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에 도착한 나는 낮잠을 자며 체력을 보충했다.


2시간 뒤,


잠에서 깬 나는 브루나이의 상징과도 같은

술탄 오마르 알리 사이푸딘 모스크에 가기 위해 다시 호텔을 나섰다.


이번에도 모스크로 갈 때는 오전처럼 걸어서 움직였다.


 


그러나 모스크로 곧장 향하지는 않았다.


시간표처럼 정해진 대로만 일정을 소화하고 싶지 않은 마음에

의자가 보이면 앉아서 쉬었다 가기도 하고 전봇대에 카메라를 걸어놓고 스냅사진을 찍기도 했다.


 


그렇게 나는 20분이면 올 모스크를

이 곳 저 곳 들려가며 오느라 1시간에 걸쳐 오게 되었다.


 

파랗지 않은 흐린 하늘이 다소 아쉬웠지만

모스크는 하늘과는 별개로 웅장하고 아름다웠다.


맑은 하늘 아래의 모스크를 보지 못해서 그런지

나는 밤이 되었을 때 모스크의 야경이 더욱 보고 싶어졌다.



모스크에 입장하기 위해서는 먼저 발을 씻어야 한다.

모스크의 입구를 기준으로 좌측에 세족대가 있는데 나는 그 곳에서 시원한 물로 깨끗이 발을 씻었다.


 


복장을 갖춰 입은 후 모스크에 들어가려고 하는 찰나,

한 관리인 분께서 오늘 모스크 내에서 결혼식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입장할 수 있는 구역이 한정되어 있다고 말씀해주셨다.


아쉽긴 했지만 모스크의 입장이 완전히 제한되는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나마 조금은 안도할 수 있었다.


대신, 모스크의 중앙 홀의 사진 촬영을 허가해 주겠다고 하셨다.

원래 모스크 내부는 어떠한 이유로도 사진을 촬영할 수 없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블로그나 SNS에 사진을 게시해도 되냐고 물었는데

이 부분도 흔쾌히 동의를 해 주셨다.


 


이번 여행을 통해 매번 느낀 점은

브루나이에서의 사제복을, 코타키나발루에서의 이슬람 복장을 입은

나의 모습에서 전혀 위화감이 느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보통이면 낯설 법도 하고 어울리지 않을 법도 한데

이번 여행 동안 예절 겸 체험으로 입어 보았던 모든 복장은 내게 찰떡(?)같이 어울렸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고, 내 사진을 본 주변 사람들도 모두가 그런 반응을 보였다.


 

 


모스크를 둘러보고 나오니 야경이 보고 싶어졌다.

그래서 밤이 깊어질 때까지 모스크의 주변을 돌아다니며

브루나이의 일상적인 모습들을 담기 시작했지만

생각 그 이상으로 브루나이는 심심하고 한적한 나라다.


이런 표현을 쓰고 싶진 않지만 나쁘게 표현하면 뭐 하나 할 게 없는 나라다.


느린 시간도 여행의 미학이라 생각하며 느끼기에

브루나이는 너무나 조용하고 차분한 나라였다.


그래서 나는 일정을 바꾸기로 했다.


모스크의 야경은 브루나이에 있는 동안에 하루로 날짜를 다시 정해서 오기로 하고

이제는 하루 종일 걸어서 모스크를 오가느라 많은 시간동안 굶주렸던 나를 위해

가동 야시장으로 가서 맛있는 야시장 음식을 먹으며 포만감을 느끼기로 했다.



천천히 어둠이 내려앉기 시작하는 하늘을 보고 걸으며 나는 가동 야시장으로 향했다.

그런데 가동 야시장까지 걸어서 가는 길은 꽤 험난했다.


가동 야시장으로 가기 위해선 원형차도를 건너야만 하는데

이 원형차도에는 보행자를 위한 신호등도 횡단보도도 없다.


오로지 눈치 하나로만 차도를 건너야만 하는데

그 때, 나는 차도 앞에서 겁에 질린 표정을 짓고 있는 한 소녀와 눈이 마주쳤다.


대화를 나누다 보니 그 소녀는 나와 같이 가동 야시장에 가고 있던 참이었다.

그리고 겁에 질린 표정에 대한 이유는 나의 예상대로 횡단보도 건너기를 무서워하고 있던 것이었다.


 


나는 소녀에게 같이 가동 야시장까지 가자고 했다.

그리고 차가 달리지 않는 순간, 내가 빠르게 차도를 건널 테니

그 때, 바로 나를 따라서 차도를 건너라고 했다.


낯선 나라에서 내가 선두가 되어 누군가의 안전을 보장해야 하는 입장이 된 게 처음이었다.

나, 그리고 소녀도 안전하게 이 차도를 건너야 한다.

그러나 매정하게도 많은 차들을 빠른 속도로 차도 위를 달렸고

우리는 한없이 차가 달리지 않을 때를 기다리면서 차도를 주시했다.


그래도 우리는 안전하게 차도를 건너 가동 야시장에 도착했다.


우리는 가동 야시장에서 함께 식사를 하기로 했다.







가동 야시장은 실내에 마련된 야시장이었기 때문에

연기가 자욱하고 불냄새가 야시장 안을 가득 메우고 있음에도

일반적인 야시장과 비교하면 훨씬 깔끔하고 쾌적한 분위기를 보였다.


<배틀트립>에 방송되었을 때가 야시장이 생긴지 두 달 정도 되었을 때라고 하는데,

지금으로 계산하면 거의 2년 정도가 지난 셈이다.


그럼에도 가동 야시장은 방송에서 보았던 것 그대로 깔끔하고 정돈된 모습이었다.


