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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를 확실하게 설명하긴 어렵지만 항상 강원도는 왠지 모르게 낯설었다.

그런 면에 이끌려 기대된 여행은 또 처음이었다.

20181231

그 날은 강릉을 눈에 담아 오기로 했다.

 

20181230일 오후 1050

이번 여행은 잔챙이 시절부터 알고 지내온 영근이와 함께 떠났다.

청량리역에서 만난 우린 서둘러 플랫폼으로 내려가 무궁화호 열차에 몸을 실었다.

자정을 넘겨 새벽까지 달리는 기차는 생애 처음이었다.

처음이 주는 설렘은 언제 느껴도 벅차오르고 짜릿하다.


 


서울살이만 스무 해.

수도권의 지명이 익숙한 나에게

영월과도 같은 낯선 지명은 나를 너무나 두근거리게 해서

기차에서 쪽잠조차 제대로 청할 수 없게 몇 번이나 괴롭혔다.

 

새벽 5.

몸을 녹이기 위해 카페로 향했다.

카페는 해돋이를 보기 위한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주문했던 음료는 한 시간이나 기다리고 나서야 받을 수 있었다.

 

이 정도의 대기면 주문하지 않고 테이블에 앉아만 있어도 되겠네.”


 

 

새벽 620.

출출하고 허기지기 시작했다.

카페를 나와 식당으로 발걸음을 옮겨 초당순두부를 먹었다.

평소에 빨간 국물을 좋아하는 나지만 원조를 맛보고자 일부러 하얀 국물의 순두부를 주문했다.

 

몹쓸 짓이었다.

자고로 국물은 빨개야 진리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실감했다.


 

740분에 해가 뜬다는 소식에 우리는 20분부터 정동진 바닷가에 도착해서 일출만을 기다렸다.

새해 첫 일출이 아닌데도 해돋이를 보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 꽤나 많았다.

멀리서 보였던 바닷가의 인파는 다슬기가 모여 있는 모습과도 같아 웃음이 났다.


모래사장 위에서 일출을 기다리는데 높게 올라온 파도 때문에 신발이 젖고 말았다.

물에서 놀다가 신발이 젖어본 적은 십 년도 더 됐지만

신발은 언제 젖어도 허탈하고 당황스럽다.

 

얼어버릴 것만 같은 발을 동동 구르면서도 해돋이는 놓치지 않았다.

뜨겁고 영롱하게한편으로는 힘차게 솟아오르는 일출의 모습은

웅장한 감동과 강한 울림을 느끼게 해 절로 나를 경건하게 만들었다.


 

 

 

단연 동해바다였다.

푸른 정도를 넘어서 새파랗게 탁 트인 동해바다의 전경은

몇 병의 사이다를 마셨을 때의 시원함보다 더한 짜릿함과 해방감을 가져다 주었다.

사실은 이 비유보다 더한 해방감을 느꼈지만

그 당시의 감정을 대변하는 표현을 찾을 시간에 직접 동해바다를 보러 가는 것이 훨씬 빠를 지도 모르겠다.

 


줄 서서 먹는 음식. 별로 좋아하진 않는다.

그럼에도 장칼국수는 달랐다.

고추장 맛과 된장 맛을 둘 다 내는 국물의 맛이 굉장히 오묘했다.

동짓날의 팥죽을 대신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어묵 고로케호떡 아이스크림,

그리고 닭강정까지.

나는 맛없는 음식은 절대 먹지 않는다.

그런데 이 세상에는 맛없는 음식이 없다.


 


바다에서 놀고 싶다면 남해로,

바다를 눈에 담고 싶다면 동해로 가라고 말하고 싶다.

정동진에서 수많은 바다의 모습을 눈에 담았음에도

안목해변은 너무나 아름다웠다.

 

왜 이 해변에 커피거리가 들어섰는지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땅거미 진 바다,

버스킹 청년,

폭죽놀이에 빠져 있는 어린이,

쌀쌀한 바닷바람,

화려한 네온사인.

 

10분만 더, 5분만 더,

서울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행복한 이 순간이 서울로 인해 얼룩지는 것만 같았다.


 


24시간 만에 우리는 서울로 돌아왔다.

우리는 턱없이 짧은 시간에 탁 트인 자연과 호흡하고 행복의 절정을 느꼈다.

그리고 서울로 돌아왔을 때의 느낌은 시간 여행을 다녀온 것과도 같았다.

 

201811

나는 안양의 일출 아래서 전우들과 결의를 굳게 다지며 새해를 시작했다.

이내 3월에 전역을 했고 바로 취업 전선에 뛰어들어 앞만 보며 10개월을 달려왔다.


안양에서의 군 생활, 치과에서의 직장생활, 태국 여름휴가, 벽제역 뚜벅이여행, 일본 여행…


그렇게 숨가쁘게 달려온 2018년의 끝은 강릉으로 맺었다.

 

나에게 있어서 이렇게 기승전결이 뚜렷한 해는 2018년이 유일하며 앞으로도 전무 후무할 테다.



Episode

- 멋 좀 부린다고 롱패딩 포기하고 무스탕 입고 떠났다가 매서운 바닷바람에 호되게 당했다.

- 해돋이 보다가 파도 때문에 신발이 젖었다. 기차역 화장실에서 휴지로 발가락 꽁꽁 싸매고 양말 새로 하나 사서 신고 돌아다녔다.

- 한 번은 또 부채길을 걷고 있는데 갑작스럽게 파도가 우릴 덮쳤다. 얼굴, 옷 다 젖었다.  2019년 대박 나려나보다.

- 정동진에서 택시가 도저히 잡히지 않아서 쩔쩔매고 있는 도중에 한 아저씨께서 히치하이킹을 자처해 주셨다.

- 동해바다의 여운을 표현하고 싶은데 그에 걸맞는 단어가 떠오르지 않는다. 독서 해야겠다.

- 새파란 바다를 보다 보니 태국에서의 패러세일링이 생각났다. 지나간 여름의 추억이 너무 아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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