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일본여행, In Tokyo [만개한 벚꽃의 일본]

2016.03.30~2016.04.02

네즈 신사


 도쿄 지하철 치요다 선의 네즈 역 인근에 위치한 네즈 신사는 네즈 역 출구로부터 나오자마자 만날 수 있는 평범한 주택가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하고 있어 신사까지 향하는 동안에 한적하고 여유로운 도쿄 시민들의 일상적인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주택가로부터 오래 걷지 않아 네즈 신사에 도착하면 작은 연못을 두고 한 쪽으로 길게 나열되어 있는 붉은 도리이 행렬이 유독 인상적이다. 그리고 그 사이에 장엄하게 자리잡고 있는 작은 정자는 일본 고유의 전통미와 풍취를 그윽하게 풍기고 있어 마치 어릴 적 보았던 일본 애니메이션 속의 일순간을 떠올리게끔 할 것이다. 네즈 신사는 관광객들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아 방문객도 적고 조용하고 성숙한 분위기가 신사 내부를 감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차분한 일본의 감성을 원하는 여행자들이 네즈 신사를 방문하면 아마 진하게 우려낸 듯한 녹차와 같은 도쿄의 여운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깨끗하고 규칙적인 일본의 분위기는 네즈 역의 인근에 청량함을 더하고 있다.


지각한 와중에도 벚꽃에 눈이 팔려 유치원 앞에서 벚꽃을 구경하다가 뒤늦게 뛰어가는 아이들


벚꽃이 피어 있는 네즈 신사의 풍경


네즈 신사에서는 붉은 도리이가 장렬을 이루고 있는 장경을 볼 수 있다.

시부야


 도쿄 여행의 메카로 손꼽히는 또 하나의 대표적인 번화가 시부야는 보아의 ‘No.1’ 뮤직비디오 배경이 되는 장소로도 유명하며 젊은이들의 거리라고 불릴 만큼 백화점과 레스토랑의 수가 많아 그 곳을 찾는 인파가 대단하다. 시부야의 핫플레이스로 불리는 스크램블 사거리는 남쪽에 위치한 스타벅스 카페의 2층 창가 자리에서 한 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데 그 곳에서 스크램블 사거리를 바라보면 횡단보도의 신호가 바뀌었을 때 혼잡하게 횡단보도를 건너는 시민들의 모습을 파노라마처럼 구경할 수 있어 시부야 스타벅스 카페의 2층은 늘 스크램블 사거리를 촬영하기 위한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촬영을 마친 사람들은 서둘러 다음 차례의 사람에게 그 자리를 양보하기 때문에 자리 차지를 둘러싼 분쟁(?)이나 트러블의 걱정은 덜어내도 된다. 파란 하늘 아래 스크램블 사거리를 횡단하고자 하는 시민들과 직장인들의 바쁜 듯한 걸음걸이. 그리고 그 배경을 장식하고 있는 시부야라는 로케이션. 시부야를 들른다면 꼭 스크램블 사거리가 자아내고 있는 바쁜 풍경 카메라에 담아 보자. 아마 상상 그 이상으로 경이로울 것이다.


보아 'No.1'의 뮤직비디오 배경이 되는 시부야의 스크램블 사거리


스타벅스 2층에서 사거리를 횡단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찍기 위해 구매한 망고 플랫치노


신호가 바뀌자마자 일제히 복잡하게 횡단보도를 건너기 시작하는 사람들

메구로 강


 시부야 역에서 도요코 선을 타거나 지하철 히비야 선을 타면 메구로 강이 위치한 나카메구로 역에 도착할 수 있는데 메구로 강은 강의 양 쪽으로 자라난 벚나무가 그려내는 풍경이 마치 한 폭의 그림을 보는 것과 같아 도쿄에서 벚꽃을 볼 수 있는 여러 명소들 중에서도 명실상부 베스트 핫플레이스로 일컬어진다. 나카메구로 역은 지금의 벚꽃 시즌이 되면 역의 출구에서부터 거리가 마비될 정도로 수많은 인파가 모여들어 그 인파를 통제하기 위한 경찰들이 도로 곳곳마다 배치되어 있다. 인파를 따라 메구로 강에 도착하면 팝콘처럼 활짝 만개한 분홍빛 벚꽃들의 향연이 방문객들의 시선을 독점하고 있으며 메구로 강에서의 벚꽃을 더 특별하게 기억하고 싶다면 도로 한켠에 줄지어 있는 포장마차에서 다코야키나 가라아게를 사서 벤치에 앉아 여유로이 벚꽃을 구경하는 것을 추천한다. 실제로도 메구로 강에서는 그렇게 벚꽃을 만끽하는 사람들을 많이 발견할 수 있으며 그 모습을 보다 보면 일본인들의 벚꽃 사랑이 유독 남다르다는 것을 다시금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만개한 연분홍색 벚꽃들이 만들어낸 분위기있는 메구로 강의 풍경


벚꽃을 보며 먹을 주전부리로 구매한 야키토리


메구로 강의 한켠에서 공놀이를 하고 있던 귀여운 아이


벚꽃 풍경 위를 달리고 있는 도요코 선 전철

도쿄 타워


 도쿄 지하철 히비야 선을 타고 가미야초 역에 내려 7분 정도를 걸으면 도쿄의 대표 랜드마크인 도쿄 타워에 도착할 수 있다. 도쿄 타워는 해발 150m의 대전망대와 250m의 특별전망대로 나뉘어져 있는데 특별전망대의 관람을 원하는 방문객은 대전망대에서 티켓을 구매한 후 엘리베이터를 통해 특별전망대로 올라갈 수 있다. 특별전망대에선 맑은 날의 오후에 후지산이 보이기도 하며 밤에는 오다이바의 레인보우 브릿지와 대관람차의 모습까지 선명하게 보이기 때문에 특별전망대에서 느낄 수 있는 도쿄의 감성은 과연 독보적이다. 도쿄 타워에서는 경이로운 전경과 로맨틱한 야경을 볼 수도 있지만 수족관과 CLUB333의 특설 스테이지 등도 마련되어 있으니 도쿄를 보다 더 알차게 여행하고 싶다면 도쿄 타워의 부대시설을 즐기는 것도 하나의 좋은 팁이 되겠다.


