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시간이 멈추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끊이지 않았던 순간.

블로그에서 브리즈 비치 클럽의 내용을 끝내는 것마저도 아쉬울 정도다.


2019.08.04

D+3

황소 뒷걸음치다가 쥐 잡은 격


오늘은 쁠라우띠가 섬에 가는 날이다.

쁠라우띠가는 코타키나발루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이라 불릴 정도로 자연 환경이 깨끗하게 보존되고 있다.

거리도 제셀톤 포인트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탓에

다른 섬 투어에 비해 가격도 비싸고 찾는 사람들도 적은 편이다.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가야섬이나 사피섬으로 해양 스포츠를 즐기러 간다.)


그런데, 아침부터 잔뜩 낀 먹구름의 상태가 심상치 않더니

머지않아 헤비급 비를 쏟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취소 여부에 대한 연락은 오지 않은 상황.

말레이시아의 기후 특성상 금방 비가 그칠 것을 예상하고 원래 일정대로 투어를 진행하려고 하는 걸까 싶었다.

우선은 예정대로 픽업 시간이었던 7시 20분까지 나는 호스텔 로비로 내려가서 픽업 차량을 기다렸다.

그러면서 나의 예약을 담당했었던 도라에게 카카오톡을 보냈다.



“지금 비가 많이 내려. 쁠라우띠가에 갈 수 있어? 우선, 나는 호스텔 앞의 프론트에서 픽업을 기다리고 있어.”

(영완)


“아니야, 쁠라우띠가는 강한 비로 인해 취소되었어.

(도라)


“어떻게 환불받을 수 있어? 내가 제셀톤 포인트로 가면 돼?”

(영완)


“응, 나중에 사무실에 가면 환불을 주선할게. 그리고 내가 너에게 알려줄게.

(도라)


쁠라우띠가 섬에 들어가지 못해 아쉬웠지만 나는 한국에서 미리 몇 달 전부터 예약을 한 것이 아닌,

현지에서 즉흥적으로 계획을 정해서 움직이는 것을 목표로 했기 때문에 생각만큼 많이 아쉽지 않았다.

픽업장에서 도라와 환불 절차에 대한 카카오톡 대화를 마친 나는 호스텔로 올라왔다.



쁠라우띠가 섬 투어가 취소되어 하루 일정이 펑크나버리고 만 이 날,

나는 호스텔에서 여유롭게 블로그 포스팅을 하면서 시간을 때우기로 했다.



쁠라우띠가 섬 투어와 멈바꿋 반딧불 투어를 현지에서 저렴하게 예약하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말레이시아②] 쁠라우띠가 섬 투어와 브리즈 비치 클럽 바비큐 현지에서 예약하기 편을 정독해주세요.

(위 타이틀을 클릭하면 해당 게시글이 새 창으로 띄워집니다.)


서서히 호스텔의 투숙객들이 기상하더니 그쯤 되어서 비도 함께 그쳤다.

투숙객들은 분주히 각자의 일정을 위한 외출 준비를 시작했다.

그 때, 나의 맞은편 침대를 쓰는 쿠알라룸푸르 친구가 내게 가야 스트리트에서 열리는 선데이 마켓에 함께 가지 않겠냐고 했다.

그 때만 해도 새로운 일정에 대한 뚜렷한 계획이 잡히지 않은 상황이라

아직 외출에 대한 생각이 없던 나는 그에게 호스텔에서 혼자 블로그를 하며 시간을 보내겠다고 했다.


쿠알라룸푸르 친구는 알겠다며 자신의 중국인 여사친들과 함께 가야 스트리트 선데이 마켓으로 향했다.


그 순간,

나는 머릿속에서 스파크가 터지고 말았다.


선데이 마켓..? 일요일.. 시장? 일요일만 열어..? 오늘...? 일요일????’


조급한 마음에 서둘러 구글에 가야 스트리트 선데이 마켓의 개점 시간을 확인해 보았다.

확인해 보니 선데이 마켓은 오후 1시까지만 연다고 한다.


현재 시간 오전 9시.

그리고 오늘은 코타키나발루에서 보내는 유일한 일요일.

오늘 일정의 정답은 선데이 마켓이다.


서둘러 외출 준비를 마치고 나는 그랩을 이용하여 가야 스트리트로 향했다.

