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일본여행, In Tokyo [만개한 벚꽃의 일본]

2016.03.30~2016.04.02

우에노


 전날 일기예보에서 분명 비가 내린다는 말이 없었는데 하늘은 금방이라도 비를 쏟아부을 것 만같이 먹구름이 잔뜩 끼어있었다. 그래도 우에노의 번화가를 오가는 사람들의 발걸음까지 무거워 보이지는 않는다. 빠칭코는 여전히 시끄럽고 식당 앞은 하루 장사치의 물품을 운반하는 주인들의 개점 준비로 분주하다. 이렇듯 우에노는 늘 바쁘다. 아침에는 우에노를 준비하는 사람들에 의해, 밤낮으로는 우에노를 찾고 있는 사람들에 의해. 그래서 도쿄의 활기는 더해지고 있다. 우에노 공원에 모여든 수많은 인파를 흩날리는 벚꽃잎의 온순한 향연으로 품을 줄 아는 품격있는 그 곳, 우에노. "사요나라, 우에노."


숙소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던 도시락가게에서 아침으로 먹은 치킨덮밥


숙소가 있던 우에노 번화가 골목. 그 곳에서의 마지막 아침 모습


배낭여행의 가장 큰 단점은 마지막 날 여행 시, 공항에 도착하기 전까지 캐리어를 끌며 걸어다녀야 하는 것.

물론 공공장소 등에 코인 락커가 있긴 하지만 700엔 전후의 거액을 지불해야 하기에 락커 이용은 하지 않는 걸로.

야나카


 야나카는 번화가인 우에노로부터 전철로 두 정거장의 거리밖에 되지 않는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지만 고대 에도 시대의 정취와 일본스러운 면모를 가장 고유하게 간직하고 있는 곳으로 골목과 골목 사이의 폭이 좁아도 동네에서 맛있다고 소문난 식당 앞에서는 차분하게 그 줄을 기다릴 줄 아는 이 있는 곳이다. , 유아케단단의 아래로 보이는 야나카 긴자 상점가에서는 오래된 야채가게와 생선가게 등이 자아내는 소소한 풍경을 통해 야나카의 순수한 정겨움을 느낄 수 있으며 방문객들의 발길을 붙잡고 있는 고로케 가게의 고소한 기름 냄새까지도 야나카에선 정겹게 느껴지기만 한다.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의 일본으로 온 듯한 신선한 충격을 선사하고 있는 야나카. 그것은 곧 야나카만이 자부하며 위엄있게 드러낼 수 있는 독보적인 매력이다. 관광객들의 방문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곳이 아닌데도 야나카는 어느새 그 곳의 을 느끼고자 하는 사람들의 많은 관심 덕분에 조금은 활발해진 번화함이 다소 감돌고 있다. 야나카에선 그것이 아쉽다. 고요하고 얌전해야만 그 매력을 고이 전해 받을 수 있는 곳 야나카. 아마 이 곳은 지금보다 더 유명해지기 전에 방문해야만 야나카가 소유하고 있는 고유의 감칠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야나카 긴자 상점가의 풍경. 몇 년 전보다 늘어났다는 관광객의 수가 유독 아쉽기만 하다.





과거의 흔적이 그대로 나타나고 있는 야나카의 소소한 풍경


야나카 동네를 크게 차지하고 있는 공동묘지 야나카 묘원. 음산한 기운이 감돌고 있다.

Episode (+Photo)


귀국을 할 때에는 짐이 늘 수밖에 없나 보다.



도쿄를 떠나 인천으로 향할 준비를 하고 있는 제주항공 비행기


국제선인데도 불구하고 기내식이 무료로 제공되지 않는 제주항공.

그래서 아예 자체 기내식을 만들어서 탑승했다. 이 날의 기내식은 도쿄 바나나와 (사진에는 없지만) 과즙음료.


