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역

 인역은 전철에서 내리자마자 시야에 들어오는 풍경의 모습부터가 전철의 역사(歷史)의 시작을 알리는 풍채와 향수가 압도적이다. 역 안은 70년대 시절을 연상케 할 정도로 정갈하고 간이역을 닮아 있어 출구로 향하는 발걸음의 무게가 유독 가볍다. 출구로부터 나와 정면에 보이는 차이나타운의 빨간 제1패루를 마주하고, 주위에 보이는 월미도로 향하는 이정표와 부산만큼은 아니지만 분명 코끝에서 느껴지는 약간의 바다 짠내를 맡고 나면 실감이 난다. 내가 서 있는 이 곳이 바로 인천이라는 것이.


# 차이나타운

 기왕 할 거면 제대로. 나는 어정쩡하게 흉내만 내 놓고 한국의 산토리니, 한국의 마추픽추라는 수식어를 붙이는 몇몇 관광지들에 대해 상당히 비관적인 시선을 지니고 있다. 차이나타운도 예외없다. 한글은 너무나도 많이 보이고 틈새에 끼어 있는 휴대폰 대리점과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은 미간을 찌푸리게 한다. 가뜩이나 사드 문제로 인해 중국인들의 발길까지 줄어들어 차이나타운의 활기와 생동감은 이전에 찾았을 때보다 덜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차이나타운을 방문한 이유를 말하자면 그래도 인천역의 앞을 지키고 있는 명실상부 핫플레이스를 굳이 거역하고 싶지는 않았다고나 할까. 이 날의 먹스타그램은 회로 정했기 때문에 아무런 주전부리도 입에 물지 않고 구경을 했다. 그래도 차이나타운을 갔다 오니깐 사람들과 인천 여행을 주제로 두고 수다를 떨 때 몇 마디 더 더할 수 있는 소재가 생겼다.

 

# 홍예문

 7년 전, 아버지와 인천 드라이브를 다녀오며 우연히 아치형 문을 거친 적이 있다. 순간 동생이 말을 걸었다. “! 이 문, 형이 좋아하는 일본 느낌 나는 그런 문 같아.” 그 말을 듣는 순간 뇌리에 한 줄기의 전율이 강하게 스파크를 터트리며 반사적으로 나의 고개를 뒤로 돌리게끔 했다. 순식간에 두 눈으로부터 멀어진 아치형 문을 바라보며 언젠간 이 곳을 다시 한 번 찾으리라 다짐한 적이 있다. 그런데 이름도 모르고 위치도 인천이라는 광범위한 지명만 알고 있을 뿐이었기에 그 다짐이 성취되는 날이 있을까 하고 기억 속 저편으로 아치형 문의 존재를 보내며 잊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인천을 가겠다는 생각이 떠오른 20173, 그 때 내가 본 아치형 문의 이름과 위치를 알아내기 위한 진득한 서치 끝에 드디어 아치형 문에 대한 해답을 도출했다. 문제의 그 아치형 문의 이름은 홍예문이었다. 그리고 일본스럽다는 동생의 말도 맞았다. 홍예문은 일본 공병대가 지은 석문이었다. 그렇게 찾은 홍예문은 차분하고 고즈넉했다. 사진 촬영을 위해 차도 위에서 서성거리고 있는데도 생각보다 많은 차가 오가지 않았으며 몇몇 운전자들은 이런 관광객이 익숙하기라도 한 듯 사진 촬영을 하는 나를 배려하며 잠시 차를 멈추거나 피해 가기도 했다. 그 세심한 배려에 또 감동을 받아 홍예문을 더 진하게 기억 속에 저장하려고.

