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시작하기에 앞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용기였다. 아직은 고백이 부끄러워 차마 용기내지 못했고 상대방이 자신을 좋아하는 걸 알면서도 줄곧 자신을 향한 짝사랑을 지켜보기만 했다. 부족한 자신감은 사랑에 있어서 치명적인 독이었다. 그것을 션자이를 통해 알았다. 그들의 사랑은 너무 미숙하고 어수룩한 부분이 있었지만 결코 결말까지 어수룩하지는 않았다. 안타까움을 엔딩의 감정으로 사용하고 있으면서도 이렇게나 따뜻하면서 애틋하게 이야기를 매듭지었다. 아마 대만의 친환경적 촬영배경이 그 애틋함을 더하지 않았나 싶다. 엔딩에서 비추던 파란 얼룩진 교복이 주는 여운이 참 진하다. 얼룩진 교복은 커징텅과 션자이의 학창시절의 모든 시간들을 담아내고 있는 하나의 소재였다. 만날 볼펜으로 등을 찔러 커징텅을 부르던 션자이와 그런 션자이를 귀찮은 듯 뒤돌아보며 매일 얼굴을 마주하던 그 시절. 영화를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지난날의 학창시절과 그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무언의 감동이 분명하게 공존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봄날에 피어오르는 아지랑이에 취한 것 마냥 내 몸이 무언의 향수에 휘감기는 듯한 기분 좋은 착각이 들었다. 해피엔딩이 아닌데도 기분이 배드하지 않았으며 엔딩의 감정이 안타까움인데도 이야기의 결말은 이렇게나 따뜻하고 애틋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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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애니메이션은 볼 때마다 여러 번을 놀란다. 흘려 지나가는 듯한 영화 속 다양한 소재가 결말을 매듭짓는 탄탄한 복선이 되는 경우가 주된 이유이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는 관객에 따라서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기 전부터 교훈을 짐작할 수 있을 정도로 어려운 영화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딱히 영화가 주는 메시지에 대해서는 특별한 코멘트를 남기고 싶지 않다. 이미 이 영화의 가치는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진한 여운과 울림을 알아서들 얻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기에. 개인적으로 마코토가 갑자기 주어진 타임 리프라는 기이한 능력에 들떠 아무 것에도 구애받지 않으며 제 나이에 걸맞는 순수한 수단에 그 능력을 마음껏 소비하고 있는 모습이 부러웠다. 물론 나중에 가서는 본인의 이득과 비례하게 피해를 입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반성할 수 있었지만. 그러나 결국 그런 모습들의 하나하나가 다 풋내기들의 성장일기가 아닌가. , 영화 후반부에서 미래에서 기다릴게.”, “미래에서 왔다면 웃을 거야?” 등과 같이 이어 등장하는 미래라는 단어로부터 전해지는 감동과 감성은 그 여운의 범위가 헤아려지지 않을 정도로 몽환적이다. 그리고 정말 현재에 충실하고 싶어졌다. 과거로 돌아가고 싶다는 응석도 미래의 나를 고민하며 빨리 흘러가길 바라는 시계침에 대한 재촉도 내려놓고 싶어졌다. 그 무엇보다 현재를 대신할 수 있는 기회는 과거에서도 미래에서도 찾을 수 없기 때문에. 어찌보면 참 당연한 건데도 영화를 통해서 자각할 수 있었다는 것이 그동안 나의 동심을 너무 잃고만 살아온 것 같다. 언제 보아도 따뜻할 것 같다. 