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8.06

D+5

내가 먼저


방을 바꾸면서 침대도 2층으로 옮겨졌다.

2층 침대는 초등학교 때 동생이랑 썼던 때가 마지막이었는데

오랜만에 어릴 때 생각도 나고 좋았다.



마찬가지로 오늘도 정해진 일정은 없다.

조식을 먹으며 천천히 오늘의 일정을 어떻게 채워 나갈까 생각해 보았다.

오늘의 조식에는 어제 대니형 일행으로부터 선물받은 달콤한 망고가 함께했다.



쁠라우띠가 섬 투어의 첫 예약이 취소된 이후 다시 잡은 새 예약일은

내가 코타키나발루에 있는 마지막 날이 되었다.


만약 이 날도 비가 오게 되어 예약이 취소되게 되면

나는 코타키나발루에서의 해양 스포츠를 끝내 경험하지 못한 채

브루나이로 가게 되기 때문에 내일로 변경된 예약을 앞당기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도라에게 카카오톡을 보냈다.

혹시라도 취소건이 생겼다면 내가 그 자리를 메꾸고 싶었다.


카카오톡은 8월 5일에 나눈 내용



“안녕, 친구(도라). 내일(8/6) 취소된 예약 있어?

7일도 가능하지만 6일에 갈 수 있다면 나는 6일에 가고 싶어.

만약, 7일에도 비가 오면 다음 날(8/8)에 내가 브루나이로 가야 하기 때문에 불안할 것 같아.”

(영완)


“알겠어 친구. 내가 계획을 확인해 보고 너에게 알려줄게.”

(도라)


“정말 고마워.

(영완)


(1시간 30분 후)


“안녕, 친구. 이미 내 계획을 물어보았어. 내일은 이미 예약이 다 차 있어서 함께할 수 없어.

8월 7일은 괜찮아.”

(도라)


“어쩔 수 없지. 비가 오지 않기를 바랄 수밖에.

8월 7일로 할게. 나중에 셔틀 차량의 번호를 알려 줘.”

(영완)


“알겠어. 만약 8월 7일에도 비가 온다면 우리는 너에게 쁠라우띠가 투어의 비용을 환불해 줄게.

내일 밤, 스케줄이 잡히면 셔틀 차량 번호를 말해 줄게.

(도라)


만약, 내일도 비가 와서 쁠라우띠가 섬에 갈 수 없다고 가정하면

지금까지 나는 코타키나발루에 온 이후 한 번도 해양 스포츠를 즐기지 못한 것이 된다.

그래서 오늘은 혹시 모를 비 내릴 내일을 대비해 쁠라우띠가 섬 투어를 대신할 수 있는 레저를 즐기기로 했다.


그리하여 정해진 오늘의 일정.

바로 호스텔에 있는 야외 수영장에서 수영을 하는 것.


래쉬가드로 수영장에 들어갈 마친 나는 호스텔의 6층에 있는 야외 수영장으로 향했다.


 

 


수영장으로 가는 길이 잘 꾸며져 있었다.

작은 수로에는 잉어들이 많이 있었는데 인공적인 공간에 있는 잉어들의 모습이 무척 신기해서 구경을 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관리인 분께서 먹이를 잘 챙겨 주시는지 살찐 잉어들이 정말 많았다.


수영장에 도착을 하자 관리인 아저씨께서는 내게 투숙 중인 호스텔의 키를 보여달라고 하셨다.

키를 받으신 아저씨께서는 호스텔의 키에 기재되어 있는 일련번호를 확인하시고 나를 수영장으로 입장시켜 주셨다.


 

 


수영장 시설은 대체적으로 잘 마련되어 있었다.

비록 수영장에서 볼 수 있는 뷰의 반경에 바다가 포함되진 않았지만 호스텔의 가격대에 비하면 그것은 욕심이다.

물의 깊이도 적당했고 내가 좋아하는 썬베드도 구비되어 있었다.


만약, 물놀이에 비중을 크게 두는 사람이라면 이 정도 규모의 수영장이 아쉬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나는 사람 많고 북적이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에 충분히 만족하면서 수영을 즐길 수 있었다.


내가 방문한 시간대가 오전이었어서 그런지 수영장에는 아이를 동반한 가족들이 대다수였다.


 


코타키나발루에 있는 내내 비행기가 이륙하는 모습을 정말 많이 보았다.

공항과 시내가 그리 멀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다.


여행객이라 그런지 나는 잦게 들리던 비행기의 이륙 소리조차도

소음이 아닌 여행의 감성을 북돋아 주는 일상음과 같이 여겼다.


썬베드에 누워 비행기가 날아가는 소리를 들으며

각 비행기마다 붙혀진 항공사 로고를 계속 눈에 담는 것.


내가 살고 있는 서울에서는 절대 느낄 수 없는 신선한 경험이었다.



어렸을 때 수영을 배웠던 기억을 떠올려 풀장을 자유롭게 누비며 몇 년 만에 수영 실력(?)을 발휘해 보았다.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 체중이 늘어서 그런지 금세 호흡이 딸렸다.

수영 도중에 가쁘게 숨을 내쉬는 내 자신을 발견하며 나는 착잡한 한숨을 쉴 수밖에 없었다.


두 시간 가량이 지났을까.

수영을 하며 급격히 칼로리를 소모시킨 나는 식사를 하기 위해 호스텔을 나섰다.

식사는 호스텔로부터 도보로 약 10분 정도 거리에 떨어져 있는 로컬 푸드 식당에서 해결했다.


 

 


오늘의 점심은 해물 볶음밥과 아이스 밀크티.

물놀이 후에 먹어서 그런지 더 맛있었고 다른 때보다 더 허겁지겁 먹었다.


 


맛있게 식사를 하다 보니 주방의 옆에서 접시에 자신이 먹을 음식을 담는 소녀가 눈에 들어왔다.

소녀는 나의 주문과 서빙을 담당하는 이 식당의 아르바이트생같았다.

사실 아르바이트생이라고 말하기에도 소녀는 너무나 어려 보였다.


열심히 일을 한 후에 식사를 하려는 이 소녀.

어린 나이에 식당에서 일을 하고 있는 모습이 대견하면서도 기특해 보였다.

이 소녀가 든든하게 한 끼를 했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햄버거가 좋아서 햄버거 아르바이트를 했었던 내가 맥도날드를 그냥 지나칠 수 없다.

후식으로 말레이시아에서만 먹을 수 있는 쳄페닥 맥플러리와 콘파이를 먹었다.



쳄페닥은 태어나서 난생 처음 들어본 열매였다.

두렵지만 과감하게 도전해 보았다.

식감은 찰진 옥수수와 같았는데 향은 망고 비스무리한 향이 나면서 찐득한 시럽 맛이 함께 났다.

타지에서만 맛볼 수 있는 생소함에 한 번 쯤은 도전해 볼만 하지만 두 번은 찾지 않을 맛이었다.


 


그러나 콘파이는 역시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꽉찬 옥수수 크림과 바삭한 파이의 겉면은 한국에서 판매되던 콘파이와 확연하게 달랐다.

한국 맥도날드에서 콘파이가 재출시된다고 하는데

조만간 맥도날드에 들러서 코타키나발루에서의 콘파이와 차이가 있는지 비교해 보아야겠다.


 


방을 옮긴 이후 한 번쯤은 저 귀여운 쿠션에 등을 대고 잠들고 싶었다.

호스텔로 돌아온 나는 바로 쿠션에 앉아 낮잠을 청했다.



잠에서 깨고 나니 어느새 시간은 저녁과 가까워져 있었고

하늘도 그에 맞게 점점 어둡게 짙어져가고 있었다.


그 때, 수영장에 다시 한 번 다녀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두운 밤의 수영장은 가족들과 아이들이 많았던 오전의 수영장과는 다른 분위기를 지니고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도 밤에 수영을 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오늘을 계기로 한밤의 수영도 경험해 보고 싶었다.


 

 


밤의 수영장에 도착하자마자 느꼈다.

내가 원하던 수영장의 느낌은 바로 밤이었다는 것을.

적은 사람들과 짙푸른 하늘, 그리고 은은한 조명의 색감까지.


혼자여서 아쉬웠지만 이 순간, 여자친구와 함께 있을 수 있었다면 로맨틱한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배영을 하면서 눈 앞에 광활하게 펼쳐져 있던 하늘을 눈에 담았다.

그리고 오전과 마찬가지로 그 하늘 위로는 수시로 비행기가 이륙을 하고 있었다.



수영을 마치고 나와 썬베드에 누워 물에 젖은 머리와 래쉬가드를 말렸다.

나는 수영장에서 젖은 물을 자연바람에 말리며 선선함을 만끽할 수 있는 순간이

수영보다 더 매력적인 순간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물기가 다 마르면 한 번 더 물 속에 들어가 래쉬가드와 머리를 적셨고

다시 썬베드로 나와서 젖은 물기를 말리는 미련한(?) 행동을 반복했다.


 


오늘은 거의 모든 시간을 수영장에서만 보냈다.

피곤해진 나는 주섬주섬 짐을 챙겨 호스텔로 돌아왔다.


호스텔에 들어가니 소파에서 책을 읽고 있던 한 남자 투숙객이 내게 인사를 건넸다.

이 투숙객은 나와 같은 방을 쓰는 투숙객이며 나의아래 층 침대를 쓰고 있다.

우리는 호스텔에 있는 내내 간단하게 아침 인사와 저녁 인사 정도만 주고받았는데

나는 이 투숙객과 인사를 할 때마다 절로 기분이 좋아졌다.


말투와 표정에서 전해지는 사람의 기운이라고 할까.

그 기운이 너무 밝아서 마냥 인사만 나누며 지내기가 아쉬웠던 나는

용기내서 먼저 다가가 한 마디의 말을 덧붙였다.


본 대화는 기초적인 영어 회화와 번역기의 도움을 빌림.


괜찮으면 편의점에서 간식을 사 와서 나와 식탁에서 같이 먹지 않을래?

(영완)

 

지금?

(아래 층 침대 투숙객)

 

일정이 되지 않거나 불편하면 일부러 시간을 내지 않아도 된다.

(영완)

 

지금 바로는 어렵고 30분 뒤에 같이 나가자.

(아래 층 침대 투숙객)



그렇게 우리는 이마고 쇼핑몰 근처에 있는 오렌지 편의점에 가서 간단한 주전부리를 사 왔다.


간식을 사러 가면서 나누었던 대화를 




통해 나는 그의 이름이 셰디이며, 두바이에서 온 것을 알 수 있었다.


셰디와 식탁을 함께 하며 나눈 대화를 통해 느낀 것은

셰디가 상대방과 대화하는 방법을 아는 사람이라는 것이었다.


마냥 내가 묻는 형식적인 질문(언제 코타키나발루에 왔는지, 나이가 몇 살인지 등)에만 대답하는 것을 떠나

식탁을 함께하는 상대에게 물어볼 수 있는 따뜻한 질문들을 많이 물어봐 주었다.


그 하나의 예로 긴 여행을 하기 위해 내가 집을 나와있는 동안 가족들에게 연락을 잘 하고 있는지와 같은 질문.

이 질문은 여행을 하는 동안 만났던 외국인 친구들은 물론, 같은 한국인들로부터도 받아본 적 없었던 질문이었다.


이 시간을 통해 나는 셰디는 정말 따뜻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또, 내가 한국인임을 말했을 때 셰디는

북한(North)에서 왔는지 남한(South)에서 왔는지와 같이 형식적인 질문을 건네는 게 아닌

한국어를 가르쳐 달라고 하면서 나의 나라 한국을 배우려고 노력했다.

그러면서 자기 형제들의 이름들을 노트에 적기 시작하더니 이 이름을 한글로 적는 방법을 가르쳐 달라고 했다.


과연 나는, 처음 보는 외국인 친구에게 너희 나라의 언어를 가르쳐 달라고 말할 수 있을까.

솔직하게 그럴 자신은 없다.


 


갑자기 시작된 한글 강의, 셰디는 내게 학생이냐 묻더니 전공과 할 줄 아는 외국어가 있냐고 물었다.

이에 한국어를 제외하면 일본어를 구사할 줄 안다고 하자 셰디는 내게 일본어도 가르쳐 달라고 했다.


형제들의 한글과 가타카나 표기법을 보며 각 언어의 규칙성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셰디의 모습이 존경스럽기까지 했다.



이름 표기 강의가 끝나자 셰디는 더 어려운 강의를 부탁했다.


Hello? / How are you? / What’ s your name? / Where are you from? 과 같은 기본적인 어휘의

한글과 일본어 표기법과 발음 방법을 가르쳐 달라고 하는 것이었다.


가르쳐 주는 내가 어려울 것은 하나도 없었지만

영어권 나라 외국인의 입장에서 이 어휘들을

즉석에서 한국어와 일본어로 이해하려고 하는 것이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몇 번이나 괜찮겠냐고 되물었지만 셰디는 괜찮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편한 마음으로 셰디에게 한글과 일본어를 가르쳐 주었고

What’ s your name?과 같은 표현은 K-POP의 노래를 예시로 들며 포미닛의 <이름이 뭐예요?>를 들려주기도 했다.



모든 강의가 끝나자 나는 셰디에게 명함을 선물로 건네주었다.


셰디는 나의 명함을 보고 별자리 디자인이 예쁘다며 칭찬해주었다.

셰디는 답례로 자신의 메일 주소를 알려 주었고,

나는 셰디의 메일 주소로 함께 찍은 사진들을 보내 주었다.


 


다 먹은 과자봉지를 치우며 식탁을 정리하고 있을 때,

한 일본인 투숙객이 방에서 나오더니 책을 읽기 위해 식탁에 앉았다.


