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의 당일치기로 양평 드라이브 떠나기

2019.07.07 5PM ~ 10PM / 렌터카 SOCAR 이용


JLPT가 끝나는 날,

동생은 내게 서울 근교로 드라이브를 떠나자는 제안을 했다.

 

철저하게 대중교통에 발걸음을 의존하는 장롱면허 보유자로서

동생의 드라이브 제안은 너무나 반갑고 고마웠다.


 


목적지는 양평으로 결정했다.

서울에서 가기 쉬운 지극히 흔한 드라이브 코스지만

흔하기 때문에 한 번은 경험해보고 싶었고,

우리 형제의 시간적인 상황을 고려했을 때도

인천이나 서해처럼 바다를 볼 수 있는 곳은 어림도 없었기 때문에

양평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1. 양평 두물머리 핫도그


MBC <전지적 참견 시점>에서 배우 신현준의 매니저가 핫도그 먹방을 보인 곳.

MBC 예능 별로 좋아하진 않지만 이슈에 물타기를 해 보고 싶었고,

막상 이 곳을 거르자니 애매한 시간 저녁 6시에 다른 갈 곳이 많은 것도 아니었다.


- 두물머리 핫도그를 먹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대기줄을 기다리고 있다. 생각보다 줄은 빨리 줄었다.

(사진과 같은 줄의 대기시간은 10분 정도 소요된다. 순환이 정말 빠르다.)


우리는 주변에 있던 주차장이 만차였기 때문에 주차를 하지 못했다.

그래서 동생이 주차장을 찾을 동안 나는 핫도그를 테이크 아웃으로 가져오기로 했고

가져온 핫도그를 차 안에서 먹으며 양수철교로 이동할 예정이었다.

(두물머리 연핫도그 주변에 다리 밑 공영주차장이 있는데 그 주차장에 주차 시 무료주차 가능)


그런데 두물머리 핫도그는 무척이나 탁 트인 곳에 있었고

그 곳에서 볼 수 있는 넓은 전경과 연못은 핫도그 테이크 아웃을 강하게 만류하고 있었다.


안 되겠다. 핫도그는 차 안이 아닌 이 곳에서 먹어야 될 것 같았다.

나는 곧바로 동생에게 전화를 걸어서 주차를 마쳤으면 두물머리 핫도그 방향으로 걸어 오라고 말했다.


두물머리 핫도그에 도착한 동생은 레모네이드까지 주문하더니

넓은 두물머리 강과 연못을 눈에 담기 시작했고

산책로를 걸으며 이 곳을 지나쳤으면 정말 아쉬웠을 것 같았다며

눈길이 닿는 곳곳마다 카메라 셔터를 누르며 모든 순간을 눈에 담았다.


방송을 보지 않았기 때문에 핫도그 가게가 이렇게 넓은 모래판 위에 있을 거라곤 생각도 못했는데

정말 신박한 반전이었다.




두물머리 핫도그 (순한맛, 매운맛) 3000원


도그는 맛있었다.

“핫도그가 거기서 거기지.” 라고 충분히 생각할 법 하지만 연잎 반죽이 들어가서인지

확실히 지금껏 먹어온 일반적인 핫도그와는 묘하게 다른 맛과 은근한 향이 분명히 느껴졌다.

소시지도 통통한 식감이 살아있어 씹는 재미가 있었다.

명랑핫도그만 가도 소스를 듬뿍 뿌려 먹는 편인지라 뿌려진 소스가 적진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있었지만 소스는 충분했다.

핫도그가 이렇게까지나 심도있게 평가할 만한 음식이었나..


2. 양수철교


예전부터 나는 양수철교에 꼭 다녀오고 싶었는데 그 이유로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

다리를 장식하고 있는 녹슨 철조물의 모습이 시간이 흐르는 내내 한결같이 다리를 견고하게 지탱해 주는 것 같이 보였다.

나는 그 견고한 철조물 아래에서 자유롭게 뛰어보고 싶었다.


그리고 두 번째,

내가 자대배치를 받고 이등병 생활을 시작할 때 생활관 텔레비전에서 가장 많이 보였던 뮤직비디오가

여자친구의 <너 그리고 나>였다.

양수철교는 <너 그리고 나> 뮤직비디오의 촬영지이다.


- 여자친구의 <너 그리고 나>의 뮤직비디오 중, 양수철교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멤버들


여자친구의 <너 그리고 나>는 훈련소에서 동기들과 가장 궁금해 했던 노래이자

그 궁금했던 기대감을 충분히 만족시켜 준, 시작되는 전주만 들어도 여전히 설레는 나의 입대곡이다.


(지도에는 양수철교가 등록되어 있지 않아서 양수대교로 대신 첨부)


양수철교에 도착했을 때는 선선한 강바람이 무척이나 강하게 불었다.

나와 동생은 핸드폰을 떨어뜨리진 않을까 걱정하며 조심스럽게 사진을 찍으며 다리 위에서 시간을 보냈다.

시간은 어느덧 8시를 넘기고 있었고 우리는 서둘러 서울로 돌아왔다.


사실, 우리 형제는 내가 전역을 할 때까지만 해도 그렇게 친한 형제가 아니었다.

서로의 다름에 너무나 질려버려 남보다도 못할 만큼 관심을 가지지 않으며

철저하게 개인의 삶에만 집중하며 시간을 보내왔다.


그러나 점점 바빠지는 일상 때문에 형제로서 집에서 함께할 수 있는 시간들이 줄어들자

서로가 집에 있을 수 있는 시간에는 같이 추억을 만드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게 되었다.


동생은 운전을 하면서 “예전에 형이랑 이렇게 어디 다니게 될 거라곤 생각도 못 했는데.”

라며 현재의 우리 모습을 무척이나 신기하게 느끼고 있었다.

그러나 나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우리 형제는 조만간 경기도를 벗어나 더 멀리 있는 곳, 바다가 보이는 곳으로 또 한 번 드라이브를 떠나기로 했다.