가야 스트리트의 주변은 택시와 차량으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그 순간, 도라에게서 카카오톡이 왔다.



“손님, 아직 반딧불 투어는 갈 수 있다. 갈래?

(도라)


“멈바꿋(지역 이름)?

(영완)


“네.

(도라)


“몇 시에 떠나?

(영완)


“시간이 업데이트되는 대로 알려 줄게. 아마 2시 20분~2시 40분일 것이다.

왜냐하면 지금 작전 팀에서 수송을 준비해야 한다.

그래서 반딧불 투어를 하고 싶어? 아니면 전액 환불을 원해?”

(도라)


“반딧불 투어는 가겠다. 그러나, 쁠라우띠가의 환불은 원한다. 가능해?

(영완)


“좋아, 작전 팀에게 알려주고 픽업 시간과 자동차 번호도 알려 줄게.

(도라)





선데이 마켓에 다녀온 후, 반딧불 투어를 다녀오면 오늘의 일정이 깔끔하게 정리된다.

전혀 예상치도 못한 방향으로 벌어지는 상황 전개였는데

카톡 타이밍이며 반딧불 투어 픽업 시간까지 너무나 마음에 들었다.



나는 선데이 마켓에서 가벼운 식사 한 끼로 나시 고랭을 먹었고

동생에게 선물할 힙백도 하나 샀다.

또, 주전부리를 좋아하는지라 망고 주스와 꼬치도 두어개 사 먹었다.

알차게 펑크난 시간을 때운 나는 이제 반딧불 투어를 떠나기 위해 호스텔로 돌아가기로 했다.


그 때,

선데이 마켓의 입구에서 익숙한 멜로디가 들려왔다.



상어 가족 노래를 말레이시아에서 듣는데 정말 반가웠다.

저 통통 튀는 텐션 너무 귀여우심.


호스텔로 돌아와서 쿠알라룸푸르 친구를 다시 만났다.

쿠알라룸푸르 친구는 선데이 마켓에서 투숙객들을 위해 다같이 나눠 먹을 마랑’ 이라는 과일을 사 왔다.

이런 정이 너무 좋다.


투숙객들과 다같이 나눠 먹을 간식을 사 올 생각을 왜 나는 미처 하지 못 했을까.

더 멀리 볼 줄 아는 여행러가 되어야 겠다.

마랑을 먹고 나서 나와 쿠알라룸푸르 친구는 명함을 교환했다.

그의 이름은 루카스였다.



알고 보니 루카스는 오늘이 이 곳에서의 마지막 숙박이었던 것이었다.

이 순간은 내가 반딧불 투어를 가기 전, 루카스와 함께 있을 수 있는 마지막 시간이었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우리는 작별 인사를 나눴다.

그리고 나는 반딧불을 보러 가기 위해 픽업장으로 내려가 버스를 기다렸다.




나는 버스를 타고 2시간 30분 가량을 열심히 달려 멈바꿋에 도착했다.

멈바꿋에 도착하니 반딧불을 보기 위한 수많은 한국인 관광객들이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가이드의 멘트를 듣자 하니 이 모든 관광객들이 오늘 아침의 폭우로 인해 쁠라우띠가 섬에 가지 못한,

나와 같이 반딧불 투어라도 참가하고자 모인 사람들이었다.


반딧불을 보려면 해가 완전히 지고 난 뒤인 밤이 되어야 한다.

그 전까지의 프로그램은 간식 타임과 맹그로브 숲 투어, 선셋 비치 감상, 그리고 저녁 식사로 채워져 있었다.




입맛이 없어서 간식을 많이 먹지는 않았지만 개인적으로 도넛이 제일 맛있었다.

간식 타임이 끝나자 가이드는 승객들을 보트에 태우더니 맹그로브 숲 투어를 시작했다.



이렇게 우거진 밀림을 내 눈으로 직접 본 것은 처음이었다.

경이로우면서 신기했다.


밀림은 상상해 본 적도 없었기 때문에 눈에 담기는 모든 모습들이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저 숲 속에는 어떤 동물들이 살고 있을까.

혹시 사람이 있지는 않을까.

가이드님 말씀대로 가늠조차 되지 않을 크기의 뱀이 있지는 않을까.