그 때 셰디는 일본인 투숙객에게 나를 소개하며 일본어를 할 줄 아는 친구라고 소개해 주었다.

덕분에 나는 일본인 투숙객과도 일본어로도 자유롭게 대화를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


나는 사람들과 대화 나누는 것을 좋아함에도 불구하고,

학창시절에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로부터 상처를 받은 이후

먼저 대화의 물꼬를 트는 것에 대해 극심한 경계와 거부감이 생겼다.


아무렇지 않은 척 대화를 이어나가는 것처럼 보여도

나는 속으로 갑자기 분위기가 싸해지진 않을까,

혹시나 내가 억지로 붙잡아두고 대화를 이어가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함을 항상 안고 눈치 속에서의 대화를 이어간다. 


그래서 가끔씩 점점 정이 깊어지는 친구들에게 과거에 받았던 상처를 고백하

모든 친구들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나에게 십중팔구 이러한 대답을 한다.


영완아, 너는 말도 잘 하고 사람을 집중하게 하는 그런 화법을 가지고 있어서 너랑 말하면 되게 재미있거든?

그런 너가 먼저 말을 거는 것에 대해서 그렇게 부담감을 가지고 있는지 전혀 몰랐어.


셰디가 건네는 따뜻한 인사,

나는 오로지 그 이유 하나로 말 한 마디 통하지 않는 상대에게

처음으로 함께 담소를 나누자고 제안을 해 보았다.


이 경험 또한, 누군가에게 있어서는 별 거 아닌 여행객과의 수다에 불과할 수 있지만

나에게 있어서만큼은 큰 도전과도 같았고,

인간 대 인간 사이에서 느낄 수 있는 따뜻한 온정을 느낄 수 있었던 소중한 경험이었다.


셰디는 내게 먼저 인사를 건넸고,

나는 셰디에게 먼저 담소를 제안했다.


내가 먼저 상대방을 위해 손을 내민다는 것은 나에게 손을 내미는 것과도 같다는 것을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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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시간이 멈추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끊이지 않았던 순간.

블로그에서 브리즈 비치 클럽의 내용을 끝내는 것마저도 아쉬울 정도다.


2019.08.04

D+3

황소 뒷걸음치다가 쥐 잡은 격


오늘은 쁠라우띠가 섬에 가는 날이다.

쁠라우띠가는 코타키나발루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이라 불릴 정도로 자연 환경이 깨끗하게 보존되고 있다.

거리도 제셀톤 포인트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탓에

다른 섬 투어에 비해 가격도 비싸고 찾는 사람들도 적은 편이다.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가야섬이나 사피섬으로 해양 스포츠를 즐기러 간다.)


그런데, 아침부터 잔뜩 낀 먹구름의 상태가 심상치 않더니

머지않아 헤비급 비를 쏟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취소 여부에 대한 연락은 오지 않은 상황.

말레이시아의 기후 특성상 금방 비가 그칠 것을 예상하고 원래 일정대로 투어를 진행하려고 하는 걸까 싶었다.

우선은 예정대로 픽업 시간이었던 7시 20분까지 나는 호스텔 로비로 내려가서 픽업 차량을 기다렸다.

그러면서 나의 예약을 담당했었던 도라에게 카카오톡을 보냈다.



“지금 비가 많이 내려. 쁠라우띠가에 갈 수 있어? 우선, 나는 호스텔 앞의 프론트에서 픽업을 기다리고 있어.”

(영완)


“아니야, 쁠라우띠가는 강한 비로 인해 취소되었어.

(도라)


“어떻게 환불받을 수 있어? 내가 제셀톤 포인트로 가면 돼?”

(영완)


“응, 나중에 사무실에 가면 환불을 주선할게. 그리고 내가 너에게 알려줄게.

(도라)


쁠라우띠가 섬에 들어가지 못해 아쉬웠지만 나는 한국에서 미리 몇 달 전부터 예약을 한 것이 아닌,

현지에서 즉흥적으로 계획을 정해서 움직이는 것을 목표로 했기 때문에 생각만큼 많이 아쉽지 않았다.

픽업장에서 도라와 환불 절차에 대한 카카오톡 대화를 마친 나는 호스텔로 올라왔다.



쁠라우띠가 섬 투어가 취소되어 하루 일정이 펑크나버리고 만 이 날,

나는 호스텔에서 여유롭게 블로그 포스팅을 하면서 시간을 때우기로 했다.



쁠라우띠가 섬 투어와 멈바꿋 반딧불 투어를 현지에서 저렴하게 예약하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말레이시아②] 쁠라우띠가 섬 투어와 브리즈 비치 클럽 바비큐 현지에서 예약하기 편을 정독해주세요.

(위 타이틀을 클릭하면 해당 게시글이 새 창으로 띄워집니다.)


서서히 호스텔의 투숙객들이 기상하더니 그쯤 되어서 비도 함께 그쳤다.

투숙객들은 분주히 각자의 일정을 위한 외출 준비를 시작했다.

그 때, 나의 맞은편 침대를 쓰는 쿠알라룸푸르 친구가 내게 가야 스트리트에서 열리는 선데이 마켓에 함께 가지 않겠냐고 했다.

그 때만 해도 새로운 일정에 대한 뚜렷한 계획이 잡히지 않은 상황이라

아직 외출에 대한 생각이 없던 나는 그에게 호스텔에서 혼자 블로그를 하며 시간을 보내겠다고 했다.


쿠알라룸푸르 친구는 알겠다며 자신의 중국인 여사친들과 함께 가야 스트리트 선데이 마켓으로 향했다.


그 순간,

나는 머릿속에서 스파크가 터지고 말았다.


선데이 마켓..? 일요일.. 시장? 일요일만 열어..? 오늘...? 일요일????’


조급한 마음에 서둘러 구글에 가야 스트리트 선데이 마켓의 개점 시간을 확인해 보았다.

확인해 보니 선데이 마켓은 오후 1시까지만 연다고 한다.


현재 시간 오전 9시.

그리고 오늘은 코타키나발루에서 보내는 유일한 일요일.

오늘 일정의 정답은 선데이 마켓이다.


서둘러 외출 준비를 마치고 나는 그랩을 이용하여 가야 스트리트로 향했다.

가야 스트리트의 주변은 택시와 차량으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그 순간, 도라에게서 카카오톡이 왔다.



“손님, 아직 반딧불 투어는 갈 수 있다. 갈래?

(도라)


“멈바꿋(지역 이름)?

(영완)


“네.

(도라)


“몇 시에 떠나?

(영완)


“시간이 업데이트되는 대로 알려 줄게. 아마 2시 20분~2시 40분일 것이다.

왜냐하면 지금 작전 팀에서 수송을 준비해야 한다.

그래서 반딧불 투어를 하고 싶어? 아니면 전액 환불을 원해?”

(도라)


“반딧불 투어는 가겠다. 그러나, 쁠라우띠가의 환불은 원한다. 가능해?

(영완)


“좋아, 작전 팀에게 알려주고 픽업 시간과 자동차 번호도 알려 줄게.

(도라)





선데이 마켓에 다녀온 후, 반딧불 투어를 다녀오면 오늘의 일정이 깔끔하게 정리된다.

전혀 예상치도 못한 방향으로 벌어지는 상황 전개였는데

카톡 타이밍이며 반딧불 투어 픽업 시간까지 너무나 마음에 들었다.



나는 선데이 마켓에서 가벼운 식사 한 끼로 나시 고랭을 먹었고

동생에게 선물할 힙백도 하나 샀다.

또, 주전부리를 좋아하는지라 망고 주스와 꼬치도 두어개 사 먹었다.

알차게 펑크난 시간을 때운 나는 이제 반딧불 투어를 떠나기 위해 호스텔로 돌아가기로 했다.


그 때,

선데이 마켓의 입구에서 익숙한 멜로디가 들려왔다.



상어 가족 노래를 말레이시아에서 듣는데 정말 반가웠다.

저 통통 튀는 텐션 너무 귀여우심.


호스텔로 돌아와서 쿠알라룸푸르 친구를 다시 만났다.

쿠알라룸푸르 친구는 선데이 마켓에서 투숙객들을 위해 다같이 나눠 먹을 마랑’ 이라는 과일을 사 왔다.

이런 정이 너무 좋다.


투숙객들과 다같이 나눠 먹을 간식을 사 올 생각을 왜 나는 미처 하지 못 했을까.

더 멀리 볼 줄 아는 여행러가 되어야 겠다.

마랑을 먹고 나서 나와 쿠알라룸푸르 친구는 명함을 교환했다.

그의 이름은 루카스였다.



알고 보니 루카스는 오늘이 이 곳에서의 마지막 숙박이었던 것이었다.

이 순간은 내가 반딧불 투어를 가기 전, 루카스와 함께 있을 수 있는 마지막 시간이었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우리는 작별 인사를 나눴다.

그리고 나는 반딧불을 보러 가기 위해 픽업장으로 내려가 버스를 기다렸다.




나는 버스를 타고 2시간 30분 가량을 열심히 달려 멈바꿋에 도착했다.

멈바꿋에 도착하니 반딧불을 보기 위한 수많은 한국인 관광객들이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가이드의 멘트를 듣자 하니 이 모든 관광객들이 오늘 아침의 폭우로 인해 쁠라우띠가 섬에 가지 못한,

나와 같이 반딧불 투어라도 참가하고자 모인 사람들이었다.


반딧불을 보려면 해가 완전히 지고 난 뒤인 밤이 되어야 한다.

그 전까지의 프로그램은 간식 타임과 맹그로브 숲 투어, 선셋 비치 감상, 그리고 저녁 식사로 채워져 있었다.




입맛이 없어서 간식을 많이 먹지는 않았지만 개인적으로 도넛이 제일 맛있었다.

간식 타임이 끝나자 가이드는 승객들을 보트에 태우더니 맹그로브 숲 투어를 시작했다.



이렇게 우거진 밀림을 내 눈으로 직접 본 것은 처음이었다.

경이로우면서 신기했다.


밀림은 상상해 본 적도 없었기 때문에 눈에 담기는 모든 모습들이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저 숲 속에는 어떤 동물들이 살고 있을까.

혹시 사람이 있지는 않을까.

가이드님 말씀대로 가늠조차 되지 않을 크기의 뱀이 있지는 않을까.


오만 궁금증과 잡생각이 다 들었던 것 같다.




맹그로브 숲 투어를 마치고 보트는 방향을 돌리더니 선셋 비치로 이동했다.

가이드님께서는 날씨가 다소 흐렸던 탓에 원래 볼 수 있는 선셋의 아름다움을 다 보지 못 할 거라고 하셨지만

나는 날씨는 사람의 힘으로 좌지우지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크게 개의치 않았다.


어떠한들 미세먼지 가득한 한국의 하늘보다는 낫겠지. 싶은 생각이었다.


선셋 비치에 도착하자 사람들은 보트에서 내려 저마다의 일행들과 함께 독특한 포즈들로 사진 타임을 가졌다.

투어에 함께한 가이드들은 관광객들의 인생샷을 반드시 건져 주고야 말겠다는 열정으로 촬영에 힘써 주셨다.

진흙을 맨발로 밟고 다니며 선셋 비치의 재미를 더 다채롭게 느낄 수 있는 것은 그 덤이었다.

(우측 아래 사진의 경우, 해당 여자 관광객 분들로부터 사진 업데이트 허락을 받았습니다.)



이 날, 유일하게 일행이 없는 홀로 관광객이었던 나는

제셀톤 포인트에서 인연을 맺은 직원 도라의 도움을 받아 사진을 촬영할 수 있었다.



도라와 셀카도 함께 찍었다. 알고 보니 나이도 같았던 우리.

사장님 가이드께 도라가 나를 제셀톤 친구’ 라고 소개했는데 우리 진짜 친구였다.



시간이 점점 흐르자 하늘은 빨갛게 물들기 시작했다.

개인적으로 탄중아루 비치에서의 선셋보다 멈바꿋에서의 선셋이 훨씬 더 아름다웠고 더 깊게 기억에 남는다.


영롱했던 선셋의 붉은 색으로부터 황홀한 기분을 느꼈다.

눈을 뗄 수 없었고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은 절대 다 담아내지 못하는 그 때의 선셋.

충분히 아름답다고 생각했는데 맑은 날에 보면 더욱 아름답다고 한다.

대체 얼마나 더 아름답다는 걸까.


멈바꿋은 이제 땅거미가 지고 완전히 어둠이 내려앉았다.

투어 업체에서 준비해 준 저녁 식사를 먹으며 오늘 일정의 하이라이트인 반딧불 투어의 시작을 기다렸다.



저녁 식사 메뉴가 정말 만족스러웠다.

김치를 포함한 다양한 한식 메뉴들이 준비되어 있었는데 음식 준비의 정성이 한 눈에 보였다.

(지금 여행 10일 차인데 김치가 너무 먹고 싶다.)


식사를 마치고 다시 보트에 탑승했다.

가이드들은 관광객들을 위해 열심히 반딧불을 유인해 주었다.


처음에는 반딧불이 잘 보이지 않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반딧불의 수는 많아졌다.

모든 사람들이 탄성을 지르며 미소지었고, 감동받았고, 기뻐했다.


핸드폰을 켜는 순간 빛으로 인해 반딧불을 보기 어려워진다고 했다.

사진을 찍지 못해 아쉬웠지만

눈은 인간이 가진 최고의 카메라와도 같다고 했다.

열심히 이 순간을 눈에 담아 오래토록 기억하려고 노력했다.


