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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01.28 초속 5센티미터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세심함과 감수성에 취한 듯이 잠기고 싶다.


 옴니버스 형식으로 제작되어 하나의 영화 안에서 두 개의 에피소드를 담고 있지만 그것이 남주인공의 시간적 흐름을 따라가고 있어 몰입도가 더 깊어진다. 어떻게 감히 애니메이션 영화가 이렇게까지나 이루어지지 않은 첫사랑에 대한 절망과 연민을 섬세하게 다룰 수 있을까. 영화를 장식하고 있는 클래식한 OST와 아득한 배경, 그리고 열 세 살의 타카키와 아리카가 자아내고 있던 때묻지 않은 풋내기 사랑이 오가는 순간들까지. 추운 겨울날에 이 영화를 보더라도 그 순간을 벚꽃잎이 흩날리는 춘삼월의 어느 봄날로 착각해도 이상하지 않을 터였다. 초반부터 영화의 개연을 이끄는 적막한 타카키의 내레이션은 남자 관객들로 하여금 더 공감과 향수를 자극하고 일깨운다. 그만큼 남자들에게 있어서의 첫사랑의 가치는 황홀함과 경이로움. 그 이상의 다양한 감정들을 담고 있다. 설령 구차하고 굴욕스러운 기억들도 군데군데 들어 있을지라도.


 영화가 끝이 나며 영화가 담고 있던 내재된 메시지에 대한 이해가 완료되었을 때 가슴 한 켠이 너무나도 아려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전해진 먹먹함은 자물쇠처럼 잠겨있는 타카키의 심정을 마치 열쇠로 풀어 그 속을 들여다 본 것처럼 이해가 된 것 같아서, 마지막에 보여진 그의 의미심장한 웃음이 대충은 무슨 의미인지 알 것 같았기 때문에. 나의 첫사랑은 지금쯤 어떤 나날을 지내고 있을까. 나도 혹시 길을 걷다가 우연히 첫사랑을 스쳐 지나간다면 무의식적으로 뒤를 돌아볼 수 있을 정도로 강렬한 무언의 전율을 느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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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hoi0w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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