오만 궁금증과 잡생각이 다 들었던 것 같다.




맹그로브 숲 투어를 마치고 보트는 방향을 돌리더니 선셋 비치로 이동했다.

가이드님께서는 날씨가 다소 흐렸던 탓에 원래 볼 수 있는 선셋의 아름다움을 다 보지 못 할 거라고 하셨지만

나는 날씨는 사람의 힘으로 좌지우지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크게 개의치 않았다.


어떠한들 미세먼지 가득한 한국의 하늘보다는 낫겠지. 싶은 생각이었다.


선셋 비치에 도착하자 사람들은 보트에서 내려 저마다의 일행들과 함께 독특한 포즈들로 사진 타임을 가졌다.

투어에 함께한 가이드들은 관광객들의 인생샷을 반드시 건져 주고야 말겠다는 열정으로 촬영에 힘써 주셨다.

진흙을 맨발로 밟고 다니며 선셋 비치의 재미를 더 다채롭게 느낄 수 있는 것은 그 덤이었다.

(우측 아래 사진의 경우, 해당 여자 관광객 분들로부터 사진 업데이트 허락을 받았습니다.)



이 날, 유일하게 일행이 없는 홀로 관광객이었던 나는

제셀톤 포인트에서 인연을 맺은 직원 도라의 도움을 받아 사진을 촬영할 수 있었다.



도라와 셀카도 함께 찍었다. 알고 보니 나이도 같았던 우리.

사장님 가이드께 도라가 나를 제셀톤 친구’ 라고 소개했는데 우리 진짜 친구였다.



시간이 점점 흐르자 하늘은 빨갛게 물들기 시작했다.

개인적으로 탄중아루 비치에서의 선셋보다 멈바꿋에서의 선셋이 훨씬 더 아름다웠고 더 깊게 기억에 남는다.


영롱했던 선셋의 붉은 색으로부터 황홀한 기분을 느꼈다.

눈을 뗄 수 없었고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은 절대 다 담아내지 못하는 그 때의 선셋.

충분히 아름답다고 생각했는데 맑은 날에 보면 더욱 아름답다고 한다.

대체 얼마나 더 아름답다는 걸까.


멈바꿋은 이제 땅거미가 지고 완전히 어둠이 내려앉았다.

투어 업체에서 준비해 준 저녁 식사를 먹으며 오늘 일정의 하이라이트인 반딧불 투어의 시작을 기다렸다.



저녁 식사 메뉴가 정말 만족스러웠다.

김치를 포함한 다양한 한식 메뉴들이 준비되어 있었는데 음식 준비의 정성이 한 눈에 보였다.

(지금 여행 10일 차인데 김치가 너무 먹고 싶다.)


식사를 마치고 다시 보트에 탑승했다.

가이드들은 관광객들을 위해 열심히 반딧불을 유인해 주었다.


처음에는 반딧불이 잘 보이지 않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반딧불의 수는 많아졌다.

모든 사람들이 탄성을 지르며 미소지었고, 감동받았고, 기뻐했다.


핸드폰을 켜는 순간 빛으로 인해 반딧불을 보기 어려워진다고 했다.

사진을 찍지 못해 아쉬웠지만

눈은 인간이 가진 최고의 카메라와도 같다고 했다.

열심히 이 순간을 눈에 담아 오래토록 기억하려고 노력했다.


꼬마전구가 켜진 모습과도 같았다. 그 모습은 나를 포함한 모든 이들의 동심을 자극했다.


가이드 님께서 웃으며 말씀하시길,

“무슨 어른들이 더 좋아해.


반딧불이 내 손에 앉았다.

살포시 손을 쥐어 보았다.

뜨겁지 않을까 싶었지만 뜨겁지 않았다.

계속해서 탄성을 지르며 기뻐했고, 이내 반딧불을 날려주며 인사를 건넸다.


하늘에는 별이 수없이 놓여 있었다.

이렇게 많이 놓여진 별은 태어나서 처음 보았다.

별 역시 마찬가지로, 아무리 사진을 찍어보아도 제대로 담기지 않아 끝내 촬영을 포기했지만

당시 하늘의 모습을 설명하자면

만약, 지금 떠 있는 모든 별들이 땅으로 떨어진다면 절대 피할 수 없을 정도였다.


