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사이즈) 안 맞으면 어떡해요?"

"(사이즈) 맞다-. 마 안 맞으면 (잠시 망설이더니) 나중에 욕 한 번 하소!"

 

 국제시장에서 츄리닝 바지를 사는데 사이즈가 불안해서 반신반의한 마음으로 아주머니께 이것저것 물었더니 삭막한 듯해도 정감 넘치는 경상도 사투리로 입어 보고 안 맞으면 욕 한 번 하란다. 절대 환불해 준다는 말은 안 하지만 상인들도 허물없이 웃으면서 말하는 데다가 손님들도 그러한 상인의 말투와 태도가 밉지 않다. 오히려 잠시나마 잊고 살았던 인간의 정을 덤으로 얻어 가는 기분이다. 이것이 곧 부산 스타일 아니겠나. 억센 억양과 말투로도 손님들에게 살갑고 친근하게 접근할 줄 아는 옛정 가득한 이 곳. 이 곳이 바로 자연이 바다를 품고 바다가 사람을 품고 있는 아름다운 대한민국 대표 항구 도시 부산이다.



● 국제시장

 영화 <국제시장>의 배경지로 유명한 부산 국제시장의 상점 꽃분이네는 영화 개봉 2년 차가 되어 가는 지금에도 이 곳을 보기 위한 방문객들로 가게 앞은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국제시장은 사실 꽃분이네로 유명세를 탄 감도 없지 않아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입맛을 자극하는 갖가지의 길거리 음식도 이 곳의 매력 요소로 작용하며 이 외에도 쉽게 보기 힘든 수입 잡화상품을 판매하고 있는 여러 상점들까지 그 매력에 더해진다. 그리고 이 모든 것에 더해지는 부산의 특별한 덤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맛깔난 부산 사투리. “오이소! 보이소! 사이소!” 이 말은 부산의 여러 시장들의 슬로건이 되기도 한다. 시간이 흐르고 발전하는 도시 안에서도 6·25 전쟁 시절 시민들의 애환과 푸근한 사람 정이 그대로 사람과 함께 공존하고 있는 이 곳바로 국제시장이다.





 

● 태종대

 다음으로는 남포동에서 버스를 타고 부산의 영도 남동쪽 끝자리에 위치한 태종대로 향했다. 바다 전망대에서 보이는 가파른 해식 절벽은 마치 남미의 고원을 보는 것처럼 장엄하게 느껴졌고 그것이 곧 바다와 함께 조화를 이루어내고 있는 장관은 가히 경이로울 뿐이었다. 태종대에선 날씨가 화창할 때 바다 건너 일본의 쓰시마 섬까지 볼 수 있다고 하지만 비가 그친 이후나 날씨가 흐릴 때 이 곳을 찾아도 후회하지 않는다고 자신할 수 있다. 악천일 때 보여지는 자욱히 낀 안개와 매몰차게 절벽과 부딪치고 있는 파도는 태종대의 신성함을 더욱 드높이고 있으며 이는 마치 강인한 자연의 위대함을 드러내는 듯한 아우라를 풍기고 있기 때문이다. 해가 지자 태종대는 바다 위 선박들의 길잡이가 되어 주기 위해 등댓불을 비추고 있었다. 그리고 선박들은 차례차례 뱃고동 소리를 울리기 시작했다. 바다가 담고 있는 모든 풍경을 볼 수 있었던 태종대. 어느새 나는 바다의 품 안에 안겨 그 숨결에 매료되고 있었다.



● 지코바 치킨

 나름 성격이 까탈스러운지라 아무리 유명한 치킨이라고 해도 본인은 치킨이 맛있어봤자 거기서 거기지.” 라는 반응이 다반사다. 그렇기 때문에 부산에서 유명하다던 지코바 치킨의 존재를 들었을 때도 치킨의 비주얼에 혹하기는 했지만 맛에 대한 기대는 그리 하지 않았던 게 사실. 그리고 여행을 함께한 형들과 첫 날의 밤참으로 정한 지코바 치킨. 대박이다. 첫 입부터 반했다. 지코바 치킨의 숯불에서 방금 구워낸 듯한 숯불 냄새와 달짝지근한 듯 하면서도 은은하게 풍기는 매운 향은 먹어보지 않고서는 감히 설명할 수 없다. 그렇게 우리는 치킨을 먹는 내내 서울에 적게 위치한 지코바 치킨의 매장 수를 아쉬워하면서 남은 양념에 밥까지 비벼 먹었다. 원래 첫 번째 밤에는 지코바 치킨을 먹고 두 번째 밤에는 회를 먹고자 했지만 지코바 치킨은 도저히 한 번만 먹고 서울로 올라오기 아쉬웠기 때문에 두 번째 날의 새벽에 한 번 더 지코바 치킨을 시켜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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