한국에 오자마자 제일 먼저 나를 반겨준 위종이와 동호


동호가 알바하는 편의점에서 야식 먹방 찍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 이번 일본 여행도 여느 때와 다름없이 3박 4일의 일정을 계획했지만 도쿄로 향하는 이른 아침의 비행기를 놓칠 것 같아 두려워 꼭두새벽부터 공항버스의 첫 차를 기다렸던 시간까지 나름의 여행 일정 중 하나라고 합리화하고 있다. 그래서 이번 여행은 3박 5일 일정을 소화했다고 정리한다. (은근 단호하다.) 그런데도 이번 여행이 남긴 아쉬움은 그 어느 때보다 더하다. 우선 올 해에는 기상 이변이 일어나 전반적으로 일본의 벚꽃들이 빨리 개화할 것 같다는 기상청의 공지가 있었다. 실제로 기상청에서 제공하는 벚꽃 개화 사이트의 그래프를 보면 내가 원래 도쿄에 가고자 했던 4월 4일부터 7일까지는 벚꽃이 지는 시즌에 접어들고 있었다. 그래서 10만 원의 거액을 들여가면서까지 비행기 일정도 변경했지만 야속하게도 도쿄는 나에게 2일의 흐린 날씨를 주고 말았다. 기필코 다음에 찾을 도쿄는 나에게 맑은 날을 전해줄 수 있기를.


· 나는 현지 적응력이 굉장히 빠르다. (그래봤자 다녀온 해외라고는 일본이 전부지만 말이다.) 너무나 익숙한 한국에서의 우측통행은 일본에 간 지 하루만에 좌측통행에 적응되어 버렸고, 일본인들의 몸에 너무나 깊이 배인 '스미마셍 풍습(길을 묻거나 식당에서 주문을 할 때 등 일단은 '죄송합니다.'의 의미를 갖고 있는 '스미마셍'으로 말의 시작을 여는 풍습)'도 금세 적응이 되어 한국에 돌아왔을 때, 다시 한국의 시스템을 적응하기까지가 3~4일 가량의 시간이 걸렸던 것 같다. 에스컬레이터에서 좌측통행과 우측통행을 혼동하다가 그냥 가운데로 걸어가기도 했고, 편의점에서 계산을 하다가 지갑을 꺼낼 때에도 "아노, 좃또... 스미마셍..(저기, 죄송한데 잠시만요...)" 라고 하며 알바생을 당황하게 하기도 했었다. 그러다 보니 요새는 영어권 나라에 다녀오면 영어 실력에도 금세 적응해서 돌아오지 않을까 하는 미련한 너스레를 떨고 있다.


· 관광지를 최대한 다니지 않기 위해 지난 2월에 구매했던 <도쿄 일상산책> 이라는 책을 한국에 돌아와서 다시 읽어보았다. 그런데 일본에 떠나기 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야나카'가 책의 앞부분에서부터 소개되고 있었다. 심지어 내가 무심코 별 생각 없이 사 먹었던 다진 쇠고기 고명이 들어있던 고로케도 책 속에서는 꼭 먹어봐야 할 야나카의 명물로 소개되고 있었다. 그래서 야나카는 더 특별하게 기억에 남는다. 책에서 소개하고 있던 루트는 뻔한 여행이 아닌, 도쿄만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낭만을 느끼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있는 루트였는데 그 경로가 온전히 내 발걸음이 이끌렸던 루트라고 생각하니 그 기분이 굉장히 오묘했다. 괜히 어깨가 절로 으쓱이던 순간이었다.


 "그렇담 말이지, 다음에 나는 책 속에서도 소개할 수 없는 그런 일본의 매력을 찾을 수 있는 곳으로 떠날 거야."

Photo by choi0wan

Copyright ⓒ choi0wan all rights reserved

http://choi0wan.tistory.com

Posted by choi0wan
,

세 번째 일본여행, In Tokyo [만개한 벚꽃의 일본]

2016.03.30~2016.04.02

신주쿠


 도쿄를 찾는 젊은 여행객들이 꼭 들른다는 신주쿠는 일본 특유의 옛스러운 전통을 느낄 수 있는 곳은 아니지만 넘쳐흐르는 생기만큼은 도쿄의 심장이라는 신주쿠의 수식어를 제대로 실감케 할 수 있을 정도로 활발하고 뜨겁다. 수많은 철도들이 다니고 비즈니스, 패션, 유흥의 메카가 되는 신주쿠. 도쿄의 젊음을 제대로 느껴보고 싶다면 당당하게 신주쿠로 향하라. 그러나 신주쿠에서는 극심한 호객 행위가 빈번하며 가부키쵸 등에서 발생하는 관광객들의 피해가 잦은 편이니 소지품과 신변 보호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며 지나치게 음산한 곳에는 호기심에라도 발을 들이지 않는 것을 당부한다.