가동 야시장에서 꼭 먹어야 할 음식으로 로이킴이 추천했던 파파존 버거.

사실 나도 <배틀트립> 방송을 보면서 파파존 버거의 맛이 제일 궁금했다.

마요네즈가 들어가면 다 맛있다는 에디킴의 말에도 공감이 가고,

비주얼적으로 봐도 제일 맛있어 보였기 때문이다.


가동 야시장에 들어가자마자 나는 파파존 버거를 목놓아 말하며 찾아다녔다.

한참을 찾아다닌 끝에 파파존 버거를 발견한 나는 비프 파파존 버거와

맞은 편에서 판매하던 브루나이 전통 팬케이크를 같이 구입했다.

(파파존 버거를 주문할 때, 비프와 치킨 중 토핑을 고를 수 있다.

치킨은 먹어보지 않았지만 사장님께서 인기있는 메뉴는 비프라고 하셨고

실제로도 비프가 파파존 버거에 더 어울릴 것 같다고 생각이 들었음.)


 

 


먹킷리스트 쇼핑을 마친 나와 소녀는 빈 테이블로 자리를 잡고 맛있게 음식을 먹었다.

소녀는 배가 많이 고프지는 않다고 해서 나보다는 적게 먹었지만

브루나이 전통 팬케이크는 정말 맛있다고 해 주었다.


 


소녀는 브루나이 전통 팬케이크를 픽(Pick)했지만

나의 픽은 로이킴과 같이 파파존 버거다.

칠리소스와 마요네즈가 계란 지단에 어울려 내는 맛이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파파존 버거가 만약 한국에 들어온다면

아마 핫도그와 샌드위치를 대신할 수 있다는 수식어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반면 브루나이 전통 팬케이크는 퍽퍽한 식감이 아쉬웠다.

크림이나 잼이 조금만 더 들어갔으면 훨씬 더 부드럽고 달콤한 맛을 낼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내가 호텔로 돌아가는 길에 소녀의 집이 있어서 우리는 귀가도 함께 하기로 했다.


돌아가는 길에도 원형차도는 피할 수 없었다.

그래도 우리는 서로에게 의지하며 손을 맞잡고 빠르게 원형차도를 뛰어 건넜다.


 

 


이번 여행 기간동안 들어갈 수 없었던 자메 아스르 하사닐 볼키아 모스크는

밤이 되자 더욱 위엄있고 웅장해 보였다.


끝내 내가 모스크에 들어갈 수 없었기 때문일지는 모르겠는데

밤하늘 아래에 독보적으로 밝게 빛나던 자메 아스르 하사닐 볼키아 모스크의 풍채는

마치 아무나 이 곳에 들어올 수 없다는 아우라를 풍기는 것 같기도 했다.

그 기분탓에 호텔로 향하는 내내 모스크에 대한 궁금증과 신비감을 더욱 증폭시킬 수 있었다.


 


이 날 하룻동안 정말 많이 걸어다녔다.

몸도 발도 무척이나 피로한 상태였다.


호텔에 도착하면 나는 곧바로 샤워를 하고 침대에 누워 단잠에 들기로 했다.



호텔에 도착했더니 문턱 아래에 게스트 메시지가 도착해 있었다.

종이를 펼쳐 보니 울루 템부롱 정글 투어의 픽업 안내 메시지였다.


드디어 내일,


내가 브루나이에 온 목적이자

이번 브루나이 여행의 메인 일정이 되는

울루 템부롱 국립공원으로 정글 투어를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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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에 있을 때,


내가 가장 좋아했던 걸그룹은

<여자친구>였고,


내가 가장 좋아했던 예능프로그램은

<배틀트립>이었다.


2017년 5월,

바야흐로 상병 시절.


전역 후의 여행을 그저 갈망할 수 밖에 없던 시기에

나는 로이킴, 에디킴, 박재정의 <배틀트립> 브루나이 편을 보게 되었다.


라오스를 대신할 수 있을 것 같은 남자 우정 여행지라는 생각과 함께

처음 들어본 나라 이름으로부터 전해지는 호기심과 설렘에

언젠가는 브루나이에 가고야 말겠다는 다짐을 갖게 되었다.




2019년 6월,

퇴사와 여행을 앞두고 있던 시기.


내가 배낭여행지로 골랐던 코타키나발루에서

페리를 타고 브루나이로 갈 수 있다는 정보를 입수한 나는

여행 일정에 브루나이를 추가하게 되었다.


외국에서 국경을 넘어 또다른 나라로 이동하는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에

국경을 넘어가는 기분이 어떨까 궁금하기도 했고,

그 처음을 경험할 나라가 내가 동경하던 브루나이가 되어 더 두근거렸다.


주변에서 내게 이번 여행에 어느 나라에 가냐는 질문을 건네면

나는 항상 브루나이를 제일 먼저 언급했다.


그런데 브루나이의 인지도는 생각 그 이상으로 낮았다.

주변에서 브루나이를 알고 있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존재하지 않았다.



원래 브루나이의 인지도가 낮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보통 여행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나라가 소개되면

인지도가 상승하며 그 나라로 여행하는 사람들이 급증하기 때문에

브루나이를 모르는 사람이 있을 거라곤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그런데, 그것이 더욱 나를 설레게 했다.

아직도 한국에서는 생소한 나라 브루나이에

주변 사람들 사이에서는 내가 최초로 가게 되었다는 점에 자부심이 들기 시작했다.


빨리 가 보고 싶었던 나라,

많은 사람들에게 나의 경험담을 들려주고 싶었던 나라,

이번 여행에서 가장 기대감이 컸던 나라,


지금부터 브루나이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해보려 한다.




Photo by KBS <Battle Tr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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