지친 일상에 찌든 나에게도 영화를 보는 순간동안의 타임 리프를 선물해 준 <시간을 달리는 소녀> 다시 한 번 그 순간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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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어느 영화보다 출연 배우들과 스태프, 감독에게 보내는 박수에 힘을 더 싣고 싶다. 처음부터 끝까지 영화를 본다는 생각을 갖지 않고 본 영화다. 어릴 적 할머니가 들려 주었던 전쟁 이야기를 듣는 기분으로 과거의 일들을 전해 듣듯 부담없이 본 영화. 안 그런 영화가 어딨겠냐만은 영화의 부족한 연출이 있었을지라도 굳이 그것을 찾고 싶지 않았던, 그저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에만 충실하며 보고 싶었다. 인지도가 있는 유명 여배우를 캐스팅하지 않은 건 정말 베스트 초이스라는 생각과 더불어 지금까지 개봉된 실화를 바탕으로 하는 영화들처럼 팩트를 가장 명확하게 두각시키고자 하는, 자극적이면서 관객들로 하여금 분노를 유발케 하는 장면을 굳이 돋보이게 하지 않아서 마음에 들었다. 그것이 곧 우리가 겪은 실제의 이야기라는 것이 더 가슴 아프긴 하지만 말이다. 또 젊은 세대가 과거의 역사에 대해 지니고 있는 무관심한 태도의 자화상도 그려내고 있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됐다. 이제 집에 갈 수 있다. 집에 가자." 끝난 듯 해도 끝나지 않은 끔찍한 상황들이 계속해서 이어지지만 그것을 풀어내는 연출이 참 담담하다. 그것이 관객들의 눈물샘을 더 자극한다. 감히 헤아릴 수 없는 아픔과 상처는 계속해서 깊어지지만 낯선 땅에서 바라볼 수 있는 늘푸른 하늘을 보며 노래를 부르고 있는, 실없는 농담을 하며 서로에게 의지하는 소녀들의 모습이 유독 인상깊다. 오히려 매섭게 춥고 눈보라가 내리는 차가운 날들이 아니었기 때문에 짧게나마 웃고 있던 소녀들의 모습에서 보이는 안타까움과 연민의 감정이 극대화되었던 건 아닐까. 가장 꽃다운 시기의 소녀들, 그리고 차마 그 꽃을 피우지 못한 채 지고 만 소녀들의 이야기 '귀향'. 이 역사가 결코 과거의 귀향길 속에서 사라지지 않는 영화가 되길 바라며 본인은 많은 사람들에게 '귀향'의 관람을 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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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극장판 시즌은 짱구의 친구들이나 떡잎유치원의 선생님 등 단 한 번도 짱구와 떨어진 적 없었던 조연 캐릭터들의 부재가 기존의 극장판 시즌들과 비교했을 때 가장 차별화되는 점이다. 사실 이러한 점은 '모 아니면 도'가 될 수 있는 연출력일 수 있다. 기존 캐릭터들의 빈 자리를 메꿔야 하는 새로운 환경의 캐릭터들이 그 자리를 메꾸어 하나의 극장판 애니메이션의 결말을 매듭짓는다는 게 애니메이션의 주 관객층이 되는 어린 친구들에게는 다소 어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멕시코의 머꼬또머거블라 마을이라는 꽤나 먼 곳에서도 짱구의 떡잎마을 방범대 친구들을 추억케 할 수 있는 소재는 마치 친구들도 머꼬또머거블라 마을에 있는 짱구의 곁을 줄곧 지키고 있는 듯한 기분좋은 착각과 생각지 못한 감동을 관객에게 선사하고 있었고 악당들의 추격전도 멕시코라는 배경이었기에 어울릴 수 있었던 독보적인 배경 덕분에 매 극장판마다 빠지지 않았던 쫄깃한 긴장감도 배로 느낄 수 있었다. 그랬기 때문에 명불허전 짱구는 짱구였다. 이러한 우려가 따르는 연출력으로 만들어진 극장판인데도 불구하고 짱구 특유의 유쾌함과 가족들의 단란함을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순간까지 잘 안고 달려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역대 시리즈 사상 최고의 흥행 기록을 수립했다는 화려한 타이틀로 이번 시즌을 과대홍보하는 것은 약간 부담스럽다. 