※ 실제로 비행기가 일본에 도착하면 외교부로부터 신주쿠에서의 호객 행위 주의를 당부하는 문자메시지가 발송된다.




활발함이 넘치는 신주쿠의 정오 모습


도쿄의 곳곳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모스버거

타나시


 일본 서민들의 평범한 삶의 모습을 가장 솔직하게 구경할 수 있는 타나시는 도쿄의 중심지로부터 서쪽으로 향하는 세이부 신주쿠 선 전철을 타고 약 20분 가량을 달려야 만날 수 있는 곳이다. 그렇기 때문에 관광객들의 발길이 적은 것이 한편으로는 당연지사. 타나시에는 특별한 관광 명소도 없고 이 곳을 소개하고 있는 안내소가 따로 있는 것도 아니다. 그렇지만 타나시로 하여금 방문객의 흥미를 가장 유발시키고 있는 요소를 꼽자면 한국에서도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유명 일본 애니메이션 아따맘마(あたしンち)’의 실제 모티브가 되는 동네라는 점이다. 실제로 타나시 역과 전철 역사로 이어져 있는 리빙백화점을 돌아다니다 보면 아따맘마 속의 배경이 되는 장소들을 군데군데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내 곁에는 마치 아리와 동동이가 함께 동행하고 있는 듯한 순수한 동심의 착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타나시 속의 아따맘마를 더 많이 발견하고 싶다면 타나시로 향하는 전철이 타나시에 도착하기 전까지 아따맘마의 오프닝 영상을 유심히 반복해서 보는 건 어떨까.


매일같이 엄마가 쇼핑을 하는 타나시 역의 리빙백화점


 





 













타나시에서 나에게 길을 알려준 남매들.

후타코타마가와


 우리말로 전원도시선을 의미하는 도큐 전철의 덴엔토시센’. 그 출발역이 되는 시부야 역에서 급행으로 두 정거장을 지나면 한가로운 타마 강 리버사이드와 마주할 수 있는 후타코타마가와 역에 도착할 수 있다. 나는 타마 강을 따라 드넓게 펼쳐진 초록빛 잔디 위에서 친구들과 함께 원반을 던지고 놀며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는 소년들 일행과 던져진 낚싯대의 반응을 묵묵하게 기다리고 있는 노년들, 또 강을 바라보며 트럼펫을 연주하고 있는 신사와 산책 나온 젊은 여성들을 보며 그저 친환경적인 도쿄의 오후 모습을 구경할 수 있었고 이로 인해 후타코타마가와 역을 경유하는 전철의 노선 이름 덴엔토시센의 참의미를 곱씹으며 이해할 수 있었다. 탁 트인 타마 강 리버사이드의 전경을 바라보면서 잔디 위를 걷다 보면 답답한 잿빛 도시로부터 벗어난 듯한 일종의 해방감 덕분에 괜히 타마 강을 따라 달리기가 하고 싶어지거나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인사를 건네보고 싶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사람들의 눈치를 볼 필요는 없다. 타마 강 리버사이드에서는 그것이 곧 자연스러운 감각의 반응일 테니깐 말이다.