그 때는 동생의 도움을 받으며 장롱면허도 탈피하고자 한다.


 

- 노래 들으며 신나게 집으로 돌아오고 있었는데 동생이 길 헤매느라 예민해져서 노래 끈 침묵의 분위기로 집까지 왔다.


양평에서 서울로 돌아오는 길,

익숙하지 않은 운전 탓에 주유소를 향하는 도중에 몇 번이나 길을 잘못 들었다.

그 결과, 우리는 남양주-구리-서울 루트로 오지 못하고

남양주-양평-남양주-하남-구리-서울 루트로 돌아오게 되었다.

오죽 정신이 없었으면 주유소에서 결제를 마치고 카드도 받지 않은 채 시동을 켜고 주유소를 빠져나왔다.




여행은 이렇게 예기치 못한 상황들이 터져야 재밌는 법.

집에 돌아와서 우리는 하이파이브를 치며 곱창과 함께 밤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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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울 중앙고등학교

 


 중앙고등학교의 교정.

경희대학교 평화의 전당과 같은 고딕 양식 건물이었다.

나는 이 곳에서 히잡을 쓴 외국인 여행객들을 만날 수 있었는데

나는 그들 덕분에 이 곳이 드라마 <도깨비>와 여자친구의 <시간을 달려서> 뮤직비디오의 촬영지였던 것을 알 수 있었다.


어쩐지 낯이 익다 했다.

2. 서울역



하루가 다르게 미세먼지의 심각성을 느끼며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다.

여행러로서 역과 공항의 배경은 항상 파란 하늘이어야 아름다운 풍경을 보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서울역 고가도로가 철거된 자리에는 서울로 7017이 있었다.

보행길로 다시 태어난 이 곳, 여름밤에 오면 무척 아름다울 것 같았다.

이 곳에서 나는 외국인 가족으로부터 사진 촬영을 부탁받았다.

여행자의 입장에서 이 부탁이 수락될 때, 나는 얼마나 기분이 짜릿한지를 알기 때문에 흔쾌히 부탁을 들어 주었다.



이 가족이 훗날 서울을 기억할 때, 그 기억 속에 내가 조금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으면 좋겠다.

영어 울렁증 때문에 어느 나라에서 왔냐는 흔한 질문조차 건네지 못했다.

정작 그들은 나에게 “Where are you from?”을 건넸는데 말이다.



3. 마포대교 생명의 다리



홀로 마포대교를 찾은 것은 처음이었다.


나는 안녕?” 이란 가장 가볍게 건넬 수 있는 말이

가장 큰 위로와 반가움이 된다는 것을 다시 알게 되었다.


사랑하는 사람과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마냥 행복하게 웃고 싶었다.


 


비록 그린 눈썹이지만 내 눈썹 잘생겼다고 생각해.


-


성인이 된 이후, 나는 항상 서울을 벗어나고 싶었다.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줄곧 자라왔음에도

나는 도시가 가질 수 있는 모든 것을 담고 있는 서울이 가끔씩 질리곤 했다.


그런데 답답한 가슴을 안고 부담없이 한강으로 향할 수 있는 곳이 서울이라는 것을 실감한 이 날,

다시는 내가 자라온, 내가 살고 있는 이 서울을 질책하지 않기로 했다.


안국역에서 서울역으로, 서울역에서 마포대교를 목적지로 정하고 서울을 누비는 유랑자가 있을까.

아마 2019년에는 내가 유일무이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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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를 확실하게 설명하긴 어렵지만 항상 강원도는 왠지 모르게 낯설었다.

그런 면에 이끌려 기대된 여행은 또 처음이었다.

20181231

그 날은 강릉을 눈에 담아 오기로 했다.

 

20181230일 오후 1050

이번 여행은 잔챙이 시절부터 알고 지내온 영근이와 함께 떠났다.

청량리역에서 만난 우린 서둘러 플랫폼으로 내려가 무궁화호 열차에 몸을 실었다.

자정을 넘겨 새벽까지 달리는 기차는 생애 처음이었다.

처음이 주는 설렘은 언제 느껴도 벅차오르고 짜릿하다.


 


서울살이만 스무 해.

수도권의 지명이 익숙한 나에게

영월과도 같은 낯선 지명은 나를 너무나 두근거리게 해서

기차에서 쪽잠조차 제대로 청할 수 없게 몇 번이나 괴롭혔다.

 

새벽 5.

몸을 녹이기 위해 카페로 향했다.

카페는 해돋이를 보기 위한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주문했던 음료는 한 시간이나 기다리고 나서야 받을 수 있었다.

 

이 정도의 대기면 주문하지 않고 테이블에 앉아만 있어도 되겠네.”


 

 

새벽 620.

출출하고 허기지기 시작했다.

카페를 나와 식당으로 발걸음을 옮겨 초당순두부를 먹었다.

평소에 빨간 국물을 좋아하는 나지만 원조를 맛보고자 일부러 하얀 국물의 순두부를 주문했다.

 

몹쓸 짓이었다.

자고로 국물은 빨개야 진리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실감했다.


 

740분에 해가 뜬다는 소식에 우리는 20분부터 정동진 바닷가에 도착해서 일출만을 기다렸다.

새해 첫 일출이 아닌데도 해돋이를 보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 꽤나 많았다.

멀리서 보였던 바닷가의 인파는 다슬기가 모여 있는 모습과도 같아 웃음이 났다.


모래사장 위에서 일출을 기다리는데 높게 올라온 파도 때문에 신발이 젖고 말았다.

물에서 놀다가 신발이 젖어본 적은 십 년도 더 됐지만

신발은 언제 젖어도 허탈하고 당황스럽다.

 

얼어버릴 것만 같은 발을 동동 구르면서도 해돋이는 놓치지 않았다.