짱구 극장판의 여운이 평균을 웃돌고 있긴 하지만 최고라는 수식어를 붙일 수 있는 스토리까지 기대하기에는 아쉬운 요소가 분명 있기 때문. 박영남 성우께서 말씀하셨듯 늘 어린이날과 여름방학에만 만날 수 있던 짱구 극장판을 이번에는 겨울방학에 만나볼 수 있게 되었다. 항상 밝고 유쾌한 성격으로 보는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선물하는 영원히 친근한 다섯 살 짱구. 2016년 새해에는 머꼬또머거블라 마을에서 펼쳐지는 짱구의 이야기로 에너지 넘치는 새해를 시작해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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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춘들이 바라고 있는 꿈의 안정된 자리의 겉모습과 그 화려한 면에 감춰져 있는 생각지 못한 이면의 모습, 그리고 아직 그 자리에 도달하지 못한 청춘들의 불안한 심리는 차분한 독백 대사를 통해 잘 풀어내고 있다. SNS였기 때문에 내뱉을 수 있었던 애나의 거짓말과 이후 리리와의 안면을 마주하고 나서야 고백할 수 있었던 진심은 보여주기 식의 화려한 간판만을 꿈이라 믿으며 쫓고 있는 어리숙한 청춘들에게 큰 충고가 되리라 생각한다. 이 영화는 절정이 전개되고 있는 장면에서도 영화의 초반부터 이끌어 온 침착한 분위기가 끊이지 않아서 좋았다. 은근히 흔들리는 듯한 촬영 기법을 사용하면서도 초점은 여전히 주인공에 맞춰져 있었기 때문에 감독이 꽤나 섬세한 사람일 것 같다는 생각도 해 볼 수 있었다. 잠깐은 웹무비의 짧았던 상영 시간을 아쉬워하기도 했다. 그러나 오히려 주조연의 수를 줄여 정신없는 데코레이션은 하지 않은. 그저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에만 충실했던 연출과 그러한 웹무비의 특성이 내가 이 영화를 통해 느낀 여운을 더 가슴 깊은 곳까지 전달해주고 있었고 개인적으론 현실적인 상황을 담아내는 영화를 좋아하기 때문에 그런 취향에 있어서도 지금의 내가 때마침 영화의 주제로 고민하고 방황하는 시기에 개봉되어 볼 수 있었던 시간적 우연도 나의 여운을 더할 수 있었던 요소로 생각할 수 있겠다. 흔히 현실적인 영화라고들 하면 자극적인 임팩트를 터트려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강하게 관객의 머릿속에 각인시키는 영화를 떠올리기 쉬운데 이 영화는 다른 곳에서 바라볼 수 있는 같은 하늘이란 매개체가 다르게 보이는 다소 추상적인 소재를 이용하면서도 그것을 담담하게 영화를 풀어나가고 있는 유한 흐름이 인상적이며 그것은 곧 관객들이 영화를 통해 느낄 수 있는 감정을 극대화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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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의 접근을 허락하지 않는 에베레스트 산을 배경으로 하는 만큼 영화에 대한 사전의 기대가 유독 컸다. 그러나 이렇게나 스펙터클한 로케이션 스케일을 두고도 정말 깔끔하게 다듬어내지 못한 그런 영화. 고작 이 정도의 스토리를 그려낼 정도인데 굳이 히말라야를 배경으로 해야만 했을까. "우리 이 영화, 여기까지 와서 찍었어요." 라고 자랑할 가십거리만 만들기에 충분했던 영화였다. 초반부에 서울과 히말라야를 자유자재로 오가는 깔끔하지 못한 장면 전환과 마치 여러 개의 클립영상을 모아 짜깁기한 것만 같을 정도로 느껴졌던 히말라야 등반 과정은 그저 겉치레만 화려할 뿐 속이 알찬 알맹이는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허무할 뿐이었다. 