 

# 월미도

 서울에서 가장 접근성이 편이한 바다를 묻는다면 단언 월미도이지 않을까. 물감을 풀어놓은 듯한 탁 트인 동해바다만큼도, 가득한 몽돌 위 끝없이 펼쳐진 은빛깔 남해바다만큼도 아니지만 버스 정류장에서 내려 바다로 향하기까지의 길을 장식하고 있는 양 쪽의 즐비한 횟집들을 지나 바다와의 접선이 다가오는 것이 느껴지는 순간은 팔도강산 어디든 바다의 규모에 개의치 않고 늘상 설레기 마련. 기대한 바다가 아니었는데도 갈매기는 생각보다 너무나 많았고 운행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던 여객선도 운행 중에 있어서 뱃고동 소리까지 들을 수 있었다. 바다에 왔다는 것이 실감이 난다. 그리고 심장은 팝콘 터지듯 두근거린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침전되어 있던 오만가지 잡념이 씻겨 날아가는 기분이다. 이렇게 여유있게 바다를 찾을 수 있을 때가 또 언제가 될까. 시계를 보고 싶지 않았던 순간. 월미도에서의 바다는 그렇게 나에게 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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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바닷길 따라 쭉 가시면 저 우에 수변공원이 나오거든예. 거서 아가씨들도 보고 마, 회도 묵고 재밌게 놀다 오이소."


 그저 거친 사투리만이 사투리인 줄 알았다. 이번 여행에선 특히 택시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부산 여행에서의 택시의 도움은 생각하기 쉬운 빠른 속도와 원하는 목적지의 하차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점잖으신 기사님들의 자상한 부산 가이딩이 회에 더해지는 시원한 소주처럼 따라 붙는다. 햇빛 쨍쨍한 오전에 이기대 해안산책로를 가기 위해 탔던 택시에서도 기사님께서는 잘 끓여진 팥으로 만들어진 빙수가 진짜 맛있는 빙수라며 그 유명하다는 부산 할매 빙수를 추천해주셨고, 광안리 회타운을 가기 위해 탔던 택시의 기사님께서도 광안리 가을 불꽃축제가 개최됐던 첫 번째 해의 어마어마한 규모를 말씀해 주시며 맛있는 횟집을 고르는 팁까지 알려 주셨다. 그러면서도 부산 여행의 단점이 될 것 같은 말씀은 일부러라도 말씀을 아끼신다.


"그래도 관광지인데, 내 한마디가 잘못 되가지고 부산 택시기사들 다 욕 맥이면 안 된다 아입니까. 돌다 보면 좋은 곳도 많고 볼 것도 많으니깐 재미있게 즐기면서 놀다가 잘들 (서울로) 올라가이소."


 이것이 그 이유가 된다. 그들은 부산에 대한 자부심과 애정이 있다. 무심코 뱉은 자신의 한마디가 부산의 이미지에 누가 될 것 같다면 하지 않는다. 매번 택시를 탈 때면 미터기와 지갑을 번갈아 보면서 가격을 계산하기 바빴지만 부산에서는 미터기를 보는 것이 사치가 된다. 행여라도 기사님께서 먼저 말을 걸지 않는다면 조심스레 내가 먼저 말을 걸어보자. 그래도 명색이 부산 남자, 부산 사나이인데 어떻게 감히 그들이 손님에게 먼저 살갑게 말을 걸 수 있겠는가.






● 이기대 해안산책로

 부산 바닷가에서 이국적인 면모를 볼 수 있는 곳이 되는 이기대 해안산책로. 산책로의 동반자가 되어 주는 코발트블루빛의 드넓은 바다의 장관은 더이상 두 말 하면 잔소리. 산책로의 오르막길과 멀리 떨어져 있는 절벽들을 이어주고 있는 하얀 다리는 가 보지는 않았지만 왜인지 그리스의 산토리니를 연상케 하고 있었다. (파란 바다와 하얀 다리, 아마 그리스에서 CF촬영을 했기로 유명한 포카리스웨트 음료가 떠올라서 일거다.) 바다를 따라 여유롭게 산책을 하다 보면 어느새 내 눈 앞에는 광안대교가 보이고 과거에 구리를 채굴했다는 작은 광산과 조그마한 동굴이 보인다. 또, 서울에선 볼 수 없었던 부두와 방파제까지 보고 나니 어느새 이기대는 산책로라는 이름이 붙여지기에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부산에서 볼 수 있는 모든 것을 담아내고 있는 이기대 해안산책로. 날씨 좋은 날, 이 곳에서 만끽하는 화창한 오후의 한때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 감천문화마을

