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DAY] 2015.10.28 다자이후 신사

 후쿠오카에서의 두 번째 날이자 첫 번째 아침이 밝았다. 어제 비가 내리고 흐린 날씨였다는 게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날씨는 굉장히 맑았다. 전철역 출구부터 길게 이어져 있는 정갈한 일본식 장난감이 줄지어 나열되어 있는 상점가와 그 입구에서 관광객을 맞이하고 있는 웅장한 도리이의 자태는 이 곳이 후쿠오카의 이름 있는 신사임을 당당히 드러내고 있었다. 한가운데의 작은 분수를 품고 있던 고요한 호수에는 통통하게 살찐 잉어들이 관광객들이 던져주는 먹이를 먹고자 너나할거 없이 한 곳에 모여들고 있었고 드넓은 모래판 위에는 색깔별로 모자를 맞춰 쓴 유치원생들이 둘러앉아 스모 경기를 구경하고 있었다. 다자이후의 최종 목적지가 되는 텐만구에서는 동전을 던지고 저마다의 염원을 기도하는 어른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이들은 아마 학문의 신을 모신다는 다자이후 신사의 속뜻에 걸맞게 자녀들의 성공적인 수험을 기도하고 있었을 지도 모른다. 이 날 다자이후에서 만난 대부분의 학생들은 수학여행으로 이 곳을 찾은 듯했다. 수줍게 한 손으로 입을 가리고 서로를 마주보며 웃고 있는 소녀 무리들과 익살맞은 표정으로 카메라 앞에서 까불거리기 바쁘던 사내 녀석들. 꾸밈없이 자연스러웠던 그들의 모습은 그저 교복을 입을 수 있던 시기의 모습이었기 때문에 나를 저절로 미소 짓게 할 수 있었다. 당시 스무 살의 내가 그들을 보며 찬란했던 학창시절을 추억할 수 있었던 것처럼 이 날 다자이후에서 마주한 학생들도 시간이 지난 훗날에 교복 입은 학생들을 바라보면서 아름다운 감성에 젖을 수 있기를.


게스트하우스에서 무료로 제공되었던 브런치 식사


다소 아날로그적인 후쿠오카의 지하철 알림판


다자이후에 방문한 사람들을 맞이하고 있는 거대한 도리이


일본의 전통 장난감. 고등학교 일본어 시간 때 했었던 겐다마 장난감이 유독 돋보인다.


먹이를 먹기 위해 달려드는 잉어들


스모 경기를 관람하고 있는 유치원생들.


불상의 앞에서 동전을 던지고 각자의 소원을 기도하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


교복을 입은 학생들의 단체사진 촬영 모습


다자이후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인테리어의 스타벅스 카페


다자이후 역의 가장 마지막 승강장에서 찍은 건널목 풍경


창 밖으로 보이는 맑은 날의 다자이후 역 풍경


[2DAY] 2015.10.28 후쓰카이치 역

 다자이후에서 하카타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후쓰카이치 역에서 경유를 해야 한다. 돌아오는 도중 나는 전철 차창 너머로 내리쬐고 있는 화창한 햇빛을 도저히 무시할 수 없어서 충동적으로 후쓰카이치 역의 환승 개찰구가 아닌 출구 개찰구로 발걸음을 돌렸고 그 곳에 내려 일본인들이 소박한 삶의 모습을 여유롭게 구경하다 하카타로 돌아왔다. 파란 물감을 풀어놓은 듯한 푸른 하늘 위에는 어린 시절 먹었던 솜사탕같은 옅은 하얀 구름이 장식을 더하고 있었으며 하늘 아래 후쓰카이치 역에 터를 이루고 있는 철도 건널목과 그 앞에서 전철이 지나가기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 또 최소 30년의 전통은 이어져 온 듯한 낡은 야채 가게의 풍경은 마치 시간에 제동이 걸린 것 마냥 여유로운 한적함과 청량함이 전부였다. 어릴 적 일본 애니메이션에서나 보았던 단독주택들은 거주자들끼리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줄지어 베란다 발코니에 이불을 널어 건조시키고 있었다.


후쓰카이치 역에서 나오자마자 보였던 자전거 행렬


어느 야채가게의 과일 진열대


신호등조차 구름과 조화를 이루어 사진에다가 일본스러운 청량함을 더하고 있다.


후쓰카이치 주변의 집집마다 보였던 안내판


맑은 하늘 아래 규칙적인 주택들의 배열은 마치 어릴 적 보았던 애니메이션 속 장면을 추억케 한다.


노란 모자를 쓴 아이들이 놀고 있는 모습을 기대하며 찾은 놀이터. 그러나 텅 비어 있었다.


베란다 발코니에 이불을 널어 말리고 있는 어느 오래된 집


자전거가 체계적으로 대중화가 되어있는 나라임을 다시금 알 수 있게끔 하는 횡단보도의 자전거 전용 도로


후쓰카이치 역 전경


복잡하게 얽혀 있는 전선 위에는 음흉한 까마귀 한 마리가 조용히 앉아 있다.


[2DAY] 2015.10.28 모모치 해변, 후쿠오카 타워

 하카타에 돌아와 휴식을 취한 뒤 나는 버스를 타고 후쿠오카 타워로 향했다. 타워 주변에는 후쿠오카가 항구 도시임을 실감케 하듯 모모치 해변이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모모치 해변에서 최근에 본 바다의 기억을 떠올리고 있는데 바다를 본 게 생각보다 꽤 오래 전의 일이었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보니 10년 전 부산에서 외삼촌의 장례식과 겹친 내 생일을 축하해주기 위해 해운대에 데려다 주셨던 아버지와 함께 보았던 바다가 내가 최근에 본 바다였음을 자각했을 때 나는 지금쯤 서울에서 가게 문을 닫고 있을 아버지의 얼굴을 떠올릴 수 있었다. 해가 지고 각각의 건물들이 노을빛 조명을 비추기 시작할 때였다. 나는 후쿠오카 타워의 정상에 올라가 바닷가 옆을 수놓고 있는 건물들이 만들어 낸 화려한 야경에 넋이 나가 한참동안 타워에서 내려오질 못했으며 이후 타워 전망대에서 나에게 사진 촬영을 부탁하던 아들 둘을 둔 한국인 가족의 모습을 보며 또 우리 가족을 떠올릴 수 있었다. 홀로 떠난 여행에서 간접적으로 가족과 마주할 수 있었던 모모치 해변과 후쿠오카 타워. 그래서인지 나는 유독 이 곳이 더 진하게 기억에 남는다.


버스 창 너머로 보인 귀여운 초등학생들의 하교 모습


후쿠오카 타워의 높은 자태


이국적인 모습이 특징인 모모치 해변


바닷바람이 꽤나 쌀쌀하게 불었지만 기분좋은 시간이었다.


개구지게 놀다가 단체사진을 찍고 있는 일본 고등학생들. 마치 나의 고3 시절 반을 보는 것 같았다.


후쿠오카 타워 전망대에서 바라본 후쿠오카 야경


알차게 하루를 지내고 게스트하우스로 돌아와 잠들기 직전에 찰칵. 이 사진의 포인트는 양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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