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의 끝, 2019

月間少年 2019.07.28 03:23


퇴사를 세 밤 앞두고 있는 오늘.

고로 7월은 세 밤만 남겨두고 있고, 여행은 네 밤을 남겨두고 있다.

마지막 퇴근 후, 집으로 돌아오면 다음 날의 여행을 위해 캐리어를 싸느라 여념이 없을 것만 같아

7월의 마무리도 지난 달과 같이 며칠만 앞당기기로 했다.


-

 

무척이나 오랜만에,

무척이나 몇 년만에 사람 걱정을 해 보았다.

 

상대는 바로 내가 가족과 친구들에게 흔히 직장 사수라고 부르는 동료였다.

 

걱정을 하게 된 모든 내용을 글로 풀기에는

서로가 비밀을 보장하기로 한 부분들이 있어서 적을 수 없지만

내가 이렇게까지나 누군가를 걱정하고, 생각하고, 또 기대했던 적은 생애 처음이었다.

 

이 직장에서 적어도 내 사수만큼은 퇴사 후에도 오랫동안 보고 싶었고,

훗날 사수의 소중한 사람 앞에서도 사수의 대견한 동생이자 성숙한 동생으로 소개받고 싶었다.

 

 

- 3차까지 회식 달리고 같이 집 가는 중.


둘이서 술을 함께 마신 이후로, 계속되던 며칠의 퇴근 이후에도

꼭 전하고만 싶었던 그 말을 어떻게 전해야 좋을지 새벽 3시까지 고민하다 밤잠을 설쳤다.

끝내 나는 일요일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사수에게 시간을 내어 줄 것을 부탁했고,

사수가 살고 있는 천호동까지 직접 찾아가 솔직한 마음을 술 한 잔도 마시지 않은 채 털어놓았다.

 

그 날 이후, 사수가 나를 향해 갖고 있는 마음과 생각이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그동안 내가 마냥 받기만 했던 사수의 진실된 꾸지람과 보살핌 등을 비추어 보면

분명 마음 한 켠 어딘가에서 무언의 울림을 느꼈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 나의 인스타그램 게시글에 댓글을 남겨 주셨는데 팔로우가 되어 있는 다른 동료들도 있어서 바로 게시글을 삭제했다.

사진 삭제에 대해 혹시라도 오해가 생기지 않을까 메시지를 보냈는데 도리어 사진을 삭제하게 해서 미안하다는 내용과 함께 나를 향한 고마움을 표현해 주셨다.

 

-

 

오랫동안 속앓이하며 준비해 온 일본어능력시험도 결국엔 잘 치르며 마무리를 지었다.

어려운 부분도 있었지만 모든 문제를 제 시간 안에 푼 것만으로도 무척 뿌듯했다.

이제는 8월까지 차분히 결과를 기다릴 뿐이다.


- 고사장이었던 상봉중학교. 교실에 들어오는 것이 정말 오랜만이었다.

 

-

 

1년차 예비군 훈련에 다녀왔다.

나는 4일 연속 4, 2, 1, 3등을 차지했고, 그 덕에 조기퇴소의 희열을 누릴 수 있었다.

남자들은 알겠지만 예비군은 자기 자신만 잘 한다고 조기퇴소가 가능한 것이 아니다.

함께하는 열 명의 조원들이 모두 의기를 투합해야만 높은 점수를 거둘 수 있는데

애석하게도 조원 배정은 매일 입소를 하는 순서대로 랜덤 결정된다.



 

나는 2일 차 훈련에서 올 해로 4년차 예비군인 한 형과 같은 조가 되었다.

2일차 훈련 당시, 나는 그 형과 케미가 잘 맞았고, 대화도 잘 통했던 데다가

부담스럽지 않게 팀을 주도하는 리더쉽에 신뢰가 생겨서 남은 이틀의 훈련도 같이 이행하고 싶었다.

2등으로 퇴소하던 2일차 훈련 날, 나는 형에게 괜찮으시면 내일도 저랑 같이 훈련 하실래요?”라고 말을 건넸다.

형은 흔쾌히 수락해 주셨고, 다음 날 입소대 앞의 정자에서 만나 같이 입소신청을 하자고 하셨다.

그 덕분에 4일 훈련 중에 총 3일간 삼양동에 사는 4년차 예비군 형과 훈련을 할 수 있었다.


- 53조였던 3일 차 훈련 날, 1등 기념으로 집 앞 거울에서 조기퇴소 인증 셀카를 찍었다.


 매일 바뀐 조원들은 유독 가까워 보였던 우리에게 질문을 건넸다.

어제 몇 등으로 집에 가셨어요?”

저희 1(2)이요.”


- 1등으로 랭크된 3학급 53조. 460점으로 이 날 전체 1등을 차지했다.

 

이내 조원들은 나와 삼양동 형에게 에이스’, ‘형님들이라는 호칭을 붙여주는 지경에 이르렀고,

우리는 조장이 아니었음에도 전반적으로 조원들을 이끌며 훈련을 이끌어 나갔다.

 

솔직히 나의 지분은 크지 않았다.

