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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05.28 세상의 끝에서 커피 한 잔

 

 이 영화만큼은 가치를 판가름하고 싶지 않다. 바다가 방파제에 부딪치는 소리나 단순히 커피콩을 볶는 드롱기의 소리에도 집중하게 만드는 그윽한 힘에 기대며 영화에 젖어들고 있었다. “커피 한 잔 할래요?” 자존심을 지키며 끝까지 거절하고 싶었지만 내가 지키고자 했던 그 자존심이 쓸데없는 감정소비였다는 것은 이미 들키고 말았다. 기대도 괜찮다. 커피 한 잔에 기대도 괜찮다. 이미 우리는 커피의 향을 타고 온기와 인정으로 이어져 있었다. 영화를 보았다는 기분보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전해들은 기분. 일본의 슬로우무비는 인간의 정서와 감정의 여운을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움직여 가끔은 극도의 감동 속에서도 당황함을 느끼곤 한다. 인물들의 관계 구도 속에는 갈등조차 존재하지 않는데도 모든 전개는 양순하고 포근하다. 그런 면에서 한편으로는 드라마틱하다는 표현의 표본을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꼭 백마 탄 왕자만이 드라마틱하다고 할 수 있을까. <세상에 끝에서 커피 한 잔>. 그런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소박한 카페가 왜 우리 주변에는 없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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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hoi0w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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