타마 강 리버사이드에서 저마다의 오후를 즐기고 있는 사람들

우에노


 3일 차의 일정을 마치고 베이스캠프인 우에노로 돌아온 나는 저녁을 먹기 위해 숙소로부터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규카츠 식당을 찾았다. 규카츠는 다소 비싼 값을 지불하고 먹어야 하는 음식이었지만 일부러 아끼지 않고 꽃등심 부위로 주문해서 명품 규카츠의 맛을 느끼고자 했다. 내가 먹은 규카츠 식당에서는 주문한 규카츠가 주문과 동시에 기름에 들어가 겉에만 살짝 튀겨진 뒤 커팅되기까지의 모든 조리 과정을 보여주고 있는 오픈형 키친이었다. 이는 명실상부 음식에 대한 조리사의 강한 자부심과 장인 정신을 근엄하게 드러내고 있었다. 이어 가지런히 정리되어 세팅된 샐러드와 된장국, 그리고 고슬고슬한 밥가지. 아마 일본 음식이 화려하거나 세련되지 않아도 단연 최고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이들만의 섬세함과 정갈함이 전통저럼 지켜져 와 아무나 따라할 수 없는 독보적인 일본스러움을 분명하게 만들어내고 있기 때문이 아닐가 싶다. 규카츠는 맛 또한 일품이었다. 바삭한 튀김옷과 쫄깃한 소고기 살의 환상적인 조화. 매일 식사시간이 되면 이 곳은 웨이팅 타임이 걸려 오랜 기다림의 끝에서야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일본 현지인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만점이다. 이 날의 나는 저녁을 먹기에는 다소 이른 오후 5시 경에 이 곳을 찾았다. 그래서 웨이팅도 없었고 식당 내부도 한산했다. "이 곳에 가면 이 음식을 꼭 먹어야 해!" 패턴의 여행사 스타일 여행을 선호하진 않는다. 그러나 규카츠는 예외로 분류하고 싶다. 체인점이라 도쿄 중심지 곳곳에 많은 지점들이 자리하고 있으니 도쿄를 방문한다면 규카츠의 맛을 꼭 느껴 보았으면 좋겠다.


내 눈 앞에서 직접 규카츠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볼 수 있는 아오나 규카츠


도쿄 여행 일정 중에서 가장 사전의 기대가 컸던 규카츠


후식으로 먹은 배스킨라빈스. 일본에서는 봄 시즌을 맞아 사쿠라(벚꽃) 맛 아이스크림을 출시했다.

Episode



· 나는 일본에 올 때마다 성인의 기준이 되는 나이가 헷갈렸다. 한국에서는 신년이 시작됨과 동시에 법적으로 성인으로 인정받지만 일본에서는 그 기분을 명확하게 알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면세점에서 술을 구매할 때에는 늘 혼동이 찾아왔다. 우에노 돈키호테에서 호로요이를 살 때였다. "저는 일본에서 술을 살 수 있나요?"라고 물었다. 그러더니 점원은 "96년 11월 생이면 아슬아슬하게 가능합니다. 그렇지만 지금 여권이 없으시니 숙소에 가셔서 다시 가지고 돌아오시면 계산해드리겠습니다." 라는 직원의 말에 번거롭지만 지하철을 타고 숙소로 돌아가 여권을 가지고 다시 면세점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그 직원은 퇴근을 했는지 보이지 않았고 다른 알바생으로 보이는 젊은 청년이 계산대를 대신하고 있었다. 1시간도 지나지 않은 방금 전의 자초지종을 설명하며 여권을 보여주었더니 그는 "죄송합니다만 당신은 일본에서 법적으로 미성년자입니다."라며 방금 전의 직원이 말한 실수에 대해 연신 사과하며 술 구매가 불가능하다는 의사를 거듭했다. 교통비와 낭비된 시간에 화가 난 나는 직원 교육과 술을 판매하고 있는 면세점에서 미성년자와 성인의 기준조차 정확하게 설명하지 못하는 면세점 직원들의 서비스 수준과 태도를 날카롭게 지적하였고 방금 전의 직원으로부터 책임을 듣고 싶다며 호출을 부탁했다. 그러나 그들은 죄송하다는 사과만 거듭할 뿐 그 직원에 대한 호출과 언급을 자제하고 있었다. 우에노 점 돈키호테. 다음에 도쿄를 찾아도 숙소로 우에노 주변은 검색조차 하지 않을 것.