뜨겁고 영롱하게한편으로는 힘차게 솟아오르는 일출의 모습은

웅장한 감동과 강한 울림을 느끼게 해 절로 나를 경건하게 만들었다.


 

 

 

단연 동해바다였다.

푸른 정도를 넘어서 새파랗게 탁 트인 동해바다의 전경은

몇 병의 사이다를 마셨을 때의 시원함보다 더한 짜릿함과 해방감을 가져다 주었다.

사실은 이 비유보다 더한 해방감을 느꼈지만

그 당시의 감정을 대변하는 표현을 찾을 시간에 직접 동해바다를 보러 가는 것이 훨씬 빠를 지도 모르겠다.

 


줄 서서 먹는 음식. 별로 좋아하진 않는다.

그럼에도 장칼국수는 달랐다.

고추장 맛과 된장 맛을 둘 다 내는 국물의 맛이 굉장히 오묘했다.

동짓날의 팥죽을 대신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어묵 고로케호떡 아이스크림,

그리고 닭강정까지.

나는 맛없는 음식은 절대 먹지 않는다.

그런데 이 세상에는 맛없는 음식이 없다.


 


바다에서 놀고 싶다면 남해로,

바다를 눈에 담고 싶다면 동해로 가라고 말하고 싶다.

정동진에서 수많은 바다의 모습을 눈에 담았음에도

안목해변은 너무나 아름다웠다.

 

왜 이 해변에 커피거리가 들어섰는지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땅거미 진 바다,

버스킹 청년,

폭죽놀이에 빠져 있는 어린이,

쌀쌀한 바닷바람,

화려한 네온사인.

 

10분만 더, 5분만 더,

서울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행복한 이 순간이 서울로 인해 얼룩지는 것만 같았다.


 


24시간 만에 우리는 서울로 돌아왔다.

우리는 턱없이 짧은 시간에 탁 트인 자연과 호흡하고 행복의 절정을 느꼈다.

그리고 서울로 돌아왔을 때의 느낌은 시간 여행을 다녀온 것과도 같았다.

 

201811

나는 안양의 일출 아래서 전우들과 결의를 굳게 다지며 새해를 시작했다.

이내 3월에 전역을 했고 바로 취업 전선에 뛰어들어 앞만 보며 10개월을 달려왔다.


안양에서의 군 생활, 치과에서의 직장생활, 태국 여름휴가, 벽제역 뚜벅이여행, 일본 여행…


그렇게 숨가쁘게 달려온 2018년의 끝은 강릉으로 맺었다.

 

나에게 있어서 이렇게 기승전결이 뚜렷한 해는 2018년이 유일하며 앞으로도 전무 후무할 테다.



Episode

- 멋 좀 부린다고 롱패딩 포기하고 무스탕 입고 떠났다가 매서운 바닷바람에 호되게 당했다.

- 해돋이 보다가 파도 때문에 신발이 젖었다. 기차역 화장실에서 휴지로 발가락 꽁꽁 싸매고 양말 새로 하나 사서 신고 돌아다녔다.

- 한 번은 또 부채길을 걷고 있는데 갑작스럽게 파도가 우릴 덮쳤다. 얼굴, 옷 다 젖었다.  2019년 대박 나려나보다.

- 정동진에서 택시가 도저히 잡히지 않아서 쩔쩔매고 있는 도중에 한 아저씨께서 히치하이킹을 자처해 주셨다.

- 동해바다의 여운을 표현하고 싶은데 그에 걸맞는 단어가 떠오르지 않는다. 독서 해야겠다.

- 새파란 바다를 보다 보니 태국에서의 패러세일링이 생각났다. 지나간 여름의 추억이 너무 아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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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9, 광주 여행에서 동료, 혹은 친구와 함께 떠나는 여행의 행복을 실감한 이후 또 한 번의 국내여행을 계획했다. “이번에는 경상도로 향하자!” 외가인 부산은 익숙하고 그보다 조금 가까운 울산은 관광으로 가기에 익숙하진 않은 느낌. 그러던 중 무심코 틀었던 텔레비전에서 걸그룹 구구단의 세정과 나영이 대구로 떠나는 KBS 예능 ‘배틀트립을 보았다. 그래, 이번에는 대구로 떠나자! 젊음과 열정이 다채롭게 끓어 넘치는 대구. 안 그래도 슬로건이 컬러풀 대구였다. 떠나기 전부터 조사를 하면 할수록 대구의 매력에 매료되고 있었다. 가장 떠나기 좋은 10, 그러나 명절 황금연휴 직후인 시기적 상황과 대학 시험기간 등의 이유로 사람들이 선뜻 떠나지 못하는 10월 말. 이번 여행에도 함께한 나의 안양피플(전우). 두근거리는 설렘을 안고 동대구로 향하는 KTX 열차에 우리는 몸을 실었다.


9시 41분에 출발하는 포항 행 KTX를 타고 동대구역에 하차했다.

 

1. 와타시와텐뿌라

 동성로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와타시와텐뿌라는 멀리서도 눈에 딱 띄는 노란 가게 디자인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서른 다섯 가지의 튀김 재료가 무한으로 제공되며 샐러드바와 탄산음료, 아이스크림까지 가격에 포함되어 있어 가성비의 이득을 제대로 실감하며 식사를 할 수 있다. 와타시와텐뿌라는 테이블에 미니 튀김기가 구비되어 있어 셀프로 튀김을 튀겨 먹을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직접 만들어 먹는 재미와 먹고 난 후 다 먹은 꼬치의 수를 세어 보는 재미가 더해져 친구들과 가면 더욱 특별한 한 끼 식사를 즐길 수 있다.


KBS2 '배틀트립-대구 편(2017-03-04)' 中에서


노란 디자인 컬러가 인상적인 와타시와텐뿌라.


기름이 깨끗해서 신뢰감이 상승했다.


튀김옷과 빵가루를 묻힌 튀김 재료를 테이블 튀김기에 튀겨주면 3~4분 뒤 튀김이 된다.


