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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rologue

 사회인으로 본격적인 첫 발을 내딛었던 때도 어느덧 8개월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나는 전역을 하고 사회인이 되면 하고 싶은 것을 모두 하면서 지낼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러나 하고 싶은 것보단 해야 할 것들이 더 많았고 좋은 기회가 다가와도 결국엔 지금 내게 닥친 현실들을 이유로 언제 올 지도 모르는 나중이란 시기로 미룰 수밖에 없었다. 사람들에게 사회가 암묵적으로 정해준 길(대졸 학력, 필수 스펙 토익, 안정적인 직장생활 등)을 걷지 않고도 충분히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것을 나를 통해 보여주고 싶었는데 끝내 나도 삭막한 현실 앞에서 무너져가고 있었다.

 

가을 날씨가 점점 겨울 날씨로 변해가는 때가 오면 너 태어났을 때가 떠올라.”

 

 우리 아빠가 매년 가을마다 하는 단골 대사다. 겨울이 다가온다는 것은 내 생일이 다가온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한 해의 끝이 다가오는 사인이기도 하다. 나는 직장생활의 쳇바퀴에 들어서면서 소중한 기회들을 너무나 많이 흘려보내며 겨울까지 살아온 것 같았다. 그래서 겨울의 길목에 들어서는 나의 이번 생일에는 꼭 여행을 떠나고 싶었다. 그러나 결코 쉽지는 않았다. 당직 근무일과 올 해 나의 생일이 맞물려 또 한 번 소중한 기회를 미루어야 할 상황에 닥쳤기 때문이다. 고민 끝에 나는 친한 동료에게 당직 근무 변경을 부탁했다. 흔쾌히 나의 당직 근무와 바꾸어 준 동료 덕분에 나는 직장 휴무일을 활용하여 생일을 포함하는 13일의 시간을 얻을 수 있었다.


연차를 활용하여 6일 퇴근 직후부터 8일 밤까지의 시간을 얻은 이번 여행

원래 8일은 나의 당직 근무일이었는데 은지 선생님이 바꾸어 주신 덕분에 여행이 가능했다.

 

 그래도 13일은 짧다. 그러나 쉽게 오는 기회 또한 아니다. 그래서 불만을 갖지 않기로 했다. 짧은 기간 안에 해외를 느끼고 만지며 내가 자유롭게 회화를 할 수 있는 외국. 답은 정해져 있다. 나는 26개월 만에 다섯 번째 일본 여행을 계획했다. 도시는 인천에서 비행 시간이 가장 짧으며 공항으로부터 시내까지도 무려 지하철로 5분밖에 걸리지 않는 후쿠오카로 결정했다. 후쿠오카는 무려 3년 만의 재방문이다.

 

 전역 후 첫 일본, 해외에서 맞는 첫 생일.

 

 이번 여행 또한 처음이 많다. 그래서 이번 여행의 테마는 처음으로 정했다. 지금까지 일본에서 해 본 적이 없는 처음을 느끼고 돌아오는 것이 목표였다. 여행을 결심한 직후에는 일본에서의 처음을 찾는 것이 너무나 어려웠지만 생각에 잠기어 그동안의 여행 리뷰를 되새겨보니 금세 처음 리스트를 채울 수 있었다.

 

* 이번 여행에서 실현하고 올 처음리스트 *

공항에서 노숙하기, 게스트하우스에서 파티하기, 명란 음식 먹기, 키와미야 함바그 먹기,

온천 가기혼자서 스냅촬영하기, 택시 탑승하기, 일본 빵집에서 생일 케이크 사기

 

 이번 여행은 소중한 기회실현과 동시에 나에게 주는 생일선물이다. 나는 그 날, 그 곳에서 행복해야 할 나를 위해 철저하게 사전 조사를 거듭했다. 게스트하우스 파티를 실현하기 위해선 3년 전에 묵었던 게스트하우스로 전화를 걸어 파티 예정 일정과 신청 가능 여부를 묻기도 했고, 짧은 여행 기간 안에 일본 온천을 체험할 수 있는 곳을 찾기 위해선 하카타 시내에서 가장 가까운 위치에 있는 온천을 조사하며 해당 온천의 예약, 할인 여부까지 꼼꼼하게 조사했다.


  

▶ 게스트하우스에 숙박 예약을 하면서 별도 요청 사항으로 11월 7일에 파티 가능 여부를 여쭈었다.

▶▶ 예약을 확인하고 파티 요청을 수락해 주신 키아오라 버짓스테이 게스트하우스


게스트하우스에서는 겨울의 길목에 들어서는 지금의 시즌에 걸맞는 음식으로 어묵 파티를 테마로 정해 주셨고,

키아오라 버짓스테이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나의 생일과 파티 일정을 공지해 주었다.


 사전 조사를 할 때, 가장 많은 검색이 필요했던 것은 일본 빵집에서 케이크를 사는 것이였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일본 여행을 갔을 때마다 한국의 파리바게트’, ‘뚜레주르’와 같은 빵집을 본 기억이 없었고, 일본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 또한 빵집을 여행 일정으론 넣지 않기 때문에 블로그에 아무리 검색을 해도 빵집 위치를 찾기란 꽤나 어려웠다. 물론, 빵집이 어딘가에는 있겠지만 후쿠오카에 도착했을 때, 빵집을 찾느라 시간을 할애하면 너무나 아까울 것 같았다. 그래서 내가 묵을 게스트하우스로부터 가장 가까운 빵집을 찾기 위해서 구글 위성맵과 현재 후쿠오카에서 살고 있는 한국인 워홀러들의 블로그를 무척이나 파헤쳤다.

 

 116일 저녁 7, 퇴근과 동시에 생일의 전야가 시작되었다.

 

 나는 대학 친구 종원이와 강남역에서 생일 전야 식사를 함께 하며 가볍게 맥주를 즐기기로 했다. 우리의 맥주가 끝나면 나는 공항으로 발걸음을 옮겨 본격적으로 내가 정한 처음’ 들을 이행할 예정이다. 그 첫 번째 처음’은 바로 공항 노숙. 종원이는 잠이 많은 나에게 깊은 잠에 빠져 비행기를 놓치는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길 바라 주며 1차에서 가볍게 식사를 마치고 신논현역으로 배웅해 주었다.


엄마가 생일선물로 보내주신 족발 기프티콘으로 종원이와 함께 먹은 강남역에서의 족발


 

 그렇게 나는 9호선 급행 열차와 공항철도선 열차를 타고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 공항철도선 지하철을 타고 인천공항으로 향하는 중

▶▶ 여행의 시작을 기념하며 찍은 공항철도선 지하철 탑승 인증샷


 5th JAPAN, AGAIN FUKUOKA

 슬레이트는 내려졌다.  짧지만 강렬할 다섯 번째 일본여행기는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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