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8.07

D+6

결판의 날


코타키나발루에서 온전하게 하루를 보낼 수 있는 마지막 날이 밝았다.

내일이 되면 나는 페리를 타고 브루나이로 넘어간다.


이 얘기인즉슨, 다른 말로 바꾸어 말하면

쁠라우띠가 섬 투어 일정을 더이상은 미룰 수 없는,

이 날의 날씨에 나의 스노쿨링과 머드체험 등의

해양 스포츠 일정 여부가 판가름이 나는 결판의 날이 밝은 것이다.


전날 밤, 잠에 들기 직전까지도 비가 오지 않기를 바라며 잠에 들었는데

과연, 나는 무사히 쁠라우띠가 섬에 들어갈 수 있을까.


알람 시간에 맞춰 떠진 눈.

나는 재빠르게 이불 밖으로 나와 창밖을 바라보았다.


 


야속할 정도로 하늘에는 희뿌연 먹구름이 잔뜩 끼어 있었고 이내 강한 빗줄기를 매정하게 뿌리기 시작했다. 


하.. 씨x..


그래도 동남아시아는 스콜성 비가 자주 내리는 편이니 금세 비가 그쳐 다시 해를 띄우지 않을까 싶었다.

그러나 그것은 나 혼자만의 애처로운 희망고문에 불과할 뿐이었다.



비가 너무 많이 내려서 내 생각에는 투어가 취소될 것 같아. 픽업 장소로 나가지 않아도 되지?


(8분동안 아무런 답장이 없자)


우선 나는 호스텔의 픽업 장소에서 기다리고 있을게.

(영완)

 

좋은 아침 친구.

아... 오늘 쁠라우띠가 섬 투어는 헤비급 비 때문에 다시 취소되었어.

(도라)

 

이럴 수가... 쁠라우띠가...

(영완)



끝내 나는 코타키나발루에서의 해양 스포츠는 경험하지 못한 채 브루나이로 넘어가게 되었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호스텔로 들어와 토스트를 먹으며 오늘의 일정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 때, 엊그제 탄중아루 비치에서 만나 필리피노 야시장에서의 먹방을 함께한 대니형 일행이 떠올랐다.

만약 형들의 일정에 정해진 계획이 없다면 대니형 일행과 하루를 보내도 괜찮을 것 같았다.


 

 


일정을 조율하기 위해 대니형에게 카카오톡을 보냈는데

형들도 오늘 해양 스포츠를 하기 위해 가야섬에 들어가는 일정이셨다고 했다.


현지에서 해양 스포츠를 예약한 나와 달리

형들은 한국에서 미리 여행사를 통해 예약을 하고 온지라

취소를 확정받기까지의 시간이 조금 더 걸렸다.


만약 해당 여행사로부터 취소를 확정받으면 형들은 나와 함께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형들은 계속해서 지체되는 취소 확정에 지치기라도 했는지

일단 아침을 먹으며 취소 확정을 기다리겠다고 하셨다.

그러면서 형들은 내게 아침 식사를 함께 하자며 나를 로컬 식당으로 부르셨다.


 


그렇게 이틀 만에 나는 대니형 일행을 이마고 쇼핑몰 주변 로컬 푸드 식당에서 다시 만났다.

형들은 여행사의 늦어지는 대처에 답답해하시며

빠른 취소 확정과 현지에서 환불에 대한 확신을 받은 나를 부러워했다.


그러면서 일행 중의 한 명이던 대이빗 형이

만약에 가야섬 투어가 취소되면 악어나 보러 가실래요? 코타키나발루에 악어 농장 있다고 하던데...라며

악어 농장에 대한 존재를 알려 주셨다.


그런데 아직 형들은 가야섬 일정에 대해서 취소를 확정받은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에

나는 악어 농장 일정에 섣불리 OK를 하지 않았고

호스텔에서 블로그 작업을 하다가 따로 새로운 일정을 계획하겠다고 했다.