꼬마전구가 켜진 모습과도 같았다. 그 모습은 나를 포함한 모든 이들의 동심을 자극했다.


가이드 님께서 웃으며 말씀하시길,

“무슨 어른들이 더 좋아해.


반딧불이 내 손에 앉았다.

살포시 손을 쥐어 보았다.

뜨겁지 않을까 싶었지만 뜨겁지 않았다.

계속해서 탄성을 지르며 기뻐했고, 이내 반딧불을 날려주며 인사를 건넸다.


하늘에는 별이 수없이 놓여 있었다.

이렇게 많이 놓여진 별은 태어나서 처음 보았다.

별 역시 마찬가지로, 아무리 사진을 찍어보아도 제대로 담기지 않아 끝내 촬영을 포기했지만

당시 하늘의 모습을 설명하자면

만약, 지금 떠 있는 모든 별들이 땅으로 떨어진다면 절대 피할 수 없을 정도였다.


하늘에는 별, 땅에는 반딧불.

행복했다는 말로 모든 감정이 전해질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 때, 정말 행복했다.



반딧불 투어를 마치고 호스텔로 돌아오는 길에 엄마와 연락을 나눴다.

엄마는 항상 젊은 나이에 해외여행을 다니는 나와 같은 젊은 친구들을 부러워했다.

졸업하고서 전공 맞춘 직장생활을 시작하게 되면

꼭 우리 엄마 국제선 비행기 한 번 태워드려야겠다는 목표가 생겼다.


호스텔에 도착하자 나의 베개 위에 카드 하나가 놓여 있었다.

바로 루카스가 쓴 카드였다.



머리맡에 놓인 선물을 받아본 적,


아마 유치원 꼬맹이 시절,

산타의 존재를 믿으며 머리맡에 양말을 놓고 잠들었던 때가 마지막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이 곳에서 만난 모든 인연들이

행복했으면 좋겠고

여행을 통해서 한 걸음 더 성장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안녕, 영완. 다음에 또 만나자. ^^- 루카스


이 날, 나는 쁠라우띠가에 가서 스노쿨링도 하지 못 했고 니모도 보지 못 했지만

의도치 않게 그보다 더 큰 가치와 행복을 얻었다.


쁠라우띠가에 갈 수 없었던 이 날이 선데이 마켓이 열리던 일요일이었기 때문에,

별과 반딧불을 통해 잊고 지낸 동심을 되찾을 수 있었기 때문에,

여행에서 만난 인연으로부터 베개맡에 놓인 카드를 선물받을 수 있었기 때문에,


나는 정말 행운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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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우리는 가야 스트리트 야시장에 도착했다.

거리를 걷는 동안에 방콕의 카오산 로드가 머릿속에서 오버랩되었다.

카오산 로드가 젊음과 열정, 뜨거움이 들끓던 곳이었다면

가야 스트리트는 꼬치 굽는 불 냄새가 그윽하고 길거리 공연마저도 잔잔한,

부담스럽지 않게 흥을 느낄 수 있는 새로운 느낌의 야시장이었다.



우리는 가야 스트리트를 누비며 팔찌를 샀고 맛있는 식사도 함께 했다.


배부른 몸을 이끌고 숙소인 라바@사바 호스텔로 돌아온 우리는

식탁에 한데 모여 앉아 입가심으로 야시장에서 사 온 사탕수수 주스를 한 컵씩 나눠 마셨다.

생각해보니 식탁에 앉아서 사람들의 눈을 보며 대화를 나눈 것이 꽤나 오래 전의 일이었다.



직장생활 시절, 퇴근을 하고 집에 오면 항상 불 꺼진 거실이 나를 반겼다.

나는 일주일에 절반 이상을 편의점에서 산 인스턴트 식품을 먹으며 저녁 끼니를 때웠고,

<한 끼 줍쇼>와 같이 가족끼리 식사하는 모습이 등장하는 방송을 보면서 외로움을 달랬다.

 

우리는 자라 온 나라, 그리고 사용하는 언어도 다르지

Good Night.” 인사를 하면서 미소를 지었다.


이 순간,

우리는 가족이었다.



함께

있을 수 있다는 것은 정말 행복한 일이다.


2019.08.03

D+2

기적의 연속


아침이 밝았.

 

테라스로부터 보이는 탁 트인 뷰와 화창한 날씨는

아침부터 나의 여행 감성을 애타게 간지럽혔다.



나는 식탁에 앉아 조식을 먹었다.

잼이 네 개나 구비되어 있었다. 개인적으로 블루베리 맛 잼이 제일 맛있었다.



오늘 나는 바이크를 렌트해서 블루 모스크와 핑크 모스크에 다녀올 예정이다.

면허를 딴 이후 한국에서 단 한 번도 운전을 해 본 적이 없어서 조금 걱정이 됐지만

두근대는 마음이 그보다 훨씬 더 컸다.



고고 사바 스쿠터 렌탈샵에 도착했다.

어제 내가 환전을 했던 위즈마 메르데카의 맞은편에 위치하고 있어 쉽게 찾을 수 있었다.


고고 사바 바이크 렌트 [1DAY/1인] 55링깃(약 15,000원) / 2019.08 기준 (보증금 200링깃)

1DAY : 렌트 시작 시간으로부터 24시간

ex) 대여시각 : 2019.08.02 AM10:30, 반납시각 : 2019.08.03 AM10:30

만약, 1DAY를 렌트해도 당일 반납을 원하면 폐점 시간인 저녁 7시 전까지 고고 사바로 돌아와 바이크를 반납해야 함.



고고 사바에서는 국제면허증 없이 한국 면허증만 소유하고 있어도 렌트가 가능하다.

그래도 나는 혹시나 하는 상황으로부터 대비하고자 국제면허증을 지참했지만

직원은 나의 한국 면허증만 확인하고 바이크를 렌트해 주었다.



신나는 분위기의 팝송을 크게 틀어놓고 코타키나발루 시내를 질주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직 크게 볼륨 키워놓고 자유롭게 운전할 짬은 아닌가 보다.

질주 시작 10분 만에 길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그래서 노래를 끄고 운전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구글 맵을 켜고 보니 내가 지금 있는 이 곳은 사바 주 청사로 이용 중인 건물, 툰 무스타파 타워였다.

아무것도 모른 채 외관만 보면 호텔로 오해받기 좋은 건물이다.



한 15분 정도를 달렸을까.

목적지인 사바 주립 대학교, 한국에서는 소위 핑크 모스크라 불려지는 UMS 모스크에 도착했다.

UMS 모스크는 대학 건물인 만큼 모든 장소가 캠퍼스 그 자체였다.


그리고 이 곳에서, 또 한 번 거짓말보다 더 거짓말같은 상황이 일어났다.



어제 나와 일본어로 대화를 이어가면서

코타키나발루에서의 첫 식사를 함께한 중국인 관광객을 이 곳의 입구에서 다시 만났다.


누군가 나를 두고 장난을 치는 것만 같았다.

어제 탄중아루 해변에서 같은 호스텔의 투숙객인 쿠알라룸푸르 친구를 만난 것에 이어

또 한 번, 우연으로부터 온 기적의 만남이 실현되었다.


이러한 만남이 이어질 확률은 대체 얼마나 되는 걸까.

되새기면 되새길수록 놀랍고 신기하다.



UMS 모스크 입장료 [1인] 5링깃(약 1,500원) / 2019.08 기준


UMS 모스크는 정말 아름다웠다.


이런 캠퍼스에서 학교생활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라는 생각이 끊이지 않았다.

이 곳의 학생들이 부러워졌다.

이 학교에 다니면서 CC도 하지 못하고 졸업을 하게 되면 진짜 안타까울 것 같다.



이 날, 무척 더워서 땀이 등에 한가득 고였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학교의 학생인 느낌을 내고 싶어서 돌아다니는 내내 백팩을 메고 다녔다.


그렇게 또 한 번 떠오른 생각,


빨리 학교 가고 싶다.



UMS 모스크를 둘러 본 나는 이제 블루 모스크라 불리는 시티 모스크로 향했다.

블루 모스크로 갈 때는 길을 헤매지 않았다.


푹푹 찌는 더위, 살갗이 타는 과정이 서서히 느껴지는 것 같았다.

나는 바이크의 속도를 더 올려서 빨리 시티 모스크로 향했다.



스쿠터로 약 15분 정도를 달려 시티 모스크에 도착했다.


시티 모스크는 코타키나발루를 대표하는 이슬람 사원 중 하나다.

멀리서 보아도 사원의 규모를 비롯한 위엄과 압도감이 절로 느껴졌다.

모스크 내부에는 정해진 시간에 한하여 관광객의 입장이 허용된다.

입장할 때는 정해진 복장을 입어야 하며 현장에서 대여가 가능하다.


시티 모스크 입장료 [1인] 5링깃(약 1,500원) 복장 대여 시 5링깃 추가 발생 / 2019.08 기준



엄마.. 나를 왜 한국에서 낳으셨나요..

내가 봐도 인정하게 되는 이 어울림.. 어쩜 이렇게 위화감이 안 느껴지..




새끼가 형 나이를 가지고..



시티 모스크까지 다 둘러본 나는 고고 사바로 돌아가 바이크를 반납하기로 했다.

이제 나는 바이크를 반납하고 나서 더 퍼시픽 수트라 호텔로 향해

오후 6시부터 시작될 브리즈 비치 클럽에서의 바비큐 파티를 즐기면 된다. 그런데 돌발 상황이 벌어졌다.



제셀톤 포인트 인근에서 차선 변경을 하지 못해 잘못된 길로 직진을 해 버리고 만 것이다.

심지어 꽤 오랫동안 직진을 한 후에서야 잘못된 길로 왔다는 것을 알아버린 나는

갓길에 바이크를 세우고 구글 맵의 도움을 받으며 다시 위치를 정리했다.



신호와 차선을 몇 번이나 어기고 말았다. 일부 운전자들로부터 경적 등쌀도 맞았지만 다 수긍할 수 있다.

우여곡절 끝에 고고 사바를 찾은 나는 렌탈샵에 들어가자마자 땀에 절은 얼굴로 물부터 한 잔 마실 수 있냐고 물어보았다.


브리즈 비치 클럽 바비큐 파티를 현지에서 예약하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말레이시아②] 쁠라우띠가 섬 투어와 브리즈 비치 클럽 바비큐 현지에서 예약하기 편을 정독해주세요.

(위 타이틀을 클릭하면 해당 게시글이 새 창으로 띄워집니다.)


그리고 저녁 6시, 그랩을 이용하여 브리즈 비치 클럽에 도착한 나는 예약 확인을 하고 자리를 안내받았다.

내 자리는 샐러드바와 가까워 음식을 가지러 가는 것은 편했지만 바다로부터는 다소 먼 위치였다.

그러고 보니 어제 예약을 하면서 바다와 가까운 자리로 부탁한다는 말을 미처 하지 못했다.

직원에게 혹시 자리를 옮길 수 있냐고 물어보았지만 현재 모든 자리가 만석이기 때문에 자리 이동이 어렵다고 했다.


사실 내 자리에서도 선셋과 뷰는 충분히 눈에 담을 수 있었지만

이왕 보는 거, 더 좋은 자리에서 볼 수 있으면 훨씬 좋으니까.




사실 모든 음식이 눈이 휘둥그레 돌아갈 정도로 맛있는 수준의 음식은 아니다.

그러나 선셋과 뷰를 눈에 담으며 바비큐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이 맛 그 이상의 특별함과 가치를 가져다 준다.



분위기 맛에 먹는다., 분위기에 취한다.는 말을 몸소 느꼈다.

음식은 개인적으로 머쉬룸 수프가 제일 맛있었다.


 



  브리즈 비치 클럽 바비큐 파티 [1인] 75링깃(약 21,000원)

음료 별도(Happy Hour 시간(7PM~9PM)에 일부 음료(맥주, 칵테일 포함) 주문 시 50%할인) / 2019.08 기준


바비큐 파티에서의 만찬을 끝내고 한 켠에 놓여 있던 해먹에 누워

귀에 파도 소리를 담고, 눈에 황홀한 선셋과 하늘을 담는데 감히 내가 이 순간을 만끽해도 되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 정도로 행복했다.


역대 나의 여행 랭킹 중 1위를 차지했던 태국.

태국은 이 순간을 기점으로 1위의 자리를 말레이시아에게 내어주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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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01

D-day

소년, 떠나다


퇴사한지 하루만에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캐리어를 끌고 인천공항으로 향했다.



이번 여행의 시작은 진에어와 함께 하기로 했다.


각 항공사 별 탑승권을 모으고 있는데 셀프체크인 제도의 도입으로 인해 컬러탑승권 발급이 어렵다고 한다.

과거에 영화티켓을 모을 때도 어느샌가 모든 티켓이 영수증 발급으로 바뀌어 기분이 언짢았는데

비행기 탑승권까지 흑백탑승권으로밖에 발급되지 않는다고 했을 때는 아쉽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여기서 순순히 꼬리를 내리며 포기할 내가 아니다.

나는 수하물을 수속하는 체크인 카운터에서 지상직 승무원의 도움을 받아 컬러탑승권을 발급받았다.

나와 같이 탑승권을 모으고 있을 여행러들을 위해

인천공항에서 국내 저가항공사의 컬러탑승권 발급받는 팁을 공유하고자 한다.


국내 저가항공사 컬러탑승권 발급받는 방법


1.우선, 셀프체크인을 통해 탑승 수속을 마친다.

(진에어의 경우 탑승 수속은 셀프체크인으로밖에 진행하지 않는다고 한다.)


2. 흑백탑승권을 발급받는다.

