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6/27'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9.06.27 6월의 끝, 2019

6월의 끝, 2019

月間少年 2019.06.27 17:38


아직 6월을 보내기엔 나흘 정도가 남아 있지만

일본어능력시험이 2주도 채 남지 않은 이 시점에서

여유롭게 글을 쓰며 사진을 편집할 수 있는 날은

휴일인 오늘(6/27)만 가능할 것 같아서 이번 달은 평소보다 조금 빨리 마무리를 짓기로 했다.

 

시험을 준비하면서도 틈틈이 퇴사 후의 여행을 준비했다.

우선, 떠날 나라들을 확정했고 인천을 출발하여 도착할 첫 번째 나라의 편도 항공편을 예약했다.

스물 둘 생애 이렇게 길게 떠나는 여행은 처음인지라 여간 설레지 않을 수가 없다.


- 퇴사 다음 날, 나는 말레이시아로 떠나기로 결정했다.

 

학원을 마치고 집으로 오는 지하철에서 있던 일이다.

종합운동장 역을 지날 즈음 빈 자리가 생겨 나는 건대입구 역까지 앉아 가면서 잠시동안 눈을 붙이고 싶었다.

그 순간, 내가 앉으려던 자리를 동시에 탐하던 중년 아주머니와 눈이 마주쳤다.

나는 근래 누적된 피로와 시험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예민해져 있던 탓에

나도 모르게 짜증이 가득 표정을 드러내면서 중년 아주머니를 살벌하게 노려보았다.

그리고 아주머니께 말했다.


앉으세요.”


아주머니는 괜찮다고 손사래를 치면서 나에게 자리를 양보하셨지만

나는 아니에요. 저는 곧 내리거든요. 앉아서 가세요.” 라는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하면서 아주머니께 자리를 양보했다.

끝내 빈 자리에는 아주머니가 앉게 되었고, 나는 그 앞에 서서 손잡이를 잡은 채 건대입구 역까지 가게 되었다.

그러던 중 강변 역에 다다랐을 때, 앉아 계시던 중년 아주머니가 손으로 내 옷깃을 치시더니

저기 맞은 편에 빈 자리 있어. 저기 가서 앉아서 가.” 라고 하셨다.


그 순간, 조금 전 아주머니를 매섭게 노려보았던 나의 태도가 정말이지 부끄러웠고 죄송해졌다.

아주머니께선 나를 배려하기 위해 앉아서 가시면서도 내가 앉을 비어 있는 자리를 찾고 계셨던 것이다.

아주머니의 말에 비어 있는 자리를 보았지만 나는 앉고 싶지 않아져

그제서야 미소를 보이며 저 금방 내려요. 괜찮아요. 신경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라고 대답했다.

이내 그 아주머니는 건대입구 역보다 먼저 서는 구의 역에서 내리셨다.

내가 앉으려던 그 자리가 또 다시 공석이 되었지만 나는 앉지 않았다.


피곤하고 지쳐있다는 이유로 나의 모든 상황을 합리화하려 했던 나를 반성했다.

한편으론 그 아주머니가 나의 눈초리에 불편함을 느껴서 자리를 찾아보셨을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런 마음가짐으로는 절대 인생에서 성공하는 사람이 될 수 없을 거라 느꼈다.

돈과 명예, 물론 중요하지만 그보다 우선되어야 할 것은 됨됨이와 내면이라는 것을 실감했다.

반성하고 반추하면서 성숙한 어른으로 성장해 나가야겠다.

 

-


생애 첫 직장에서의 퇴사를 앞두고 있는 지금,

마지막을 아름답게 장식하고 싶어서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나 자신에게 해이해지지 말 것을 머릿속에 주입하고 학원으로 인한 피곤한 기색을 드러내지 않을 것을 마음속에 생기시켰다.


그러나 최근 업무상에서 내키지 않는 동료들의 모습들이 더욱 부각되어 보이는 탓에

나에게 주어진 일만 알아서 혼자 처리해 끝내 버리고

함께해야 할 일들은 못 본체 하고 피하면서 대화도 같이 나누려 하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 또한 나를 너무 지치게 하고 힘들게 했다.

좋았던 동료들이 한순간에 이해되지 않았고, 그로부터 오는 미운 감정은 날이 갈수록 커지면서 나를 혼란스럽게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나의 사수가 갑자기 묵직한 쇼핑백 하나를 선물이라며 내게 건넸다.

쇼핑백 안에는 일본어능력시험 문제집이 세 권이나 들어있었고

시험까지 조금만 더 고생하자는 포스트잇 쪽지가 함께 붙어 있었다.

민망하면서도 감사하고, 또 죄송하면서도 기뻤다.


- 사수가 사 주신 문제집과 포스트잇 쪽지. 이보다 멋진 동료가 있을까.


주변에서는 내게 영완아, 너만한 사람 없어.” 라면서 항상 나를 치켜세워 주지만

그게 아니라 내 주변의 사람들이 나에게 과분할 정도로 좋은 사람들 뿐인 것 같다.

 

-


JTBC <트래블러>를 정주행하면서 류준열과 이제훈의 쿠바 여행에 집중하고 있다.

<택시운전사>를 볼 때만 해도 류준열이 이렇게 집중할 만한 배우라고 생각하지 못했는데

류준열은 사복 코디도 그렇고 여행을 대하는 마음가짐과 사진 감각,

그리고 파트너인 이제훈을 대하는 태도까지.

내가 지향하는 여행과 내가 추구하는 여행 동행자로서의 모습을 깔끔하게 정의하고 있었다.