튀김기에서 축제가 진행되고 있다.


전투적으로 먹은 튀김 꼬치들의 처참한 최후. 언뜻 세어 봐도 여든 꼬치는 넘어 보인다.



2. 온나 게스트하우스

 중앙로 역 1번 출구로부터 도보 8~10분 거리에 아담한 온나 게스트하우스가 위치하고 있다. 한약 골목 사이로 눈에 띄는 노란 간판이 인상적이며 간판 디자인처럼 내부도 노란 색깔로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다. 집처럼 편안하고 차분한 감성이 차오르던 온나 게스트하우스. 맥주파티는 매일 진행되며 아침으로 제공되는 토스트 조식을 직접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지하 라운지도 있다.


아기자기한 피규어들로 장식되어 있는 온나 게스트하우스의 거실 라운지.


온나 게스트하우스의 벽 한 켠에 붙어 있는 대구 관광 지도.


하루동안 묵을 더블 룸의 전경. 2층 침대와 용모를 정리할 수 있는 테이블이 구석에 있다.


조식 토스트를 직접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지하 라운지. 냉장고에 계란도 있었고 직접 후라이를 만들어 먹기도 했다.


밤공기를 마시며 마실 나가는 김에 찍은 온나 게스트하우스의 입구.



3. 홍림곱창

 서울에 신당동 떡볶이 타운이 있다면 대구에는 안지랑 곱창 골목이 있다. 대구 지하철 1호선의 안지랑 역에 내리면 거리의 좌우로 곱창집이 줄을 서 있는데 모두가 같은 메뉴를 판매하고 있는데도 집집마다 손님들은 적잖이 있었다. 우리는 ‘배틀트립’에서 세정과 나영이 찾았던 치즈불곱창 전문점 홍림곱창에서 술잔을 부딪치기로 했다. 안지랑 곱창 골목의 중앙에 위치하고 있는 홍림곱창. 배틀트립’ 촬영 맛집이었다는 홍보 현수막이 붙어있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주저없이 그녀들이 먹었던 치즈불곱창 2인분을 주문했다. 모짜렐라 치즈를 분쇄해서 뿌려주는 기계도 인상적이었지만 토치로 즉석에서 불쇼가 일어나는 상황도 재밌었다.이 날의 치즈불곱창에 이야기 안주로는 우리들의 군대 이야기가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 우리는 생활관에 전화를 걸어 후임들에게 현재 우리들의 실시간을 전달해 주기도 했고, 오고 가는 술잔 속에서 서로를 더 알아가며 대구에서의 밤을 맞이했다.


 안지랑 곱창 골목의 입구에 있는 안내 간판. 이런 간판을 보면 늘 설렌다. 마치 톨게이트를 통과하는 기분?


이 날, 안지랑 곱창 골목에서 가장 많은 손님을 보유하고 있던 홍림곱창. 이것이 바로 배틀트립 효과..?


분쇄되는 치즈의 모양이 코코넛 칩을 닮았다. 치즈를 꽤 많이 뿌려 주셨다.


치즈의 겉을 녹이기 위한 화려한 불쇼가 시작된다.


불쇼가 끝나면 파슬리 데코가 더해지면서 치즈불곱창이 완성된다. 정말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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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운전이 더해진 여행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차 안에서 스피커가 터질 듯한 EDM 음악을 틀고 여행을 함께 떠난 사람들과 몸을 들썩이는 것이 이렇게나 행복한 것이라곤 미처 생각지 못했다. 장롱면허로부터 탈피해야겠다는 다짐이 생겼다.



2. 영화 <택시운전사>의 여파가 강렬했다광주 방향을 안내하는 이정표를 볼 때마다 영화 속 만섭과 위르겐 힌츠피터의 대장정이 떠올랐다내가 있는 이 곳 광주에서 일어난 참상이 40년도 채 지나지 않았다는 것과 40년이 채 되지 않았는데도 웬만한 대도시의 퀄리티를 담고 있는 광주의 현 모습이 그저 놀라울 따름이었다매 순간이 즐거웠지만 그러면서도 광주라는 두 글자를 눈에 담고 있을 때는 절로 숙연해지기도 했다.


 

 

3. 가끔 보면 세상은 하늘의 장난 아래서 놀아나는 기분이 든다. 같은 자대에서 군생활을 같이 했던 전역자 선임을 궁전제과 앞에서 거짓말처럼 만났다. 우리는 궁전제과로 오기 전 차의 에어컨 펌프가 고장나서 카센타에 들려 한 시간의 수리 시간을 할애했는데 만약 에어컨 펌프가 고장나지 않아 원래 계획대로 움직였다면 이렇게 특별한 추억거리를 만들 수 있었을까.


4. 이렇게 시식을 많이 할 수 있는 제과점은 궁전제과가 처음이었다시식 중 나는 안 사면 서울로 돌아왔을 때후회할 것만 같은 소보로꽈배기를 발견했다입자 큰 소보로 크런치가 꽈배기의 표면에 설탕과 함께 빼곡하게 붙어 있는데 한 번의 시식으로도 단번에 내 입맛을 사로잡았다늘 프랜차이즈 제과점에 익숙했던 나에겐 궁전제과도 새로움과 신선함 그 이상의 가치를 가져다 주었다서울에도 서울을 대표하는 전통 있는 제과점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끊이질 않는다.


 

5. 전라도에 왔는데 홍어를 먹지 않을 수 없다. 유성횟집의 스끼다시로 나왔던 홍어삼합을 처음으로 입에 담아 보았다. 먹기 전, 솔직히 홍어는 두려웠다. 그러나 먹방의 귀재인 내가 안 먹어본 음식을 그냥 보고 넘길 수는 없다. 한영이는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휴지를 건네며 못 먹겠으면 뱉으라고 했지만 나는 코가 뚫리는 것도 느끼지 못 하고 천연 치약을 먹은 것처럼 은근히 개운한 향에 고개를 위아래로 끄덕이며 네 점이나 먹었다. 나의 먹방 능력치는 이렇게 또 더해졌다. 다음엔 누구냐.


