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4'에 해당되는 글 4건

  1. 2019.04.30 4월의 끝, 2019
  2. 2019.04.28 Prologue
  3. 2019.04.18 건어물남의 바나나로띠 만들기
  4. 2019.04.11 D+394, 통역잔혹

4월의 끝, 2019

月間少年 2019.04.30 23:43

이번 4월은 아쉬움이 많이 남는 달이었다.

혼자서 속앓이를 한 적도 많았고, 사람도 많이 미워했다.


주변에서 이젠 다 컸네.”라는 말을 듣고 살지만

여전히 나는 너무나 어린, 여전히 소년의 잣대를 버릴 수 없는 어린 사람이었음을 느꼈다.


42,

4월의 시작과 동시에 나의 6월 군번 동기들 중에서 가장 친했던 후권이가 일본으로 교환학생을 가게 되었다. 

일병, 첫 사석(2017.02) / 병장, 술 먹고 부대 복귀하던 겨울 (2018.02) / 전역 후, 후권 출국 전 (2019.03)


후권이는 나와 같이 일본어를 공부하고 있고, 앞으로 진출하고자 하는 분야도 나와 많이 닮아 있다.

그래서 나는 군 생활 도중에 진로에 관한 고민이 생길 때마다 항상 후권이를 찾아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그 덕분에 후권이와 휴가도 여러 번 맞추어 술자리를 함께할 수 있었다.


요코하마에서 교환학생 라이프를 보내고 있을 후권이가 부러우면서 당장 서울에서 자주 볼 수 없게 되어 아쉽기도 하다.


그러나, 우린 큰 물에서 놀 남자들이기 때문에

나중엔 도쿄에서 만나서 일본어로 떠들면서 시원하게 나마비루 한 잔을 마시기로 했다.

칭따오 맥주를 사 왔는데 후권이와 안양에서 양꼬치에 칭따오 한 병씩 털어넣고

부대로 복귀했던 병장 시절 겨울날이 떠오른다.


4월 3,

다가오는 7, 일본어능력시험(JLPT)에 합격하기 위해 6년 만에 학원을 다니기로 결정했다.

어릴 때 엄마가 보내는 학원은 너무나 가기 싫었는데

내가 하고 싶은 공부가 있는 입장에서 다니는 학원은 출석도 기대되고 숙제도 반갑다.


퇴근 후, 급하게 저녁을 먹고 학원으로 향해 2시간 가량의 수업을 듣는 게 다소 고되긴 하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경험하는 배움과 배움을 통한 얻는 뿌듯함과 희열, 그것은 근래의 나에게 가장 힘이 되어주는 감정이다.


4월 4,

역대급의 감기에 걸렸었다이렇게 길게 이어진 감기는 몇 년만이었는지 모르겠다.

약 처방으로도 낫지 않아서 3일치 약을 다 먹고도 두 번이나 이비인후과를 다녀왔다.

한 번은 4일치로도 약을 처방받아 총 열 흘동안 감기약을 달고 살았다.

이제 나도 한국 나이로 스물 넷이다환절기 조심해야겠다.

 

4 6,

사수가 살고 있는 천호동에서 술자리를 함께 했다.

직장에서도 말은 놓되 영완쌤 호칭을 붙이던 사수가 이제는 나를 영완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정이 많이 들었다. 퇴사를 하고 나중에 학생 신분으로 돌아가게 된다면 그때는 사수를 이라 부르고 싶어졌다.

 

410,

진료 통역을 하던 도중,

환자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대답해야 하는 단어가 바로 떠오르지 않아 혼자서 깊은 딜레마에 빠진 적이 있다.


나는 그 자리에서 바로 정신을 잃고 쓰러질 뻔 했.

식은땀을 흘리고 두 손을 벌벌 떨면서 나 자신의 부족함을 질책했다.

남들한테는 일본어 잘 한다 소리를 매일 듣는 나지만, 정작 나는 아직 멀었다는 것을 실감했다. 어학에 끝은 없다.

