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얼대는 소리

내얘기 2019.05.30 21:01

 하루하루 시간이 흐르며 시험날이 다가올수록 나를 옭아매는 압박감이 이루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초조하고 불안했다. 그 극도의 감정을 어떤 단어로 정의해야 정확한 기분을 전달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어제도 학원에서 꾸벅꾸벅 졸았다. 게다가 안정적인 점수도 나오지 않아 좌절할 수밖에 없었다. 졸고 있는 내 모습이 맘에 들지 않았던 것도 그 이유가 되겠다.

 오랜만에 대학교에 놀러가 현승이를 만났다. 이번 여름에 떠날 여행에서 미아가 되는 것이 나의 버킷리스트라는 것을 처음으로 입 밖으로 내뱉었다. 이 버킷리스트, 혼자만 마음 속에 담아둘 예정이었는데 보고 싶은 친구를 만나자마자 나도 모르게 입 밖으로 그 속내를 말해버리고 말았다. 그동안 내가 어지간히 답답했나 보다 싶었다.

 집에 돌아와서 나는 생각에 잠겼다. 컨디션을 위해 그냥 잠을 청할까 아니면 오롯이 공부에 매진할까. 나는 공부에 매진하기로 했다. 여전히 문제는 잘 풀리지 않았다. 틀린 문제는 틀린 대로 나를 불안하게 했고 맞은 문제는 실전에서 틀리진 않을까 하는 마음에 나를 불안하게 했다. 가장 나를 괴롭게 하는 문제는 찍었는데 맞은 문제였다. 점수가 나와도 불안하고 점수가 나오지 않아도 불안했다. 서서히 머릿속은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어지러운 기분이 들기 시작했지만 정신은 다잡을 수 있었다. 모든 기출문제를 풀고 나서 나는 반사적으로 유튜브에 정신 맑아지는 음악을 검색했다. 나는 음악을 듣자마자 눈물을 쏟았다. 이렇게 단시간에 눈물을 쏟아본 적은 처음이었다. 이번 시험에서도 내가 불합격을 하게 되면 너무나 깊은 좌절감에 빠져 아무 것도 하지 못하는 상태로 전락해 버릴 것만 같았다.

 엄마에게 전화해서 칭얼댈까 싶었지만 철부지 같은 짓은 그만두기로 했다. 친구들에게 전화해서 속풀이를 할까 싶었지만 힘들 때만 찾는 애로 보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그만두기로 했다.

 TV에서 아이돌 가수가 되고 싶어서 오디션 프로그램에 참가한 연습생들이 불투명한 미래의 데뷔를 기약하면서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와닿지 않게 보면서 혀를 찼던 나를 되돌아보게 되었다. 불안한 미래를 기약하는 것은 정말이지 힘든 내적 갈등이라는 것을 느꼈다. 냉수를 들이켜 마시고 맑은 생각 한 번 하고 다시 공부에 돌입해야겠다. 제발 내게 기적이 왔으면 좋겠다.

영완이 일본어 잘 하지.”

라는 소리보다

영완아, 합격했어? 축하해.” 소리가 듣고 싶다.

 오늘 현승이가 내게 밥을 샀다. 나는 헤어지고 나서 카카오톡으로 밥 사줘서 고마웠다는 말을 건넸다. 현승이는 행복하자라고 답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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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hoi0w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