 지하철을 타고 1호선 토성 역 6번 출구에서 내리면 바로 보이는 버스 정류장에서 마을버스를 타고 부산의 마추픽추라 불리는 감천문화마을로 갈 수 있다. 과거 6·25 전쟁 당시 피난민들이 위쪽으로 올라와 터를 만드는 데에서 역사가 시작된 감천문화마을은 원래 여느 평범한 달동네들과 같이 낙후된 모습을 지니고 있었지만 2009년에 마을 미술 프로젝트 사업을 진행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찾는 관광지로 재탄생되었다. 이후 명실상부 부산을 대표하는 핫플레이스가 된 감천문화마을은 발걸음이 닿는 모든 곳이 인생샷의 배경이 된다. 특히, 등을 지고 있는 어린왕자 마네킹과 같이 마을 전경을 바라보며 찍을 수 있는 뒷모습은 감천문화마을의 베스트 핫스팟이 되며 사진을 찍는 모든 사람들도 포즈로 어린왕자를 따라하기 바쁘다. 감천문화마을은 꽤 짧은 시간에 어마어마한 유명세를 낳았기 때문에 벽화 마을에서 바라기 쉬운 한적함과 여유를 찾기는 다소 무리가 있다. 그래도 알록달록 파스텔 컬러를 입은 가지런한 판잣집들의 배열이 주는 차분함과 그 감성은 분명히 존재. 아마 내가 다음에 부산을 한 번 또 오게 된다면 그 때는 절대 연휴가 아닌 시즌에 이 곳을 찾으리.







● 광안리

 뉘엿뉘엿 해가 저물고 부산에서의 마지막 밤이 찾아왔다. 택시를 타고 내린 곳은 횟집이 즐비하게 차려져 있는 민락동 회타운이었다. 민락동 회타운은 쌍둥이 건물의 모든 층이 횟집으로 가득차 있었고 거리의 로드샵에는 가게마다 가게 앞에 수족관을 내어 놓은 횟집들이 빼곡히 나열되어 있었다. (개인적으로 수많은 횟집의 행렬에 잠시 당황하기도..) 식당 이모들은 센스있게 창가 자리에서도 광안대교가 보이는 자리로 안내해 주셨다. 회를 먹기에 앞서 나오는 스끼다시는 시각과 후각, 미각을 모두 사로잡고 있었으며 메인메뉴인 회도 광어와 우럭을 기본 베이스로 하면서 세꼬시와 고가 회인 농어, 도미까지 모듬으로 나오니 내가 지금 부산에 온 이유를 깔쌈하게 답해주고 있는 것 같았다. 광안대교를 배경으로 여행을 함께하는 사람들과 마주보며 술잔을 부딪히던 그 때의 순간만큼은 한가로운 오후 한때, 센트럴 파크에서 커피 한 잔의 여유를 만끽하는 어느 뉴요커들도 부럽지 않았다. 바다를 그대로 품고 있다는 서울의 큰 규모의 횟집에서도 맛보기 힘든 부산에서의 회의 맛. 그것은 단지 싱싱한 회의 식감만을 담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직접 부산에 가서 느껴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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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사이즈) 안 맞으면 어떡해요?"

"(사이즈) 맞다-. 마 안 맞으면 (잠시 망설이더니) 나중에 욕 한 번 하소!"