실화를 모티브로 하고 있는 영화인데도 초점은 지나치게 작위적인 허구의 스토리에 맞추어져 있고 그 스토리 속에서 박무택(정우)을 제외한 다른 조원들은 그저 엄홍길(황정민)의 들러리. , 소외감과 무리수의 상황 속을 안간힘으로 메꾸고 있는 난잡한 데코레이션에 불과했다. 적어도 영화가 시간의 흐름만큼이라도 유연하게 흐를 수 있었다면 지금 완성된 영화보다는 훨씬 더 낫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다. 이어, 시신을 찾기 위해 히말라야에 모든 것을 버리고 가겠다는 산악대원들의 전후상황 스토리와 히말라야 중반에서 갑자기 등장한 박무택의 아내(정유미)가 만약 감독의 픽션이었다면 실화를 모티브로 하는 영화에 감히 영화 제목 그대로 히말라야와 같은 차디찬 찬물을 끼얹은 최대의 실수였다고 저격하고 싶으며 무리수보다 더 무리수스러운, 그리고 눈물샘을 억지로 자극하고만 있는 부담스러운 연출력은 이 영화의 어마어마한 스케일을 구길 수 있을 정도로 치명적이었던 허점으로 정리하고 싶다. 가장 차가운 공간에서 일어나는 따뜻한 이야기를 담고 싶어했던 감독의 의도와 요즘 세상에서 잊고 지낸 것만 같은 의리와 존경, 우정의 가치를 담아내고 싶었다는 그 포부는 코멘터리 영상을 통해 확인할 수 있겠다. 그러나 그것은 그저 말로만 이해할 수 있을 뿐, 영화를 보면서 머리로 이해하며 매치시키기에는 그저 언밸런스하고 앞뒤가 맞지 않을 뿐이었다. 이 정도의 영화를 찍을 거면 욕심내지 말고 다음부터는 국내의 산 정도에서 그칠 수 있는 스케일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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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봉일도 늦춰질 정도로 개봉하는 순간까지 참 이런저런 말들이 많았던 영화다. 개인적으로 나는 영화라 하면 감독과 작가의 픽션 아래에서 이루어지는 배우들의 연기라고 정의하고 있었기 때문에 실제로 등장하는 현직 대통령을 비롯해서 국회의원들과 유가족들의 적나라한 등장은 기존에 봐 왔던 영화들과는 확실히 다른 느낌을 받기 충분했다. 다큐멘터리 영화였기 때문을 이유로 댈 수도 있겠지만 어찌됐든 영화랍시고 개봉된 작품이기에 기존에 본 영화처럼 생각을 적어나가는 게 맞는지. 아니면 다큐멘터리 영화라는 장르의 특수성이 가진 점을 고려하며 생각을 적어나가는 게 맞는지에 대한 고민이 꽤나 길게 이어졌다.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가 아닌 실제 사건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현실을 그대로 찍은 영화이다. 어떻게 보면 영상이라 설명할 수도 있겠다. 영화의 타이틀은 다소 편향적이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 영화는 제목부터 도발적이다. 어쩌면 그랬기 때문에 영화의 개봉을 두고도 많은 얘기들이 들려온 것 같다. 영화는 관객의 입장에서, 한편으로는 그 사건을 알고 있던 이 나라의 한 국민으로써의 입장에서도 맞게 감독이 의도한 대로 세월호 사건에 대해서는 다시 한 번 되돌아볼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다. 더불어 아직도 정부와 유가족 사이에는 풀어나가야 할 실마리가 많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나는 이 영화의 특성상, 상영 후 이루어진 스페셜 토크에서야 오히려 더 깊은 생각에 잠길 수 있었다. 지금 우리 사회는 세월호를 두고 꽤나 긴 시간이 흘렀기 때문에 한편에서의 일부 국민들은 "이제는 지겹다."고도 적잖게 말하곤 한다. 