· 나는 일본에 올 때마다 거짓말처럼 딱 들어맞는 징크스가 있다. 바로 날씨 징크스. 오사카와 후쿠오카에서도 마지막 날과 그 하루 전 날의 날씨는 곡 비가 내리거나 흐리곤 했다. 다행히 이번 도쿄에서는 내가 머무르는 동안에 비가 내리지 않았지만 벚꽃을 기대하고 간 일본에서 흐린 날을 맞이한 것은 비가 내리는 것 만큼이나 아쉽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나의 그 아쉬움은 후타코타마가와의 타마 강 리버사이드에서 절정에 달했다. 눈부신 태양 아래에서 화창한 봄날씨를 만끽하며 오후를 보내는 사람들의 모습을 눈에 담고 싶었던 기대와 달리 먹구름 탓인지 이 곳을 찾은 사람들의 수는 현저히 적었고 그 적은 사람들 중에서도 활동적으로 움직이는 사람을 찾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었다. 개인적으로 당분간은 해외여행을 계획할 수 없는 상황이었기에 이번의 도쿄에 대한 기대치는 다른 그 어느 도시를 찾을 때보다 더했는데 아쉬움이 너무 깊다. 머지않아 훗날, 내가 다음의 일본에 방문할 때에는 그 징크스로부터 탈피할 수 있었으면.


· 아따맘마의 배경을 찾고자 타나시 마을의 이곳저곳을 누비던 도중, 나는 조용한 공터에서 놀고 있는 어느 어린 남매를 만날 수 있었다. 나는 그들에게 아따맘마의 배경이 되는 곳을 물어보며 길안내의 도움을 받고 있었는데 대화를 나누다 보니 마치 사막에서 오아시스가 보이는 듯한 신기루처럼 이 아이들이 갑자기 아리와 동동이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나는 대화가 끝나자 나도 모르게 무심코 "너희들을 이 곳에서 만나니 마치 미깡(아리)과 유즈히코(동동)를 보는 기분이 들어." 라고 하였다. 그러자 아이들은 부끄러운 듯 웃으면서 몸을 배배 꼬고 있었다. 그리고 뒤이어 아이들의 어머니가 오셨다. 아이들은 우리가 길을 알려드린 사람과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며 나를 소개해주었다. 그렇게 나와 남매, 그리고 그들의 어머니 이렇게 넷은 타나시 마을에서 긴 시간동안 이야기를 나누며 소소한 시간을 함께 보냈다. 따뜻한 가족의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는 애니메이션 아따맘마. 그리고 그 배경이 되는 곳 타나시. 지극히 사람 사는 냄새가 물씬 풍기던 타나시에서 만난 이 가족은 아마 내가 찾고 있던 실제 아따맘마의 가족을 만나게 됐던 건지도 모른다.

Photo by choi0wan

Copyright ⓒ choi0wan all rights reserved

http://choi0wan.tistory.com 

Posted by choi0wan
,

세 번째 일본여행, In Tokyo [만개한 벚꽃의 일본]

2016.03.30~2016.04.02

네즈 신사


 도쿄 지하철 치요다 선의 네즈 역 인근에 위치한 네즈 신사는 네즈 역 출구로부터 나오자마자 만날 수 있는 평범한 주택가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하고 있어 신사까지 향하는 동안에 한적하고 여유로운 도쿄 시민들의 일상적인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주택가로부터 오래 걷지 않아 네즈 신사에 도착하면 작은 연못을 두고 한 쪽으로 길게 나열되어 있는 붉은 도리이 행렬이 유독 인상적이다. 그리고 그 사이에 장엄하게 자리잡고 있는 작은 정자는 일본 고유의 전통미와 풍취를 그윽하게 풍기고 있어 마치 어릴 적 보았던 일본 애니메이션 속의 일순간을 떠올리게끔 할 것이다. 네즈 신사는 관광객들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아 방문객도 적고 조용하고 성숙한 분위기가 신사 내부를 감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차분한 일본의 감성을 원하는 여행자들이 네즈 신사를 방문하면 아마 진하게 우려낸 듯한 녹차와 같은 도쿄의 여운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깨끗하고 규칙적인 일본의 분위기는 네즈 역의 인근에 청량함을 더하고 있다.