 

 국제시장에서 츄리닝 바지를 사는데 사이즈가 불안해서 반신반의한 마음으로 아주머니께 이것저것 물었더니 삭막한 듯해도 정감 넘치는 경상도 사투리로 입어 보고 안 맞으면 욕 한 번 하란다. 절대 환불해 준다는 말은 안 하지만 상인들도 허물없이 웃으면서 말하는 데다가 손님들도 그러한 상인의 말투와 태도가 밉지 않다. 오히려 잠시나마 잊고 살았던 인간의 정을 덤으로 얻어 가는 기분이다. 이것이 곧 부산 스타일 아니겠나. 억센 억양과 말투로도 손님들에게 살갑고 친근하게 접근할 줄 아는 옛정 가득한 이 곳. 이 곳이 바로 자연이 바다를 품고 바다가 사람을 품고 있는 아름다운 대한민국 대표 항구 도시 부산이다.



● 국제시장

 영화 <국제시장>의 배경지로 유명한 부산 국제시장의 상점 꽃분이네는 영화 개봉 2년 차가 되어 가는 지금에도 이 곳을 보기 위한 방문객들로 가게 앞은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국제시장은 사실 꽃분이네로 유명세를 탄 감도 없지 않아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입맛을 자극하는 갖가지의 길거리 음식도 이 곳의 매력 요소로 작용하며 이 외에도 쉽게 보기 힘든 수입 잡화상품을 판매하고 있는 여러 상점들까지 그 매력에 더해진다. 그리고 이 모든 것에 더해지는 부산의 특별한 덤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맛깔난 부산 사투리. “오이소! 보이소! 사이소!” 이 말은 부산의 여러 시장들의 슬로건이 되기도 한다. 시간이 흐르고 발전하는 도시 안에서도 6·25 전쟁 시절 시민들의 애환과 푸근한 사람 정이 그대로 사람과 함께 공존하고 있는 이 곳바로 국제시장이다.





 

● 태종대

 다음으로는 남포동에서 버스를 타고 부산의 영도 남동쪽 끝자리에 위치한 태종대로 향했다. 바다 전망대에서 보이는 가파른 해식 절벽은 마치 남미의 고원을 보는 것처럼 장엄하게 느껴졌고 그것이 곧 바다와 함께 조화를 이루어내고 있는 장관은 가히 경이로울 뿐이었다. 태종대에선 날씨가 화창할 때 바다 건너 일본의 쓰시마 섬까지 볼 수 있다고 하지만 비가 그친 이후나 날씨가 흐릴 때 이 곳을 찾아도 후회하지 않는다고 자신할 수 있다. 악천일 때 보여지는 자욱히 낀 안개와 매몰차게 절벽과 부딪치고 있는 파도는 태종대의 신성함을 더욱 드높이고 있으며 이는 마치 강인한 자연의 위대함을 드러내는 듯한 아우라를 풍기고 있기 때문이다. 해가 지자 태종대는 바다 위 선박들의 길잡이가 되어 주기 위해 등댓불을 비추고 있었다. 그리고 선박들은 차례차례 뱃고동 소리를 울리기 시작했다. 바다가 담고 있는 모든 풍경을 볼 수 있었던 태종대. 어느새 나는 바다의 품 안에 안겨 그 숨결에 매료되고 있었다.



● 지코바 치킨

 나름 성격이 까탈스러운지라 아무리 유명한 치킨이라고 해도 본인은 치킨이 맛있어봤자 거기서 거기지.” 라는 반응이 다반사다. 그렇기 때문에 부산에서 유명하다던 지코바 치킨의 존재를 들었을 때도 치킨의 비주얼에 혹하기는 했지만 맛에 대한 기대는 그리 하지 않았던 게 사실. 그리고 여행을 함께한 형들과 첫 날의 밤참으로 정한 지코바 치킨. 대박이다. 첫 입부터 반했다. 지코바 치킨의 숯불에서 방금 구워낸 듯한 숯불 냄새와 달짝지근한 듯 하면서도 은은하게 풍기는 매운 향은 먹어보지 않고서는 감히 설명할 수 없다. 그렇게 우리는 치킨을 먹는 내내 서울에 적게 위치한 지코바 치킨의 매장 수를 아쉬워하면서 남은 양념에 밥까지 비벼 먹었다. 원래 첫 번째 밤에는 지코바 치킨을 먹고 두 번째 밤에는 회를 먹고자 했지만 지코바 치킨은 도저히 한 번만 먹고 서울로 올라오기 아쉬웠기 때문에 두 번째 날의 새벽에 한 번 더 지코바 치킨을 시켜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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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일본여행, In Tokyo [만개한 벚꽃의 일본]