(셀프체크인을 통해서는 오로지 흑백탑승권밖에 발급되지 않는다.)


3. 수하물을 수속한다.


4. 체크인 카운터에서 수하물(캐리어)의 무게를 잴 때,

담당 지상직 승무원에게 흑백탑승권을 보여주며 컬러탑승권의 재발행을 요청한다.


5. 컬러탑승권을 발급받는다.

(이 때, 흑백탑승권은 폐기처분된다.)


※해당 방법은 진에어 체크인 카운터의 헬프 카운터에 계시던 지상직 승무원분께서 말씀해주신 방법이며

탑승권을 모으고 있어서 그런데 재발행 해주시겠어요?”라고 하면 즉석에서 바로 재발행을 해 주신다고 하셨음.

진상을 부리거나 무리한 요구로 컬러탑승권을 받아내는 방법이 아님.


이제는 수하물 수속 후, 캐리어 속의 내용물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수하물을 다시 수속해야 하는 상황이 생길 때, 즉, 탑승권을 재발행받아야 하는 상황에서만 컬러탑승권이 제공된다고 함.


해당 방법은 제주항공(2018.11이용), 진에어(2019.08이용)에서 가능한 방법이며,

타 저가항공사(이스타항공, 에어부산, 에어서울, 티웨이항공)는 이용한 적이 없기 때문에 장담할 수 없음.



코타키나발루 행 비행기의 내부 정리가 길어지면서 탑승은 원래 예정 시간보다 10분이 늦어졌다.

그러나 전혀 급할 것 없었던 일정 탓에 그러려니 하면서 게이트가 열리기를 기다렸다.



10분이 지나고 탑승 진행을 알리는 방송이 나왔다.

게이트가 열리더니 승객들은 일제히 탑승을 위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이제 비행기는 익숙해질 만큼 타 보았다고 생각하는데,

여전히 나는 창가 자리를 포기하지 못한다.

창가 자리는 화장실 가기가 번거롭다? 그게 뭣이 중헌디.



비행기가 이륙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기내식이 제공되었다.

푸실리 샐러드가 제일 맛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입이 심심하던 찰나였는데 요깃거리로 딱 좋았다.



항상 밤비행기만, 또는 낮비행기만 타 보았는데

낮에 출발해서 한밤중에 도착하는 비행기를 타게 되니

하늘 위의 선셋도 눈에 담을 수 있었다.

세계 3대 선셋 중의 하나를 볼 수 있는 곳이 코타키나발루라는데

코타키나발루는 향하는 하늘길의 선셋마저도 무척이나 장관이었다.



코타키나발루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언니들의 슬램덩크 시즌1>을 다시 보았다.


지겹도록 말하지만,

서로의 꿈을 모두가 함께 이루는 <언니들의 슬램덩크 시즌1>의 시놉시스는 언제 되새겨 보아도 감동적이고 아름답다.


나도 내 사람들이 꿈을 이룰 수 있는 기회가 생기면 내 한 몸 다 바쳐서 힘을 더해주고 싶고,

나 또한 그들의 힘을 받아 격려받고 나아가면서 내 꿈을 이루고 싶다.



코타키나발루에 도착했다.

비행기는 인천에서 10분 늦게 출발했지만 코타키나발루에 10분 빨리 도착했다.



코타키나발루 공항은 생각 그 이상보다 작았다.

인천공항이 거대한 규모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다.


국제선 도착 게이트를 나오니 수많은 한국 여행사의 가이드들이

저마다 고객들의 이름 적힌 팻말을 들고서 픽업을 기다리고 있었다.



한 시간의 시차가 적용되었다.

서울은 자정을 넘겼고, 말레이시아는 자정을 앞두고 있었다.


머지않아 또 떠나게 될 여행에는 더 많은 시차가 적용되는 나라에 가 보고 싶다.



공항으로 마중나온 픽업 차량을 타고 공항 근처에서 하룻밤을 묵을 에미넌트 호텔로 왔다.

(예정보다 비행기가 빨리 도착해서 내가 픽업 차량을 기다린 건 안 비밀..)



에미넌트 호텔은 코타키나발루 공항 근처에서 묵을 수 있는 호텔들 중에 상위권에 속하지 않을까 싶다.

엄청 화려하고 호화로운 것은 아니지만 공항으로 무료 픽업을 요청할 수도 있는 데다가

시간도 차량으로 10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코타키나발루 노선 특성 상 국내 저가항공사는 밤에 도착하는 항공편이 많은데

이 정도의 옵션을 갖춘 호텔이라면 더 이상 묻고 따질 여지가 없지 않을까 싶다.


에미넌트 호텔(공항 무료 셔틀 요청 포함) [1박/1인] 28,893원 / 아고다 기준(2019.07 예약)



시원한 에어컨 바람과 함께 무사히 하룻밤을 보낸 나는 깨끗하게 방 정리를 마쳤고,

체크아웃을 한 후 호텔을 나와 *그랩을 이용하여 메인 베이스캠프인 제셀톤 포인트 근처로 향했다.


그랩 : 코타키나발루 식의 카카오택시 어플.(그러나 택시를 호출하는 어플은 아님.)

근처 차량 매칭 속도도 빠르고 웬만한 장소는 5링깃(1500원)~10링깃(3000원) 선에서 저렴하게 이동할 수 있다.



2019.08.02

D+1

기막힌 인연의 시작



그랩을 이용해서 제셀톤 포인트에 도착했다.

제셀톤 포인트는 해양 스포츠를 예약하거나 섬으로 이동할 수 있는 배편을 예약할 수 있는 곳으로

코타키나발루의 육지와 바다를 잇는 관문과도 같은 곳이다.


물론 나도, 곧 해양 스포츠와 배편을 예약하겠지만 지금은 아침 식사가 우선이다.

코타키나발루에 도착한 이후 첫 식사가 될 지금의 아침 식사는

이 곳으로부터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이펑 락사라는 식당에서 현지식의 로컬 푸드를 먹기로 했다.


처음부터 그랩을 타고 이펑 락사로 이동했으면 편했겠지만,

내 여행 스타일이 힘들어도 걸으면서 주변을 눈에 담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기에

목적지를 내 발로 직접 찾아가는 재미를 느낀 후에 식사를 하기로 했다.


15분 가량을 걸어 도착한 이펑 락사.

가게로 들어가려는 찰나, 한 중국인 관광객이 내게 말을 걸었다.


처음엔 중국어로 말을 하더니 내가 중국어를 못 한다고 했다.

그러더니 영어로 또 말을 이어가고 있었다.

대체 그는 내게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걸까. 역으로 내가 질문을 건넸다.

 

“I’m Korean. I can’t speak Chinese and English.

But I can speak Japanese. You can speak Japanese?”


일본어를 할 수 있냐는 질문이었다.

그러자 그는 혼토데스카?” 라고 대답했다.


한국인과 중국인이 말레이시아에서 만나 일본어로 대화를 하고 있다.


이거 참 기이하기 짝이 없는 상황이다.


그가 내게 묻고 싶었던 것은 이 가게가 유명한 가게냐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페이스북에서 이 식당을 접했다.

한국에선 이 가게가 로컬 푸드를 먹을 수 있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고 대답했다.



페이스북 [오즈 트래블_OZ Travel] 페이지에서 소개하고 있는 이펑 락사 소개 포스트



이펑 락사에서 먹은 코타키나발루에서의 첫 식사.

뭐가 뭔지 아무것도 모르는지라 직원에게 베스트 메뉴를 달라고 했다.


고수 맛이 강했지만 새로운 맛이라 느끼면서 먹다 보니 나쁘지 않게 받아들여졌고,

음료 또한 신선한 기분으로 먹기에는 괜찮은 맛이었다.



식사를 마친 나는 중국인 관광객과 작별 인사를 하고 위즈마 메르데카로 향해서 환전을 했다.

그리고 제셀톤 포인트로 가서 쁠라우띠가 섬 투어와 멈바꿋 반딧불 투어를 예약할 예정이다 .


 


말레이시아 여행 팁을 전해받는 중에

코타키나발루의 경우 위즈마 메르데카에서 환전을 하는 것이 이득이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아직, 여행 초반이고 가계부 정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서 공항과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는 정확하게 비교하지 못했지만

아니 땐 굴뚝에서 연기가 날 리는 없는 법, 그렇겠지. 그런가 보다. 라는 마음으로 환전을 했다.


여행 경비 총 100만원.

그 중 10만원은 인천공항 우리은행 창구에서 링깃으로, 50만원은 싱가폴 달러로 환전했다.

나머지 40만원 중 30만원은 코타키나발루 위즈마 메르데카에서 환전했고,

나머지 10만원은 한국 돈 그대로 보관 중에 있다.

이 돈은 나중에 경비가 부족할 시, 추가 환전을 위한 비상금이다.



제셀톤 포인트로 온 나는 14번 창구로 가서 쁠라우띠가 섬 투어와 멈바꿋 반딧불 투어를 예약했다.

코타키나발루 해양 스포츠 섬 투어는 한국에서 미리 예약하는 것보다 현지에서 예약하는 것이 보다 저렴하다.


그러나 나는 가격을 떠나 기상 이변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코타키나발루 현지에 도착해서 일기예보를 확인한 후 해양 스포츠를 예약하는 것이 훨씬 안전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한국에서 미리 예약을 하지 않았다. 14번 창구에서는 도라’라는 직원이 나의 예약을 도와 주었다.


“8월 2일 토요일, 내일 쁠라우띠가 섬 투어와 반딧불 투어를 예약하고 싶어.

(영완)


“미안해, 아쉽지만 8월 2일은 예약이 다 차 있어. 3일은 어때?

(도라)


“일기예보에서 3일 저녁에 비가 온다고 했다. 비가 와도 반딧불을 볼 수 있어?

(영완)


“윈디(바람)가 많으면 못 봐. 레인(비)는 괜찮아.

(도라)


“알겠어. 하루에 다 가능한 거지?

(영완)


“응, 예약해 줄까?

(도라)


쁠라우띠가 섬 투어(스노쿨링, 장비, 호텔 픽업, 식사 포함) + 멈바꿋 반딧불 투어(식사, 간식 포함) - 1DAY

[1인] 390링깃(약 113,000원) 현장에서 10링깃 할인 → 380링깃(약 110,000원)

제셀톤포인트 14번 창구 도라 기준(2019.08 예약)



쁠라우띠가 섬 투어와 멈바꿋 반딧불 투어 예약을 마치고

코타키나발루에서 지낼 7일의 일정동안 나의 집이 되어 줄 라비@사바 호스텔로 이동했다.


이 때도 역시 걸어서 이동했다.



제셀톤 포인트 앞에 있던 한 가게에서 코코넛 쉐이크를 구매했다.

첫 맛이 정말 시원하고 맛있었는데 먹으면 먹을수록 질리는 맛이었다.

주스가 많이 만들어졌다며 무료로 리필을 해 주셨는데 얼굴은 웃고 있었지만 마음으론 울고 있었다.


걸어가다 보였던 중앙시장에서 만난 한 소녀는 내게 시식을 해 보라며 망고와 람부탄을 건네 주었다.

과일 정말 싫어하는 편인데 이 곳에서 마냥 내 입맛에 맞출 수는 없는 노릇.

모든 것을 도전이라 생각하며 입 안으로 망고와 람부탄을 넣었다.



이렇게 대놓고 관광객 티 내는 사진 또한 무척 싫어하는 편이지만,

막상 랜드마크를 무시하고 지나치려니 아쉬운 기분이 들어서 한 컷 찍었다.



이 곳이 바로 내가 코타키나발루에서 6박을 보낼 라비@사바 호스텔이다.

이마고 쇼핑몰의 아파트 건물에 위치하고 있으며 선셋을 볼 수 있는 테라스와 수영장이 있는 것이 큰 장점이다.

지금까지의 여행에서는 호텔과 게스트하우스만 이용했는데 이렇게 가정집과 같은 호스텔에서 묵게 된 것은 처음이다.

들어가자마자 집 같다.’는 느낌을 바로 받았다.


나는 이 곳을 찾기 위해 이마고 쇼핑몰 주변을 무려 한 시간이나 헤맸다.

한국과 일본, 태국에서도 이렇게까지 길을 헤맸던 적은 없었는데

이 호스텔은 대형 쇼핑몰 건물에 있는 숙소였음에도 불구하고 찾기까지 무척이나 시간이 많이 걸렸다.


호스텔에 도착하고 나니, 이 곳은 일반 호텔처럼 간판이 있는 것이 아닌,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아파트 건물의 8층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나 말고도 많은 투숙객들이 이 곳을 쉽게 찾지 못한다고 한다.


라비@사바 호스텔(수영장, 조식 포함) [6박/1인] 294링깃(84,409원) / 부킹닷컴 기준(2019.07 예약)

현지에서 현금결제만 가능



고된 몸을 잠깐 침대에 눕히고 쉬고 있는데 맞은편 침대에 있는 한 남자가 내게 말을 걸었다.


“Where are you from?”


나는 서울에서 왔다고 대답했고 이에 그는 반갑게 나를 반기며

자기는 말레이시아의 쿠알라룸푸르에서 왔다며 인사를 건넸다.



잠시 침대에 누워서 고단함을 덜어낸 나는 옷을 갈아입고 서둘러 더 퍼시픽 수트라 호텔로 향했다.


더 퍼시픽 수트라 호텔에서는 매주 금, 토, 일요일마다 호텔 내의 브리즈 비치 클럽에서 바비큐 파티가 열린다.

샐러드바 뷔페는 물론, 요리사가 직접 굽는 바비큐가 무한리필로 제공되며 호텔 투숙객이 아니어도 파티에 참가할 수 있다.

