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8/15'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7.08.15 어른아이
  2. 2017.08.15 나를 설레게 하는 것들

어른아이

내얘기 2017. 8. 15. 09:50

선임의 전역이 아쉬운 나머지 눈물을 흘리는 인간을 보았다.

누군가의 이별을 아쉬워할 사람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어떤 대답보다 강하게 전달되었을 눈물이 향하는 대상.

절로 가슴 속의 꽃봉오리가 만개하는 듯 따뜻한 현장을 보았는데도 적응은 되지 않았고

계속해서 상황이 벌어지는 공간 속에서 머리를 긁적이며 회피할 궁리만을 하고 있었다.

 

돌아보면 늘 남보다 못한 사이를 초래하고 이별을 치러 냈다.

나는 항상 마무리를 아름답게 하지 못해

행복했던 시간을 대화와 맥주 한 잔으로 회고하고 싶어도 버젓이 추억할 수 없었다.

결국엔 이별한 대상의 뒷담화로 이어지고 말았다.


인간관계의 진가는 이별에서 발휘한다는 것을.

 

그것을 강산이 두 번이나 바뀌고 나서야 알았다.

그것을 스물이나 넘기고 나서야 알았다.

성장한 척, 의연한 척, 담대한 척 해도 결국엔 이제껏 어른아이였음을.


폭염 꺾는 여름비 내리던 어느 8월의 중턱에서.


-


2017.08.01 영규 전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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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신, 한 번도 먹어본 적 없는 물회, 은근한 애무,

공기의 맛조차 가늠되지 않는 먼 나라 모로코의 풍취,

2년 뒤의 내 모습, 앱솔루트 보드카가 혀에 닿을 때 전해질 미각의 여운,

일본인과 대화가 통할 때,

엄마 목소리, 외로이 불 켜진 꼭두새벽의 편의점, 빵집에서 생일 케이크를 고를 때,

묘한 유대감이 흐르는 사람과 다리를 꼬고 앉아 피우는 담배,

강지영, 아카니시 진, 나츠이로, 야마자키 마사요시,

목적지를 정하지 않고 정처 없이 걷는 순간, 내 이름을 이미 외운 초면인,

나의 신청곡을 소개하는 라디오 DJ, 여권 속의 입국 허가 도장,

영화 엔딩 크레딧, 처음 와 본 지하철역, 고속도로 톨게이트.

시간이 멈췄으면 하는 생각이 들 때, 그 자리를 채우고 있는 사람들.


- 나를 설레게 하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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