그러한 반응에 대한 이유는 국가에서 배보상도 적지 않게 준 데다가 대학 입시 등에 있어서도 <단원고특별전형> 이라는 특례까지 제공하였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세월호 유가족들에 대한 국민들의 시선이 일부에서는 '시선'이 아닌 '눈초리'로 바뀌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유가족들은 "우리는 금전적인 보상을 요구한 것이 아니다. 세월호에 근거한 아이의 진실된 죽음의 이유와 투명한 진상규명, 그리고 그 진실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라고 말했다. 이미 사건 발생으로부터 600일이 지난 이 시점에서 아무 것도 해결되지 않은 세월호 사건을 두고 유가족들은 "우리들의 마음 속에 대한민국의 대통령은 없다." 라고 말할 정도로 그들은 이미 국가를 신뢰하고 있지 않았다. 이제는 유가족들이 당장의 변화를 요구하지 않는다고 한다. 교과서 왜곡으로도 말이 많은 요즘. 유가족들은 세월호 사건의 해결을 앞으로의 1020년 후의 때의 먼 날까지 바라보면서 차근차근 조금씩 변화하는 모습이 보여지기를 기대한다고 하였다.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이유를 막론하고 결국에는 나도 편향된 영화를 본 관객이지만 마인드까지 편향되고 싶지는 않다. 세월호 사건으로 인해 드러난 여러 문제점이 지금의 대한민국이 그려내고 있는 솔직한 자화상이라는 것도 인정하는 부분이지만 한편으로는 분명 국가의 입장도 있을 거라 믿는다. 국가와 유가족들의 원활한 소통만이 세월호 사건을 해결하는 데에 있어서의 가장 근본적인 역할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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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얽히고 얽힌 비리 사이에서 들끓고 있는 은폐와 거짓. 그리고 그 사이를 채우고 있는 인간의 욕망. 그 배경이 되는 넓은 울타리가 사회이기 때문에 이 영화가 시사하는 바는 크다. 영화의 절반까지는 다소 지루하고 진부했다. 계속해서 등장하는 인물들에 대한 뒤통수와 배신은 계속되는 데다가 이야기의 매듭은 끝을 모르고 묶고만 있었다. 이 영화가 보여주고자 했던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대한민국 사회 속에 남아있는 정의를 발견하고자 하는 팩트는 겉으로도 명확하게 보이지만 조금 더 깊게 보면 각자의 배역이 맡고 있는 개개인의 성격도 안타까운 사회를 보여주고 있는 또 하나의 팩트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아무래도 남자들의 욕망이 주된 테마이다 보니 직선적인 장면들이 유독 많았다. 적나라하기도 하고 조금은 관객들에게 쉴 틈이 주어졌으면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 그 역할을 안상구(이병헌)의 깨는(?) 대사가 채웠다고 본다. 그러한 관객들의 가벼운 웃음조차 놓지 않았다는 점이 성인영화의 흥행 독주를 가능하게끔 했다고도 볼 수 있겠다. 물론 이병헌이 갖고 있는 그만의 강렬한 명품연기 역시 단연 톱이었다. 눈 한 번 깜빡이지 않고 분노하며 직설적인 대사를 내뱉는 모습은 지금도 꽤나 강렬하게 기억에 남는다. 내용이 흘러가는 전개가 다소 진부하기 했지만 반전도 신선했고 전반적으로 꽤나 도발적인 영화였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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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적으로 명탐정 코난은 어렸을 때부터 정말 좋아했던 일본 애니메이션 중 하나였다. 그런데 이번 극장판 시즌은 실망만을 느끼기에 턱없이 충분한 작품이었다. 최근에 개봉하는 코난 극장판 시즌을 볼 때마다 느끼긴 했지만 그림체와 스케일은 시즌을 거듭할수록 웅장해지고 화려해지는 한편 그 메인이 되는 추리과정의 포지션은 추리 애니메이션이라는 타이틀이 민망할 정도로 줄어들고 있었다. 