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일본여행, In Tokyo [만개한 벚꽃의 일본]

2016.03.30~2016.04.02

한국 출국, 우에노


 새벽 3시부터 집에서 나와 피곤한 몸을 이끌고 공항버스에 몸을 실어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아침잠이 많은 내가 과연 8시 비행기에 탑승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여행 직전까지도 멈추질 않았는데 나는 끝까지 졸음의 무게를 참고 비행기에 탑승하게끔 도와준 눈꺼풀에 고마워하며 설레는 마음으로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2시간 10분 비행의 시간동안 답답한 기내 안에서 즐거운 볼거리가 되어 준 푸른 동해바다와 3월의 봄 날씨에도 정상에 눈이 쌓여 있던 일본의 이름 모를 어느 설산의 풍경은 앞으로도 계속될 나의 여행 감성을 강하게 자극하고 있었고 이윽고 도착한 일본 나리타 공항에서 게이세이 급행 전철을 타고 베이스캠프인 우에노까지 오면서 보인 창 너머의 만개한 벚꽃 풍경은 내 발자국이 일본의 또 하나의 도시에 남게 된다는 독특한 이론에 강한 의미를 부여해 주고 있었다. 1시간을 달려 도착한 우에노에는 역 앞에 핫플레이스로 위치한 우에노 공원의 벚꽃을 보기 위해 수많은 인파가 몰려들고 있었다. 그 탓에 캐리어를 들고 종종걸음을 하고 있는 나는 그들 사이에서 민폐가 될 뿐이었다. 숙소도 쉽게 찾기 어려운 곳에 있던 탓에 슬슬 나의 인상이 찌푸려지려 할 때 쯤엔 친절한 일본 시민들과 파출소를 지키고 있던 순찰 아저씨의 도움 덕분에 금세 숙소를 찾을 수 있었다.


내가 탑승해야 할 8시 30분 도쿄 나리타 행 비행기


따뜻한 봄날씨인데도 불구하고 눈 덮인 설산을 볼 수 있었던 하늘에서의 일본


2시간 가량의 비행을 마치고 나리타 국제공항에 착륙하는 비행기


긴 헤맴 끝에 찾은 캡슐 숙소의 내부 모습 

아사쿠사


 숙소에 짐을 풀고 가장 먼저 향한 곳은 우에노에서 지하철로 두 정거장밖에 걸리지 않는 가까운 위치의 아사쿠사였다. 아사쿠사는 도쿄에서 가장 오래된 절인 센소지가 있으며 도시 번화가에서 에도 풍의 거리를 거닐 수 있는 매력을 지니고 있다. 이 날 아사쿠사에는 벚꽃 시즌에 맞게 센소지까지 이어진 긴 거리의 위에 즐비하게 자리잡고 있는 여러 상점들의 처마 위마다 아름답게 벚꽃이 피어 있었고 그 거리를 걷다 보니 어느새 나는 거대한 단지 안에 향을 피우고 있는 센소지의 입구 앞에서 발걸음을 멈출 수 있었다. 아사쿠사 향의 연기를 쐬면 아픈 곳이 낫는다는 이야기가 있어 아사쿠사 향 앞에서는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둥글게 둘러서서 얼굴과 정수리 등으로 향의 연기를 쐬는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으며 대웅전에 들어서서는 불상 앞에 차례대로 줄을 기다리다 자신의 차례가 되면 단지에 동전을 넣고 손을 모아 기도를 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아사쿠사는 워낙 유명한 절이기 때문에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그래서 다소 혼잡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 그러나 도쿄에서 유일하게 깊은 전통 내음을 근엄하게 내뿜을 수 있는 아사쿠사의 엄숙한 정기는 차분한 심신과 마음이 편안해지는 듯한 안정감을 분명히 가져다 줄 것이다.


다양한 기념품을 판매하고 있는 아사쿠사 거리


센소지 입구의 오른편에 세워져 있는 연등


센소지로 들어서는 입구에 있는 거대한 빨간 등


아픈 곳을 치유해 준다는 전설을 가지고 있는 있다는 아사쿠사 향 

우에노 공원


 우에노 공원은 우에노 역의 바로 위에 위치하고 있는 도쿄의 대표적인 핫플레이스이자 벚꽃 관람의 명소로도 손꼽히는 곳으로 매년 이맘때 쯤의 벚꽃 시즌이 되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분홍빛 벚나무 아래에 펼친 돗자리에서 도시락을 먹으며 화려한 벚꽃을 만끽하는 일본인들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우에노 공원에 들어서고 나면 오래 걷지 않아 좌측에 호수 방향으로 안내하고 있는 계단을 마주할 수 있는데 그 길과 계단을 따라가다 보면 다양한 먹거리를 판매하고 있는 여러 포장마차 행렬과 마주할 수 있다. 거리를 가득 메운 저마다의 포장마차에서 풍기는 음식 냄새는 지나가는 사람들의 후각과 미각을 단번에 매료시키고 있는데 혹시라도 그 중에서 가장 맛있어 보이는 길거리 음식을 구매하여 호수가 가장 잘 보이는 벤치에 앉아 먹을 생각을 했다면 당신은 이미 우에노 공원에서의 봄과 벚꽃을 즐길 줄 아는 사람들의 대열에 합류한 셈이다. 짧은 기간 동안 아주 잠시 모습을 비추고 약올리는 것 마냥 순식간에 지고 마는 벚꽃, 올 해의 벚꽃은 우에노 공원에서 보면서 그 여유를 느껴보는 게 어떨까.