그러나 참가하기 위해선 예약이 필요하다.


최근, 한국인 관광객들의 전화 예약이 폭주하여 이제는 이메일과 직접 방문 예약만 가능하다고 한다.

나는 금요일이었던 당일, 토요일과 일요일 중 하루로 브리즈 비치 클럽 바비큐 파티를 예약하기로 했다.



더 퍼시픽 수트라 호텔은 5성급 호텔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정말 아름답고 호화로웠다.

여자친구와 함께 오면 정말 좋을 것 같다.



 나는 일요일에 쁠라우띠가 섬 투어와 반딧불 투어 일정이 있기 때문에

브리즈 비치 클럽 바비큐 파티는 토요일밖에 참석할 수 없었다.


나는 직원에게 바로 내일 바비큐 파티에 참석하고 싶은데 예약이 가능하냐고 물었다.

직원은 내게 참석 인원 수와 도착할 수 있는 시간대를 묻더니 가능하다고 했다.


당일 저녁 시간대였음에도 불구하고 바로 다음 날의 예약이 가능하다니.

생각만큼 예약 경쟁률이 치열한 편은 아닌 것 같다. (2019년 8월 기준)



브리즈 비치 클럽 바비큐 파티의 예약을 마치고 나는 탄중아루 해변으로 향했다.

세계 3대 선셋을 볼 수 있는 곳 중 하나라는 탄중아루 해변에서 나는 코타키나발루의 선셋을 그대로 눈에 담기로 했다.


그런데,


예능이었으면 조작 의혹은 물론, 제작진 입장 표명을 요구할만 한 상황이 벌어졌다.



바로 1시간 전, 호스텔에서 내 맞은편 침대를 쓰는 쿠알라룸푸르 관광객을 만난 것이다.

그는 나를 보더니 반갑게 “Hey!!” 라고 격하게 소리치며 인사해 주었다.

그는 그의 중국인 여사친들과 함께 있었다.

알고 보니 그 중국인 여사친들도 나와 같은 호스텔의 투숙객이었으며 남자인 우리와는 방이 달랐다.



그렇게 나는 그들 일행에 조인하여 탄중아루 해변의 선셋을 눈에 담았다.

선셋을 배경으로 사진도 많이 찍고, 밀려오는 파도에 어린 아이처럼 좋아하면서 함박웃음도 지었다.




코타키나발루 선셋이 특별한 이유는 해가 지는 과정에서 붉은 빛의 하늘을 볼 수 있는 것이다.

물감을 풀어 놓은 것 같은 영롱함은 말로 설명할 수가 없다. 그 모습은 사진으로도 담아낼 수 없다.

예전에 한 TV 프로그램에서 들은 말인데 인간이 가지고 있는 최고의 카메라는 눈이라고 했다.

아무리 잘 나온 사진이라도 사진은 그저 사진일 뿐, 이 말에 공감하고 싶다면 그냥 코타키나발루로 떠나길 바란다.



완전히 해가 저물자 중국인 여사친들은 내게 저녁 식사를 함께 하지 않겠냐고 물었다.

나는 흔쾌히 수락했다. 그러나 쿠알라룸푸르 친구는 중요한 미팅이 있어서 함께하지 못했다.


중국인 여사친들은 불금을 기념하기 위해 가야 스트리트로 가자고 했다.

한국이나 중국이나 불금 기념하며 가슴 설레하는 것은 똑같나 보다.



가야 스트리트로 이동하는 도중에 차 안에서 우리는 서로의 인스타그램 아이디를 공유했다.

내 인스타그램 피드를 보던 쿠알라룸푸르 친구는 나와 후권이가 함께 찍은 셀카를 보고 귀엽다고 해 주었다.

그 반응에 궁금증을 갖던 중국인 여사친들도 내 피드 속의 사진을 보더니 격하게 귀엽다는 반응을 보여 주었다.



후권아,, 못 본 지 조금 시간 흘렀네,, 조만간 얼굴 보고 늘 그랬듯 맥주 한 번 조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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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의 당일치기로 양평 드라이브 떠나기

2019.07.07 5PM ~ 10PM / 렌터카 SOCAR 이용


JLPT가 끝나는 날,

동생은 내게 서울 근교로 드라이브를 떠나자는 제안을 했다.

 

철저하게 대중교통에 발걸음을 의존하는 장롱면허 보유자로서

동생의 드라이브 제안은 너무나 반갑고 고마웠다.


 


목적지는 양평으로 결정했다.

서울에서 가기 쉬운 지극히 흔한 드라이브 코스지만

흔하기 때문에 한 번은 경험해보고 싶었고,

우리 형제의 시간적인 상황을 고려했을 때도

인천이나 서해처럼 바다를 볼 수 있는 곳은 어림도 없었기 때문에

양평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1. 양평 두물머리 핫도그


MBC <전지적 참견 시점>에서 배우 신현준의 매니저가 핫도그 먹방을 보인 곳.

MBC 예능 별로 좋아하진 않지만 이슈에 물타기를 해 보고 싶었고,

막상 이 곳을 거르자니 애매한 시간 저녁 6시에 다른 갈 곳이 많은 것도 아니었다.


- 두물머리 핫도그를 먹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대기줄을 기다리고 있다. 생각보다 줄은 빨리 줄었다.

(사진과 같은 줄의 대기시간은 10분 정도 소요된다. 순환이 정말 빠르다.)


우리는 주변에 있던 주차장이 만차였기 때문에 주차를 하지 못했다.

그래서 동생이 주차장을 찾을 동안 나는 핫도그를 테이크 아웃으로 가져오기로 했고

가져온 핫도그를 차 안에서 먹으며 양수철교로 이동할 예정이었다.

(두물머리 연핫도그 주변에 다리 밑 공영주차장이 있는데 그 주차장에 주차 시 무료주차 가능)


그런데 두물머리 핫도그는 무척이나 탁 트인 곳에 있었고

그 곳에서 볼 수 있는 넓은 전경과 연못은 핫도그 테이크 아웃을 강하게 만류하고 있었다.


안 되겠다. 핫도그는 차 안이 아닌 이 곳에서 먹어야 될 것 같았다.

나는 곧바로 동생에게 전화를 걸어서 주차를 마쳤으면 두물머리 핫도그 방향으로 걸어 오라고 말했다.


두물머리 핫도그에 도착한 동생은 레모네이드까지 주문하더니

넓은 두물머리 강과 연못을 눈에 담기 시작했고

산책로를 걸으며 이 곳을 지나쳤으면 정말 아쉬웠을 것 같았다며

눈길이 닿는 곳곳마다 카메라 셔터를 누르며 모든 순간을 눈에 담았다.


방송을 보지 않았기 때문에 핫도그 가게가 이렇게 넓은 모래판 위에 있을 거라곤 생각도 못했는데

정말 신박한 반전이었다.




두물머리 핫도그 (순한맛, 매운맛) 3000원


도그는 맛있었다.

“핫도그가 거기서 거기지.” 라고 충분히 생각할 법 하지만 연잎 반죽이 들어가서인지

확실히 지금껏 먹어온 일반적인 핫도그와는 묘하게 다른 맛과 은근한 향이 분명히 느껴졌다.

소시지도 통통한 식감이 살아있어 씹는 재미가 있었다.

명랑핫도그만 가도 소스를 듬뿍 뿌려 먹는 편인지라 뿌려진 소스가 적진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있었지만 소스는 충분했다.

핫도그가 이렇게까지나 심도있게 평가할 만한 음식이었나..


2. 양수철교


예전부터 나는 양수철교에 꼭 다녀오고 싶었는데 그 이유로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

다리를 장식하고 있는 녹슨 철조물의 모습이 시간이 흐르는 내내 한결같이 다리를 견고하게 지탱해 주는 것 같이 보였다.

나는 그 견고한 철조물 아래에서 자유롭게 뛰어보고 싶었다.


그리고 두 번째,

내가 자대배치를 받고 이등병 생활을 시작할 때 생활관 텔레비전에서 가장 많이 보였던 뮤직비디오가

여자친구의 <너 그리고 나>였다.

양수철교는 <너 그리고 나> 뮤직비디오의 촬영지이다.


- 여자친구의 <너 그리고 나>의 뮤직비디오 중, 양수철교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멤버들


여자친구의 <너 그리고 나>는 훈련소에서 동기들과 가장 궁금해 했던 노래이자

그 궁금했던 기대감을 충분히 만족시켜 준, 시작되는 전주만 들어도 여전히 설레는 나의 입대곡이다.


(지도에는 양수철교가 등록되어 있지 않아서 양수대교로 대신 첨부)


양수철교에 도착했을 때는 선선한 강바람이 무척이나 강하게 불었다.

나와 동생은 핸드폰을 떨어뜨리진 않을까 걱정하며 조심스럽게 사진을 찍으며 다리 위에서 시간을 보냈다.

시간은 어느덧 8시를 넘기고 있었고 우리는 서둘러 서울로 돌아왔다.


사실, 우리 형제는 내가 전역을 할 때까지만 해도 그렇게 친한 형제가 아니었다.

서로의 다름에 너무나 질려버려 남보다도 못할 만큼 관심을 가지지 않으며

철저하게 개인의 삶에만 집중하며 시간을 보내왔다.


그러나 점점 바빠지는 일상 때문에 형제로서 집에서 함께할 수 있는 시간들이 줄어들자

서로가 집에 있을 수 있는 시간에는 같이 추억을 만드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게 되었다.


동생은 운전을 하면서 “예전에 형이랑 이렇게 어디 다니게 될 거라곤 생각도 못 했는데.”

라며 현재의 우리 모습을 무척이나 신기하게 느끼고 있었다.

그러나 나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우리 형제는 조만간 경기도를 벗어나 더 멀리 있는 곳, 바다가 보이는 곳으로 또 한 번 드라이브를 떠나기로 했다.

그 때는 동생의 도움을 받으며 장롱면허도 탈피하고자 한다.


 

- 노래 들으며 신나게 집으로 돌아오고 있었는데 동생이 길 헤매느라 예민해져서 노래 끈 침묵의 분위기로 집까지 왔다.


양평에서 서울로 돌아오는 길,

익숙하지 않은 운전 탓에 주유소를 향하는 도중에 몇 번이나 길을 잘못 들었다.

그 결과, 우리는 남양주-구리-서울 루트로 오지 못하고

남양주-양평-남양주-하남-구리-서울 루트로 돌아오게 되었다.

오죽 정신이 없었으면 주유소에서 결제를 마치고 카드도 받지 않은 채 시동을 켜고 주유소를 빠져나왔다.




여행은 이렇게 예기치 못한 상황들이 터져야 재밌는 법.

집에 돌아와서 우리는 하이파이브를 치며 곱창과 함께 밤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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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를 확실하게 설명하긴 어렵지만 항상 강원도는 왠지 모르게 낯설었다.

그런 면에 이끌려 기대된 여행은 또 처음이었다.

20181231

그 날은 강릉을 눈에 담아 오기로 했다.

 

20181230일 오후 1050

이번 여행은 잔챙이 시절부터 알고 지내온 영근이와 함께 떠났다.

청량리역에서 만난 우린 서둘러 플랫폼으로 내려가 무궁화호 열차에 몸을 실었다.

자정을 넘겨 새벽까지 달리는 기차는 생애 처음이었다.

처음이 주는 설렘은 언제 느껴도 벅차오르고 짜릿하다.


 


서울살이만 스무 해.

수도권의 지명이 익숙한 나에게

영월과도 같은 낯선 지명은 나를 너무나 두근거리게 해서

기차에서 쪽잠조차 제대로 청할 수 없게 몇 번이나 괴롭혔다.

 

새벽 5.

몸을 녹이기 위해 카페로 향했다.

카페는 해돋이를 보기 위한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주문했던 음료는 한 시간이나 기다리고 나서야 받을 수 있었다.

 

이 정도의 대기면 주문하지 않고 테이블에 앉아만 있어도 되겠네.”


 

 

새벽 620.

출출하고 허기지기 시작했다.

카페를 나와 식당으로 발걸음을 옮겨 초당순두부를 먹었다.

평소에 빨간 국물을 좋아하는 나지만 원조를 맛보고자 일부러 하얀 국물의 순두부를 주문했다.

 

몹쓸 짓이었다.

자고로 국물은 빨개야 진리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실감했다.


 

740분에 해가 뜬다는 소식에 우리는 20분부터 정동진 바닷가에 도착해서 일출만을 기다렸다.

새해 첫 일출이 아닌데도 해돋이를 보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 꽤나 많았다.

멀리서 보였던 바닷가의 인파는 다슬기가 모여 있는 모습과도 같아 웃음이 났다.


모래사장 위에서 일출을 기다리는데 높게 올라온 파도 때문에 신발이 젖고 말았다.

물에서 놀다가 신발이 젖어본 적은 십 년도 더 됐지만

신발은 언제 젖어도 허탈하고 당황스럽다.

 

얼어버릴 것만 같은 발을 동동 구르면서도 해돋이는 놓치지 않았다.

뜨겁고 영롱하게한편으로는 힘차게 솟아오르는 일출의 모습은

웅장한 감동과 강한 울림을 느끼게 해 절로 나를 경건하게 만들었다.


 

 

 

단연 동해바다였다.

푸른 정도를 넘어서 새파랗게 탁 트인 동해바다의 전경은

몇 병의 사이다를 마셨을 때의 시원함보다 더한 짜릿함과 해방감을 가져다 주었다.

사실은 이 비유보다 더한 해방감을 느꼈지만

그 당시의 감정을 대변하는 표현을 찾을 시간에 직접 동해바다를 보러 가는 것이 훨씬 빠를 지도 모르겠다.

