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바닷길 따라 쭉 가시면 저 우에 수변공원이 나오거든예. 거서 아가씨들도 보고 마, 회도 묵고 재밌게 놀다 오이소."


 그저 거친 사투리만이 사투리인 줄 알았다. 이번 여행에선 특히 택시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부산 여행에서의 택시의 도움은 생각하기 쉬운 빠른 속도와 원하는 목적지의 하차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점잖으신 기사님들의 자상한 부산 가이딩이 회에 더해지는 시원한 소주처럼 따라 붙는다. 햇빛 쨍쨍한 오전에 이기대 해안산책로를 가기 위해 탔던 택시에서도 기사님께서는 잘 끓여진 팥으로 만들어진 빙수가 진짜 맛있는 빙수라며 그 유명하다는 부산 할매 빙수를 추천해주셨고, 광안리 회타운을 가기 위해 탔던 택시의 기사님께서도 광안리 가을 불꽃축제가 개최됐던 첫 번째 해의 어마어마한 규모를 말씀해 주시며 맛있는 횟집을 고르는 팁까지 알려 주셨다. 그러면서도 부산 여행의 단점이 될 것 같은 말씀은 일부러라도 말씀을 아끼신다.


"그래도 관광지인데, 내 한마디가 잘못 되가지고 부산 택시기사들 다 욕 맥이면 안 된다 아입니까. 돌다 보면 좋은 곳도 많고 볼 것도 많으니깐 재미있게 즐기면서 놀다가 잘들 (서울로) 올라가이소."


 이것이 그 이유가 된다. 그들은 부산에 대한 자부심과 애정이 있다. 무심코 뱉은 자신의 한마디가 부산의 이미지에 누가 될 것 같다면 하지 않는다. 매번 택시를 탈 때면 미터기와 지갑을 번갈아 보면서 가격을 계산하기 바빴지만 부산에서는 미터기를 보는 것이 사치가 된다. 행여라도 기사님께서 먼저 말을 걸지 않는다면 조심스레 내가 먼저 말을 걸어보자. 그래도 명색이 부산 남자, 부산 사나이인데 어떻게 감히 그들이 손님에게 먼저 살갑게 말을 걸 수 있겠는가.






● 이기대 해안산책로

 부산 바닷가에서 이국적인 면모를 볼 수 있는 곳이 되는 이기대 해안산책로. 산책로의 동반자가 되어 주는 코발트블루빛의 드넓은 바다의 장관은 더이상 두 말 하면 잔소리. 산책로의 오르막길과 멀리 떨어져 있는 절벽들을 이어주고 있는 하얀 다리는 가 보지는 않았지만 왜인지 그리스의 산토리니를 연상케 하고 있었다. (파란 바다와 하얀 다리, 아마 그리스에서 CF촬영을 했기로 유명한 포카리스웨트 음료가 떠올라서 일거다.) 바다를 따라 여유롭게 산책을 하다 보면 어느새 내 눈 앞에는 광안대교가 보이고 과거에 구리를 채굴했다는 작은 광산과 조그마한 동굴이 보인다. 또, 서울에선 볼 수 없었던 부두와 방파제까지 보고 나니 어느새 이기대는 산책로라는 이름이 붙여지기에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부산에서 볼 수 있는 모든 것을 담아내고 있는 이기대 해안산책로. 날씨 좋은 날, 이 곳에서 만끽하는 화창한 오후의 한때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 감천문화마을

 지하철을 타고 1호선 토성 역 6번 출구에서 내리면 바로 보이는 버스 정류장에서 마을버스를 타고 부산의 마추픽추라 불리는 감천문화마을로 갈 수 있다. 과거 6·25 전쟁 당시 피난민들이 위쪽으로 올라와 터를 만드는 데에서 역사가 시작된 감천문화마을은 원래 여느 평범한 달동네들과 같이 낙후된 모습을 지니고 있었지만 2009년에 마을 미술 프로젝트 사업을 진행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찾는 관광지로 재탄생되었다. 이후 명실상부 부산을 대표하는 핫플레이스가 된 감천문화마을은 발걸음이 닿는 모든 곳이 인생샷의 배경이 된다. 특히, 등을 지고 있는 어린왕자 마네킹과 같이 마을 전경을 바라보며 찍을 수 있는 뒷모습은 감천문화마을의 베스트 핫스팟이 되며 사진을 찍는 모든 사람들도 포즈로 어린왕자를 따라하기 바쁘다. 감천문화마을은 꽤 짧은 시간에 어마어마한 유명세를 낳았기 때문에 벽화 마을에서 바라기 쉬운 한적함과 여유를 찾기는 다소 무리가 있다. 그래도 알록달록 파스텔 컬러를 입은 가지런한 판잣집들의 배열이 주는 차분함과 그 감성은 분명히 존재. 아마 내가 다음에 부산을 한 번 또 오게 된다면 그 때는 절대 연휴가 아닌 시즌에 이 곳을 찾으리.