그렇게 우리는 아침 식사를 마치고 각자의 호스텔로 돌아가기로 했다.

그런데 그 때, 형들이 드디어 여행사로부터 가야섬 일정에 대한 통보를 받았다.

가야섬 일정은 예정대로 진행된다고 한다.


그런데 대니형이 내게 자신을 대신해서 가야섬에 갈 의향이 있냐고 물었다.

대니형은 막상 가도 자신이 생각하던 바닷속의 풍경을 보지 못할 것 같다며

가야섬 일정을 자진해서 포기하셨다.


순간 엄청난 고민에 휩싸였다.


그런데 내가 쁠라우띠가 섬에 가기로 했던 이유가

가야섬이나 사피섬에 비해 보다 적게 찾는 관광객의 수와

그로 인해 더 깨끗하게 보존된 섬의 깨끗한 모습이었기 때문에

쁠라우띠가 섬을 대신하는 일정으로 가야섬에 가고 싶지는 않았다.


그 외에 답변을 전해야 하는 시간적인 상황도 촉박했던지라

나는 대니형에게 가야섬에 가지 않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그렇게 대니형은 마사지 샵으로, 나는 호스텔로,

제임스 형과 대이빗 형은 가야섬으로 향했다.


대니형과 둘이서 새로운 일정을 계획해 볼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대니형과 카카오톡을 나눌수록 대니형은 느긋하게 쉬면서 시간을 보내는 걸

더 선호하시는 편이신 것 같아 혼자서 일정을 계획하기로 했다.


 


호스텔로 돌아온 나는 노트북을 켜고 코타키나발루에서의 당일치기 일정을 세우기 시작했다.

그런데 마땅한 장소가 눈에 띄지 않았다.


탄중아루 비치, 필리피노 마켓, 워터프론트몰, 이마고 쇼핑몰, 야외 수영장,

블루 모스크, 핑크 모스크, 반딧불 투어, 스쿠터 질주, 브리즈 비치 클럽, 선데이 마켓...


코타키나발루에서 해양 스포츠를 빼고 할 수 있는 액티비티는 다 한 상황이었다.


그 때, 대이빗 형의 악어 농장 언급이 뇌리를 스쳤다.


검색을 해 보니 악어 농장은 차로 약 40분 정도 걸리는 다소 먼 위치에 있지만

어차피 시간은 오늘도 제약될 것이 없었고,

한국에서 보기 힘든 악어라는 동물을 보면서

매일 오전 11시와 오후 3시에 열리는 악어쇼에 참석하는 것이

지금의 상황에서 세울 수 있는 최고의 일정일 것 같았다.


악어쇼가 시작되기까지는 약 2시간 30분 정도를 남겨두고 있는 상황.

나는 제셀톤 포인트로 가서 쁠라우띠가 섬 투어의 비용을 환불받은 후

그랩을 이용하여 투아란 악어 농장으로 향했다.



[환불] 쁠라우띠가 섬 투어(스노쿨링, 장비, 호텔 픽업, 식사 포함) 240링깃(약 70,000원)


쁠라우띠가 섬 투어를 현지에서 저렴하게 예약하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말레이시아②] 쁠라우띠가 섬 투어와 브리즈 비치 클럽 바비큐 현지에서 예약하기 편을 정독해주세요.

(위 타이틀을 클릭하면 해당 게시글이 새 창으로 띄워집니다.)


그랩을 타고 투아란 악어 농장으로 향하는 도중,

기사님께서 미처 내가 생각하지 못한 부분을 짚어주셨다.

그것은 바로 투아란 악어 농장에서 제셀톤 포인트로 돌아올 교통편이었다.


투아란은 제셀톤 포인트와 달라. 여기처럼 그랩이 쉽게 잡히지 않을 거야.

(그랩 차량 기사님)

 

왜?

(영완)

 

시내로부터 너무 떨어진 곳이라서 그랩 차량이 거의 없어.

돌아올 교통편에 대한 준비는 되어 있어?

(그랩 차량 기사님)


아니..

