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logue

 9월 중순, 나는 10월 말에 떠날 후쿠오카 행 비행기 티켓을 예매했다. 이것은 내가 대학 휴학 후 했던 일들 중에서 가장 스케일이 큰 프로젝트의 시작이었다. 비행기 티켓 예매를 통해 내가 하고자 했던 프로젝트는 다름 아닌 배낭여행이었다. 이번 여행이 지난 오사카 여행 때와의 가장 큰 차이점을 말하자면 동반자가 없었다는 것이다. 만약 동반자가 있었다면 포켓 와이파이를 예로 들어 한 대만 대여하더라도 같은 값으로 여러 명이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비용적인 부분에서는 다소 경제적일 수 있었겠지만 나는 그러한 부분보다 오히려 내 발걸음이 이끄는 대로 여행 경로를 정할 수 있는, 혼자 떠나는 배낭여행이 주는 매력을 더 느끼고 싶었기 때문에 감히 혼자 떠났다. 주변에서는 내가 굳이 일본을 다녀왔는데도 불구하고 연이어 일본을 가는 이유에 대해 참 많이들 물었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목적지는 그 어느 나라가 되어도 상관없었지만 유일하게 자유로운 언어구사가 가능했던 나라가 일본뿐이었다는 게 가장 큰 이유였다. 극단적인 예로 여권을 도둑맞았다 하더라도 나는 일본 경찰서에 가서 또박또박 내가 전하고자 하는 의사를 전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 배낭여행은 단순히 들었던 여행 욕심으로 떠나는 게 아니었다. 휴학을 하기 전까지 거듭됐던 미래에 대한 방황과 넓고 얕은 인간관계에 지나치게 목매달며 살아오느라 꽤나 오랜 시간동안 돌보지 못했던 내 자아를 다시 발견하고 보듬어서 오랜 기간 혼자 앓아 오며 쌓아두었던 나의 적지 않았던 짐을 덜어내고 올 수 있는 진짜 힐링만의 추구를 목적으로 하고 있었다. 그랬기 때문에 나는 여행 가기 전까지의 매일 밤을 설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생각보다 시간은 빠르게 흘렀고 드디어 일본으로 떠나는 1027일 화요일이 되었다. 설레는 마음을 안고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해 가족들에게 이륙 전 마지막 연락을 나누고 묵묵히 창가 쪽 자리에 앉아 차분하게 이륙을 기다렸다. 매번 비행기 안에서의 내 옆자리는 친구가 있기도 했고 가족이 있기도 했는데 이번에는 텅 빈 자리였다. 이윽고 비행기는 활주로를 떠났다.


[1DAY] 2015.10.27 일본 입국, 나카스 야시장

 비행기가 한국의 영공을 지나 일본의 영공에 진입하고 있을 때였다. 하늘에는 먹구름이 잔뜩 끼어 있는데다가 가는 실비가 내려 창가에는 빗방울이 맺히고 있었다. 첫 날부터 흐린 날을 지내야 하는 것 같아 다소 아쉬운 마음이 들었지만 생각보다 비는 금방 그쳐서 오히려 생각지도 못했던 비 온 뒤의 정화된 공기내음을 맡으며 여유롭게 거닐 수 있는 저녁을 만끽할 수 있었다. 오히려 그것은 나의 여행 감성과 마음이 개운해지는 듯한 기분 좋은 설렘을 더 간질이고 있었고 선선하게 불고 있던 나카스 강의 강바람은 그 앞에 즐비하게 차려져 있는 포장마차 안에서 술잔을 부딪치며 하루의 고단함을 씻어내고 있던 넥타이부대처럼 비행에서의 피로와 배낭여행의 이유가 되었던 지금까지의 복잡했던 감정들을 씻어내 주고 있었다. 나는 그저 그 강바람에 내 발걸음을 맡기고 싶었을 뿐이었다.



이륙을 기다리고 있는 비행기 안에서.


맑은 한국과 흐린 일본의 경계가 되던 구름 위에서.


한 시간의 비행 끝에 도착한 후쿠오카. 먹구름이 잔뜩 끼어 흐린 날씨다.


공항 내 이동버스를 타고 후쿠오카 지하철 역으로 이동하는 중


선선한 강바람이 불고 있던 나카스 강


일본여행 중 계속해서 마주할 수 있었던 자전거 행렬


규모가 작은 나카스 야시장


손님이 바글바글하던 한 포장마차. 이들은 회식을 하고 있는 듯 했다.


돈 없는 대학생 여행자는 편의점으로 향했다.


그러나 일본 편의점은 절대 즉석식품의 퀄리티가 떨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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