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8.08

D+7

국제미아


2019년 8월 8일 목요일,

오전 6시.


드디어,

브루나이로 가는 날의 아침이 밝았다.


나는 7시에 호스텔에서 나와 선착장이 되는 제셀톤 포인트까지

그랩 차량을 부르지 않고 걸어서 이동할 것이다.


왜냐하면 코타키나발루에 있는 기간은 총 8일이었지만

내가 구입한 유심 카드는 7일간 이용이 가능한 유심 카드였기 때문에

8일째가 되는 오늘부터는 더이상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없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다 나의 계획이었다.

어차피 8일째 되는 날의 아침 일찍 나는 브루나이로 떠날 예정이었기 때문에

7일 유심 카드를 구입해도 크게 일정에 차질이 생기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 곳에서의 마지막 조식을 먹고 호스텔을 나서려고 하니 시간은 7시를 넘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호스텔에서 제셀톤 포인트까지는 걸어서 가도 여유있게 30분 정도 걸리는 데다가

페리는 8시 30분에 출항을 하니 서두를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호스텔에서의 마지막 아침을

조금이라도 더 느긋하게, 한편으로는 더 느리게 시간을 만끽하면서

한국에서 직장생활을 할 때는 미처 느끼지 못했던 여유로움을 가지며 움직여 보기로 했다.



오전 7시 20분.


나는 제셀톤 포인트로 출발하기로 했다.

8시 즈음에 제셀톤 포인트에 도착하면

천천히 선착장의 모습을 눈에 담으며

간단한 주전부리를 사 들고 페리에 탑승하기로 했다.



안녕~ 코타키나발루!”


나에게 있어서 6박 7일은 너무나 짧은 기간이었지만

이 시기에 라비@사바 호스텔에 있던 투숙객 중에서는

내가 가장 오랫동안 투숙을 하고 있던 사람인지라

호스텔 매니저 부부와 이 곳에서 함께한 각 나라 여행객들,

그리고 깔끔하고 아늑했던 이 곳의 모든 시설까지도 그새 많은 정이 들어버렸다.


호스텔을 나서니 하늘에선 가늘게 빗방울이 떨어지고 있었다.

그 때문에 나의 몸은 샤워를 한지 채 한 시간이 지나지 않았는데도

비와 땀으로 범벅이 되고 말았다.


오전 7시 58분.


나는 배 안에서 먹을 주전부리를 사기에 앞서

브루나이 행 페리 티켓을 구매했던 4번 창구로 가서

내가 탈 페리의 선착장 위치를 먼저 파악하기로 했다.


코타키나발루에서 브루나이로 가는 페리 티켓 구입 방법이 궁금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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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의 티켓을 발권해 주었던 직원에게 내 티켓을 보여주면서

이제 곧 브루나이로 가는 페리에 탑승할 예정인데

어디에서 페리를 기다리면 되냐고 묻자

직원은 내게 “Now! Go!” 라고 소리쳤다.


직원의 호통에 나는 당황했다.


아직 시간 30분이나 남아있는데 왜 이렇게 보채?’


일단 직원의 말에 따라 서둘러 캐리어를 끌고 선착장 쪽으로 이동했다.


그런데, 선착장이 어딘가 허전했다.



국경을 이동하는 페리의 출발을 30분 앞두고 있는 선착장으로 보기엔 너무나 허전했다.

심지어 캐리어를 끌고 있는 사람은 나 혼자밖에 없었다.


적적한 선착장의 풍경에 당황하고 말았다.


오전 8시.


어떻게 된 거지...?’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참고로 이 상황에서의 나는


유심 카드 기간 만료,

호스텔 체크아웃 완료,

지폐 링깃 전액이 소진(동전만 소액 남아 있었음)된 상태였다.


그리고 심지어 브루나이에 도착하면

2학기 수강신청도 해야 하는 상황.


책에서만 보던,

블로그에서만 보던,


소위 말하는 국제미아가 되 버린 걸까.




……




망했다.

진짜 망했다.


속된 말로 x 됐다.


아니 그런데,

출발하기까지는 아직 30분이 남아 있는데...


대체 무슨 일인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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