● 광안리

 뉘엿뉘엿 해가 저물고 부산에서의 마지막 밤이 찾아왔다. 택시를 타고 내린 곳은 횟집이 즐비하게 차려져 있는 민락동 회타운이었다. 민락동 회타운은 쌍둥이 건물의 모든 층이 횟집으로 가득차 있었고 거리의 로드샵에는 가게마다 가게 앞에 수족관을 내어 놓은 횟집들이 빼곡히 나열되어 있었다. (개인적으로 수많은 횟집의 행렬에 잠시 당황하기도..) 식당 이모들은 센스있게 창가 자리에서도 광안대교가 보이는 자리로 안내해 주셨다. 회를 먹기에 앞서 나오는 스끼다시는 시각과 후각, 미각을 모두 사로잡고 있었으며 메인메뉴인 회도 광어와 우럭을 기본 베이스로 하면서 세꼬시와 고가 회인 농어, 도미까지 모듬으로 나오니 내가 지금 부산에 온 이유를 깔쌈하게 답해주고 있는 것 같았다. 광안대교를 배경으로 여행을 함께하는 사람들과 마주보며 술잔을 부딪히던 그 때의 순간만큼은 한가로운 오후 한때, 센트럴 파크에서 커피 한 잔의 여유를 만끽하는 어느 뉴요커들도 부럽지 않았다. 바다를 그대로 품고 있다는 서울의 큰 규모의 횟집에서도 맛보기 힘든 부산에서의 회의 맛. 그것은 단지 싱싱한 회의 식감만을 담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직접 부산에 가서 느껴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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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사이즈) 안 맞으면 어떡해요?"

"(사이즈) 맞다-. 마 안 맞으면 (잠시 망설이더니) 나중에 욕 한 번 하소!"

 

 국제시장에서 츄리닝 바지를 사는데 사이즈가 불안해서 반신반의한 마음으로 아주머니께 이것저것 물었더니 삭막한 듯해도 정감 넘치는 경상도 사투리로 입어 보고 안 맞으면 욕 한 번 하란다. 절대 환불해 준다는 말은 안 하지만 상인들도 허물없이 웃으면서 말하는 데다가 손님들도 그러한 상인의 말투와 태도가 밉지 않다. 오히려 잠시나마 잊고 살았던 인간의 정을 덤으로 얻어 가는 기분이다. 이것이 곧 부산 스타일 아니겠나. 억센 억양과 말투로도 손님들에게 살갑고 친근하게 접근할 줄 아는 옛정 가득한 이 곳. 이 곳이 바로 자연이 바다를 품고 바다가 사람을 품고 있는 아름다운 대한민국 대표 항구 도시 부산이다.



● 국제시장

 영화 <국제시장>의 배경지로 유명한 부산 국제시장의 상점 꽃분이네는 영화 개봉 2년 차가 되어 가는 지금에도 이 곳을 보기 위한 방문객들로 가게 앞은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국제시장은 사실 꽃분이네로 유명세를 탄 감도 없지 않아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입맛을 자극하는 갖가지의 길거리 음식도 이 곳의 매력 요소로 작용하며 이 외에도 쉽게 보기 힘든 수입 잡화상품을 판매하고 있는 여러 상점들까지 그 매력에 더해진다. 그리고 이 모든 것에 더해지는 부산의 특별한 덤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맛깔난 부산 사투리. “오이소! 보이소! 사이소!” 이 말은 부산의 여러 시장들의 슬로건이 되기도 한다. 시간이 흐르고 발전하는 도시 안에서도 6·25 전쟁 시절 시민들의 애환과 푸근한 사람 정이 그대로 사람과 함께 공존하고 있는 이 곳바로 국제시장이다.





 

● 태종대

 다음으로는 남포동에서 버스를 타고 부산의 영도 남동쪽 끝자리에 위치한 태종대로 향했다. 바다 전망대에서 보이는 가파른 해식 절벽은 마치 남미의 고원을 보는 것처럼 장엄하게 느껴졌고 그것이 곧 바다와 함께 조화를 이루어내고 있는 장관은 가히 경이로울 뿐이었다. 태종대에선 날씨가 화창할 때 바다 건너 일본의 쓰시마 섬까지 볼 수 있다고 하지만 비가 그친 이후나 날씨가 흐릴 때 이 곳을 찾아도 후회하지 않는다고 자신할 수 있다. 악천일 때 보여지는 자욱히 낀 안개와 매몰차게 절벽과 부딪치고 있는 파도는 태종대의 신성함을 더욱 드높이고 있으며 이는 마치 강인한 자연의 위대함을 드러내는 듯한 아우라를 풍기고 있기 때문이다. 해가 지자 태종대는 바다 위 선박들의 길잡이가 되어 주기 위해 등댓불을 비추고 있었다. 그리고 선박들은 차례차례 뱃고동 소리를 울리기 시작했다. 바다가 담고 있는 모든 풍경을 볼 수 있었던 태종대. 어느새 나는 바다의 품 안에 안겨 그 숨결에 매료되고 있었다.



● 지코바 치킨

 나름 성격이 까탈스러운지라 아무리 유명한 치킨이라고 해도 본인은 치킨이 맛있어봤자 거기서 거기지.” 라는 반응이 다반사다. 그렇기 때문에 부산에서 유명하다던 지코바 치킨의 존재를 들었을 때도 치킨의 비주얼에 혹하기는 했지만 맛에 대한 기대는 그리 하지 않았던 게 사실. 그리고 여행을 함께한 형들과 첫 날의 밤참으로 정한 지코바 치킨. 대박이다. 첫 입부터 반했다. 지코바 치킨의 숯불에서 방금 구워낸 듯한 숯불 냄새와 달짝지근한 듯 하면서도 은은하게 풍기는 매운 향은 먹어보지 않고서는 감히 설명할 수 없다. 그렇게 우리는 치킨을 먹는 내내 서울에 적게 위치한 지코바 치킨의 매장 수를 아쉬워하면서 남은 양념에 밥까지 비벼 먹었다. 원래 첫 번째 밤에는 지코바 치킨을 먹고 두 번째 밤에는 회를 먹고자 했지만 지코바 치킨은 도저히 한 번만 먹고 서울로 올라오기 아쉬웠기 때문에 두 번째 날의 새벽에 한 번 더 지코바 치킨을 시켜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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