낮에 바라본 도쿄 타워 전경


밤에 바라본 도쿄 타워 전경


대전망대에서는 벚꽃 느낌이 물씬 나는 빔 프로젝트로 라이트를 켜고 있었다.


도쿄 타워에서 바라본 또 하나의 도쿄 타워


도쿄 타워의 특별전망대에서 바라본 야경으로 오다이바의 대관람차와 레인보우 브릿지가 보인다.


도쿄 타워에서 나의 친구가 되어 준 다섯 살의 세이코 군

우에노


 나는 밀가루가 들어간 일본 음식이 전혀 입에 맞지 않는 탓에 회전초밥으로 저녁을 해결하고 숙소로 돌아가 온천을 즐겼다. 온천을 마친 나는 근처 편의점으로 향해 제일 애용하는 아사히 맥주와 삿포로 맥주를 한 캔씩 사서 우에노 역 앞의 육교로 향했다. 육교 위는 다소 쌀쌀했지만 춥다고 느끼지는 못했기에 그저 바람에 내 몸을 맡겼다. 그저 이끌리는 대로 걸었다. 그러고 싶었다. 그리고 발걸음이 멈춘 곳은 화려한 네온사인과 반짝이는 간판들이 가득했던 우에노 북쪽 번화가였다. 베이스캠프에서 마시는 맥주의 목넘김은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왜 내가 마치 누군가의 도움을 갈망하는 심정으로 혼자 떠날 여행을 계획했는지. 그 마음의 답은 바로 이 순간이었다. 나는 이 순간을 바라고 도쿄 행 비행기 티켓을 예매했다. 이제 내일부터는 오늘보다 편한 마음으로 거리를 누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나는 그 내일을 맞이하기 위해 우에노 육교에서 내려왔고 빨리 숙소로 돌아와 잠자리를 청했다.


숙소 앞에 있던 회전초밥 집에서 먹은 이 날의 저녁



도쿄에서의 두 번째 밤을 마무리한 곳은 우에노 육교 위에서 북쪽 번화가가 보이는 곳이었다.

Episode


· 네즈 신사로 향하던 중 보였던 노란 모자를 쓴 두 명의 유치원생에게 반가운 마음에 "오하요-"라고 아침 인사를 건넸다. 그러나 아이들은 지각이라도 한 듯 서로의 손을 맞잡고 유치원을 향해 급하게 달려가고 있었다. 유치원에 도착한 아이들은 굳게 잠겨 있던 유치원 문을 발견하고 문을 열기 위해 안간힘을 쓰지만 그러던 도중 갑자기 눈에 들어온 벚꽃은 본인들의 유치원 등원도 잠시나마 잊게 만들었다. "아, 사쿠라다!" 라고 연신 감탄사를 내뱉으며 벚꽃 구경에 여념이 없었던 아이들은 선생님이 문을 열어주고 나서야 다시 지각임을 알아채고 교실 문을 향해서 달려가고 있었다.


· 작년부터 나와 훗날의 일본 여행을 기약한 위종이는 내가 도쿄에 간다고 하니 벚꽃 풍경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못하고 매일같이 나에게 도쿄여행의 플랜을 물어보곤 했었다. 나는 메구로 강에 도착하자마자 위종이의 얼굴이 떠올라 바로 한국으로 국제전화를 걸어 현재 도쿄의 벚꽃 상황을 생중계하였고 동영상과 사진까지 보내주고 나니 아쉬워하는 위종이의 목소리가 한국으로부터 수화기 너머 지금 내가 있는 일본까지 생생하게 전달되고 있었다. 만날 때마다 20대 중반에 훈남 스타일로 일본 여행을 떠나자고 약속하며 그 때의 계획을 벌써부터 구상하는 이 친구 녀석. 우리는 빨리 시간이 흘러서 약속했던 우정 여행의 꿈을 이루어 멋진 우정샷을 남길 수 있는 그 때가 오기를 간절히 고대하고 있을 뿐이다.


· 도쿄 타워에서 특별전망대로 올라가는 도중 엄마와 함께 이 곳을 찾은 어린 남자아이를 한 명 만날 수 있었다. 아이의 귀여운 외모와 천진난만하게 야경을 보며 즐거워 하는 모습을 보니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이미 그 아이에게 말을 걸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내가 타워를 내려가기 위해 그 아이에게 간단한 끝인사를 건네고 발걸음을 하행선 엘리베이터로 옮기려고 할 때였다. 그 아이는 나에게 다가와 나를 올려다보며 옷자락을 잡아당겼다. 그 아이에게 무슨 일이냐고 말을 거니 나에게 이름을 물으며 친구가 되고 싶다고 하였다. 그 아이의 순수한 행동에서 어린 아이의 때묻지 않은 정을 느낀 나는 엘리베이터를 미루고 타워 위에서 계속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그리고 타워에서 내려왔을 때였다. 헤어짐이 아쉬웠던 나는 이 아이에게 오른손에 차고 있던 노란 팔찌를 선물로 주면서 오늘 나와 함께 한 추억을 잊지 않아주기를 부탁했다. 절대 잊지 못할 도쿄에서 사귄 다섯 살 친구 세이코. 이것도 인연이라면 나는 언젠가 이 아이와 다시 만날 훗날을 기약해도 이상하지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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