지각한 와중에도 벚꽃에 눈이 팔려 유치원 앞에서 벚꽃을 구경하다가 뒤늦게 뛰어가는 아이들


벚꽃이 피어 있는 네즈 신사의 풍경


네즈 신사에서는 붉은 도리이가 장렬을 이루고 있는 장경을 볼 수 있다.

시부야


 도쿄 여행의 메카로 손꼽히는 또 하나의 대표적인 번화가 시부야는 보아의 ‘No.1’ 뮤직비디오 배경이 되는 장소로도 유명하며 젊은이들의 거리라고 불릴 만큼 백화점과 레스토랑의 수가 많아 그 곳을 찾는 인파가 대단하다. 시부야의 핫플레이스로 불리는 스크램블 사거리는 남쪽에 위치한 스타벅스 카페의 2층 창가 자리에서 한 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데 그 곳에서 스크램블 사거리를 바라보면 횡단보도의 신호가 바뀌었을 때 혼잡하게 횡단보도를 건너는 시민들의 모습을 파노라마처럼 구경할 수 있어 시부야 스타벅스 카페의 2층은 늘 스크램블 사거리를 촬영하기 위한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촬영을 마친 사람들은 서둘러 다음 차례의 사람에게 그 자리를 양보하기 때문에 자리 차지를 둘러싼 분쟁(?)이나 트러블의 걱정은 덜어내도 된다. 파란 하늘 아래 스크램블 사거리를 횡단하고자 하는 시민들과 직장인들의 바쁜 듯한 걸음걸이. 그리고 그 배경을 장식하고 있는 시부야라는 로케이션. 시부야를 들른다면 꼭 스크램블 사거리가 자아내고 있는 바쁜 풍경 카메라에 담아 보자. 아마 상상 그 이상으로 경이로울 것이다.


보아 'No.1'의 뮤직비디오 배경이 되는 시부야의 스크램블 사거리


스타벅스 2층에서 사거리를 횡단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찍기 위해 구매한 망고 플랫치노


신호가 바뀌자마자 일제히 복잡하게 횡단보도를 건너기 시작하는 사람들

메구로 강


 시부야 역에서 도요코 선을 타거나 지하철 히비야 선을 타면 메구로 강이 위치한 나카메구로 역에 도착할 수 있는데 메구로 강은 강의 양 쪽으로 자라난 벚나무가 그려내는 풍경이 마치 한 폭의 그림을 보는 것과 같아 도쿄에서 벚꽃을 볼 수 있는 여러 명소들 중에서도 명실상부 베스트 핫플레이스로 일컬어진다. 나카메구로 역은 지금의 벚꽃 시즌이 되면 역의 출구에서부터 거리가 마비될 정도로 수많은 인파가 모여들어 그 인파를 통제하기 위한 경찰들이 도로 곳곳마다 배치되어 있다. 인파를 따라 메구로 강에 도착하면 팝콘처럼 활짝 만개한 분홍빛 벚꽃들의 향연이 방문객들의 시선을 독점하고 있으며 메구로 강에서의 벚꽃을 더 특별하게 기억하고 싶다면 도로 한켠에 줄지어 있는 포장마차에서 다코야키나 가라아게를 사서 벤치에 앉아 여유로이 벚꽃을 구경하는 것을 추천한다. 실제로도 메구로 강에서는 그렇게 벚꽃을 만끽하는 사람들을 많이 발견할 수 있으며 그 모습을 보다 보면 일본인들의 벚꽃 사랑이 유독 남다르다는 것을 다시금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만개한 연분홍색 벚꽃들이 만들어낸 분위기있는 메구로 강의 풍경