(영완)


그러면 내가 투아란 악어 농장에서 돌아갈 때도 널 데려다 줄게.

(그랩 차량 기사님)


정말??

(영완)


물론이지.

(그랩 차량 기사님)


정말 고마워. 난 감동받았어.

악어쇼는 3시부터 시작되니 빠르면 4시, 아무리 늦어도 5시를 넘기지 않을게.

(영완)


알겠어.

(그랩 차량 기사님)


친절하신 그랩 차량의 기사님 덕분에 나는 악어 농장으로 가는 길에

돌아오는 교통편까지 안전하게 확보할 수 있었다.


40분 동안 열심히 달린 우리의 차량은 어느덧 투아란 악어 농장에 도착했다.


 


투아란 악어 농장 [1인(성인)] 30링깃(약 8,700원) + 세금 1.8링깃(약 520원)

→ 31.8링깃(약 9,200원) / 2019.08 기준


나른한 시간 오후 2시,

농장에 있던 모든 악어들은 부동자세를 취하거나

유유자적하게 물 위를 헤엄치며 조용하게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예상하지 못한 농장의 한적함에 다소 당황했지만

그러면서도 악어가 가끔씩 예고없이 몸을 움직이곤 했다.

크게 움직인 것도 아닌데 악어가 움직일 때마다 나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농장 곳곳에 있던 팻말들을 읽어보니 악어들의 평균 나이대가 60~70세였다.

악어들의 유유자적함을 바로 수긍하게 되었다.


악어님들. 편히 계세요. 얌전히 보다 갈게요..


 


그렇게 악어 농장을 둘러보는 도중, 갑자기 익숙한 노랫소리가 들렸다.



바로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악어 농장의 배경음악으로 나오는 것이었다.

(신나는 비트에 비해 너무나 움직임이 없던 악어들의 반응이 다소 민망했다.)


말레이시아에 온 이후 K-POP이 들렸던 적은 사실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마고 쇼핑몰에서는 NCT127, 트러블메이커, 티아라의 노래가 흘러나왔고

코타키나발루에서의 불금을 즐기기 위해 가야 스트리트 야시장으로 가는 도중,

루카스 일행과 함께 탔던 그랩 차량의 기사님의 휴대전화에는 아이콘의 노래가 세 곡이나 있었다.


NCT127_無限的我(무한적아)

코타키나발루 이마고 쇼핑몰 / 2019.08.05


Trouble Maker(현승, 현아)_Trouble Maker(트러블메이커)

코타키나발루 이마고 쇼핑몰 / 2019.08.05


T-ARA(티아라)_SEXY LOVE

코타키나발루 이마고 쇼핑몰 / 2019.08.07


한국에서 보도하는 K-POP의 해외인기에 대해서 솔직히 과장하는 건 아닐까 싶었는데

이번 여행을 계기로 K-POP의 진실된 해외 인기와 내 나라 한국의 위상을 실감할 수 있었다.


악어 농장을 다 둘러보고 나니 어느새 시간은 악어쇼가 시작될 시간과 가까워져 있었다.

서둘러 공연장에 갔더니 나를 악어 농장까지 태워다 준 그랩 기사님이 악어쇼의 시작을 기다리고 있었다.


 

 


기사님께서도 악어 농장 주변에 있으면 어차피 손님을 태우지 못할 테니

나를 기다리면서 악어 농장을 구경하려고 하시는 것 같았다.

반가운 마음에 한걸음에 달려가 기사님께 인사를 건넸다.

기사님의 배려심에 고마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죄송한 마음이 같이 들었다.


 

 


 악어쇼를 보면서 여러 감정이 복합적으로 들었다.

보기만 해도 위협적이고 무서운 악어가 있는 물 속에

맨발로 들어가 맨손으로 악어를 유인하는 사육사의 조련에 감탄하면서도


악어를 하나의 생명체로 생각했을 때는

인위적으로 악어를 작대기로 자극하며 물밖으로 유인하는

조련 방법이 꽤나 가학적이라는 생각이 함께 들었다.