하늘에는 별, 땅에는 반딧불.

행복했다는 말로 모든 감정이 전해질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 때, 정말 행복했다.



반딧불 투어를 마치고 호스텔로 돌아오는 길에 엄마와 연락을 나눴다.

엄마는 항상 젊은 나이에 해외여행을 다니는 나와 같은 젊은 친구들을 부러워했다.

졸업하고서 전공 맞춘 직장생활을 시작하게 되면

꼭 우리 엄마 국제선 비행기 한 번 태워드려야겠다는 목표가 생겼다.


호스텔에 도착하자 나의 베개 위에 카드 하나가 놓여 있었다.

바로 루카스가 쓴 카드였다.



머리맡에 놓인 선물을 받아본 적,


아마 유치원 꼬맹이 시절,

산타의 존재를 믿으며 머리맡에 양말을 놓고 잠들었던 때가 마지막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이 곳에서 만난 모든 인연들이

행복했으면 좋겠고

여행을 통해서 한 걸음 더 성장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안녕, 영완. 다음에 또 만나자. ^^- 루카스


이 날, 나는 쁠라우띠가에 가서 스노쿨링도 하지 못 했고 니모도 보지 못 했지만

의도치 않게 그보다 더 큰 가치와 행복을 얻었다.


쁠라우띠가에 갈 수 없었던 이 날이 선데이 마켓이 열리던 일요일이었기 때문에,

별과 반딧불을 통해 잊고 지낸 동심을 되찾을 수 있었기 때문에,

여행에서 만난 인연으로부터 베개맡에 놓인 카드를 선물받을 수 있었기 때문에,


나는 정말 행운아다. 





Photo by choi0wan

Copyright ⓒ choi0wan all rights reserved

http://choi0wan.tistory.com

Posted by choi0wan
,



2019.08.01

D-day

소년, 떠나다


퇴사한지 하루만에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캐리어를 끌고 인천공항으로 향했다.



이번 여행의 시작은 진에어와 함께 하기로 했다.


각 항공사 별 탑승권을 모으고 있는데 셀프체크인 제도의 도입으로 인해 컬러탑승권 발급이 어렵다고 한다.

과거에 영화티켓을 모을 때도 어느샌가 모든 티켓이 영수증 발급으로 바뀌어 기분이 언짢았는데

비행기 탑승권까지 흑백탑승권으로밖에 발급되지 않는다고 했을 때는 아쉽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여기서 순순히 꼬리를 내리며 포기할 내가 아니다.

나는 수하물을 수속하는 체크인 카운터에서 지상직 승무원의 도움을 받아 컬러탑승권을 발급받았다.

나와 같이 탑승권을 모으고 있을 여행러들을 위해

인천공항에서 국내 저가항공사의 컬러탑승권 발급받는 팁을 공유하고자 한다.


국내 저가항공사 컬러탑승권 발급받는 방법


1.우선, 셀프체크인을 통해 탑승 수속을 마친다.

(진에어의 경우 탑승 수속은 셀프체크인으로밖에 진행하지 않는다고 한다.)


2. 흑백탑승권을 발급받는다.

(셀프체크인을 통해서는 오로지 흑백탑승권밖에 발급되지 않는다.)


3. 수하물을 수속한다.


4. 체크인 카운터에서 수하물(캐리어)의 무게를 잴 때,

담당 지상직 승무원에게 흑백탑승권을 보여주며 컬러탑승권의 재발행을 요청한다.


5. 컬러탑승권을 발급받는다.

(이 때, 흑백탑승권은 폐기처분된다.)


※해당 방법은 진에어 체크인 카운터의 헬프 카운터에 계시던 지상직 승무원분께서 말씀해주신 방법이며

탑승권을 모으고 있어서 그런데 재발행 해주시겠어요?”라고 하면 즉석에서 바로 재발행을 해 주신다고 하셨음.

진상을 부리거나 무리한 요구로 컬러탑승권을 받아내는 방법이 아님.


이제는 수하물 수속 후, 캐리어 속의 내용물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수하물을 다시 수속해야 하는 상황이 생길 때, 즉, 탑승권을 재발행받아야 하는 상황에서만 컬러탑승권이 제공된다고 함.