 


줄 서서 먹는 음식. 별로 좋아하진 않는다.

그럼에도 장칼국수는 달랐다.

고추장 맛과 된장 맛을 둘 다 내는 국물의 맛이 굉장히 오묘했다.

동짓날의 팥죽을 대신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어묵 고로케호떡 아이스크림,

그리고 닭강정까지.

나는 맛없는 음식은 절대 먹지 않는다.

그런데 이 세상에는 맛없는 음식이 없다.


 


바다에서 놀고 싶다면 남해로,

바다를 눈에 담고 싶다면 동해로 가라고 말하고 싶다.

정동진에서 수많은 바다의 모습을 눈에 담았음에도

안목해변은 너무나 아름다웠다.

 

왜 이 해변에 커피거리가 들어섰는지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땅거미 진 바다,

버스킹 청년,

폭죽놀이에 빠져 있는 어린이,

쌀쌀한 바닷바람,

화려한 네온사인.

 

10분만 더, 5분만 더,

서울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행복한 이 순간이 서울로 인해 얼룩지는 것만 같았다.


 


24시간 만에 우리는 서울로 돌아왔다.

우리는 턱없이 짧은 시간에 탁 트인 자연과 호흡하고 행복의 절정을 느꼈다.

그리고 서울로 돌아왔을 때의 느낌은 시간 여행을 다녀온 것과도 같았다.

 

201811

나는 안양의 일출 아래서 전우들과 결의를 굳게 다지며 새해를 시작했다.

이내 3월에 전역을 했고 바로 취업 전선에 뛰어들어 앞만 보며 10개월을 달려왔다.


안양에서의 군 생활, 치과에서의 직장생활, 태국 여름휴가, 벽제역 뚜벅이여행, 일본 여행…


그렇게 숨가쁘게 달려온 2018년의 끝은 강릉으로 맺었다.

 

나에게 있어서 이렇게 기승전결이 뚜렷한 해는 2018년이 유일하며 앞으로도 전무 후무할 테다.



Episode

- 멋 좀 부린다고 롱패딩 포기하고 무스탕 입고 떠났다가 매서운 바닷바람에 호되게 당했다.

- 해돋이 보다가 파도 때문에 신발이 젖었다. 기차역 화장실에서 휴지로 발가락 꽁꽁 싸매고 양말 새로 하나 사서 신고 돌아다녔다.

- 한 번은 또 부채길을 걷고 있는데 갑작스럽게 파도가 우릴 덮쳤다. 얼굴, 옷 다 젖었다.  2019년 대박 나려나보다.

- 정동진에서 택시가 도저히 잡히지 않아서 쩔쩔매고 있는 도중에 한 아저씨께서 히치하이킹을 자처해 주셨다.

- 동해바다의 여운을 표현하고 싶은데 그에 걸맞는 단어가 떠오르지 않는다. 독서 해야겠다.

- 새파란 바다를 보다 보니 태국에서의 패러세일링이 생각났다. 지나간 여름의 추억이 너무 아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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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처음’ _ 공항에서 노숙하기


 누구에게나 노숙이라는 단어로부터 전해지는 어감과 이미지는 선호적이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노숙을 경험하고 싶었던 이유는 단 하나다. 공항이 좋아서. 모든 여행의 시작이 이루어지는 공항, 늘 체크인과 출입국 심사만을 경험했던 이 공간에서 지구촌 사람들의 설렘 가득한 기운을 느끼며 잠들고 싶었고, 공항 곳곳을 누비고 관찰하면서 공항의 매력에 빠져들고 싶었다.

 

 공항에 도착하니 밤 10시가 되었다. 나는 퇴근 직후, 무거운 캐리어를 끌고 바로 공항으로 왔기 때문에 누적된 피로가 상당했다. 그래서 업무 시간에 짬을 내어 미리 조사해 둔 인천공항 노숙 명당으로 빨리 가서 신발을 벗고 잠에 들고 싶었다. 그러나 명당의 이름값은 위대하여 아무에게나 허락되지 않았다. 쿠션형 의자가 비치되어 있어 노숙 명당으로 손꼽히는 F카운터 옆 의자에는 이미 모든 여행객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으며 휴대폰 충전기를 끼고 있는 의자에는 F카운터를 비롯한 모든 카운터가 여행객들로 붐볐다. 그러나 공항 노숙을 포기할 순 없다. 같은 층을 세 번이나 왕복하며 물색한 끝에 나는 B카운터 옆의 의자로 향했다. 비록 쿠션형 의자는 아니었지만 남아있던 자리들 중에서는 휴대폰 충전기와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자리가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시차가 다른 세계 각지로부터 출발하여 인천에 도착하고, 인천을 경유할 테니 나는 꼭두새벽이 되어도 인천공항의 활기가 넘칠 줄 알았다. 그러나 자정이 넘어가면서 인천공항도 서서히 감기는 점심시간의 눈꺼풀처럼 고요해지기 시작했다. 노숙은 시작됐다. 나는 신발을 벗고 준비해 온 담요를 꺼내 덮어 잠자리를 청했다. 그러나 나는 피로가 극도에 달했음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불편했던 자세 때문에 도저히 잠에 들지 못했다. 몇 번을 뒤척이다가 1시를 겨우 넘기고서야 잠에 들었지만 그마저도 얕게 잠들어 2시간 정도밖에 자지 못했다.


B카운터 옆의 의자에 앉아서 노숙 중인 나의 모습

 

 새벽 3, B카운터 의자에서의 노숙을 끝내기로 결정했다. 나는 부랴부랴 짐을 싸서 공항의 1층으로 내려와 포켓와이파이를 수령했고, 더 편히 누울 수 있는 자리를 찾아 공항을 누비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미 많은 사람들이 노숙판을 벌이고 있어서 비어있는 자리를 찾기란 쉽지 않았다. 끝내 나는 다시 B카운터로 돌아와 다시 한 번 잠을 청했다. 뜬눈으로 밤을 지새운 나는 5시 즈음이 돼서야 다시 잠에서 깼고, 체크인을 하기 전까지 공항 밖으로 나가 새벽 공기를 쐬며 얕게 남은 졸음을 떨쳐냈다.


 새벽에 맡는 비 온 뒤의 냄새는 오래간만이었다.

그 장소가 공항이었기 때문에 이 순간은 더 매력적이었다.

 

 117, 이 날 수도권에는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되었다. 그러나 잠깐 내린 새벽비 덕분에 조금이나마 정화된 찬 공기를 맡으며 인천공항에서의 아침을 맞았다.


 미세먼지의 영향으로 비행기가 지연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

짧은 여행 일정이기 때문에 출발을 할 때만큼은 제발 비행기가 지연되지 않기를 바랐다.

 

 수하물 수속과 출국심사를 마친 나는 공항 도착 8시간 만에 탑승동으로 들어와 던킨도너츠에서 케이준 또띠아를 먹으며 탑승을 기다렸다. 그 때, 군 생활을 할 때 나의 맞후임이었던 재철이로부터 생일 축하 연락을 받았다. 117, 자신의 입대일이자 맞선임인 나의 생일인 이 날을 어떻게 잊냐며 새벽부터 장문의 메시지를 보내주었다. 군 생활 당시, 나와 재철이의 사이에는 ‘117외에도 겹치는 평행이론이 너무나 많았다. 하마터면 재철이가 다른 사람의 후임이 될 뻔 했던 해프닝이 있긴 하지만 결국엔 나의 후임으로 맞이하게 되어 다행이란 생각이 다시 한 번 강하게 들었다.


 

 

일본 출국 전, 게이트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있던 던킨도너츠에서 먹었던 케이준 또띠아 샌드위치

▶▶ 아침이 밝았다. 이번에도 항공사 로고가 가장 예쁜 제주항공 비행기를 타고 여행하기로 결정했다.

▶▶▶ 시작된 탑승수속. 날씨 탓에 지연을 걱정했지만 제시간에 게이트가 오픈되어 정말 기뻤다.

▶▶▶▶ 미세먼지로 인해 최악의 오염 수치를 기록했던 이 날의 대기. 활주로의 풍경은 항상 맑았으면 좋겠다.


 710, 탑승이 시작되었다. 역대급의 미세먼지의 영향으로 인해 비행기가 지연되는 불상사가 일어나진 않을까 걱정했지만 비행기는 정확히 730분에 이륙했다. 비행기가 지면을 떠나 활주로를 뜨기 시작할 때, 나도 모르게 조용히 미소가 지어졌다. 이 미소는 그동안 직장생활을 하면서 많은 사람들의 앞에서 보였던 미소와 달리 너무나 자연스럽게 지어졌다. 비행기가 하늘길에 다다랐을 때, 창밖에는 물감을 푸른 것처럼 파란 하늘의 풍경이 펼쳐졌다. 설레지 않을 수가 없었다. 비행기 밖 풍경은 몇 번을 봐도 질리지 않고 몇 번을 보아도 아름답다. 풍경에 넋이 나가 있다 보니 어느새 나는 잠에 들어 있었고 잠에서 깨고 나니 또 어느새 비행기는 착륙을 시도하고 있었다. 시간은 1시간 밖에 걸리지 않았다. 후쿠오카는 무척이나 맑고 청명했다. 제일 먼저 비행기에서 내린 나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공항을 빠져 나왔다.


 

▶ 비행기는 활주로를 떠난지 10분도 되지 않아서 이렇게나 맑은 하늘길을 날기 시작했다.

▶▶ 1시간을 날아서 후쿠오카에 도착한 비행기

 

두 번째 처음’ / 택시 탑승하기


 후쿠오카는 공항으로부터 시내인 하카타까지 지하철로 5분밖에 걸리지 않아 초보 배낭여행자도 쉽게 여행할 수 있는 대표적인 도시다. 그러나 나는 오늘 지하철을 타지 않고 택시로 이동할 것이다. 택시를 타고 이동하게 되면 무려 지하철 요금의 8배나 되는 비용이 발생하지만 그럼에도 지금까지 택시는 일본에서 한 번도 타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과감하게 택시를 타고 이동하기로 했다. 나를 하카타까지 데려다 줄 기사님과의 대화는 그 덤이다.


 

▶ 입국 심사장으로 가는 도중, 셔틀버스 안에서 찍은 맑은 후쿠오카의 하늘. 맞은편 버스의 'Welcome to Japan'이 나를 향해 인사를 하는 것만 같다.

▶▶ 택시를 타고 기사님과 대화를 나누며 하카타 역으로 향하는 중

 

 기사님께서는 나의 일본어 실력에 놀라면서 그동안 한국 관광객에게 묻지 못했던 어려운(?) 질문들을 묻기 시작했다. 그 첫 번째로 최근 한국과 북한의 분위기가 평화적으로 조성되었는데 머지않아 한반도가 통일을 이룰 것 같은지를 물어 보셨고, 두 번째로 일본도 저출산 문제로 인해 청년의 수가 부족하다며 일본으로 워킹홀리데이를 오는 많은 젊은이들이 일본의 상공업 발전에 큰 역할을 해 주고 있다고 말씀하셨다. 마지막으로 만 나이 계산법에 대한 말씀해 주셨다. 생일을 기준으로 나이를 세는 일본과 달리 신년을 기준으로 나이를 세는 한국의 계산법이 재미있다며 과거에도 일본에선 지금의 한국식 계산법으로 나이를 셌다고 말씀해 주셨다. 자유롭게 오고 가는 대화 속에 하카타에 도착한 나는 기사님께 일본에서 맞이하는 첫 번째 생일을 축하받으며 기분 좋게 두 번째 처음을 완수했다.


 

 지금까진 사실 무난하게 후쿠오카에 도착했지만 여전히 무난하지 않은 한 가지가 있다. 바로 샤워다. 원래는 노숙을 마치고 비행기에 탑승하기 전, 24시간 무료 샤워장에서 샤워를 한 후 비행기에 탑승할 예정이었는데 샤워장의 청소 시간과 맞물려 샤워를 하지 못한 채 후쿠오카에 도착하게 되었다. 퇴근을 하고 집에도 들리지 않았기 때문에 샤워를 한지도 하루가 넘었고, 체크인까지는 앞으로 5시간 가량이 남아있는 상태였다. 원래는 후쿠오카에 도착하자마자 명란 덮밥을 먹을 예정이었지만 샤워가 다급한 처지이기 때문에 온천 일정과 명란 덮밥 일정을 바꾸기로 결정했다. 내가 예약한 키아오라 버짓스테이 게스트하우스는 체크인을 하기 전에 짐만 맡기는 것이 가능했다. 서둘러 짐을 맡기고 바로 온천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원래 여행 일정>

하카타 도착 게스트하우스에 짐 맡기기

<배틀트립> 방송 맛집 멘타이쥬에서 명란 덮밥 먹기 나미하노유 온천 가기

 

<변경 여행 일정>

하카타 도착 게스트하우스에 짐 맡기기

나미하노유 온천 가기 <배틀트립> 방송 맛집 멘타이쥬에서 명란 덮밥 먹기

 

 하카타 역은 규모가 큰 편이라 3년 전에 왔을 때도 제자리 걸음을 하며 주변 일대를 헤매곤 했다. 이번에는 헤매지 않을 거라 자신했지만 결국엔 시민들에게 스미마셍.” 하면서 길을 묻고 말았다. 시민들의 도움과 3년 전의 기억을 더듬어 키아오라 버짓스테이 게스트하우스에 도착했다. 게스트하우스의 프론트에 있는 직원에게 체크인은 규정대로 오후 3시에 하겠다면서 짐만 먼저 프론트에 맡겨도 되냐고 물었다. 직원은 내게 여권을 보여 달라고 하더니 오늘 생일이시네요. 축하합니다.” 라고 하며 지금 비어 있는 침대가 있으니 지금 바로 체크인을 해 주겠다고 했다. 직원은 자신이 내게 파티 요청 메일에 답장을 보낸 미셸이라며 키아오라 버짓스테이 게스트하우스에서의 1박을 환영해 주었다.


