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처음 관람할 뮤지컬로 총각네 야채가게를 선택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포스터와 서체에서 느껴졌던 20대 총각들의 청춘의 향수가 가장 큰 이유고 또 다른 이유는 시놉시스가 현실적이었다는 것이다. 그저 공감하며 마음 편히 볼 수 있을 것 같아 이 작품을 선택했다. ‘총각네 야채가게는 서막을 여는 오프닝부터 열정과 패기가 넘쳤다. 이것은 아마 총각네 야채가게의 분위기와 이미지를 선명하게 보여주고 있던 건 아닐까. 개인적으로는 지환(손유동 분)의 이야기가 제일 궁금했는데 시놉시스에서 많이 드러나지 않은 민석(전재홍 분)의 이야기가 더 많이 보여진 것 같아 다소 아쉬운 구석도 있었지만 결국 저마다의 사연을 갖고 있는 다섯 총각들의 캐릭터가 잘 드러나고 있어서 만족스러웠다. 2호점 개점까지의 과정이 그렇게 순탄치만은 않았지만 끝내 다같이 모인 자리에서 고사를 지낼 수 있었던 훈훈한 마무리가 참 인상적이었고 그런 날이 오기까지의 큰 원동력이 되었던 대장 태성(전병욱 분)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한마디는 방황하는 극 중의 총각들은 물론 공연장을 찾은 모든 관객들의 마음까지 울린 대사가 아닐까 생각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자극적인 장면 하나 있는 뮤지컬은 아니었지만 그것이 결국 총각네 야채가게에 가장 어울렸던 색깔이었고 그들의 꿈꾸던 우리의 꿈 또한 마찬가지로 화려한 모습이 아니었기 때문에 더 정감가는 작품으로 기억에 남는 것 같다. 이렇게 정갈한 소재의 뮤지컬이 8년째 이어지고 있는 걸 보면 아마 그 이상의 설명은 잔소리지 않을까? 정직한 땀방울이 즐거움이 되는 곳 총각네 야채가게. 그들의 땀방울은 이미 즐거움 그 이상의 가치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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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전히 외국 영화, 특히 서양 영화는 유독 별로다. 그나마 애니메이션은 거부감 없이 보는 편이긴 하지만 보는 내내 이게 정서가 안 맞는 건지. 아니면 내가 너무 훌쩍 자란 후인 어른이 되고서야 처음 보아 공감이 딱히 가지 않았던 건지. 세계적인 명작이라 불리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위대함과 그 작품성을 영화가 끝나는 그 순간까지 전혀 공감하지 못했다. 정신없고 난잡한 데다가 어느 부분에 초점을 맞춰 봐야 하는 건지도 모르겠고 그저 지루함이 전부였다. 그렇지만 앨리스는 그렇게 평가하고 넘어가기엔 상당히 많은 다수가 인정하는 명작임이 분명했고 군중심리에 휩쓸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앨리스의 핵심을 찾아보고 싶어서 그저 일차원적으로 단순하게 앨리스의 줄거리를 되짚어봤다. 한 문장으로 이 영화를 정리하자면 우선은 앨리스에 나오는 모든 내용들은 꿈이었다는 게 분명하다. 그렇다. 나는 이 모든 내용이 앨리스의 꿈이었다는 걸 이성적으로 알아챈 순간 내가 잠을 잘 때 꾸었던 꿈들을 떠올려봤다. 나는 분명 내가 꾼 꿈인데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있었고 복잡한 데다가 기억도 제대로 나지 않아 꿈의 시작점조차 정확하게 짚지 못하고 있었다. 앨리스에서는 그것을 표현하고 있었다. 비현실적이고 절대 겪어볼 수 없을 법한 일들이 일어나는 게 가능한 곳은 결국 우리의 꿈 속이었다. 몸이 자유자재로 커졌다 작아지기도 하고, 생일이 아닌 날을 축하하기도 하고, 나보다 키가 큰 꽃들이 말을 하며 노래를 부르는 등. 아이러니한 판타지만이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었던 앨리스만의 원더랜드는 결국 영화를 보는 모든 이들이 놓쳐 지나가며 살아갈 법 했던 우리들의 동심 세계를 그리고 있던 것은 아닐까. 이 영화는 생각하며 볼수록 영화의 매력을 느낄 수 없다. (내가 그랬다.) 그렇게 보아야 감칠맛을 느낄 수 있는 영화도 있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앨리스는 우리 모두를 대신하는 캐릭터임이 분명하다. 오늘은 어떤 걸 하는 도중에 잠에 들까. 