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접근의 쾌거

신뢰가 기반이 되어야 하는 집과 가족이라는 소재를 불신하게 만드는 접근이 <변신>의 감초를 더하고 관객들의 불안함과 초조함을 극도로 끌어올린다. 모르는 사람이 벨을 누르면 모른 척을 해야 하는 관점이 아닌, 집에 있는 가족 누군가가 나의 시야에서 사라지지 않게 감시를 해야 하는 색다른 접근. 이것은 <변신>의 색깔이자 무기다.

 

2. 성동일과 배성우

예능 브라운관과 영화 스크린을 종횡무진하는 성동일은 항상 불안하다. 혹시라도 스크린에서 예능에서의 성동일이 보이지 않을까. 또는, <탐정 더 비기닝>에서 보았던 성동일이 보이지는 않을까 하는 그런 걱정. 배우에게 뛰어난 배역 소화력이 단점으로 작용할 때는 현재 보고 있는 작품의 배역에게 몰입할 수 없는 방해를 초래하곤 한다. 어쩌면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가 성동일을 보고 하는 말일 수도 있겠다. 익숙한 마스크지만 볼 때마다 새로운, 그러나 완벽히 배역에 녹아드는 배우. 성동일은 그렇다.

 

내가 보았던 영화 속의 배성우는 항상 찌질하고 지랄맞았다. 그런 그가 성직자로 등장한다니. 내가 <국제시장> 황정민에 반해서 <히말라야> 황정민을 기대했다가 뒤통수를 제대로 맞았다. 그 뒤로 황정민 영화를 믿고 거른다. 혹시나 배성우도 그렇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배성우는 달랐다. 흥행은 보장할 수 없어도 몰입은 보장할 수 있는 배우. 내가 본 배성우는 그렇다.

 

3. 아쉬운 스킬

현실을 기반으로 하는 영화가 아니면 CG에 대해서는 조금 어색한 면이 있어도 관대하게 보는 편이다. 그런데 입체사운드의 역할을 중요시하는 공포물 영화가 장면들을 이어 놓은 모양새가 탐탁지 않다. 심지어 음향마저 따로 논다. 천장과 벽에서 떨어지는 핏방울과 운전자의 시야를 가리기 위해 차량으로 날아오는 까마귀까지. CG는 이게 정말 최선이었을까.

 

4. 눈치싸움

만약 눈치가 빠른 사람이라면 영화를 보는 동안 감독이 반전을 의도하고자 하는 장면을 모두 간파할 수 있다. 내가 영화 보는 눈치가 절대 빠른 편이 아니라고 생각함에도 불구하고 나는 <변신>을 보는 동안에 감독이 심어놓은 반전의 씨앗을 모두 장면 즉시 발견했다. 그렇다고 해서 영화를 아쉽게 보거나 재미없게 보진 않았지만 호러 마니아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을 급의 반전은 아니라는 생각에 다소 걱정이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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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hoi0w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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