 

▶ 키아오라 버짓스테이 게스트하우스로 향하는 길

▶▶ 키아오라 버짓스테이 게스트하우스의 도미토리룸 2층 침대의 내부, 내가 후쿠오카에서의 하룻밤을 지낼 공간이다.

 

 미셸이 5시간이나 체크인을 빨리 허가해 준 덕분에 나는 굳이 온천에 가지 않고도 게스트하우스의 욕실에서 샤워를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사전에 계획했던 일정도 그대로 소화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서둘러 도미토리 룸에 캐리어를 놓고, 욕실에서 샤워를 했다. 개운하게 샤워를 끝내고 간단히 화장을 하려는 순간, 그 때였다. 예기치 못한 사고가 일어났다. 세면대 거울을 보면서 왼쪽 눈에 렌즈를 끼려던 찰나에 렌즈가 떨어진 것이다. 세면대를 통틀어 거울 주변, 세면장의 바닥까지 손바닥으로 짚어가며 렌즈를 찾았지만 렌즈는 짚이지 않았다. 1박의 짧은 여행이었기 때문에 여분 렌즈는 가져오지도 않았던 데다가 렌즈는 오른쪽 눈에만 끼어져 있어서 시야가 무척이나 어지럽게 보였다. 세면장을 드나드는 여행객들은 내게 무슨 일이 있냐며 물었지만 나는 렌즈를 찾는 데 여념이 없어 대답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끝내 렌즈 찾기를 포기하기로 했다. 렌즈를 찾는 데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다간 다른 일정을 소화할 수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나는 밤에 렌즈를 뺐을 때 낄 대용으로 챙겨 온 까만 뿔테 안경을 끼고 여행을 이어가기로 결정했다. 썩 맘에 드는 코디는 아니지만 지금 그런 걸 가릴 처지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세 번째 처음’ _ 명란 음식 먹기


 지난 여름, 정원이와 함께 떠난 태국에서 <워너원투어>의 큰 기반이 되어 준 나의 인생 예능 KBS <배틀 트립>의 도움은 이번에도 빠지지 않았다. 군 생활 때, 배우 양정아와 윤해영이 출연했던 후쿠오카 편 방송분을 보고서야 후쿠오카가 명란으로 유명한 곳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 나는 나중에 후쿠오카에 가게 될 때, 명란 덮밥을 꼭 먹어 보겠다는 위시리스트를 갖게 되었다. 그리고 그것을 이번 여행을 통해 실현하게 되었다.






 나는 텐진 역에서 시민과 구글 지도의 도움을 받아 <배틀 트립>에 방영된 명란 덮밥 맛집 멘타이쥬에 도착했다. 방송에서 보았던 그대로 독특한 외관 건축 인테리어는 멀리서 보아도 시선을 집중시켰고, 덕분에 내가 찾는 식당이었다는 것도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식사 시간대에 찾으면 대기 줄이 상당하다는 후기가 많아서 걱정했는데 다행히 대기 줄은 없었다. 나는 바로 식당으로 들어가 직원의 안내에 따라 맛을 고르고 2층에 있는 테이블로 자리를 안내받았다.


 

 

▶ 텐진 역에서 내려 멘타이쥬로 향하는 도중에 찍은 아날로그 감성의 일본 횡단보도

▶▶ 공원을 빠져나오자마자 보였던 멘타이쥬. 외관만 보면 마치 박물관을 닮은 것 같다.

▶▶▶ 후쿠오카에서의 첫 식사, 츠케멘과 명란 덮밥

▶▶▶▶ 남김없이 두 음식을 먹음으로써 일본에서의 두 번째 '처음' 명란 음식 먹기 이행 완료

 

 나는 츠케멘과 명란 덮밥이 같이 나오는 세트 메뉴를 주문했다. 명란 덮밥은 밥에 아무런 간도 되어 있지 않은 게 아쉬웠다. 그래서 명란 자체의 짠맛은 무엇인지 알 수 있었지만 명란 덮밥으로서의 맛을 인지하기는 어려웠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츠케멘이 더 좋았다. 물론 입맛에도 맞았다. 라멘의 국물보다도 면의 익힘 정도가 제일 마음에 들었으며 국물은 굉장히 깊은 맛을 담고 있었다. 그동안 익숙했던 인스턴트 라면과는 확실히 달랐다. 츠케멘의 특제 추가 스프는 면을 다 먹고 남은 국물에 추가해서 맛의 변화를 감미하는 용도로 음식과 같이 나왔다. 이 스프를 국물에 추가하니 짠맛의 정도가 급격히 얕아졌고, 원래 국물의 맛에서 전혀 다른 맛을 내는 게 정말 매력적이었다. 한국에서도 먹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내 생각이 바뀌었다. 만약, 한국에서도 이와 같은 음식이 유행하면 그 과정에서 맛이 변질될 우려가 있는데다가 무엇보다 누구나 알게 되는, 누구나 먹을 수 있는 흔한 맛이 되어 버리는 게 싫었다. 맛있는 음식은 아무 곳에서나 쉽게 먹을 수 있게 대중화되지 않아야 하며, 그것이 곧 희소성이고 조리사의 자부심을 뒷받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네 번째 처음’ _ 온천 가기


 일본을 찾았던 지난 네 번 동안 단 한 번도 온천을 간 적이 없었던 것이 나조차도 놀라웠다. 지인들로부터 일본 여행과 관련하여 연락을 받으면 십중팔구 온천을 물었고, 나는 유일하게 온천에만 가 본 적이 없었다며 대답을 해 주지 못했다. 일본과 온천의 관계는 실과 바늘과 같아 빼놓지 않고 생각되는 카테고리 중 하나인데 왜 나는 그동안 온천에 갈 생각은 해 보지 못했는지 의아했다. 아마, 혼자 떠난 여행이 많아서 그랬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아마 가족이나 친구, 여자친구와 함께 일본에 갔다면 빼놓지 않고 온천에 들렀을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짧은 일정 안에서 후쿠오카 교외로 나가 온천을 즐기고 오기란 쉽지 않다. 온천을 하려면 도심에서 시골 마을로 이동하는 시간까지 고려해야 하는 데다가 이동 시간이 오래 걸려 숙박을 료칸에서 해야 하는 경우가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만약, 료칸에서 숙박을 하게 되면 또 다른 처음의 리스트였던 게스트하우스에서 파티하기는 실현할 수 없게 된다. 그래서 나는 사전에 하카타 시내 안에서 온천을 즐길 수 있는 곳을 열심히 찾았다. 후쿠오카는 항구 도시라서 분명히 도심지에도 관광객들이 온천을 즐길 수 있는 곳이 있을 것 같았다. 예상은 적중했다. 하카타 시내 안에는 무려 세 개의 온천이 있었다. 위치, 시간, 온천의 특성 등 모든 것을 고려한 끝에 나는 텐진 역에서 버스로 10분 거리에 있는 하카타 부두 옆의 나미하노유 온천에서 생애 첫 일본 온천을 경험하기로 결정했다.


 

 

▶ 텐진 솔라리아 스테이지 역 앞에서 20번 버스를 타고 하카타 부두로 향하는 도중에 찍은 하카타 시내의 모습

▶▶ 나미하노유 온천 남탕 앞에서. 나중에 듣기를, 나미하노유 온천은 주기적으로 남탕와 여탕을 바꾸어 관리한다고 한다.

▶▶▶ 온천 입탕 전, 락카룸 열쇠와 함께 인증샷을 남기며 세 번째 '처음' 일본 온천 체험하기 이행 준비

▶▶▶▶ 탕으로 향하는 나미하노유 온천의 정갈한 내부 모습

 

 나미하노유 온천은 도심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해수 온천이라 온천탕의 물이 바닷물이었다. 그것이 내가 하카타 시내 안 세 개의 온천 중에서 나미하노유 온천을 고른 이유 중 하나가 된다. 실제로 온천탕의 물에선 짠맛이 났고, 온천 내부도 정갈하고 아담하게 일본 전통식 스타일로 꾸며져 있어서 구경하는 재미가 더해졌다. , 탕의 입구에선 다양한 기념품과 유제품을 판매하고 있었다. 절로 어릴 적 보았던 일본 영화가 떠올랐다. 나의 기억 속 일본 영화 주인공들은 항상 온천을 하고 나오면 병에 담긴 우유를 마시며 탁구를 치곤 했다. 탁구대가 세팅되어 있지 않아서 탁구는 실현하지 못했지만 가득한 음료들을 보니 나중에 개운하게 온천을 마치고 나와서 가장 맛있어 보이는 음료를 마시며 온천을 마무리짓고 싶어졌다.

 

 온천 중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노천탕의 썬베드에 누워서 바깥 풍경을 보는 것이었다.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오른쪽에서는 시원한 바람이 불고, 왼쪽에서는 태양이 내리쬐어 절로 눈이 찡그려졌다. 햇살과 바람이 동시에 나의 몸에 닿아서 간질이는 공기의 기운이 너무나 좋아서 나는 탕 안에 있다가도 몇 번이나 다시 나와 썬베드에 누웠다. 사실은 일본에 오기 전 온천을 계획하고 있었기 때문에 다소 추운 날씨를 원했다. 그러나 후쿠오카는 남쪽에 있어서 11월 치고 다소 따뜻한 날씨를 보였다. 그래서 괜히 덥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있었지만 오히려 그 덕분에 따스함과 선선함의 콜라보레이션을 정통으로 만끽할 수 있었고 지금도 가장 선명한 기억으로 남아주어 최근의 가장 큰 활력이 되어 주고 있다.

 

 온천을 마치고 나온 나는 레몬 크림빵과 플레인 요구르트를 사서 먹었다. 이 순간, 바랄 건 더 없다. 만약 영화 <시간을 달리는 소녀> 속의 마코토에게 주어졌던 타임 리프 능력이 나에게도 있었다면 나는 주저없이 이 순간을 몇 번이나 되돌렸을 것이다.


 

 

▶ 온천을 마치고 나오면 바로 보이는 다양한 기념품과 주전부리들

▶▶ 온천의 피날레를 장식할 음료는 플레인 요구르트로 결정했다.

▶▶▶ 가장 맛있어 보였던 레몬 크림빵과 플레인 요구르트

▶▶▶▶ 나미하노유 온천을 등지고 있는 하카타 포트타워. 입장료가 무료라서 온천 후 가볍게 전망대에 올라가 풍경을 감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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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rologue

 사회인으로 본격적인 첫 발을 내딛었던 때도 어느덧 8개월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나는 전역을 하고 사회인이 되면 하고 싶은 것을 모두 하면서 지낼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러나 하고 싶은 것보단 해야 할 것들이 더 많았고 좋은 기회가 다가와도 결국엔 지금 내게 닥친 현실들을 이유로 언제 올 지도 모르는 나중이란 시기로 미룰 수밖에 없었다. 사람들에게 사회가 암묵적으로 정해준 길(대졸 학력, 필수 스펙 토익, 안정적인 직장생활 등)을 걷지 않고도 충분히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것을 나를 통해 보여주고 싶었는데 끝내 나도 삭막한 현실 앞에서 무너져가고 있었다.

 

가을 날씨가 점점 겨울 날씨로 변해가는 때가 오면 너 태어났을 때가 떠올라.”

 

 우리 아빠가 매년 가을마다 하는 단골 대사다. 겨울이 다가온다는 것은 내 생일이 다가온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한 해의 끝이 다가오는 사인이기도 하다. 나는 직장생활의 쳇바퀴에 들어서면서 소중한 기회들을 너무나 많이 흘려보내며 겨울까지 살아온 것 같았다. 그래서 겨울의 길목에 들어서는 나의 이번 생일에는 꼭 여행을 떠나고 싶었다. 그러나 결코 쉽지는 않았다. 당직 근무일과 올 해 나의 생일이 맞물려 또 한 번 소중한 기회를 미루어야 할 상황에 닥쳤기 때문이다. 고민 끝에 나는 친한 동료에게 당직 근무 변경을 부탁했다. 흔쾌히 나의 당직 근무와 바꾸어 준 동료 덕분에 나는 직장 휴무일을 활용하여 생일을 포함하는 13일의 시간을 얻을 수 있었다.


연차를 활용하여 6일 퇴근 직후부터 8일 밤까지의 시간을 얻은 이번 여행

원래 8일은 나의 당직 근무일이었는데 은지 선생님이 바꾸어 주신 덕분에 여행이 가능했다.

 

 그래도 13일은 짧다. 그러나 쉽게 오는 기회 또한 아니다. 그래서 불만을 갖지 않기로 했다. 짧은 기간 안에 해외를 느끼고 만지며 내가 자유롭게 회화를 할 수 있는 외국. 답은 정해져 있다. 나는 26개월 만에 다섯 번째 일본 여행을 계획했다. 도시는 인천에서 비행 시간이 가장 짧으며 공항으로부터 시내까지도 무려 지하철로 5분밖에 걸리지 않는 후쿠오카로 결정했다. 후쿠오카는 무려 3년 만의 재방문이다.

 

 전역 후 첫 일본, 해외에서 맞는 첫 생일.