해당 방법은 제주항공(2018.11이용), 진에어(2019.08이용)에서 가능한 방법이며,

타 저가항공사(이스타항공, 에어부산, 에어서울, 티웨이항공)는 이용한 적이 없기 때문에 장담할 수 없음.



코타키나발루 행 비행기의 내부 정리가 길어지면서 탑승은 원래 예정 시간보다 10분이 늦어졌다.

그러나 전혀 급할 것 없었던 일정 탓에 그러려니 하면서 게이트가 열리기를 기다렸다.



10분이 지나고 탑승 진행을 알리는 방송이 나왔다.

게이트가 열리더니 승객들은 일제히 탑승을 위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이제 비행기는 익숙해질 만큼 타 보았다고 생각하는데,

여전히 나는 창가 자리를 포기하지 못한다.

창가 자리는 화장실 가기가 번거롭다? 그게 뭣이 중헌디.



비행기가 이륙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기내식이 제공되었다.

푸실리 샐러드가 제일 맛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입이 심심하던 찰나였는데 요깃거리로 딱 좋았다.



항상 밤비행기만, 또는 낮비행기만 타 보았는데

낮에 출발해서 한밤중에 도착하는 비행기를 타게 되니

하늘 위의 선셋도 눈에 담을 수 있었다.

세계 3대 선셋 중의 하나를 볼 수 있는 곳이 코타키나발루라는데

코타키나발루는 향하는 하늘길의 선셋마저도 무척이나 장관이었다.



코타키나발루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언니들의 슬램덩크 시즌1>을 다시 보았다.


지겹도록 말하지만,

서로의 꿈을 모두가 함께 이루는 <언니들의 슬램덩크 시즌1>의 시놉시스는 언제 되새겨 보아도 감동적이고 아름답다.


나도 내 사람들이 꿈을 이룰 수 있는 기회가 생기면 내 한 몸 다 바쳐서 힘을 더해주고 싶고,

나 또한 그들의 힘을 받아 격려받고 나아가면서 내 꿈을 이루고 싶다.



코타키나발루에 도착했다.

비행기는 인천에서 10분 늦게 출발했지만 코타키나발루에 10분 빨리 도착했다.



코타키나발루 공항은 생각 그 이상보다 작았다.

인천공항이 거대한 규모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다.


국제선 도착 게이트를 나오니 수많은 한국 여행사의 가이드들이

저마다 고객들의 이름 적힌 팻말을 들고서 픽업을 기다리고 있었다.



한 시간의 시차가 적용되었다.

서울은 자정을 넘겼고, 말레이시아는 자정을 앞두고 있었다.


머지않아 또 떠나게 될 여행에는 더 많은 시차가 적용되는 나라에 가 보고 싶다.



공항으로 마중나온 픽업 차량을 타고 공항 근처에서 하룻밤을 묵을 에미넌트 호텔로 왔다.

(예정보다 비행기가 빨리 도착해서 내가 픽업 차량을 기다린 건 안 비밀..)



에미넌트 호텔은 코타키나발루 공항 근처에서 묵을 수 있는 호텔들 중에 상위권에 속하지 않을까 싶다.

엄청 화려하고 호화로운 것은 아니지만 공항으로 무료 픽업을 요청할 수도 있는 데다가

시간도 차량으로 10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코타키나발루 노선 특성 상 국내 저가항공사는 밤에 도착하는 항공편이 많은데

이 정도의 옵션을 갖춘 호텔이라면 더 이상 묻고 따질 여지가 없지 않을까 싶다.


에미넌트 호텔(공항 무료 셔틀 요청 포함) [1박/1인] 28,893원 / 아고다 기준(2019.07 예약)



시원한 에어컨 바람과 함께 무사히 하룻밤을 보낸 나는 깨끗하게 방 정리를 마쳤고,

체크아웃을 한 후 호텔을 나와 *그랩을 이용하여 메인 베이스캠프인 제셀톤 포인트 근처로 향했다.


그랩 : 코타키나발루 식의 카카오택시 어플.(그러나 택시를 호출하는 어플은 아님.)

근처 차량 매칭 속도도 빠르고 웬만한 장소는 5링깃(1500원)~10링깃(3000원) 선에서 저렴하게 이동할 수 있다.