 

415,

사수로부터 책 선물을 받았다. 할아버지와 손자는 매일같이 빵 위에 여러 가지 잼들을 발라 먹으며 시간을 보낸다.

어느 날 손자가 직장인이 되고 나니 할아버지는 보이지 않았다. 혼자서 빵을 먹게 되었다.

(내용 상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것처럼 분위기를 일부러 어둡게 만들었다.)

그러던 도중, 할아버지께서 캐리어를 끌며 현관을 열고 집으로 들어오셨다.


다행이다. 아직까지도 할아버지와 함께 빵을 먹을 수 있어서.

모든 내용은 일본어로 적혀 있다. 내용의 울림이 감동적이었다.

 

421,

고등학교 2학년 때 같은 반이었던 수윤이와 진실,

그리고 3학년 때 같은 반이었던 소희와 넷이서 오랜만에 만나서 술을 마셨다.


그러던 중, 쿠우쿠우에서 나온 중학생 일행이 시끄럽게 떠들며 길거리를 활보하고 있었다.

모두가 귀신에 홀린 듯 말없이 중학생들을 우수에 젖은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그리고 동시에 좋을 때다.”라고 말했다.

중학생들이 시야에서 사라지자 수윤이는 새끼들아 담배 피지 마라~” 라고 소리쳤다.


우리의 학창시절, 불과 5년 전, 아니 벌써 5년 씩이나 흘렀다.

 

430,

하루 동안 정말 많은 사람을 미워했다.

속으로 열심히 씹었고, 매일 연락을 나누는 친구와 카카오톡으로 살벌한 욕짓거리로 뒷담화를 하며 묵혀있던 화를 풀었다.

겨우 화를 삭혔더니 곧바로 애플 스토어의 실수로 인해 에어팟과 관련한 픽업 충돌이 일어났다.

또 화가 나고 말았다. 여러 가지 감정이 복받쳐, 속상하고 답답했던 마음이 차올라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감정을 추스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편의점에 들러 수입맥주 네 캔을 사 왔다.

알바생이 봉투 드릴까요?”라고 묻자나는 , 20원 드려야 되죠?”라고 답했다.

알바생은 씩 웃더니 그냥 담아 드릴게요.”라고 했다.

진짜 세상 별 거 아닌데 오늘 하루 중에서 제일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다가오는 5월에는


다니엘웰링턴 시계 이벤트에 당첨되었으면 좋겠고,

일본어 공부에 좀 더 매진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아버지와 더 친해지고 싶고, 엄마를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아, 스승의 날에는 중학교 2학년 때의 담임선생님을 뵙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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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ue

月間少年 2019.04.28 23:06

나는 원래 지금의 직장에서 4월까지만 근무를 하고 퇴사를 할 생각이었다.

 

퇴사를 하고 나면 5월의 시작과 동시에 바로 혼자서 홍콩으로 떠날 예정이었고

 

그 때 홍콩에서의 나를 열심히 촬영해 줄 포토그래퍼를 찾고 있는 어느 날,

 

나는 남자 혼자 떠난 홍콩 여행에서 스냅 사진을 촬영했다는 어느 여행블로거의 포스트를 보게 되었다.

 

사진도 잘 촬영되었고, 포스트에서 소개하고 있는 포토그래퍼 분께서도

 

홍콩의 분위기도 잘 담아내어 찍어주시는 노력이 선명해서

 

나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해당 블로그의 주인인 브로디님께 다이렉트 메시지를 보내게 되었다.

 

그렇게 나와 브로디님의 인연은 시작되었다.

 

브로디님의 혼자남 감성은 내가 추구하는 여행의 감성과 많은 부분이 닮아있었다.

 

특히, 브로디님의 블로그를 구경하며 다양한 컨텐츠를 눈에 담는 도중

 

매 달의 일기를 쓰는 모습이 유독 인상적이었다.

 

지금의 나는 일기를 전혀 쓰고 있지 않지만

 

나는 군 생활 때, 이등병 때부터 병장으로 전역하는 날까지 하루도 빼놓지 않고 일기를 썼다.