 


6. 광주 여행의 마지막은 광주 유흥의 메카인 상무지구에서 보냈다. 한영이는 중학교 때부터 친구인 소위 부랄 친구찬진이를 이 자리에 불렀다. 찬진이가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더 깊고 진하게 이 시간을 적실 수 있었다. 역시 동네 친구가 폭로하는 주인공의 흑역사가 제일 재밌고, 군생활을 겪어야 특별한 안주가 없어도 술이 절로 들어간다. 우리는 낯가림 없이 서로를 반기며 소맥 담긴 술잔을 부딪쳤다. 이렇게 연훈이는 전라도에 사는 친구 한 명을, 나는 동생 한 명을 얻어서 돌아왔다.



7. 여행 내내 정말 많이 웃었다. 그런데 웃으면서도 마음 한 켠이 아려왔다. 이렇게 내가 어린 아이처럼 아무렇지 않게 웃을 수 있던 적이 언제였는지 기억이 나질 않았다. , ‘언니들의 슬램덩크 시즌1’에서 서로의 꿈에 동참하는 꿈계 프로젝트 기회가 나에게도 주어진 것 같다는 생각도 끊이지 않았다. 광주에서 처음인 것이 많았던 만큼 너무나 익숙한 서울로 다시 향하는 것은 너무나도 싫었다. 나는 그들에게 좋아.” 라는 말로만 지금의 기분을 표현하게 되어 아쉽다고 했다. 그들도 내 마음과 같았기를 조심히 바라며 오래토록 광주에서의 잔상을 기억 속에 저장해 두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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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까지 나의 휴가크게 보면 나의 젊은 시간을 서울에서만 보내고 싶지 않아졌다일을 하면 할수록 내 시간이 돌아오지 않는다는 걸 실감하며 휴식이 주어진 시간에는 최대한 많은 곳을 누벼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여행을 계획했다이번 여행에는 안양피플(전우)이 내 곁을 함께 했다주말만 되면 PX에서 냉동식품을 사 먹기 급급한 나의 동기 정연훈과 부사관 지원으로 인해 4개월이 지나면 안양을 떠날 전라도 토박이 이한영이 그 구성원광주로 오게 되면 운전과 확실한 가이드가 보장된다는 이한영의 호언장담과 생애 전라도 땅을 밟아 본 적이 없는 나의 이력을 바탕으로 우리의 목적지는 광주로 정했다가뜩이나 여운 깊게 본 <택시운전사>의 고장이 광주였다우리는 렛츠 고 광주!”, “노 광주 노 머니와 같은 주옥같은 명대사를 연발하며 KTX 열차에 몸을 실었다전라도가 처음인 나의 상황을 고려하여 정한 이번 포스팅 타이틀이름하여 광주 뵙겠습니다.’





1. 하얀집 나주곰탕

 하얀집. 가게 이름부터 예사롭지 않다.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즉석에서 대량의 사골 육수를 끓이는 분주한 주방의 전경이 개방된 상태로 손님을 반긴다. 4대째 내려오고 있다는 100년 전통의 근엄한 명성을 드러내는 자부심이 분명하다. 주문 후 드디어 하얀집 나주곰탕을 마주했다. 흔히 연상하는 하얀 국물의 곰탕이 아니었다. 그러나 곰탕에 담겨 있는 깊게 우린 감칠맛과 술을 마시지 않았는데도 해장이 되는 듯한 기분이 절로 이는 개운함은 우리 모두의 그릇을 뚝딱 비우게 만들었다. 심지어 기본으로 되어 있는 간까지도 적당해서 굳이 소금간을 할 필요도 없었다. 왁자지껄하게 여행을 시작하려 했는데 절로 경건한 식사시간의 침묵을 가져다 준 하얀집 나주곰탕. 이것을 먹지 않고 감히 나주에 다녀왔다고 말을 할 수 있을까.





2. 궁전제과

 대전에 성심당이 있다면 광주에는 궁전제과가 있다. 젊은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광주의 대표 번화가인 충장로. 우리는 그 곳에 위치한 궁전제과 본점을 찾았다. 궁전제과에서는 다양한 빵들을 시식할 수 있었다. 한 걸음 떼기가 무섭게 시식용 빵이 나열되어 있었고 궁전제과의 대표 빵인 나비파이와 공룡알빵 진열대에는 많은 사람들이 앞다투어 쟁반에 여러 개씩 담아가기 바빴다. 그리고 각 진열대마다 계시던 연세 지긋하신 직원들은 수시로 팔려 나가는 빵의 진열을 가지런히 정렬하고 계셨다. 그래서인가 궁전제과의 품격과 기품은 더욱 고풍스럽게 느껴졌다. 개인적으로 소보로꽈배기가 정말 맛있었다. 한 번의 시식만으로도 내 입맛을 사로잡아 예정에 없던 지출을 이렇게 또 늘리게 되었다.





3. 목포 북항선착장 & 유달유원지

 목포로 향하며 우리의 여행은 점점 무르익어 가고 있었다. 목포는 그 기분 좋은 설렘에 화룡점정을 찍어 주었다. 바다 짠내 무척 풍기던 목포 북항선착장. 그 곳에 도착했던 저녁 7시 무렵에는 항해를 마친 선박들 뒤로 뉘엿뉘엿 해가 저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 조촐하면서도 차분한 풍경에 서울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항구의 운치를 만끽하며 숨가쁘게 달려온 지난 날들을 되돌아보며 마음의 짐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북항선착장으로부터 가까운 곳에 있던 유달유원지에서는 목포대교의 자태를 가장 가까운 곳에서 마주할 수 있었으며 넓지는 않지만 자유롭게 뛰놀 수 있는 정도의 모래사장 위에서 우리는 카메라를 꺼내 서로의 미소를 마주하며 연신 셔터를 눌렀다. 사진 속에 담긴 그 순간을 보면 지금도 절로 입꼬리가 올라가며 뭉클해진다. 시계침의 흐름을 잠시나마 망각하며 어린 아이처럼 웃을 수 있었던 목포. 또 언제쯤 이런 휴가를 떠날 수 있게 될까.