2019.08.02

D+1

기막힌 인연의 시작



그랩을 이용해서 제셀톤 포인트에 도착했다.

제셀톤 포인트는 해양 스포츠를 예약하거나 섬으로 이동할 수 있는 배편을 예약할 수 있는 곳으로

코타키나발루의 육지와 바다를 잇는 관문과도 같은 곳이다.


물론 나도, 곧 해양 스포츠와 배편을 예약하겠지만 지금은 아침 식사가 우선이다.

코타키나발루에 도착한 이후 첫 식사가 될 지금의 아침 식사는

이 곳으로부터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이펑 락사라는 식당에서 현지식의 로컬 푸드를 먹기로 했다.


처음부터 그랩을 타고 이펑 락사로 이동했으면 편했겠지만,

내 여행 스타일이 힘들어도 걸으면서 주변을 눈에 담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기에

목적지를 내 발로 직접 찾아가는 재미를 느낀 후에 식사를 하기로 했다.


15분 가량을 걸어 도착한 이펑 락사.

가게로 들어가려는 찰나, 한 중국인 관광객이 내게 말을 걸었다.


처음엔 중국어로 말을 하더니 내가 중국어를 못 한다고 했다.

그러더니 영어로 또 말을 이어가고 있었다.

대체 그는 내게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걸까. 역으로 내가 질문을 건넸다.

 

“I’m Korean. I can’t speak Chinese and English.

But I can speak Japanese. You can speak Japanese?”


일본어를 할 수 있냐는 질문이었다.

그러자 그는 혼토데스카?” 라고 대답했다.


한국인과 중국인이 말레이시아에서 만나 일본어로 대화를 하고 있다.


이거 참 기이하기 짝이 없는 상황이다.


그가 내게 묻고 싶었던 것은 이 가게가 유명한 가게냐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페이스북에서 이 식당을 접했다.

한국에선 이 가게가 로컬 푸드를 먹을 수 있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고 대답했다.



페이스북 [오즈 트래블_OZ Travel] 페이지에서 소개하고 있는 이펑 락사 소개 포스트



이펑 락사에서 먹은 코타키나발루에서의 첫 식사.

뭐가 뭔지 아무것도 모르는지라 직원에게 베스트 메뉴를 달라고 했다.


고수 맛이 강했지만 새로운 맛이라 느끼면서 먹다 보니 나쁘지 않게 받아들여졌고,

음료 또한 신선한 기분으로 먹기에는 괜찮은 맛이었다.



식사를 마친 나는 중국인 관광객과 작별 인사를 하고 위즈마 메르데카로 향해서 환전을 했다.

그리고 제셀톤 포인트로 가서 쁠라우띠가 섬 투어와 멈바꿋 반딧불 투어를 예약할 예정이다 .


 


말레이시아 여행 팁을 전해받는 중에

코타키나발루의 경우 위즈마 메르데카에서 환전을 하는 것이 이득이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아직, 여행 초반이고 가계부 정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서 공항과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는 정확하게 비교하지 못했지만

아니 땐 굴뚝에서 연기가 날 리는 없는 법, 그렇겠지. 그런가 보다. 라는 마음으로 환전을 했다.


여행 경비 총 100만원.

그 중 10만원은 인천공항 우리은행 창구에서 링깃으로, 50만원은 싱가폴 달러로 환전했다.

나머지 40만원 중 30만원은 코타키나발루 위즈마 메르데카에서 환전했고,

나머지 10만원은 한국 돈 그대로 보관 중에 있다.

이 돈은 나중에 경비가 부족할 시, 추가 환전을 위한 비상금이다.



제셀톤 포인트로 온 나는 14번 창구로 가서 쁠라우띠가 섬 투어와 멈바꿋 반딧불 투어를 예약했다.

코타키나발루 해양 스포츠 섬 투어는 한국에서 미리 예약하는 것보다 현지에서 예약하는 것이 보다 저렴하다.


그러나 나는 가격을 떠나 기상 이변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코타키나발루 현지에 도착해서 일기예보를 확인한 후 해양 스포츠를 예약하는 것이 훨씬 안전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한국에서 미리 예약을 하지 않았다. 14번 창구에서는 도라’라는 직원이 나의 예약을 도와 주었다.


“8월 2일 토요일, 내일 쁠라우띠가 섬 투어와 반딧불 투어를 예약하고 싶어.