 

 이번 여행 또한 처음이 많다. 그래서 이번 여행의 테마는 처음으로 정했다. 지금까지 일본에서 해 본 적이 없는 처음을 느끼고 돌아오는 것이 목표였다. 여행을 결심한 직후에는 일본에서의 처음을 찾는 것이 너무나 어려웠지만 생각에 잠기어 그동안의 여행 리뷰를 되새겨보니 금세 처음 리스트를 채울 수 있었다.

 

* 이번 여행에서 실현하고 올 처음리스트 *

공항에서 노숙하기, 게스트하우스에서 파티하기, 명란 음식 먹기, 키와미야 함바그 먹기,

온천 가기혼자서 스냅촬영하기, 택시 탑승하기, 일본 빵집에서 생일 케이크 사기

 

 이번 여행은 소중한 기회실현과 동시에 나에게 주는 생일선물이다. 나는 그 날, 그 곳에서 행복해야 할 나를 위해 철저하게 사전 조사를 거듭했다. 게스트하우스 파티를 실현하기 위해선 3년 전에 묵었던 게스트하우스로 전화를 걸어 파티 예정 일정과 신청 가능 여부를 묻기도 했고, 짧은 여행 기간 안에 일본 온천을 체험할 수 있는 곳을 찾기 위해선 하카타 시내에서 가장 가까운 위치에 있는 온천을 조사하며 해당 온천의 예약, 할인 여부까지 꼼꼼하게 조사했다.


  

▶ 게스트하우스에 숙박 예약을 하면서 별도 요청 사항으로 11월 7일에 파티 가능 여부를 여쭈었다.

▶▶ 예약을 확인하고 파티 요청을 수락해 주신 키아오라 버짓스테이 게스트하우스


게스트하우스에서는 겨울의 길목에 들어서는 지금의 시즌에 걸맞는 음식으로 어묵 파티를 테마로 정해 주셨고,

키아오라 버짓스테이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나의 생일과 파티 일정을 공지해 주었다.


 사전 조사를 할 때, 가장 많은 검색이 필요했던 것은 일본 빵집에서 케이크를 사는 것이였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일본 여행을 갔을 때마다 한국의 파리바게트’, ‘뚜레주르’와 같은 빵집을 본 기억이 없었고, 일본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 또한 빵집을 여행 일정으론 넣지 않기 때문에 블로그에 아무리 검색을 해도 빵집 위치를 찾기란 꽤나 어려웠다. 물론, 빵집이 어딘가에는 있겠지만 후쿠오카에 도착했을 때, 빵집을 찾느라 시간을 할애하면 너무나 아까울 것 같았다. 그래서 내가 묵을 게스트하우스로부터 가장 가까운 빵집을 찾기 위해서 구글 위성맵과 현재 후쿠오카에서 살고 있는 한국인 워홀러들의 블로그를 무척이나 파헤쳤다.

 

 116일 저녁 7, 퇴근과 동시에 생일의 전야가 시작되었다.

 

 나는 대학 친구 종원이와 강남역에서 생일 전야 식사를 함께 하며 가볍게 맥주를 즐기기로 했다. 우리의 맥주가 끝나면 나는 공항으로 발걸음을 옮겨 본격적으로 내가 정한 처음’ 들을 이행할 예정이다. 그 첫 번째 처음’은 바로 공항 노숙. 종원이는 잠이 많은 나에게 깊은 잠에 빠져 비행기를 놓치는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길 바라 주며 1차에서 가볍게 식사를 마치고 신논현역으로 배웅해 주었다.


엄마가 생일선물로 보내주신 족발 기프티콘으로 종원이와 함께 먹은 강남역에서의 족발


 

 그렇게 나는 9호선 급행 열차와 공항철도선 열차를 타고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 공항철도선 지하철을 타고 인천공항으로 향하는 중

▶▶ 여행의 시작을 기념하며 찍은 공항철도선 지하철 탑승 인증샷


 5th JAPAN, AGAIN FUKUOKA

 슬레이트는 내려졌다.  짧지만 강렬할 다섯 번째 일본여행기는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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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9, 광주 여행에서 동료, 혹은 친구와 함께 떠나는 여행의 행복을 실감한 이후 또 한 번의 국내여행을 계획했다. “이번에는 경상도로 향하자!” 외가인 부산은 익숙하고 그보다 조금 가까운 울산은 관광으로 가기에 익숙하진 않은 느낌. 그러던 중 무심코 틀었던 텔레비전에서 걸그룹 구구단의 세정과 나영이 대구로 떠나는 KBS 예능 ‘배틀트립을 보았다. 그래, 이번에는 대구로 떠나자! 젊음과 열정이 다채롭게 끓어 넘치는 대구. 안 그래도 슬로건이 컬러풀 대구였다. 떠나기 전부터 조사를 하면 할수록 대구의 매력에 매료되고 있었다. 가장 떠나기 좋은 10, 그러나 명절 황금연휴 직후인 시기적 상황과 대학 시험기간 등의 이유로 사람들이 선뜻 떠나지 못하는 10월 말. 이번 여행에도 함께한 나의 안양피플(전우). 두근거리는 설렘을 안고 동대구로 향하는 KTX 열차에 우리는 몸을 실었다.


9시 41분에 출발하는 포항 행 KTX를 타고 동대구역에 하차했다.

 

1. 와타시와텐뿌라

 동성로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와타시와텐뿌라는 멀리서도 눈에 딱 띄는 노란 가게 디자인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서른 다섯 가지의 튀김 재료가 무한으로 제공되며 샐러드바와 탄산음료, 아이스크림까지 가격에 포함되어 있어 가성비의 이득을 제대로 실감하며 식사를 할 수 있다. 와타시와텐뿌라는 테이블에 미니 튀김기가 구비되어 있어 셀프로 튀김을 튀겨 먹을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직접 만들어 먹는 재미와 먹고 난 후 다 먹은 꼬치의 수를 세어 보는 재미가 더해져 친구들과 가면 더욱 특별한 한 끼 식사를 즐길 수 있다.


KBS2 '배틀트립-대구 편(2017-03-04)' 中에서


노란 디자인 컬러가 인상적인 와타시와텐뿌라.


기름이 깨끗해서 신뢰감이 상승했다.


튀김옷과 빵가루를 묻힌 튀김 재료를 테이블 튀김기에 튀겨주면 3~4분 뒤 튀김이 된다.


튀김기에서 축제가 진행되고 있다.


전투적으로 먹은 튀김 꼬치들의 처참한 최후. 언뜻 세어 봐도 여든 꼬치는 넘어 보인다.



2. 온나 게스트하우스

 중앙로 역 1번 출구로부터 도보 8~10분 거리에 아담한 온나 게스트하우스가 위치하고 있다. 한약 골목 사이로 눈에 띄는 노란 간판이 인상적이며 간판 디자인처럼 내부도 노란 색깔로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다. 집처럼 편안하고 차분한 감성이 차오르던 온나 게스트하우스. 맥주파티는 매일 진행되며 아침으로 제공되는 토스트 조식을 직접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지하 라운지도 있다.


아기자기한 피규어들로 장식되어 있는 온나 게스트하우스의 거실 라운지.


온나 게스트하우스의 벽 한 켠에 붙어 있는 대구 관광 지도.


하루동안 묵을 더블 룸의 전경. 2층 침대와 용모를 정리할 수 있는 테이블이 구석에 있다.


조식 토스트를 직접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지하 라운지. 냉장고에 계란도 있었고 직접 후라이를 만들어 먹기도 했다.


밤공기를 마시며 마실 나가는 김에 찍은 온나 게스트하우스의 입구.



3. 홍림곱창

 서울에 신당동 떡볶이 타운이 있다면 대구에는 안지랑 곱창 골목이 있다. 대구 지하철 1호선의 안지랑 역에 내리면 거리의 좌우로 곱창집이 줄을 서 있는데 모두가 같은 메뉴를 판매하고 있는데도 집집마다 손님들은 적잖이 있었다. 우리는 ‘배틀트립’에서 세정과 나영이 찾았던 치즈불곱창 전문점 홍림곱창에서 술잔을 부딪치기로 했다. 안지랑 곱창 골목의 중앙에 위치하고 있는 홍림곱창. 배틀트립’ 촬영 맛집이었다는 홍보 현수막이 붙어있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주저없이 그녀들이 먹었던 치즈불곱창 2인분을 주문했다. 모짜렐라 치즈를 분쇄해서 뿌려주는 기계도 인상적이었지만 토치로 즉석에서 불쇼가 일어나는 상황도 재밌었다.이 날의 치즈불곱창에 이야기 안주로는 우리들의 군대 이야기가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 우리는 생활관에 전화를 걸어 후임들에게 현재 우리들의 실시간을 전달해 주기도 했고, 오고 가는 술잔 속에서 서로를 더 알아가며 대구에서의 밤을 맞이했다.


 안지랑 곱창 골목의 입구에 있는 안내 간판. 이런 간판을 보면 늘 설렌다. 마치 톨게이트를 통과하는 기분?


이 날, 안지랑 곱창 골목에서 가장 많은 손님을 보유하고 있던 홍림곱창. 이것이 바로 배틀트립 효과..?


분쇄되는 치즈의 모양이 코코넛 칩을 닮았다. 치즈를 꽤 많이 뿌려 주셨다.


치즈의 겉을 녹이기 위한 화려한 불쇼가 시작된다.


불쇼가 끝나면 파슬리 데코가 더해지면서 치즈불곱창이 완성된다. 정말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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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운전이 더해진 여행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차 안에서 스피커가 터질 듯한 EDM 음악을 틀고 여행을 함께 떠난 사람들과 몸을 들썩이는 것이 이렇게나 행복한 것이라곤 미처 생각지 못했다. 장롱면허로부터 탈피해야겠다는 다짐이 생겼다.



2. 영화 <택시운전사>의 여파가 강렬했다광주 방향을 안내하는 이정표를 볼 때마다 영화 속 만섭과 위르겐 힌츠피터의 대장정이 떠올랐다내가 있는 이 곳 광주에서 일어난 참상이 40년도 채 지나지 않았다는 것과 40년이 채 되지 않았는데도 웬만한 대도시의 퀄리티를 담고 있는 광주의 현 모습이 그저 놀라울 따름이었다매 순간이 즐거웠지만 그러면서도 광주라는 두 글자를 눈에 담고 있을 때는 절로 숙연해지기도 했다.


 

 

3. 가끔 보면 세상은 하늘의 장난 아래서 놀아나는 기분이 든다. 같은 자대에서 군생활을 같이 했던 전역자 선임을 궁전제과 앞에서 거짓말처럼 만났다. 우리는 궁전제과로 오기 전 차의 에어컨 펌프가 고장나서 카센타에 들려 한 시간의 수리 시간을 할애했는데 만약 에어컨 펌프가 고장나지 않아 원래 계획대로 움직였다면 이렇게 특별한 추억거리를 만들 수 있었을까.


4. 이렇게 시식을 많이 할 수 있는 제과점은 궁전제과가 처음이었다시식 중 나는 안 사면 서울로 돌아왔을 때후회할 것만 같은 소보로꽈배기를 발견했다입자 큰 소보로 크런치가 꽈배기의 표면에 설탕과 함께 빼곡하게 붙어 있는데 한 번의 시식으로도 단번에 내 입맛을 사로잡았다늘 프랜차이즈 제과점에 익숙했던 나에겐 궁전제과도 새로움과 신선함 그 이상의 가치를 가져다 주었다서울에도 서울을 대표하는 전통 있는 제과점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끊이질 않는다.


 

5. 전라도에 왔는데 홍어를 먹지 않을 수 없다. 유성횟집의 스끼다시로 나왔던 홍어삼합을 처음으로 입에 담아 보았다. 먹기 전, 솔직히 홍어는 두려웠다. 그러나 먹방의 귀재인 내가 안 먹어본 음식을 그냥 보고 넘길 수는 없다. 한영이는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휴지를 건네며 못 먹겠으면 뱉으라고 했지만 나는 코가 뚫리는 것도 느끼지 못 하고 천연 치약을 먹은 것처럼 은근히 개운한 향에 고개를 위아래로 끄덕이며 네 점이나 먹었다. 나의 먹방 능력치는 이렇게 또 더해졌다. 다음엔 누구냐.


 


6. 광주 여행의 마지막은 광주 유흥의 메카인 상무지구에서 보냈다. 한영이는 중학교 때부터 친구인 소위 부랄 친구찬진이를 이 자리에 불렀다. 찬진이가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더 깊고 진하게 이 시간을 적실 수 있었다. 역시 동네 친구가 폭로하는 주인공의 흑역사가 제일 재밌고, 군생활을 겪어야 특별한 안주가 없어도 술이 절로 들어간다. 우리는 낯가림 없이 서로를 반기며 소맥 담긴 술잔을 부딪쳤다. 이렇게 연훈이는 전라도에 사는 친구 한 명을, 나는 동생 한 명을 얻어서 돌아왔다.



7. 여행 내내 정말 많이 웃었다. 그런데 웃으면서도 마음 한 켠이 아려왔다. 이렇게 내가 어린 아이처럼 아무렇지 않게 웃을 수 있던 적이 언제였는지 기억이 나질 않았다. , ‘언니들의 슬램덩크 시즌1’에서 서로의 꿈에 동참하는 꿈계 프로젝트 기회가 나에게도 주어진 것 같다는 생각도 끊이지 않았다. 광주에서 처음인 것이 많았던 만큼 너무나 익숙한 서울로 다시 향하는 것은 너무나도 싫었다. 나는 그들에게 좋아.” 라는 말로만 지금의 기분을 표현하게 되어 아쉽다고 했다. 그들도 내 마음과 같았기를 조심히 바라며 오래토록 광주에서의 잔상을 기억 속에 저장해 두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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