 국내여행 한 번 다녀온 것. 아주 짧게 11일 일정으로 다녀온 것뿐인데도 어제의 잔상이 지금도 선명하다. 나에게 여행은 늘 홀로 비행기를 타고 일본에 다녀오는 것 뿐. 친구들 개개인의 상황, 우정의 깊이, 여행 취향, 그 외에도 금전 혹은 시간적인 이유로 늘 실현해보지 않았던 우정여행 혹은 국내여행. 솔직히 지금도 나는 내 방이 너무 편하고 외출을 하는 건 너무나도 어색하지만 다양한 곳에 더 많은 발자국을 남기기 위해 나는 많은 곳을 물색하여 떠날 것이고 사람을 지나치게 경계하는 버릇도 조금씩 고쳐보려 한다. 처음 가 본 전라도. 처음 타 본 친구 차. 처음 느껴 본 감정들. 사람은 곁에 있을 수 있지만 풍경은 곁에 있을 수 없어 아쉽다는 것을 실감했다. 그래서 다음 달 휴가에는 광주보다 더 뜨거운 도시 대구로 떠나려고 한다. 광주에서의 한날을 함께할 수 있어 행복했던 어린 동기 연훈이와 베스트 드라이버 한영이에게 다시 한 번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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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역

 인역은 전철에서 내리자마자 시야에 들어오는 풍경의 모습부터가 전철의 역사(歷史)의 시작을 알리는 풍채와 향수가 압도적이다. 역 안은 70년대 시절을 연상케 할 정도로 정갈하고 간이역을 닮아 있어 출구로 향하는 발걸음의 무게가 유독 가볍다. 출구로부터 나와 정면에 보이는 차이나타운의 빨간 제1패루를 마주하고, 주위에 보이는 월미도로 향하는 이정표와 부산만큼은 아니지만 분명 코끝에서 느껴지는 약간의 바다 짠내를 맡고 나면 실감이 난다. 내가 서 있는 이 곳이 바로 인천이라는 것이.


# 차이나타운

 기왕 할 거면 제대로. 나는 어정쩡하게 흉내만 내 놓고 한국의 산토리니, 한국의 마추픽추라는 수식어를 붙이는 몇몇 관광지들에 대해 상당히 비관적인 시선을 지니고 있다. 차이나타운도 예외없다. 한글은 너무나도 많이 보이고 틈새에 끼어 있는 휴대폰 대리점과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은 미간을 찌푸리게 한다. 가뜩이나 사드 문제로 인해 중국인들의 발길까지 줄어들어 차이나타운의 활기와 생동감은 이전에 찾았을 때보다 덜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차이나타운을 방문한 이유를 말하자면 그래도 인천역의 앞을 지키고 있는 명실상부 핫플레이스를 굳이 거역하고 싶지는 않았다고나 할까. 이 날의 먹스타그램은 회로 정했기 때문에 아무런 주전부리도 입에 물지 않고 구경을 했다. 그래도 차이나타운을 갔다 오니깐 사람들과 인천 여행을 주제로 두고 수다를 떨 때 몇 마디 더 더할 수 있는 소재가 생겼다.

 

# 홍예문

 7년 전, 아버지와 인천 드라이브를 다녀오며 우연히 아치형 문을 거친 적이 있다. 순간 동생이 말을 걸었다. “! 이 문, 형이 좋아하는 일본 느낌 나는 그런 문 같아.” 그 말을 듣는 순간 뇌리에 한 줄기의 전율이 강하게 스파크를 터트리며 반사적으로 나의 고개를 뒤로 돌리게끔 했다. 순식간에 두 눈으로부터 멀어진 아치형 문을 바라보며 언젠간 이 곳을 다시 한 번 찾으리라 다짐한 적이 있다. 그런데 이름도 모르고 위치도 인천이라는 광범위한 지명만 알고 있을 뿐이었기에 그 다짐이 성취되는 날이 있을까 하고 기억 속 저편으로 아치형 문의 존재를 보내며 잊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인천을 가겠다는 생각이 떠오른 20173, 그 때 내가 본 아치형 문의 이름과 위치를 알아내기 위한 진득한 서치 끝에 드디어 아치형 문에 대한 해답을 도출했다. 문제의 그 아치형 문의 이름은 홍예문이었다. 그리고 일본스럽다는 동생의 말도 맞았다. 홍예문은 일본 공병대가 지은 석문이었다. 그렇게 찾은 홍예문은 차분하고 고즈넉했다. 사진 촬영을 위해 차도 위에서 서성거리고 있는데도 생각보다 많은 차가 오가지 않았으며 몇몇 운전자들은 이런 관광객이 익숙하기라도 한 듯 사진 촬영을 하는 나를 배려하며 잠시 차를 멈추거나 피해 가기도 했다. 그 세심한 배려에 또 감동을 받아 홍예문을 더 진하게 기억 속에 저장하려고.