2016.03.30~2016.04.02

우에노


 전날 일기예보에서 분명 비가 내린다는 말이 없었는데 하늘은 금방이라도 비를 쏟아부을 것 만같이 먹구름이 잔뜩 끼어있었다. 그래도 우에노의 번화가를 오가는 사람들의 발걸음까지 무거워 보이지는 않는다. 빠칭코는 여전히 시끄럽고 식당 앞은 하루 장사치의 물품을 운반하는 주인들의 개점 준비로 분주하다. 이렇듯 우에노는 늘 바쁘다. 아침에는 우에노를 준비하는 사람들에 의해, 밤낮으로는 우에노를 찾고 있는 사람들에 의해. 그래서 도쿄의 활기는 더해지고 있다. 우에노 공원에 모여든 수많은 인파를 흩날리는 벚꽃잎의 온순한 향연으로 품을 줄 아는 품격있는 그 곳, 우에노. "사요나라, 우에노."


숙소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던 도시락가게에서 아침으로 먹은 치킨덮밥


숙소가 있던 우에노 번화가 골목. 그 곳에서의 마지막 아침 모습


배낭여행의 가장 큰 단점은 마지막 날 여행 시, 공항에 도착하기 전까지 캐리어를 끌며 걸어다녀야 하는 것.

물론 공공장소 등에 코인 락커가 있긴 하지만 700엔 전후의 거액을 지불해야 하기에 락커 이용은 하지 않는 걸로.

야나카


 야나카는 번화가인 우에노로부터 전철로 두 정거장의 거리밖에 되지 않는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지만 고대 에도 시대의 정취와 일본스러운 면모를 가장 고유하게 간직하고 있는 곳으로 골목과 골목 사이의 폭이 좁아도 동네에서 맛있다고 소문난 식당 앞에서는 차분하게 그 줄을 기다릴 줄 아는 이 있는 곳이다. , 유아케단단의 아래로 보이는 야나카 긴자 상점가에서는 오래된 야채가게와 생선가게 등이 자아내는 소소한 풍경을 통해 야나카의 순수한 정겨움을 느낄 수 있으며 방문객들의 발길을 붙잡고 있는 고로케 가게의 고소한 기름 냄새까지도 야나카에선 정겹게 느껴지기만 한다.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의 일본으로 온 듯한 신선한 충격을 선사하고 있는 야나카. 그것은 곧 야나카만이 자부하며 위엄있게 드러낼 수 있는 독보적인 매력이다. 관광객들의 방문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곳이 아닌데도 야나카는 어느새 그 곳의 을 느끼고자 하는 사람들의 많은 관심 덕분에 조금은 활발해진 번화함이 다소 감돌고 있다. 야나카에선 그것이 아쉽다. 고요하고 얌전해야만 그 매력을 고이 전해 받을 수 있는 곳 야나카. 아마 이 곳은 지금보다 더 유명해지기 전에 방문해야만 야나카가 소유하고 있는 고유의 감칠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야나카 긴자 상점가의 풍경. 몇 년 전보다 늘어났다는 관광객의 수가 유독 아쉽기만 하다.





과거의 흔적이 그대로 나타나고 있는 야나카의 소소한 풍경


야나카 동네를 크게 차지하고 있는 공동묘지 야나카 묘원. 음산한 기운이 감돌고 있다.

Episode (+Photo)


귀국을 할 때에는 짐이 늘 수밖에 없나 보다.



도쿄를 떠나 인천으로 향할 준비를 하고 있는 제주항공 비행기


국제선인데도 불구하고 기내식이 무료로 제공되지 않는 제주항공.