또, 행여나 돌발적인 상황이 일어나

사육사가 악어에게 물리기라도 하면 어떡하나 싶은 걱정과

인간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정해진 시간마다 억지로 작대기를 맞으며

물밖으로 나와야하는 악어에 대한 걱정이 같이 들었다.


악어쇼가 끝나자 모든 관객들이 박수와 환호로 악어쇼에 화답했다.

나도 박수를 보내긴 했지만 마냥 밝은 얼굴로 악어쇼에 화답할 수는 없었다.


 


악어쇼를 다 보고 악어 농장을 나오면서 나는 일부러 나를 위해

악어 농장에서 시간을 할애해주신 기사님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자 시원한 콜라 한 캔을 사 드렸다.


 


그렇게 쁠라우띠가 섬을 대신해서 악어 농장에서 오늘의 새로운 일정을 소화한 나는

KFC에 들러 간단하게 간식을 먹었다.

메뉴 이름이 기억나진 않지만 치킨에 수프 쏟은 맛이 났다.


맛이 없었다는 얘기다.



간식을 먹으며 길을 걷다보니 어느새 호스텔에 도착했다.

호스텔에 도착하고 나서는 짐 정리를 하면서 내일 아침 브루나이로 떠날 준비를 했다.


 


나는 호스텔 매니저에게 내일 아침 일찍 호스텔을 떠나야 하는

내 상황을 설명하며 얼리 체크아웃을 요청했다.


그렇게 내일을 위한 준비가 얼추 마무리가 되고 나니

나는 호스텔 테라스의 쿠션의자에 누워 코타키나발루에서의 마지막 야경을 눈에 담기로 했다.


그 때, 갑자기 대니형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이마고 쇼핑몰의 아래에 매일 저녁마다 라이브 공연이 열리는 바가 있는데

그 곳에서 공연을 보며 같이 맥주를 마시자는 전화였다.

너무나 고마운 제안에 나는 렌즈를 끼지 않은 상태였는데도(나는 렌즈를 빼고 나면 웬만해서 외출을 하지 않는 편이다.)

바로 대니형이 알려준 징 레스토랑 바로 내려갔다.


 


아침 식사를 함께한 이후 다시 만난 형들에게 나는 오늘 하루 일정에 대한 얘기를 물어보았다.

대니형은 마사지 샵에 가서 편하게 마사지를 받은 후 숙소에서 여유있게 쉬면서 시간을 보냈고,

대이빗 형과 제임스 형은 동물원에 다녀왔다고 했다.


대이빗 형과 제임스 형에게 가야섬에 대한 일정이 정상적으로 진행된다고 해서

가야섬에 간 게 아니냐고 물어보니까

가야섬에 가는 배에 타려고 하는 순간, 아주 잠깐동안 내린 비 때문에

그 자리에서 바로 가야섬 일정에 대한 취소를 통보받았다고 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아까 형들이랑 악어 농장 같이 다녀올 걸..


형들 일행 중에서 이 날, 결국 최고의 승자는 대니형이었다.


무르익는 분위기 속에 점점 시간이 흘렀고

그러다보니 어느새 바는 라이브 공연을 시작할 시간이 되어 있었다.



라이브 공연이 시작되었다.

전주가 흘러 나오는데 나와 형들은 모두 놀란 표정을 지은 채 서로를 바라보았다.



라이브 가수들이 인디가수 숀의 ‘Way Back Home’을 영어로 개사해서 부르는 것이었다.

코타키나발루에서의 마지막 밤을 코타키나발루에서 친해진 한국인 형들과 한국 노래에 맥주를 마시며 보내게 되었다.


정말,


정말이지 행복했다.


이런 순간은 몇 달 전부터의 계획으로도 실천할 수 없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이 날, 나는 형들에게 나의 명함을 건네주었다.


 


여행을 계기로 금연을 실천하고 있었는데

술이 몇 잔 들어가고 대니형이 밖에 나가 연기를 뿜고 있으니 견디기가 힘들었다.


