누비는 듯한 천진난만한 착각을 일부러 가져보기도 했다.

 

 여유 있게 선착장에 도착한 덕분에 우리는 가장 첫 시간에 싸매 비치로 들어가는 배를 탈 수 있었다. 탑승권을 구매하고 나서 우리는 출항 전까지 셀프 비디오에 넣을 장면들을 촬영하면서 여유있게 시간을 보냈다. 셀프비디오의 감독과, 나의 포토그래퍼를 자청한 정원이는 맨땅에 드러누우면서까지 촬영에 대한 열정과 혼신을 쏟아 부었다.


셀프비디오 촬영을 위해 한여름 아스팔트 바닥에 드러누우면서까지 촬영의지를 불태우는 정원


승객들을 배에 태우며 출항을 준비하고 있는 꼬란 섬으로 향하는 배

 

 어느덧 배는 출항할 준비를 마치고 있었다. 배는 이내 힘차게 뱃고동을 울리더니 바닷바람을 가르며 꼬란 섬로 항해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비행기 지연과 여권 분실 사건, 바이크 적발 사건을 잇는 또 하나의 예상 못한 사건이 터지고 말았다.

 

 바로 배의 엔진 고장이었다. 갑자기 배가 바다의 한가운데서 멈추더니 재시동을 여러 번 시도하기 시작했다. 파도치는 바다 위에 고립되어 있었음에도 승객들은 배가 좌우로 흔들릴 때마다 웃으며 바이킹을 타는 듯한 리액션을 보였고, 늘 그렇듯 정원이는 침착하게 이 상황을 지켜보았다. 그런데 문제는 나였다. 조식으로 뷔페를 세 접시나 먹었던 탓에 몸에서 배멀미의 기운을 보이기 시작했다.

 

 야속하게도 배는 다시 항해를 시작할 기색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타이항공 비행기가 지연되었을 때보다 더한 짜증과 분노가 치밀어 오르기 시작했다. 비행기의 지연은 한밤중이었기 때문에 계획했던 일정에 크게 지장은 없었지만 지금은 달랐다. 오후에 우리를 픽업하러 올 방콕 행 벨 트래블 버스가 430분에 시암 앳 시암 호텔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우리는 꼬란 섬에서 나오는 배 중에서 가장 빠른 시간의 배인 3시 배를 타고 파타야로 돌아와야 했기 때문이다. 이 버스는 정원이가 한국에서부터 예약했던 버스였던 데다가 놓치면 방콕으로 돌아갈 방법을 새로 찾아서 자급자족으로 움직여야만 했다. 그래서 우리는 꼬란 섬에서의 해양 스포츠를 조금이라도 더 만끽하고자 일부러 가장 첫 시간의 배인 930분 배를 타고 섬으로 들어온 것인데 하필 엔진이 고장 난 탓에 우리가 꼬란 섬에서 보낼 수 있는 제한된 시간은 점점 더 줄어들고 있었다.

 

 더 이상 이대로는 시간을 낭비할 수 없다는 나의 판단 아래에 나는 멀미를 억눌러가며 정원이를 통해 선장에게 스피드 보트를 불러줄 것을 요청했다. 몸 상태는 점점 최악으로 치닫고 있었기 때문에 배 위에서 이렇게 허무하게 시간을 보내다가 파타야로 다시 돌아오면 너무나 억울할 것 같았다. 이러한 나의 뜻을 전달해야 할 정원이의 입장이 곤란했던 것은 알았지만 미안함을 무릅쓰고 부탁했다. 정원이는 잠시동안 당황한 기색을 보이며 망설였지만 이내 선장에게 가서 나의 의사를 전달했다. 그러나 선장은 정원이에게 새로운 배를 불렀다. 10분 내로 배가 이 곳에 도착할 테니 그 때까지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


고장난 엔진 때문에 새로 부른 배가 도착할 때까지 고립되어 있던 승객들

 

 나도 정원이도, 이제는 승객들도 모두가 지쳐 있는 상황이다. 나는 배가 올 때까지 바닥에 쭈그려 앉아 거듭해서 마인드 컨트롤을 반복했다. 이 상황에서 내가 더 이상 짜증을 표출하면 정원이의 기분을 상하게 할 것 같았고, 그것은 곧 워너원투어의 실패로 이어질 것 같았다. 그래서 내가 구명조끼를 집어 던지며 정리하지 않고 새로운 배로 갈아타려 할 때도 그 행동을 지적했던 정원이의 꾸중을 묵묵히 수긍했다.