그래서 아예 자체 기내식을 만들어서 탑승했다. 이 날의 기내식은 도쿄 바나나와 (사진에는 없지만) 과즙음료.


한국에 오자마자 제일 먼저 나를 반겨준 위종이와 동호


동호가 알바하는 편의점에서 야식 먹방 찍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 이번 일본 여행도 여느 때와 다름없이 3박 4일의 일정을 계획했지만 도쿄로 향하는 이른 아침의 비행기를 놓칠 것 같아 두려워 꼭두새벽부터 공항버스의 첫 차를 기다렸던 시간까지 나름의 여행 일정 중 하나라고 합리화하고 있다. 그래서 이번 여행은 3박 5일 일정을 소화했다고 정리한다. (은근 단호하다.) 그런데도 이번 여행이 남긴 아쉬움은 그 어느 때보다 더하다. 우선 올 해에는 기상 이변이 일어나 전반적으로 일본의 벚꽃들이 빨리 개화할 것 같다는 기상청의 공지가 있었다. 실제로 기상청에서 제공하는 벚꽃 개화 사이트의 그래프를 보면 내가 원래 도쿄에 가고자 했던 4월 4일부터 7일까지는 벚꽃이 지는 시즌에 접어들고 있었다. 그래서 10만 원의 거액을 들여가면서까지 비행기 일정도 변경했지만 야속하게도 도쿄는 나에게 2일의 흐린 날씨를 주고 말았다. 기필코 다음에 찾을 도쿄는 나에게 맑은 날을 전해줄 수 있기를.


· 나는 현지 적응력이 굉장히 빠르다. (그래봤자 다녀온 해외라고는 일본이 전부지만 말이다.) 너무나 익숙한 한국에서의 우측통행은 일본에 간 지 하루만에 좌측통행에 적응되어 버렸고, 일본인들의 몸에 너무나 깊이 배인 '스미마셍 풍습(길을 묻거나 식당에서 주문을 할 때 등 일단은 '죄송합니다.'의 의미를 갖고 있는 '스미마셍'으로 말의 시작을 여는 풍습)'도 금세 적응이 되어 한국에 돌아왔을 때, 다시 한국의 시스템을 적응하기까지가 3~4일 가량의 시간이 걸렸던 것 같다. 에스컬레이터에서 좌측통행과 우측통행을 혼동하다가 그냥 가운데로 걸어가기도 했고, 편의점에서 계산을 하다가 지갑을 꺼낼 때에도 "아노, 좃또... 스미마셍..(저기, 죄송한데 잠시만요...)" 라고 하며 알바생을 당황하게 하기도 했었다. 그러다 보니 요새는 영어권 나라에 다녀오면 영어 실력에도 금세 적응해서 돌아오지 않을까 하는 미련한 너스레를 떨고 있다.


· 관광지를 최대한 다니지 않기 위해 지난 2월에 구매했던 <도쿄 일상산책> 이라는 책을 한국에 돌아와서 다시 읽어보았다. 그런데 일본에 떠나기 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야나카'가 책의 앞부분에서부터 소개되고 있었다. 심지어 내가 무심코 별 생각 없이 사 먹었던 다진 쇠고기 고명이 들어있던 고로케도 책 속에서는 꼭 먹어봐야 할 야나카의 명물로 소개되고 있었다. 그래서 야나카는 더 특별하게 기억에 남는다. 책에서 소개하고 있던 루트는 뻔한 여행이 아닌, 도쿄만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낭만을 느끼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있는 루트였는데 그 경로가 온전히 내 발걸음이 이끌렸던 루트라고 생각하니 그 기분이 굉장히 오묘했다. 괜히 어깨가 절로 으쓱이던 순간이었다.


 "그렇담 말이지, 다음에 나는 책 속에서도 소개할 수 없는 그런 일본의 매력을 찾을 수 있는 곳으로 떠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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