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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03.19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영화가 끝나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였다. 나는 고뇌에 빠졌다. 영화의 여운은 분명히 잔잔하게나마 존재하고 있는데 그것이 나에게 스며들기보다는 나를 해석하려 하고 있었다. 몹시 아이러니한 감정이다. 어쩌면 그 고뇌의 시간도 감독의 의도는 아니었을까 싶은 생각도 떨칠 수는 없겠다. 애초부터 아이들이 바라던 기적이 이루어질 거란 비현실적 결말은 기대조차 하지 않았다. 다만 영화의 절정을 향해 전개되는 전조석의 짜깁기가 다소 루즈했다. 어쩌면 이것도 아이들의 세상에서 펼쳐지는 유년시절의 성장 드라마를 그저 단순하게 보기에는 이미 내가 접한 사회의 노골적인 나체의 모습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출처도 알 수 없는 아이들의 세상에서 환대받던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그 순간. 그 순간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모습이 나의 코흘리개 시절을 연상시키며 그 시절의 내가 꿈꾸던 기적은 무엇이었을지 고민하게 만든다. 속어처럼 가볍게 던지는 애가 낫다.”는 말이 어쩌면 정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갖게끔 한다. 아무런 일을 아무렇지 않게 말하며 어른들을 당황하게 하는 언동은 이 영화가 우리에게 아이들의 명철함을 배우게끔 하고 있다. , 그러한 아이들의 세상을 과묵하게 지켜주고 있는 감독의 배려에 감동을 더한다. 오늘은 앨범에 고즈넉이 보관되어 있는 인화된 필름 사진을 보며 과거에 잠겨보고 싶다. 이제 겨우 스물을 갓 넘긴 나도 나름 어리다고 생각했는데 영화 속의 아이들이 이해하고 있던 기적의 의미를 이해하기에는 스물도 너무나 늙은 나이였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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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hoi0w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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