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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12.19 히말라야 <영화관감상>


 인간의 접근을 허락하지 않는 에베레스트 산을 배경으로 하는 만큼 영화에 대한 사전의 기대가 유독 컸다. 그러나 이렇게나 스펙터클한 로케이션 스케일을 두고도 정말 깔끔하게 다듬어내지 못한 그런 영화. 고작 이 정도의 스토리를 그려낼 정도인데 굳이 히말라야를 배경으로 해야만 했을까. "우리 이 영화, 여기까지 와서 찍었어요." 라고 자랑할 가십거리만 만들기에 충분했던 영화였다. 초반부에 서울과 히말라야를 자유자재로 오가는 깔끔하지 못한 장면 전환과 마치 여러 개의 클립영상을 모아 짜깁기한 것만 같을 정도로 느껴졌던 히말라야 등반 과정은 그저 겉치레만 화려할 뿐 속이 알찬 알맹이는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허무할 뿐이었다. 실화를 모티브로 하고 있는 영화인데도 초점은 지나치게 작위적인 허구의 스토리에 맞추어져 있고 그 스토리 속에서 박무택(정우)을 제외한 다른 조원들은 그저 엄홍길(황정민)의 들러리. , 소외감과 무리수의 상황 속을 안간힘으로 메꾸고 있는 난잡한 데코레이션에 불과했다. 적어도 영화가 시간의 흐름만큼이라도 유연하게 흐를 수 있었다면 지금 완성된 영화보다는 훨씬 더 낫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다. 이어, 시신을 찾기 위해 히말라야에 모든 것을 버리고 가겠다는 산악대원들의 전후상황 스토리와 히말라야 중반에서 갑자기 등장한 박무택의 아내(정유미)가 만약 감독의 픽션이었다면 실화를 모티브로 하는 영화에 감히 영화 제목 그대로 히말라야와 같은 차디찬 찬물을 끼얹은 최대의 실수였다고 저격하고 싶으며 무리수보다 더 무리수스러운, 그리고 눈물샘을 억지로 자극하고만 있는 부담스러운 연출력은 이 영화의 어마어마한 스케일을 구길 수 있을 정도로 치명적이었던 허점으로 정리하고 싶다. 가장 차가운 공간에서 일어나는 따뜻한 이야기를 담고 싶어했던 감독의 의도와 요즘 세상에서 잊고 지낸 것만 같은 의리와 존경, 우정의 가치를 담아내고 싶었다는 그 포부는 코멘터리 영상을 통해 확인할 수 있겠다. 그러나 그것은 그저 말로만 이해할 수 있을 뿐, 영화를 보면서 머리로 이해하며 매치시키기에는 그저 언밸런스하고 앞뒤가 맞지 않을 뿐이었다. 이 정도의 영화를 찍을 거면 욕심내지 말고 다음부터는 국내의 산 정도에서 그칠 수 있는 스케일이 되기를.

Posted by choi0w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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