왠지 오늘 밤은 꿈을 꾸는 잠에 들고 싶다. 그리고 그 꿈은 아주 정신없고 난잡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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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 그 이상으로 또 여러 부분에서 의미심장했던 영화. 우선 이 영화는 단순한 한국영화의 공포물이 아니다. 한국영화에서 처음으로 시도된 장르이자 생소하기만 한 시나리오다. , 수없이 거듭되는 연구가 없었으면 절대 나오지 못했을 퀄리티의 영화라는 말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이런 류의 영화를 만들려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할까에 대한 의문을 끊지 못할 정도로 감독의 노고에 힘찬 박수를 보내는 그런 영화. 그러나 다른 입장에서 바라보면 또 고개가 갸우뚱한다. 개인적으로 무신론자여서인지는 몰라도 거듭해서 등장하는 기독교 역사를 바탕으로 하는 웬만한 장면들은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그런데 그런 관점을 제외하고 보더라도 그다지 쉽게 이해할 수 있을만한 내용은 아닌 것 같았다. 한편으로는 과거에 케이블 채널에서 방송하던 픽션을 배경으로 하는 미스터리 드라마나 엑소시스트를 보는 것 같기도 했고 김신부(김윤석)와 최부제(강동원)의 구마의식에서의 관계는 어떠한 감정선에서 이루어지고 있는지도 아직까지 의아할 뿐이다. 그리고 이 영화는 김윤석과 강동원의 케미로 이슈를 끄는 데는 성공했지만 사실 그들보다는 박소담이 더 이 영화의 감초로서 작용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영신(박소담)의 배역에서 내뱉는 앙칼진 라틴어와 중국어, 한국어는 구마의식에서의 상황까지 더해져 그저 강렬함이 전부였을 뿐이었고 그것이 곧 관객들의 긴장감을 더 쫄깃하게 만들고 있었다. 최부제의 라틴어도 유창하되 완벽한 톤이 아니었기에 보다 몰입이 편했던 것 같고 영화를 잇고 있는 소수의 몇 가지 장면에서 등장하는 어색한 CG가 조금씩 집중을 방해하긴 했지만 한편으로 한국영화의 장르를 넓힐 수 있는 시도의 측면에서 바라보면 크게 성공한 작품이라 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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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선은 기대했던 영화, 그리고 그 기대를 만족시켜준 영화. 아내를 살릴 수 있는 과거에서 걸려온 전화 한 통의 직접적인 출처를 영화 속에서 확인할 수 없어서 궁금증적인 측면에서 아쉬웠지만 한편으로는 또 그 점까지 알지 못했기에 영화의 흐름이 새지 않았던 것 같기도 하다. <더 폰>은 우리나라에서 지금껏 봐 온 시나리오가 아니었기에 주연 배우들이 이 작품을 선택했다고 하는데 관객들도 다행히 그 점에서 쫄깃한 긴장감을 느끼며 영화에 몰입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스릴러가 주도하며 압도하는 영화의 전체적인 긴장감과 스릴은 다소 적었던 것 같다. 그렇지만 후반부에서 절정으로 스토리를 끌어야 하는 부분에서는 절대적 그 이상으로도 스릴의 무게를 끌어올렸다는 생각에 영화 내내 느껴졌던 소량의 지루함이 커버되었다. 그리고 해피엔딩으로 보이되 결말은 결국 관객들의 자유에 맡긴 엔딩도 마음에 들었다. 해피엔딩도 결국엔 '더 폰'으로 연결되는 또 한 번의 1년 전은 아닐지. 아니면 단순한 '더 폰'을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부각시키려 했던 감독의 의도적인 설정인지. 영화를 함께 본 친구들도 제각각 생각하는 결말들이 달랐다.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시도된 시공간을 초월하며 전개되는 추격스릴러인 점을 고려하면 <더 폰>은 한국영화의 스릴러 일대기에 하나의 의미있는 발자취를 남긴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더 폰>은 매력적이었다. 악역을 맡은 배성우 분은 <뷰티 인사이드>, <나의 사랑 나의 신부>, <집으로 가는 길> 등에서 선보였던 찌질한(?) 