탄중아루 비치에서 나에게 먼저 말을 걸어 주었고,

필리피노 야시장에서도 나에게 줄 망고를 제일 먼저 구매해 준 유독 고마운 대니형과

맥주를 마시러 바에 내려갈 때, 나를 부르자는 얘기를 먼저 꺼냈다는 대이빗 형과 제임스 형.


코타키나발루에서 나와 함께한 모두가 뜻깊고 소중한 인연이지만

대니형 일행은 유독 더 기억이 짙게 남는 인연이다.

같은 한국인이었다는 동질감도 이유가 되지만

함께한 즐거운 시간이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았기 때문인 것 같다.


한국에 돌아갔을 때,

자주 만나자는 그런 지키지도 못할 빈말은 서로가 하지도 않았지만

언젠가는 꼭, 한국에서 다시 만나 우리는 이 날처럼 다시 한 번 잔을 부딪치기로 약속했다.



그리고 반딧불 투어에서 나의 말벗이 되어 주고,

나의 쁠라우띠가 섬 투어 일정을 위해 투어 스케줄을 강행하고 있는 도중에도

나의 카카오톡 문의에 불철주야 답장을 해 주었던 도라.


도라는 내가 브루나이로 떠나기 전, 같이 술을 한 잔 하자고 했었는데

우리는 그 약속을 오늘 실현하기로 했다.


대니형 일행과 헤어진 나는 도라의 퇴근 시간에 맞춰 필리피노 마켓으로 향했다.

도라는 나를 위해 코타키나발루의 현지 안주인 꼴뚜기 꼬치 구이와 생선 구이를 사 주었다.


 


예정보다 꽤 늦어진 도라의 퇴근과

내일 아침 일찍 브루나이로 가는 페리에 탑승해야 하는 나의 상황을 고려하여

결국 술은 마시지 않기로 했지만 도라와 나는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대화를 하며

코타키나발루에서의 마지막 밤을 보냈다.


도라는 나를 제셀톤 포인트에서 처음 봤잖아. 그 때, 첫인상이 어땠어?

(영완)

 

 코타키나발루는 거의 가족끼리 오거나 연인들이 오는 경우가 많아서 좀 놀랐어.

(도라)


아, 혼자라서?

(영완)

 

 응. 왜 혼자 왔지? 싶었어.

(도라)


반딧불 투어에서 다시 만났을 때,

너가이드님께 나를 한국어로 ‘제셀톤 친구’라고 소개해 주었을 때 무척 고마웠어.

(영완)


“(웃음) 그 때 떠오르는 단어가 그냥 제셀톤 친구였어.

(도라)


 


이 날, 나는 한국의 술인 소주를 궁금해 하는 도라에게

입으로 소주병 따는 소리 내는 개인기를 가르쳐 주면서

앞으로 한국인 관광객들을 만나면 이 개인기를 선보여 보라고 했다.


도라는 입으로 내는 똑딱 소리가 꽤나 재미있게 들렸는지

계속 빵 터지면서 다음에 만나게 될 한국인 관광객에게 이 개인기를 선보이겠다고 약속했다.


혹시라도 가이드님께서 이런 거 어디서 배웠냐고 물어보면 제셀톤 친구한테 배웠다고 하라 했다.



이제 나는 코타키나발루에서의 모든 일정을 끝마쳤다.


도라와 헤어지고 혼자 호스텔로 돌아오는데

계속 마음 한 편에서 아쉬운 기분이 일렁였다.

아직 누빌 나라가 두 곳이나 남았는데 왜 이렇게 아쉬운 걸까.



이유가 없다.

그냥 끝은 언제나 아쉽다.


 


침대에 누워 생각에 잠기다 보니

내일 아침, 잠에서 깨면 새로운 나라로 이동한다는 설렘과

코타키나발루에서의 끝을 맺고 싶지 않았던 아쉬운 기분이 함께 들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나는 잠에 들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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