(영완)


“미안해, 아쉽지만 8월 2일은 예약이 다 차 있어. 3일은 어때?

(도라)


“일기예보에서 3일 저녁에 비가 온다고 했다. 비가 와도 반딧불을 볼 수 있어?

(영완)


“윈디(바람)가 많으면 못 봐. 레인(비)는 괜찮아.

(도라)


“알겠어. 하루에 다 가능한 거지?

(영완)


“응, 예약해 줄까?

(도라)


쁠라우띠가 섬 투어(스노쿨링, 장비, 호텔 픽업, 식사 포함) + 멈바꿋 반딧불 투어(식사, 간식 포함) - 1DAY

[1인] 390링깃(약 113,000원) 현장에서 10링깃 할인 → 380링깃(약 110,000원)

제셀톤포인트 14번 창구 도라 기준(2019.08 예약)



쁠라우띠가 섬 투어와 멈바꿋 반딧불 투어 예약을 마치고

코타키나발루에서 지낼 7일의 일정동안 나의 집이 되어 줄 라비@사바 호스텔로 이동했다.


이 때도 역시 걸어서 이동했다.



제셀톤 포인트 앞에 있던 한 가게에서 코코넛 쉐이크를 구매했다.

첫 맛이 정말 시원하고 맛있었는데 먹으면 먹을수록 질리는 맛이었다.

주스가 많이 만들어졌다며 무료로 리필을 해 주셨는데 얼굴은 웃고 있었지만 마음으론 울고 있었다.


걸어가다 보였던 중앙시장에서 만난 한 소녀는 내게 시식을 해 보라며 망고와 람부탄을 건네 주었다.

과일 정말 싫어하는 편인데 이 곳에서 마냥 내 입맛에 맞출 수는 없는 노릇.

모든 것을 도전이라 생각하며 입 안으로 망고와 람부탄을 넣었다.



이렇게 대놓고 관광객 티 내는 사진 또한 무척 싫어하는 편이지만,

막상 랜드마크를 무시하고 지나치려니 아쉬운 기분이 들어서 한 컷 찍었다.



이 곳이 바로 내가 코타키나발루에서 6박을 보낼 라비@사바 호스텔이다.

이마고 쇼핑몰의 아파트 건물에 위치하고 있으며 선셋을 볼 수 있는 테라스와 수영장이 있는 것이 큰 장점이다.

지금까지의 여행에서는 호텔과 게스트하우스만 이용했는데 이렇게 가정집과 같은 호스텔에서 묵게 된 것은 처음이다.

들어가자마자 집 같다.’는 느낌을 바로 받았다.


나는 이 곳을 찾기 위해 이마고 쇼핑몰 주변을 무려 한 시간이나 헤맸다.

한국과 일본, 태국에서도 이렇게까지 길을 헤맸던 적은 없었는데

이 호스텔은 대형 쇼핑몰 건물에 있는 숙소였음에도 불구하고 찾기까지 무척이나 시간이 많이 걸렸다.


호스텔에 도착하고 나니, 이 곳은 일반 호텔처럼 간판이 있는 것이 아닌,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아파트 건물의 8층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나 말고도 많은 투숙객들이 이 곳을 쉽게 찾지 못한다고 한다.


라비@사바 호스텔(수영장, 조식 포함) [6박/1인] 294링깃(84,409원) / 부킹닷컴 기준(2019.07 예약)

현지에서 현금결제만 가능



고된 몸을 잠깐 침대에 눕히고 쉬고 있는데 맞은편 침대에 있는 한 남자가 내게 말을 걸었다.


“Where are you from?”


나는 서울에서 왔다고 대답했고 이에 그는 반갑게 나를 반기며

자기는 말레이시아의 쿠알라룸푸르에서 왔다며 인사를 건넸다.



잠시 침대에 누워서 고단함을 덜어낸 나는 옷을 갈아입고 서둘러 더 퍼시픽 수트라 호텔로 향했다.


더 퍼시픽 수트라 호텔에서는 매주 금, 토, 일요일마다 호텔 내의 브리즈 비치 클럽에서 바비큐 파티가 열린다.