시즌을 거듭할수록 실망감을 조금씩 느끼긴 했지만 이번 시즌은 유독 과했다. 대체 코난을 두고 SF를 그리고 싶었던 건지 추리를 그리고 싶었던 건지 감독에게 코난이란 애니메이션 본질이 지니고 있는 컨셉에 대한 정체성을 두고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 추리물의 하이라이트는 관객의 추리도 한 몫을 한다고 본다. 그러나 코난의 이번 시즌은 그 점 또한 놓치고 있었다. 스토리 전개도 사전에 모든 조건을 전제한 하에서 이루어지는 전개가 아닌 즉각즉시 전개된 상황에 대한 뒷이야기가 차례대로 밝혀지고 있으니 이건 뭐 어줍잖은 추리조차 해 볼 수도 없는 노릇. 악당의 범죄 동기도, 란의 무리수도, 범인을 몰아가는 추리 과정 등 모든 것이 허무할 정도로 실망스럽기 짝이 없던 이번 시즌. 그래도 오랜 기간 코난을 봐 온 매니아로써 다음 시즌부터는 코난만이 갖고 있는 근본적인 색깔을 기반으로 맛깔난 미궁과 쫄깃한 추리과정을 단단히 묶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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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전히 외국 영화, 특히 서양 영화는 유독 별로다. 그나마 애니메이션은 거부감 없이 보는 편이긴 하지만 보는 내내 이게 정서가 안 맞는 건지. 아니면 내가 너무 훌쩍 자란 후인 어른이 되고서야 처음 보아 공감이 딱히 가지 않았던 건지. 세계적인 명작이라 불리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위대함과 그 작품성을 영화가 끝나는 그 순간까지 전혀 공감하지 못했다. 정신없고 난잡한 데다가 어느 부분에 초점을 맞춰 봐야 하는 건지도 모르겠고 그저 지루함이 전부였다. 그렇지만 앨리스는 그렇게 평가하고 넘어가기엔 상당히 많은 다수가 인정하는 명작임이 분명했고 군중심리에 휩쓸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앨리스의 핵심을 찾아보고 싶어서 그저 일차원적으로 단순하게 앨리스의 줄거리를 되짚어봤다. 한 문장으로 이 영화를 정리하자면 우선은 앨리스에 나오는 모든 내용들은 꿈이었다는 게 분명하다. 그렇다. 나는 이 모든 내용이 앨리스의 꿈이었다는 걸 이성적으로 알아챈 순간 내가 잠을 잘 때 꾸었던 꿈들을 떠올려봤다. 나는 분명 내가 꾼 꿈인데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있었고 복잡한 데다가 기억도 제대로 나지 않아 꿈의 시작점조차 정확하게 짚지 못하고 있었다. 앨리스에서는 그것을 표현하고 있었다. 비현실적이고 절대 겪어볼 수 없을 법한 일들이 일어나는 게 가능한 곳은 결국 우리의 꿈 속이었다. 몸이 자유자재로 커졌다 작아지기도 하고, 생일이 아닌 날을 축하하기도 하고, 나보다 키가 큰 꽃들이 말을 하며 노래를 부르는 등. 아이러니한 판타지만이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었던 앨리스만의 원더랜드는 결국 영화를 보는 모든 이들이 놓쳐 지나가며 살아갈 법 했던 우리들의 동심 세계를 그리고 있던 것은 아닐까. 이 영화는 생각하며 볼수록 영화의 매력을 느낄 수 없다. (내가 그랬다.) 그렇게 보아야 감칠맛을 느낄 수 있는 영화도 있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앨리스는 우리 모두를 대신하는 캐릭터임이 분명하다. 오늘은 어떤 걸 하는 도중에 잠에 들까. 왠지 오늘 밤은 꿈을 꾸는 잠에 들고 싶다. 그리고 그 꿈은 아주 정신없고 난잡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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