삼양동 형의 사격 실력이 워낙 출중했고, 냉철한 판단력과 뛰어난 집중력이 전부였을 뿐이다.

이 외에도 삼양동 형은 훈련이 끝나는 매일 자차로 나를 집근처 지하철역까지 태워다 주었다.

 

우리는 고작 3일밖에 함께 하지 않았지만 고마우면서도 든든했고 괜히 뭉클하기도 했다.

 

강북구 삼양동에 사시는 21사단 출신 통신병 형님, 잘 사십시오!

 

-

 

민지의 생일을 계기로 오랜만에 우진이와 민지가 속해 있는 단톡방이 살아났다.

민지는 대학 졸업 후, 이렇게 연락이 이어지는 우리를 보며 복 받았다.’고 표현해 주었다.

, 우연히 이 시기에 빙빙바를 먹다가 앞니가 깨진 우진이도

내가 근무하고 있는 치과에 와서 타 치과보다 50만 원 가까이 저렴한 견적으로 치료를 받았다.




 친구들에게 능력을 발휘해서 도움을 줄 수 있었던 내 자신이 뿌듯했고,

그렇게 내가 기()를 살릴 수 있게 해 주신 상담실장님께도 감사했다.

 

, 다가오는 8월 학교 과사무실에서 근무하게 된 희정이와도 연락이 닿았다.

희정이는 팔은 안으로 굽는다며 4년만에 복학하는 나에게

자기 선에서 도와줄 수 있는 최대한의 도움을 주겠다며 든든하게 호언장담을 했다.



 얼마 전에 천호동에 갔다가 게릴라로 만나게 된 종원이는

천호동과 강변역은 자기 나와바리 아니냐며 든든하게 나를 끌고 다니며 맥주를 여럿 털었다.

학교 다닐 때는 뭣도 없다가 각자 갈 길 가고 나서 이렇게 자주 보게 되는 우리의 프리한 상황이

신기하면서도 도리어 마음에 든다며 조만간에 친구들 더 모아서 클럽에 가자고 했다.


- 종원이와 강변역 포장마차거리에서 제육, 떡볶이에 맥주 털었다.


 정말 종원이의 말 그대로

학교 다닐 당시에는 대학교 때 친구들을 왜 그렇게 선 그으고 경계하면서

마음을 주지 않았는지 지금과 비교해보면 그저 미안하고 고마울 뿐이다.

헛되게 살아오지 않았음을 느끼며 현재 나와 연락이 닿는 관광학부 모든 친구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

 

여행을 준비하면서 인생 역대급의 소비를 감행했다.

3개국을 누빌 예정이라 모든 일정에는 편도 비행기 티켓이 필요했고,

17박이나 묵을 숙소를 3개국에 나눠 예약하느라 10만 원에서 30만 원 선의 금액이 일주일에 걸쳐 지출되었다.

너무 과하지 않았나 싶으면서도 전역 다음 날부터 직장생활을 시작하며

학원과 직장을 병행한 나에게 한 번쯤은 이 정도의 소비를 감행하면서

특별한 추억을 만들어 줄 필요는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에 모든 지출을 아깝지 않게 생각하기로 마음먹었다.

 

언제 퇴사 하지?”, “언제 여행 가지?” 했는데

벌써 당장 이번 주다.

여행이 기대되는 것보다 예상치도 못할 돌발 상황으로부터 느껴질 짜릿함의 설렘이 더욱 기대된다.


- 오프린트미에서 제작한 트래블러 명함. 총 100매 제작을 했다. 포장이 정말 정성스럽게 담겨 온다.

박스도 그렇고 샘플도 알차게 구성된 게 택배를 받는 게 아니라 마치 선물을 받는 기분이었다.


 나는 이번 장기 여행의 감동을 더욱 깊게 만들어내기 위해

틈틈이 영어 공부도 했고 여행에서 만날 인연들에게 선물할 명함도 제작했다.

, 여행의 순간에서 낯선 감정을 음미하고 싶은 마음에

숙소에서 케이팝을 절대 듣지 않고 팝송을 듣기로 결심했다.

그러기 위해 요즘 인터넷 창을 여럿 띄워 놓고서 팝송을 탐색하고 있다.

 

되돌아보면 7월은 특별한 추억이 많은 달은 아니었지만

사람을 통해 느낀 감정이 어느 달보다 많고 다양했는데 그 모든 감정들이 따뜻하고 행복했다.

다가오는 8월에는 보름 가까이 되는 일정을 외국에서 보내기 때문에

지금껏 써온 월간소년 글 중에서 가장 신선한 글을 쓰게 될 것 같다.

, 학생의 신분으로 돌아오게 되는 달인 만큼 신입생이었을 당시의 초심을 되찾아

열심히 학교생활에 임하고 싶은 다짐도 든다.

 

20대 인생의 두 번째 막이 열리는 시기가 2019년 8월인 것 같다.

그 어느 때보다 기대되는 달.


7월 한 달도 너무나 수고했고 잘 해 왔어.

8월도 잘 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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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hoi0w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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