 

 새로운 배로 옮겨타자마자 나는 바로 바닥에 쭈그려 앉아 잠을 청했다. 그 때 만큼은 지금이 몇 시인지, 해양 스포츠를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생각들이 전혀 들지 않았다. 그렇게 잠에 들다가 눈을 떠 보니 시간은 1130분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전히 바다 위를 달리고 있었다. 그러던 중, 꼬란 섬 상륙을 코앞에 두고 또 한 번 배가 바다 위에서 멈추었다. 이내 작은 나룻배가 우리 배를 향해 오더니 승객들을 옮겨 태워 꼬란 섬까지 데려다 주었다.

 

S#17. 꼬란 섬

 시간은 12시와 가까워져 가고 있었다. 원래대로였다면 1030분에 꼬란 섬에 도착하여 해양 스포츠를 즐기다가 식사를 하고 있었을 시간인데 우리는 이제야 섬에 도착하게 되었다. 나는 감정 표현이 뚜렷한 편이라 원래와 같았으면 밝은 모습을 보이기가 어려웠을 상황이었다. 그러나 나는 3년 전, 오사카 우정 여행을 실패한 이후 감정 표현 절제의 필요성을 배웠고, 이번 여행을 시작하면서도 이 점을 가장 주시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미 흘러간 시간, 그리고 결국에 3시간밖에 남지 않은 시간만이라도 아쉽지 않게 미친 듯이 놀자고 긍정적으로 마음을 바꿔먹었다.


1시간이면 도착할 꼬란 섬에 2시간 30분이나 걸려 도착했다.

 

 그래서 정원이와 나는 꼬란 섬에서의 식사를 포기하기로 결정했다. 꼬란 섬에서만큼은 우리의 슬로건이 먹을 시간에 놀자.” 였다. 꼬란 섬에 도착하자마자 우리는 선착장의 바로 앞에 있던 싸매 비치의 가게에서 제트스키와 패러세일링을 할 수 있는 곳이 어디냐고 물었다. 그러자 주인 아주머니께서 싸매 비치에는 패러세일링을 할 수 있는 곳이 없다고 말씀하셨다. 당황한 우리는 서로를 마주보며 지금이 멘붕 상태임을 눈으로 말했다.


* 시간이 제한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파타야에서 꼬란 섬으로 들어갈 때 스피드 보트(20)가 아닌 선착장 배(50)를 탄 이유 : 우리가 떠났던 6월은 태국이 우기일 때였다. 고로, 해양 스포츠의 예약을 미리 해 놓아도 현지에 도착했을 때 비가 오면 스피드 보트를 포함한 모든 해양 스포츠를 이용할 수 없게 된다. 또, 당일 오후에 방콕으로 돌아와야 하는 시간적인 제약을 이유로 우리는 모든 해양 스포츠를 사전에 예약하지 않고 가장 체험해보고 싶었던 해양 스포츠(패러세일링, 제트스키)만 현지에서 흥정을 통해 체험하기로 합의했다. 꼬란 섬에서의 일정을 여유롭게 계획한다면 사전에 한국에서 해양 스포츠를 예약하고 가는 것을 추천한다. 그러면 파타야에서 꼬란 섬으로 들어갈 때의 스피드 보트 체험도 그 안에 포함되어 20분 만에 꼬란 섬에 도착할 수 있으며 다양한 해양 스포츠를 패키지(스피드 보트, 제트스키, 스노클링, 시 워킹, 패러세일링, 바나나보트, 점심식사)로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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