 

# 월미도

 서울에서 가장 접근성이 편이한 바다를 묻는다면 단언 월미도이지 않을까. 물감을 풀어놓은 듯한 탁 트인 동해바다만큼도, 가득한 몽돌 위 끝없이 펼쳐진 은빛깔 남해바다만큼도 아니지만 버스 정류장에서 내려 바다로 향하기까지의 길을 장식하고 있는 양 쪽의 즐비한 횟집들을 지나 바다와의 접선이 다가오는 것이 느껴지는 순간은 팔도강산 어디든 바다의 규모에 개의치 않고 늘상 설레기 마련. 기대한 바다가 아니었는데도 갈매기는 생각보다 너무나 많았고 운행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던 여객선도 운행 중에 있어서 뱃고동 소리까지 들을 수 있었다. 바다에 왔다는 것이 실감이 난다. 그리고 심장은 팝콘 터지듯 두근거린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침전되어 있던 오만가지 잡념이 씻겨 날아가는 기분이다. 이렇게 여유있게 바다를 찾을 수 있을 때가 또 언제가 될까. 시계를 보고 싶지 않았던 순간. 월미도에서의 바다는 그렇게 나에게 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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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바닷길 따라 쭉 가시면 저 우에 수변공원이 나오거든예. 거서 아가씨들도 보고 마, 회도 묵고 재밌게 놀다 오이소."


 그저 거친 사투리만이 사투리인 줄 알았다. 이번 여행에선 특히 택시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부산 여행에서의 택시의 도움은 생각하기 쉬운 빠른 속도와 원하는 목적지의 하차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점잖으신 기사님들의 자상한 부산 가이딩이 회에 더해지는 시원한 소주처럼 따라 붙는다. 햇빛 쨍쨍한 오전에 이기대 해안산책로를 가기 위해 탔던 택시에서도 기사님께서는 잘 끓여진 팥으로 만들어진 빙수가 진짜 맛있는 빙수라며 그 유명하다는 부산 할매 빙수를 추천해주셨고, 광안리 회타운을 가기 위해 탔던 택시의 기사님께서도 광안리 가을 불꽃축제가 개최됐던 첫 번째 해의 어마어마한 규모를 말씀해 주시며 맛있는 횟집을 고르는 팁까지 알려 주셨다. 그러면서도 부산 여행의 단점이 될 것 같은 말씀은 일부러라도 말씀을 아끼신다.


"그래도 관광지인데, 내 한마디가 잘못 되가지고 부산 택시기사들 다 욕 맥이면 안 된다 아입니까. 돌다 보면 좋은 곳도 많고 볼 것도 많으니깐 재미있게 즐기면서 놀다가 잘들 (서울로) 올라가이소."


 이것이 그 이유가 된다. 그들은 부산에 대한 자부심과 애정이 있다. 무심코 뱉은 자신의 한마디가 부산의 이미지에 누가 될 것 같다면 하지 않는다. 매번 택시를 탈 때면 미터기와 지갑을 번갈아 보면서 가격을 계산하기 바빴지만 부산에서는 미터기를 보는 것이 사치가 된다. 행여라도 기사님께서 먼저 말을 걸지 않는다면 조심스레 내가 먼저 말을 걸어보자. 그래도 명색이 부산 남자, 부산 사나이인데 어떻게 감히 그들이 손님에게 먼저 살갑게 말을 걸 수 있겠는가.






● 이기대 해안산책로

 부산 바닷가에서 이국적인 면모를 볼 수 있는 곳이 되는 이기대 해안산책로. 산책로의 동반자가 되어 주는 코발트블루빛의 드넓은 바다의 장관은 더이상 두 말 하면 잔소리. 산책로의 오르막길과 멀리 떨어져 있는 절벽들을 이어주고 있는 하얀 다리는 가 보지는 않았지만 왜인지 그리스의 산토리니를 연상케 하고 있었다. (파란 바다와 하얀 다리, 아마 그리스에서 CF촬영을 했기로 유명한 포카리스웨트 음료가 떠올라서 일거다.) 바다를 따라 여유롭게 산책을 하다 보면 어느새 내 눈 앞에는 광안대교가 보이고 과거에 구리를 채굴했다는 작은 광산과 조그마한 동굴이 보인다. 또, 서울에선 볼 수 없었던 부두와 방파제까지 보고 나니 어느새 이기대는 산책로라는 이름이 붙여지기에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부산에서 볼 수 있는 모든 것을 담아내고 있는 이기대 해안산책로. 날씨 좋은 날, 이 곳에서 만끽하는 화창한 오후의 한때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 감천문화마을

 지하철을 타고 1호선 토성 역 6번 출구에서 내리면 바로 보이는 버스 정류장에서 마을버스를 타고 부산의 마추픽추라 불리는 감천문화마을로 갈 수 있다. 과거 6·25 전쟁 당시 피난민들이 위쪽으로 올라와 터를 만드는 데에서 역사가 시작된 감천문화마을은 원래 여느 평범한 달동네들과 같이 낙후된 모습을 지니고 있었지만 2009년에 마을 미술 프로젝트 사업을 진행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찾는 관광지로 재탄생되었다. 이후 명실상부 부산을 대표하는 핫플레이스가 된 감천문화마을은 발걸음이 닿는 모든 곳이 인생샷의 배경이 된다. 특히, 등을 지고 있는 어린왕자 마네킹과 같이 마을 전경을 바라보며 찍을 수 있는 뒷모습은 감천문화마을의 베스트 핫스팟이 되며 사진을 찍는 모든 사람들도 포즈로 어린왕자를 따라하기 바쁘다. 감천문화마을은 꽤 짧은 시간에 어마어마한 유명세를 낳았기 때문에 벽화 마을에서 바라기 쉬운 한적함과 여유를 찾기는 다소 무리가 있다. 그래도 알록달록 파스텔 컬러를 입은 가지런한 판잣집들의 배열이 주는 차분함과 그 감성은 분명히 존재. 아마 내가 다음에 부산을 한 번 또 오게 된다면 그 때는 절대 연휴가 아닌 시즌에 이 곳을 찾으리.