 

그런 내가 전역과 동시에 사회의 익숙함에 넘어가 다시 일기를 쓰지 않게 되자

 

나는 이렇게 흘러가는 날들을 점점 기억하지 못하게 될 까봐 항상 두려워하면서

 

언젠간 일기를 다시 쓰고야 말겠다는 마음만 가진 채 실현은 항상 미루기만 했었다.

 

그러나 브로디님의 포스트를 보고 나서 이번 4월부터 바로 월별 일기를 쓰기로 결정했다.

 

보통 새해가 시작되면 다짐한 결심은 2월부터 무너지면서 남은 달은 그 해가 그 해인 것처럼 보내게 된다.


그리고 또 한 번의 새해가 찾아오면 작년에는 하지 못했던이라고 하며


똑같은 뫼비우스의 띠를 그리며 따라가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매 달 일기를 쓰게 되면 적어도 한 달에 한 번은 나를 돌아보게 되고,


그렇게 찾아오는 새로운 달에는 지난 달과는 다른 나의 모습으로 한 달을 보내게 될 것 같아


지키게 되는 목표들도 더 많이 생기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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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hoi0wan

건어물이란?

직장에서는 유능하고 세련된 남성이지만 퇴근하여 집에 오면

볼품없는 운동복 따위를 걸쳐 입고 편하게 행동하는 남성

(나는 유능, 세련과 거리는 멀지만, 대략적인 의미는 상통하는 걸로. 참고로 운동복 따위도 안 입는다. 나는 파자마 잠옷 따위를 입는다.)


나는 주말이 되면 열심히 이불 속을 지킨다.

소변이 마려워도 도저히 참을 수 없을 때까지 참았다가 화장실로 향하고,

스마트폰은 충전기에서 절대 제거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렇게 미련 곰탱이같이 이불 속에서

허무하게 몇 시간씩을 버리다 보면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래서 나는 오랜만에 요리를 하기로 했다.

메뉴를 태국 여행 때 먹었던 바나나로띠로 결정했다.

만들기도 어려울 것 같지 않아서 나는 바로 집 앞의 마트로 향해 바나나와 연유, 초코시럽, 마가린을 구매했다.


완소남표 바나나로띠 재료

바나나, 밀가루, 물, 연유, 초코시럽, 마가린



이러한 쿠킹 포스트는 처음 작성해 보는 지라 굉장히 민망하다.

장을 보는 도중에 벚꽃 시즌 한정 꿀꽈배기를 팔길래 구매했는데 완전 낚였다.

벚꽃 향과 맛이 가미된 꿀꽈배기가 아니라 포장지만 봄 시즌이었던 것이었다.



밀가루에 물을 넣고 열심히 반죽을 했다.

화사의 멍청이_ ♬ 들으면서 열심히 반죽했다.



무른 바나나가 상품 가치는 떨어져도 당도가 높기 때문에 일부러 구매했다.

그런데 이렇게 물러 있을 줄이야. 이건 너무하잖아.



다른 바나나를 까 보았다.

괜찮네, 그런데 이럴 거면 그냥 멀쩡한 바나나를 살 걸 그랬다.



나는 칼질을 잘 한다.

나름 고등학교 3학년 때 횟집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마늘과 고추를 썰었던 4개월의 경력이 있다.



마가린 내 돈 주고 산 적 처음이었던 것 같다. 마가린은 비주얼이 크림치즈처럼 생겨서

그냥 한 숟가락 크게 떠서 바로 입 안에 넣어버리고 싶은 욕구를 자극한다.



마가린 녹는 냄새에 감탄했다. 술 냄새가 이와 같다면 언제든지 취해 버리고 싶다.



묽게 반죽한 밀가루물을 마가린을 녹인 팬에 붓고

칼질한 바나나를 차곡차곡 올리고 연유를 뿌렸다.

반죽이 굉장히 얇기 때문에 불은 아주 약하게 조절했다.