- JTBC<트래블러> 4화 중에서 가장 와닿았던 내레이션과 장면


지켜보며 응원할 만한 또 한 명의 스타가 눈에 들어왔다.


- <트래블러>를 계기로 나의 팔로우 리스트에 배우 류준열을 추가하기로 했다.


-


일상 속에서도 여전히 모험을 갈구하고 있는지라

한 번은 자전거를 타고 집(서울 중랑구)에서 학교(서울 서초구)까지 간 적이 있다.

서울숲을 지나 한강 산책로를 따라 반포대교까지 왔고,

반포대교로 한강을 건너 동작역을 거쳐 학교에 도착했다.


 

- 반포대교는 2층 구조로 설계되어 있었다. 독특한 공간을 발견하게 된 기분이 너무나 짜릿해 더욱 신나게 자전거 페달을 밟았다.

1층은 자전거 도로와 차도, 산책로가 구분되어 있었고 2층은 모두가 아는 평범한 고가 도로이다.

- 복학 신청 서류를 작성하러 학교에 들렀다. 4년 만에 나는 대학생 신분으로 돌아오기로 했다.


익숙했던 각각의 길이 이어지는 공간에 다다르며

서울의 미로조각을 맞추어 가고 그로부터 얻어지는 희열과 성취감을 얻는 것은

내 삶의 방향이자 목표와도 같다.


-


 나는 어릴 때부터 줄곧 묵동에서 자라왔다.

이사를 세 번이나 다니긴 했지만 아빠의 직장 때문에 항상 묵동을 벗어나지 못했다.

그래서 나는 묵동의 과거와 현재를 모두 기억하고 있는 묵동의 산증인과도 같다.

묵동에는 20년 넘게 같은 자리를 묵묵히 지켜온 방앗간이 하나 있다.

이 방앗간은 할머니가 서울에 오실 때마다 우리 집을 찾아오게 되는 랜드마크였다.


- 내가 걸음마를 막 떼던 시기때부터 줄곧 묵동을 지켜온 방앗간

 

어느 날, 늦은 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그 방앗간을 지나치면서 아쉬운 글을 읽게 되었다.

할머니가 서울로 오시게 될 때, 이제 우리 집을 어떻게 찾아오실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드는 한편,

이렇게 또 하나의 오래된 과거가 사라지게 되어 섭섭한 마음도 들었다.

사라지게 될 이 가게가 요즘 어디서도 보기 흔한 카페나 편의점이 아닌

방앗간이라서 유독 아쉬움이 더했다.

혹시라도 이 자리에 편의점이 들어서게 되거나 SNS감성을 무기로 하는

아름다운 카페가 들어서게 되면 나는 또 내가 사는 이 서울을 욕하면서 헐뜯고 있겠지.


-

 

여유로운 일요일,

알람도 끈 채 늦잠을 자고 있는데 꿈 속에서 구하라가 욕실에서 목을 매며 극단적인 선택을 저지른 꿈을 꾸었다.

현실에서는 다행히 매니저의 발견으로 인해 구조되어 생명을 건질 수 있었지만

그 보도를 접한 이후 이렇게 꺼림칙한 꿈을 꾸고 나니 며칠간 불안함을 떨칠 수가 없었다.

구하라는 지금 새로운 기획사와 계약을 체결하여 일본 활동을 시작하기로 했고,

어제도 일본 음악방송에 출연하여 <미스터> 무대를 선보였다.


- 일본 활동 재개 선언 후 첫 방송 출연인 <테레토 음악제 2019>에서 카라의 미스터를 혼자 소화하는 구하라


예전에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통해서도 언급했지만

승리가 살아 있고 군대도 미루고 있는 판국에 구하라가 자살을 한다는 것은

대한민국의 정의감이 상실되었다는 것을 인증하게 되는 꼴이다.

나는 구하라의 재기를 응원하고 지지한다.

 

-


보고 싶은 사람이 있을 때, 일부러 약속을 잡는 노력을 하면서 만나게 되는 게

어른이 되었을 때 받아들여야 하는 가장 큰 리스크라고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과거의 이 달, 혹은 과거의 이 날을 떠올리면

어느덧 1년이 지나버리고 만 것은 이제 놀랍지도 않은 일이 되어 버렸다.

 

작년 한 해동안 나에게 가장 큰 힘이 되어 주었던 태국 여행.

어느덧 그로부터 1년이 지났다.

아직도 그 때를 떠올리면 태국에서의 모든 순간들이 어젯밤의 일처럼 머릿속에 생생하다.

 

- 1년 전 오늘, 작년 6월의 방콕. 무덥고 습하던 그 곳의 공기조차 그립다.


특별한 날들이 일상과도 같았으면 좋겠고

그러한 일상이 매일같이 이어졌으면 좋겠다.

그러면 지난 달 이맘때, 작년 이맘때를 굳이 회상하지 않으며

아이처럼 순수하게 좋은 일만 가득한 매일을 지낼 수 있게 되지 않을까.


Copyright ⓒ choi0wan all rights reserved

http://choi0wan.tistory.com

'月間少年' 카테고리의 다른 글

8월의 끝, 2019  (0) 2019.08.31
7월의 끝, 2019  (0) 2019.07.28
6월의 끝, 2019  (0) 2019.06.27
5월의 끝, 2019  (0) 2019.06.01
4월의 끝, 2019  (0) 2019.04.30
Prologue  (0) 2019.04.28
Posted by choi0wan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