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코난이 해를 거듭할수록 예전같지 않다는 평을 들어도, 또는 초심을 잃었다는 평이 자자해도 볼 수밖에 없었다. 잔챙이 시절부터 동심을 함께해 온 코난을 스물을 넘긴 지금에 와서 배반하기엔 코난과 함께해 온 시간이 너무나도 길었기 때문에.

 

 이번 극장판도 탄식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극장판의 주 소재가 되는 카루타가 드러내는 짙은 일본 문화와 핫토리와 카즈하의 러브라인이 그 이유라면 그나마 다행이다. 전작 화염의 해바라기에서도 꼬집었듯 추리의 비중이 시즌을 거듭할수록 줄어드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차라리 이번 극장판의 장르가 로맨스였다면 그나마 볼 만했다는 생각이 든다. 범인이 누구였는지, 범행의 과정이 어땠는지가 흥미롭기보다 카즈하와 모미지의 카루타 결승전에서 어떤 결과가 도출될지, 절정의 순간에 나오는 핫토리의 여심저격 멘트가 이번 극장판의 이슈 포인트가 된 것이 몹시 아쉽다. 코난의 현위치를 고민하게 되었다. 추리물이란 틀만 유지시킨 채 정처 없이 떠돌아다니는 매 극장판의 볼품없는 줄거리가 나와 같은 코난의 골수팬들을 탈덕으로 유인하고 있다.

 

 ‘천국으로의 카운트다운’, ‘베이커가의 망령’, ‘눈동자 속의 암살자와 같은 드라마틱한 극장판 타이틀과 그에 걸맞는 탄탄한 줄거리 속에서 아슬아슬하게 밀고 당기는 추리가 선사하는 간지러움을 언제쯤 최신의 극장판에서 느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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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hoi0w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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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난 극장판의 패턴은 이렇게 흘러가야 한다. 물론, 코다마 켄지 감독의 초기 극장판 작품처럼 쫄깃한 추리 해결 과정의 비중은 여전히 낮지만 졸작 아닌 졸작을 연이어 개봉시킨 시즈노 코분 감독의 손끝에서 탄생했다는 점을 고려해 보면 이번 극장판은 전작 <화염의 해바라기>의 실패 정도는 거뜬하게 만회할 수 있는 영화였다. 코난에는 확실히 검은 조직의 에피소드가 들어가야 아슬아슬한 긴장감과 짜릿한 전율과 어우러져 극장판다운 극장판이 완성된다. 이 정도의 수준이면 이번에는 극장판에서의 터무니없는 무리수 장면들에 감정을 몰입해 보아도 괜찮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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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hoi0w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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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적으로 명탐정 코난은 어렸을 때부터 정말 좋아했던 일본 애니메이션 중 하나였다. 그런데 이번 극장판 시즌은 실망만을 느끼기에 턱없이 충분한 작품이었다. 최근에 개봉하는 코난 극장판 시즌을 볼 때마다 느끼긴 했지만 그림체와 스케일은 시즌을 거듭할수록 웅장해지고 화려해지는 한편 그 메인이 되는 추리과정의 포지션은 추리 애니메이션이라는 타이틀이 민망할 정도로 줄어들고 있었다. 시즌을 거듭할수록 실망감을 조금씩 느끼긴 했지만 이번 시즌은 유독 과했다. 대체 코난을 두고 SF를 그리고 싶었던 건지 추리를 그리고 싶었던 건지 감독에게 코난이란 애니메이션 본질이 지니고 있는 컨셉에 대한 정체성을 두고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 추리물의 하이라이트는 관객의 추리도 한 몫을 한다고 본다. 그러나 코난의 이번 시즌은 그 점 또한 놓치고 있었다. 스토리 전개도 사전에 모든 조건을 전제한 하에서 이루어지는 전개가 아닌 즉각즉시 전개된 상황에 대한 뒷이야기가 차례대로 밝혀지고 있으니 이건 뭐 어줍잖은 추리조차 해 볼 수도 없는 노릇. 악당의 범죄 동기도, 란의 무리수도, 범인을 몰아가는 추리 과정 등 모든 것이 허무할 정도로 실망스럽기 짝이 없던 이번 시즌. 그래도 오랜 기간 코난을 봐 온 매니아로써 다음 시즌부터는 코난만이 갖고 있는 근본적인 색깔을 기반으로 맛깔난 미궁과 쫄깃한 추리과정을 단단히 묶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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