양 사이드를 접어서 로띠를 정사각형 모양으로 만들어주고

남은 공간에는 밀가루물을 더 얹어서 익혀 주었다.



그리고 로띠를 뒤집었다. 뒤집은 로띠는 부침개의 날카로운 면을 이용해서 먹기 편한 크기로 조각을 내 주었다.

서서히 태국에서 느꼈던 향수가 올라오기 시작하는 착각이 일었다.

 


뿌듯하다. 뿌듯해.



안에 연유도 가득 있는데 초코시럽까지 아낌없이 뿌렸다.

비주얼만 봐도 허벅지 엄청 두꺼워질 것 같다.



집에서 태국 감성을 느끼려고 지난 태국 여행에서 샀던 잔에 일부러 음료를 따라 마셨다.

그런데 비주얼과 달리 내가 만들었던 로띠는 정말 맛이 없었다.

바나나와 초코시럽, 연유가 다 따로 놀고 반죽 맛도 굉장히 싱거웠다.


괜히 의아한 기분에 같이 태국에 갔던 정원이에게 카카오톡을 보냈다.

돌아오는 정원이의 대답, 그 때의 로띠는 솔직히 태국 분위기가 한 몫 했지.”


그래서 그런가.. 확실히 집에서 만든 로띠는 정말 맛이 없었다.

그래도 어떻게든 한 끼를 때웠다고 생각하고 설거지를 하려고 하는 순간,

맛없었던 로띠의 이유를 알아 버리고 말았다.



깜박하고 반죽에 계란을 풀지 않았다.

이런 옘병, 두 번 다신 집에서 내가 요리 만드나 봐라.

그냥 치킨이나 시켜 먹을 걸.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올린 후 정말 많은 스토리 답장을 받았는데,

파타야 음식점을 그냥 가라는 지훈이형의 팩트 폭력이 제일 정답인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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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hoi0wan

D+394, 통역잔혹

내얘기 2019.04.11 15:36

 감기에 걸려본 게 아마 전역 이후론 처음이었을 것이다. 이번 감기는 정말 길게 이어졌다. 오늘로 6일째 골골댔다. 아까 오전에 일본인 환자의 사랑니 발치 치료를 통역하는 도중이었다. 원장님께서 편하게 사랑니를 발치할 수 있게 환자에게 턱을 숙이고 입을 크게 벌려줄 것을 몇 번이나 전달했지만 환자는 불안하고 무서웠는지 계속해서 턱을 올리고 양팔을 올리는 등 위험한 반사반응을 보였다. 원장님은 예민해진 상태. 그리고 환자 또한 불안해진 상태. 환자는 이내 싱코큐라는 단어를 언급하며 치료를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싱코큐의 뜻은 심호흡. 아까 입을 크게 벌려달라고 할 때마다 불편함을 호소했던 것을 토대로 나는 원장님께 환자가 호흡을 힘들어한다고 전달했다. 원장님은 알고 있다며 숨 쉬는 게 어떻게 불편하냐고 물어 달라 하셨고, 나는 곧바로 그 의미를 환자에게 전달했으나 환자는 ?” 라고 답했다. 아찔하고 긴박함이 들끓던 진료실의 공기가 순식간에 바람 빠지는 풍선 마냥 매가리 없게 흐르기 시작했다. 이른바 갑분싸’. 원장님은 고개를 돌리며 나지막이 한마디 하셨다.


 “현호 불러 와.”


 현호는 일본에서 유년시절을 보낸 나의 사수다. 사수가 곧바로 진료실로 들어오더니 환자와 대화하기 시작했다. 나는 속으로 되뇌었다.


 “제발 사수와도 말이 통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왜냐하면 사수가 진료실로 들어와서 모든 상황을 단번에 정리하게 되면 그만큼 나의 무능함이 극대화될 것 같았다. 이곳에서의 직장생활이 벌써 1년이나 지났는데 내가 아직도이것밖에 안 되는 사람으로 보인다는 것은 도저히 자신에게 용납되지 않았다. 그래서 사수도 제발 이 환자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길 바랐다. 그러나 사수는 금세 원장님에게 환자의 의사를 전달했다. “환자분이 잇몸을 절개해서 치아를 뽑는다고 들었는데 지금 잇몸을 절개하고 있는 게 맞는지 궁금해 하신다.” 그 순간, 모든 상황은 깔끔하게 정리되었다.