만개한 벚꽃 아래에서 벚꽃 놀이를 즐기고 있는 일본인들


다양한 길거리 음식을 판매하고 있는 우에노 공원의 호수 앞


유독 진한 분홍색으로 만개한 벚나무 아래에서

스미다가와


 베이스캠프인 우에노에서 지하철로 약 15분 거리에 위치하고 있는 스미다가와는 도쿄 지하철 츠키시마 역의 7번 출구로 나와 맥도날드 건물을 등지고 바로 보이는 도로를 통해 걷다 보면 마주할 수 있다. 50년대 산업화 이후 오염된 스미다가와는 도쿄 시민들의 힘으로 되살아나게 되어 도쿄 시민들에게 있어서는 굉장히 의미있는 강이며 도쿄 도를 관통하며 도쿄 만으로 흐르고 있는 스미다가와만의 독특한 지형적 특징은 선선한 강바람을 쐬며 밤길을 걷고 있는 그 상황까지도 마치 스미다 강에 나의 몸이 감싸지는 듯한 따뜻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 착각에 지나치게 심취해 그저 별 생각없이 강을 따라 걷다 보면 어느새 내가 걸어온 거리가 출발지로부터 너무 멀어졌다는 것을 느끼게 될 테니 적당한 거리에서의 산책을 통해 스미다가와의 운치를 마음껏 만끽할 수 있기를.



선선한 강바람을 맞으며 걷다 보니 어느새 마음 속의 짐이 사라져 던 스미다가와

Episode


· 6시 30분까지 공항 도착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나는 새벽 3시부터 맥도날드로 향해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버스의 첫 차 시간인 4시 20분까지 기다리고 있었는데 나도 모르게 깜빡 잠에 들어버리고 말았다. "손님, 여기서 주무시면 안 됩니다." 라는 알바생의 말에 화들짝 놀라 눈을 뜨고 반사적으로 시계를 보니 시계바늘은 4시 5분을 넘어가고 있었다. 나는 부랴부랴 짐을 챙겨 연신 "감사합니다."를 내뱉으며 맥도날드를 나왔고 서둘러 버스 정류장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덕분에 나는 버스 시간에 맞춰 정류장에 도착할 수 있었고 버스에도 탈 수 있었다. 그러나 만약 알바생이 나를 깨워주지 않았더라면 나는 자려던 잠을 다 자고나서 개운한 몸으로 집에 돌아와 눈물을 머금으며 항공권 취소 절차를 밟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 다양한 철도 노선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우에노 역에서 길을 헤매고 있을 때 내가 제일 처음 길을 묻게 된 젊은 여성분과 있었던 에피소드다. 나에게 길을 알려주고 나서도 그녀는 내가 맞는 길로 가고 있는지 뒤에서 몰래 따라오고 있었으며 내가 목적지를 코 앞에 두고도 이 곳이 내가 찾던 목적지임을 알아채지 못했을 때 그녀는 나에게 다가와 "지금 이 곳이 당신이 찾고 있던 곳입니다." 라며 친절하게 가르쳐주었다. 괜히 나로 인해 본인의 행선지를 가지 않은 건 아닐까 하는 걱정에 일부러 시간을 뺏어가며 찾아주지 않아도 된다고 했지만 그녀는 "다이죠우부"를 연발하면서 끝까지 구글링을 통해 본인이 알려줄 수 있는 한에서의 길을 알려주고 자리를 떠났다. 매번 일본에 올 때마다 늘 친절한 시민들의 국민성에 감탄하곤 했는데 이번 도쿄 여행에서도 그들의 국민성에는 결코 예외가 존재하지 않았다.


· 한국 지하철의 청결도는 단연 세계 상위권에 속한다는 말을 굉장히 많이 들었다. 나는 그 말을 이번의 도쿄 여행에서 다시 한 번 몸소 체감할 수 있었다. 스미다가와에서 시간을 보내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들른 지하철 역 통로에서는 자유롭게 개찰구 주변을 돌아다니는 쥐 한 마리를 볼 수 있었다. 시민들은 당황한 나머지 소리를 지르며 쥐를 피하고 있었는데 역무원은 아무렇지 않게 바라보면서 그 상황을 익숙하다는 듯이 수습하고 있었다. 이러한 일본의 지하철 모습을 보고 나니 한국 지하철의 종합적인 면을 고려했을 때 지금의 지하철 운임은 충분히 저렴하다고 생각할 수 있었다. 그러니 65세 이상 노인들의 무임승차 제도가 하루빨리 개선되었으면 하는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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