연기의 이미지가 강해서 과연 굵은 무게감이 있는 <더 폰>에서의 악역을 소화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지만 그 걱정이 무색할 정도로 훌륭하게 악역을 소화해주셨다. <더 폰>은 여러 부분에서 성공적인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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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미디와 스릴러가 알맞게 조화되어 배우와 영화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은 최고의 영화. 추석 영화라고 보기에는 스릴러가 차지하는 비중이 큰 부분이 있었지만 시나리오도 탄탄했고 권상우와 성동일의 케미가 굉장히 돋보였던 영화다. 범죄와 코미디를 접목시킨 영화는 지금까지 흔치도 않았을 뿐더러 관객들의 기대를 요구하는 컨셉의 장르도 사실은 아니었다. 그 고정관념을 깨는 데 '탐정 더 비기닝'이 큰 역할을 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갖는다. 사건의 중점이 되는 살인사건을 두고 보면 결말은 새드엔딩으로 장식되지만 그랬기 때문에 엔딩 전에 보여진 강대만(권상우)과 노태주 형사(성동일)의 막바지 추리로 인한 의견 갈등 대립이 더 관객들의 긴장감을 자극할 수 있었던 건 아닐까 생각한다. 작년 초 개봉한 <수상한 그녀>의 나문희-심은경 커플이 설날의 코미디 영화를 대표했다면 올 해 추석의 코미디는 성동일-권상우 커플이 그 역할을 대표할 수 있을 거라 감히 단언한다. 코미디와 스릴러를 두고 쫄깃하게 오가는 이 영화만의 밀당을 많은 관객들이 느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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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동안 한국영화에서 접해본 적이 없던 참신한 구성이 돋보인다. 리뷰에 앞서 질문을 던지겠다. "나와 오랜 시간을 함께 해 온 사람의 얼굴이 매일 바뀐다고 생각해보세요." 영화를 보는 내내 나에게 반복해서 되물었던 질문이다. 비현실적인 섹션을 단지 상상하는 것뿐인데도 꽤나 복잡하고 어려웠다. 지금도 나는 그 질문에 대답하지 못한다. 단순하게 관람에서 그쳤다면 고뇌하고 힘들어하던 이수(한효주)의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을 <뷰티인사이드>. 그렇지만 이수의 혼란스러움이 곧 우진과 이수의 사랑을 이어줄 수 있었던 하나의 복선으로도 생각할 수 있지는 않을까. 태어나서 평생 겪어보지 못 할 상황을 자연스럽게 연기해야 했기에 분명하게 어려운 배역이었음에도 매일 바뀌는 우진의 감정을 연기하는 배우들의 연기가 은은하게 한결같아 좋았다. 기존의 작품에서 보였던 배우들의 고정된 색깔이 우진에게서 조금이라도 드러났다면 우진의 연기는 자연스럽지 못했을 테지만 어느 배우도 모두 우진에게서 조금도 벗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더 깊게 영화에 몰입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 말하고자 하는 외모지상주의로부터의 탈피에는 모순의 정도가 노골적이다. , 우진은 미남 배우들과만 로맨스가 일어나는 것이었을까. 타이틀을 철저하게 벗어나는 이 점이 <뷰티인사이드>의 가장 큰 옥에 티. 정말로 이 영화가 우진의 뷰티인사이드를 그려내고 싶었던 것에 대한 의아함을 감출 수 없다. 왜 우에노 주리와 김상호는 이수와 연애할 수 없었을까. 영화의 컨셉대로라면 천우희도 조달환도 이수와 연애할 수 있지 않았을까. 우연이라고 보기엔 데이트를 할 때마다 바뀐 우진이 다른 날들의 우진보다 너무나도 우월했고 우진을 연기하던 배우들의 높은 인지도도 몹시 씁쓸하다. <뷰티인사이드>라는 타이틀에 충실한 영화를 그려내고 싶었다면 다소 인지도가 낮더라도 관객들이 생소하게 볼 수 있었던 신인 배우들을 캐스팅했어야 하는 신중함을 지적한다. 포스터와 개봉 전 예고편을 통해 받았던 참신한 구성에 대한 기대를 모두 채우진 못했다. 한국영화에서 처음으로 시도한 컨셉의 영화라는 점을 감안하고 싶지만 킬링타임으로 보기조차 아까운 것은 너무나도 명백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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