● 광안리

 뉘엿뉘엿 해가 저물고 부산에서의 마지막 밤이 찾아왔다. 택시를 타고 내린 곳은 횟집이 즐비하게 차려져 있는 민락동 회타운이었다. 민락동 회타운은 쌍둥이 건물의 모든 층이 횟집으로 가득차 있었고 거리의 로드샵에는 가게마다 가게 앞에 수족관을 내어 놓은 횟집들이 빼곡히 나열되어 있었다. (개인적으로 수많은 횟집의 행렬에 잠시 당황하기도..) 식당 이모들은 센스있게 창가 자리에서도 광안대교가 보이는 자리로 안내해 주셨다. 회를 먹기에 앞서 나오는 스끼다시는 시각과 후각, 미각을 모두 사로잡고 있었으며 메인메뉴인 회도 광어와 우럭을 기본 베이스로 하면서 세꼬시와 고가 회인 농어, 도미까지 모듬으로 나오니 내가 지금 부산에 온 이유를 깔쌈하게 답해주고 있는 것 같았다. 광안대교를 배경으로 여행을 함께하는 사람들과 마주보며 술잔을 부딪히던 그 때의 순간만큼은 한가로운 오후 한때, 센트럴 파크에서 커피 한 잔의 여유를 만끽하는 어느 뉴요커들도 부럽지 않았다. 바다를 그대로 품고 있다는 서울의 큰 규모의 횟집에서도 맛보기 힘든 부산에서의 회의 맛. 그것은 단지 싱싱한 회의 식감만을 담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직접 부산에 가서 느껴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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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사이즈) 안 맞으면 어떡해요?"

"(사이즈) 맞다-. 마 안 맞으면 (잠시 망설이더니) 나중에 욕 한 번 하소!"

 

 국제시장에서 츄리닝 바지를 사는데 사이즈가 불안해서 반신반의한 마음으로 아주머니께 이것저것 물었더니 삭막한 듯해도 정감 넘치는 경상도 사투리로 입어 보고 안 맞으면 욕 한 번 하란다. 절대 환불해 준다는 말은 안 하지만 상인들도 허물없이 웃으면서 말하는 데다가 손님들도 그러한 상인의 말투와 태도가 밉지 않다. 오히려 잠시나마 잊고 살았던 인간의 정을 덤으로 얻어 가는 기분이다. 이것이 곧 부산 스타일 아니겠나. 억센 억양과 말투로도 손님들에게 살갑고 친근하게 접근할 줄 아는 옛정 가득한 이 곳. 이 곳이 바로 자연이 바다를 품고 바다가 사람을 품고 있는 아름다운 대한민국 대표 항구 도시 부산이다.



● 국제시장

 영화 <국제시장>의 배경지로 유명한 부산 국제시장의 상점 꽃분이네는 영화 개봉 2년 차가 되어 가는 지금에도 이 곳을 보기 위한 방문객들로 가게 앞은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국제시장은 사실 꽃분이네로 유명세를 탄 감도 없지 않아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입맛을 자극하는 갖가지의 길거리 음식도 이 곳의 매력 요소로 작용하며 이 외에도 쉽게 보기 힘든 수입 잡화상품을 판매하고 있는 여러 상점들까지 그 매력에 더해진다. 그리고 이 모든 것에 더해지는 부산의 특별한 덤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맛깔난 부산 사투리. “오이소! 보이소! 사이소!” 이 말은 부산의 여러 시장들의 슬로건이 되기도 한다. 시간이 흐르고 발전하는 도시 안에서도 6·25 전쟁 시절 시민들의 애환과 푸근한 사람 정이 그대로 사람과 함께 공존하고 있는 이 곳바로 국제시장이다.





 

● 태종대

 다음으로는 남포동에서 버스를 타고 부산의 영도 남동쪽 끝자리에 위치한 태종대로 향했다. 바다 전망대에서 보이는 가파른 해식 절벽은 마치 남미의 고원을 보는 것처럼 장엄하게 느껴졌고 그것이 곧 바다와 함께 조화를 이루어내고 있는 장관은 가히 경이로울 뿐이었다. 태종대에선 날씨가 화창할 때 바다 건너 일본의 쓰시마 섬까지 볼 수 있다고 하지만 비가 그친 이후나 날씨가 흐릴 때 이 곳을 찾아도 후회하지 않는다고 자신할 수 있다. 악천일 때 보여지는 자욱히 낀 안개와 매몰차게 절벽과 부딪치고 있는 파도는 태종대의 신성함을 더욱 드높이고 있으며 이는 마치 강인한 자연의 위대함을 드러내는 듯한 아우라를 풍기고 있기 때문이다. 해가 지자 태종대는 바다 위 선박들의 길잡이가 되어 주기 위해 등댓불을 비추고 있었다. 그리고 선박들은 차례차례 뱃고동 소리를 울리기 시작했다. 바다가 담고 있는 모든 풍경을 볼 수 있었던 태종대. 어느새 나는 바다의 품 안에 안겨 그 숨결에 매료되고 있었다.



● 지코바 치킨

 나름 성격이 까탈스러운지라 아무리 유명한 치킨이라고 해도 본인은 치킨이 맛있어봤자 거기서 거기지.” 라는 반응이 다반사다. 그렇기 때문에 부산에서 유명하다던 지코바 치킨의 존재를 들었을 때도 치킨의 비주얼에 혹하기는 했지만 맛에 대한 기대는 그리 하지 않았던 게 사실. 그리고 여행을 함께한 형들과 첫 날의 밤참으로 정한 지코바 치킨. 대박이다. 첫 입부터 반했다. 지코바 치킨의 숯불에서 방금 구워낸 듯한 숯불 냄새와 달짝지근한 듯 하면서도 은은하게 풍기는 매운 향은 먹어보지 않고서는 감히 설명할 수 없다. 그렇게 우리는 치킨을 먹는 내내 서울에 적게 위치한 지코바 치킨의 매장 수를 아쉬워하면서 남은 양념에 밥까지 비벼 먹었다. 원래 첫 번째 밤에는 지코바 치킨을 먹고 두 번째 밤에는 회를 먹고자 했지만 지코바 치킨은 도저히 한 번만 먹고 서울로 올라오기 아쉬웠기 때문에 두 번째 날의 새벽에 한 번 더 지코바 치킨을 시켜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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