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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04.17 7년 전의 기억을 거슬러, 당일치기 인천 여행 _ 2017.03.17

 

 


# 인천역

 인역은 전철에서 내리자마자 시야에 들어오는 풍경의 모습부터가 전철의 역사(歷史)의 시작을 알리는 풍채와 향수가 압도적이다. 역 안은 70년대 시절을 연상케 할 정도로 정갈하고 간이역을 닮아 있어 출구로 향하는 발걸음의 무게가 유독 가볍다. 출구로부터 나와 정면에 보이는 차이나타운의 빨간 제1패루를 마주하고, 주위에 보이는 월미도로 향하는 이정표와 부산만큼은 아니지만 분명 코끝에서 느껴지는 약간의 바다 짠내를 맡고 나면 실감이 난다. 내가 서 있는 이 곳이 바로 인천이라는 것이.


# 차이나타운

 기왕 할 거면 제대로. 나는 어정쩡하게 흉내만 내 놓고 한국의 산토리니, 한국의 마추픽추라는 수식어를 붙이는 몇몇 관광지들에 대해 상당히 비관적인 시선을 지니고 있다. 차이나타운도 예외없다. 한글은 너무나도 많이 보이고 틈새에 끼어 있는 휴대폰 대리점과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은 미간을 찌푸리게 한다. 가뜩이나 사드 문제로 인해 중국인들의 발길까지 줄어들어 차이나타운의 활기와 생동감은 이전에 찾았을 때보다 덜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차이나타운을 방문한 이유를 말하자면 그래도 인천역의 앞을 지키고 있는 명실상부 핫플레이스를 굳이 거역하고 싶지는 않았다고나 할까. 이 날의 먹스타그램은 회로 정했기 때문에 아무런 주전부리도 입에 물지 않고 구경을 했다. 그래도 차이나타운을 갔다 오니깐 사람들과 인천 여행을 주제로 두고 수다를 떨 때 몇 마디 더 더할 수 있는 소재가 생겼다.

 

# 홍예문

 7년 전, 아버지와 인천 드라이브를 다녀오며 우연히 아치형 문을 거친 적이 있다. 순간 동생이 말을 걸었다. “! 이 문, 형이 좋아하는 일본 느낌 나는 그런 문 같아.” 그 말을 듣는 순간 뇌리에 한 줄기의 전율이 강하게 스파크를 터트리며 반사적으로 나의 고개를 뒤로 돌리게끔 했다. 순식간에 두 눈으로부터 멀어진 아치형 문을 바라보며 언젠간 이 곳을 다시 한 번 찾으리라 다짐한 적이 있다. 그런데 이름도 모르고 위치도 인천이라는 광범위한 지명만 알고 있을 뿐이었기에 그 다짐이 성취되는 날이 있을까 하고 기억 속 저편으로 아치형 문의 존재를 보내며 잊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인천을 가겠다는 생각이 떠오른 20173, 그 때 내가 본 아치형 문의 이름과 위치를 알아내기 위한 진득한 서치 끝에 드디어 아치형 문에 대한 해답을 도출했다. 문제의 그 아치형 문의 이름은 홍예문이었다. 그리고 일본스럽다는 동생의 말도 맞았다. 홍예문은 일본 공병대가 지은 석문이었다. 그렇게 찾은 홍예문은 차분하고 고즈넉했다. 사진 촬영을 위해 차도 위에서 서성거리고 있는데도 생각보다 많은 차가 오가지 않았으며 몇몇 운전자들은 이런 관광객이 익숙하기라도 한 듯 사진 촬영을 하는 나를 배려하며 잠시 차를 멈추거나 피해 가기도 했다. 그 세심한 배려에 또 감동을 받아 홍예문을 더 진하게 기억 속에 저장하려고.

 

# 월미도

 서울에서 가장 접근성이 편이한 바다를 묻는다면 단언 월미도이지 않을까. 물감을 풀어놓은 듯한 탁 트인 동해바다만큼도, 가득한 몽돌 위 끝없이 펼쳐진 은빛깔 남해바다만큼도 아니지만 버스 정류장에서 내려 바다로 향하기까지의 길을 장식하고 있는 양 쪽의 즐비한 횟집들을 지나 바다와의 접선이 다가오는 것이 느껴지는 순간은 팔도강산 어디든 바다의 규모에 개의치 않고 늘상 설레기 마련. 기대한 바다가 아니었는데도 갈매기는 생각보다 너무나 많았고 운행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던 여객선도 운행 중에 있어서 뱃고동 소리까지 들을 수 있었다. 바다에 왔다는 것이 실감이 난다. 그리고 심장은 팝콘 터지듯 두근거린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침전되어 있던 오만가지 잡념이 씻겨 날아가는 기분이다. 이렇게 여유있게 바다를 찾을 수 있을 때가 또 언제가 될까. 시계를 보고 싶지 않았던 순간. 월미도에서의 바다는 그렇게 나에게 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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