샐러드바 뷔페는 물론, 요리사가 직접 굽는 바비큐가 무한리필로 제공되며 호텔 투숙객이 아니어도 파티에 참가할 수 있다.

그러나 참가하기 위해선 예약이 필요하다.


최근, 한국인 관광객들의 전화 예약이 폭주하여 이제는 이메일과 직접 방문 예약만 가능하다고 한다.

나는 금요일이었던 당일, 토요일과 일요일 중 하루로 브리즈 비치 클럽 바비큐 파티를 예약하기로 했다.



더 퍼시픽 수트라 호텔은 5성급 호텔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정말 아름답고 호화로웠다.

여자친구와 함께 오면 정말 좋을 것 같다.



 나는 일요일에 쁠라우띠가 섬 투어와 반딧불 투어 일정이 있기 때문에

브리즈 비치 클럽 바비큐 파티는 토요일밖에 참석할 수 없었다.


나는 직원에게 바로 내일 바비큐 파티에 참석하고 싶은데 예약이 가능하냐고 물었다.

직원은 내게 참석 인원 수와 도착할 수 있는 시간대를 묻더니 가능하다고 했다.


당일 저녁 시간대였음에도 불구하고 바로 다음 날의 예약이 가능하다니.

생각만큼 예약 경쟁률이 치열한 편은 아닌 것 같다. (2019년 8월 기준)



브리즈 비치 클럽 바비큐 파티의 예약을 마치고 나는 탄중아루 해변으로 향했다.

세계 3대 선셋을 볼 수 있는 곳 중 하나라는 탄중아루 해변에서 나는 코타키나발루의 선셋을 그대로 눈에 담기로 했다.


그런데,


예능이었으면 조작 의혹은 물론, 제작진 입장 표명을 요구할만 한 상황이 벌어졌다.



바로 1시간 전, 호스텔에서 내 맞은편 침대를 쓰는 쿠알라룸푸르 관광객을 만난 것이다.

그는 나를 보더니 반갑게 “Hey!!” 라고 격하게 소리치며 인사해 주었다.

그는 그의 중국인 여사친들과 함께 있었다.

알고 보니 그 중국인 여사친들도 나와 같은 호스텔의 투숙객이었으며 남자인 우리와는 방이 달랐다.



그렇게 나는 그들 일행에 조인하여 탄중아루 해변의 선셋을 눈에 담았다.

선셋을 배경으로 사진도 많이 찍고, 밀려오는 파도에 어린 아이처럼 좋아하면서 함박웃음도 지었다.




코타키나발루 선셋이 특별한 이유는 해가 지는 과정에서 붉은 빛의 하늘을 볼 수 있는 것이다.

물감을 풀어 놓은 것 같은 영롱함은 말로 설명할 수가 없다. 그 모습은 사진으로도 담아낼 수 없다.

예전에 한 TV 프로그램에서 들은 말인데 인간이 가지고 있는 최고의 카메라는 눈이라고 했다.

아무리 잘 나온 사진이라도 사진은 그저 사진일 뿐, 이 말에 공감하고 싶다면 그냥 코타키나발루로 떠나길 바란다.



완전히 해가 저물자 중국인 여사친들은 내게 저녁 식사를 함께 하지 않겠냐고 물었다.

나는 흔쾌히 수락했다. 그러나 쿠알라룸푸르 친구는 중요한 미팅이 있어서 함께하지 못했다.


중국인 여사친들은 불금을 기념하기 위해 가야 스트리트로 가자고 했다.

한국이나 중국이나 불금 기념하며 가슴 설레하는 것은 똑같나 보다.



가야 스트리트로 이동하는 도중에 차 안에서 우리는 서로의 인스타그램 아이디를 공유했다.

내 인스타그램 피드를 보던 쿠알라룸푸르 친구는 나와 후권이가 함께 찍은 셀카를 보고 귀엽다고 해 주었다.

그 반응에 궁금증을 갖던 중국인 여사친들도 내 피드 속의 사진을 보더니 격하게 귀엽다는 반응을 보여 주었다.



후권아,, 못 본 지 조금 시간 흘렀네,, 조만간 얼굴 보고 늘 그랬듯 맥주 한 번 조지자!




Photo by choi0wan

Copyright ⓒ choi0wan all rights reserved

http://choi0wan.tistory.com


Posted by choi0wa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