 그러자 나는 한순간에 머릿속이 새하얘지면서 눈앞의 모든 것이 뿌옇게 보이기 시작했고 혈압이 급격히 오르면서 온 몸에서 피가 빨려나가는 듯한 아주 이상한 느낌이 몸 전체를 휘갈기기 시작했다. 이내 다리에 힘까지 풀렸다. 당시 더 이상 내가 정신을 다잡지 않으면 그 순간 발치가 진행되는 환자의 얼굴 위로 몸이 쓰러질 것만 같았다. 나는 어떻게든 정신줄을 부여잡으며 발치가 끝나는 순간까지 남은 통역을 진행했다. 내가 환자에게 젠부 오와리마시따.(전부 끝났습니다.)” 라는 말을 건넴과 동시에 나는 마라톤이라도 뛰다 온 사람 마냥 양 손으로 무릎을 부여잡으며 허리를 숙이고 거칠게 호흡했다.


 나는 몸을 비틀거리며 직원실로 들어왔고 책상에 양 손을 짚고서 식은땀을 흘렸다. 동료들은 갑자기 왜 그러냐며 나를 걱정하기 시작했다. 동료들은 내게 휴게실에 가서 누워 있다 오라며 나를 달랬지만 근무 시간에 쉬기 위해 누워 있는 행동 또한 나 자신에게 용납되지 않아서 나는 어떻게든 인포메이션 데스크를 지키려 했다. 그러나 실장님의 지시가 강하셨고, 나 또한 더 이상 고집을 부릴 힘이 남아있지 않아서 말없이 물리치료실로 들어가 잠에 들었다. 그렇게 점심시간까지 반납하고 두 시간이나 잠에 들었다. 나는 잠에 들면서도 나의 부족한 일본어 실력 탓에 발치를 진행하던 원장님과 치위생사 스태프, 환자, 사수가 고생한 것이 미안해서 계속해서 내 자신을 질책하고 괴롭혔다. 심리적인 스트레스로 쓰러질 것 같은 기분을 느껴본 것은 태어나서 처음이었다.


 두 시간 뒤, 잠에서 깨어나 비몽사몽한 상태로 휴게실에서 동료가 사 온 김밥을 먹으며 정신을 회복하는 도중이었다. 치위생사 동료들은 내가 지속되는 감기 탓에 기운을 잃은 걸로 보고 내과에 가서 수액이라도 맞고 오라고 했지만 나는 괜찮다고 말하며 김밥을 먹었다. 오후가 되고 정신이 돌아왔을 때, 나는 사수에게 찾아가 하구키(잇몸) 외의 다른 잇몸이란 단어를 물어보며 아까의 내 입장을 털어놓았다. 솔직히 아직도 망설이면서 통역하냐고 혼날 줄 알았는데 사수는 이렇게 또 하나를 배워간다고 생각하라며 도리어 나를 달래주었다.


 그 때, 한 동료가 말했다. “그래도 동생 김밥은 현호가 사 가야겠다고 하더라~” 그게 무슨 말인지 순간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아서 그 말을 다시 되물었더니 동료는 내가 먹은 김밥을 사 온 사람이 바로 내 사수였다고 말해 주면서 왜 너는 이런 거 이해하는 게 한 템포 느리냐며 웃으며 다그쳤다. 나중에 다른 동료에게 물어보니 오늘 점심은 분식집에서 먹지도 않았다고 했다. 얼마 전, 사수 생일선물로 모히또 담배 한 보루를 사 드렸는데 오늘로 다 피웠다고 했다. 조만간 사수 책상에다가 또 한 보루를 리필해 놓아야겠다


 오늘은 입사한 지 394일째 되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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