벚꽃을 보며 먹을 주전부리로 구매한 야키토리


메구로 강의 한켠에서 공놀이를 하고 있던 귀여운 아이


벚꽃 풍경 위를 달리고 있는 도요코 선 전철

도쿄 타워


 도쿄 지하철 히비야 선을 타고 가미야초 역에 내려 7분 정도를 걸으면 도쿄의 대표 랜드마크인 도쿄 타워에 도착할 수 있다. 도쿄 타워는 해발 150m의 대전망대와 250m의 특별전망대로 나뉘어져 있는데 특별전망대의 관람을 원하는 방문객은 대전망대에서 티켓을 구매한 후 엘리베이터를 통해 특별전망대로 올라갈 수 있다. 특별전망대에선 맑은 날의 오후에 후지산이 보이기도 하며 밤에는 오다이바의 레인보우 브릿지와 대관람차의 모습까지 선명하게 보이기 때문에 특별전망대에서 느낄 수 있는 도쿄의 감성은 과연 독보적이다. 도쿄 타워에서는 경이로운 전경과 로맨틱한 야경을 볼 수도 있지만 수족관과 CLUB333의 특설 스테이지 등도 마련되어 있으니 도쿄를 보다 더 알차게 여행하고 싶다면 도쿄 타워의 부대시설을 즐기는 것도 하나의 좋은 팁이 되겠다.


낮에 바라본 도쿄 타워 전경


밤에 바라본 도쿄 타워 전경


대전망대에서는 벚꽃 느낌이 물씬 나는 빔 프로젝트로 라이트를 켜고 있었다.


도쿄 타워에서 바라본 또 하나의 도쿄 타워


도쿄 타워의 특별전망대에서 바라본 야경으로 오다이바의 대관람차와 레인보우 브릿지가 보인다.


도쿄 타워에서 나의 친구가 되어 준 다섯 살의 세이코 군

우에노


 나는 밀가루가 들어간 일본 음식이 전혀 입에 맞지 않는 탓에 회전초밥으로 저녁을 해결하고 숙소로 돌아가 온천을 즐겼다. 온천을 마친 나는 근처 편의점으로 향해 제일 애용하는 아사히 맥주와 삿포로 맥주를 한 캔씩 사서 우에노 역 앞의 육교로 향했다. 육교 위는 다소 쌀쌀했지만 춥다고 느끼지는 못했기에 그저 바람에 내 몸을 맡겼다. 그저 이끌리는 대로 걸었다. 그러고 싶었다. 그리고 발걸음이 멈춘 곳은 화려한 네온사인과 반짝이는 간판들이 가득했던 우에노 북쪽 번화가였다. 베이스캠프에서 마시는 맥주의 목넘김은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왜 내가 마치 누군가의 도움을 갈망하는 심정으로 혼자 떠날 여행을 계획했는지. 그 마음의 답은 바로 이 순간이었다. 나는 이 순간을 바라고 도쿄 행 비행기 티켓을 예매했다. 이제 내일부터는 오늘보다 편한 마음으로 거리를 누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나는 그 내일을 맞이하기 위해 우에노 육교에서 내려왔고 빨리 숙소로 돌아와 잠자리를 청했다.


숙소 앞에 있던 회전초밥 집에서 먹은 이 날의 저녁



도쿄에서의 두 번째 밤을 마무리한 곳은 우에노 육교 위에서 북쪽 번화가가 보이는 곳이었다.

Episode


· 네즈 신사로 향하던 중 보였던 노란 모자를 쓴 두 명의 유치원생에게 반가운 마음에 "오하요-"라고 아침 인사를 건넸다. 그러나 아이들은 지각이라도 한 듯 서로의 손을 맞잡고 유치원을 향해 급하게 달려가고 있었다. 유치원에 도착한 아이들은 굳게 잠겨 있던 유치원 문을 발견하고 문을 열기 위해 안간힘을 쓰지만 그러던 도중 갑자기 눈에 들어온 벚꽃은 본인들의 유치원 등원도 잠시나마 잊게 만들었다. "아, 사쿠라다!" 라고 연신 감탄사를 내뱉으며 벚꽃 구경에 여념이 없었던 아이들은 선생님이 문을 열어주고 나서야 다시 지각임을 알아채고 교실 문을 향해서 달려가고 있었다.


· 작년부터 나와 훗날의 일본 여행을 기약한 위종이는 내가 도쿄에 간다고 하니 벚꽃 풍경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못하고 매일같이 나에게 도쿄여행의 플랜을 물어보곤 했었다. 나는 메구로 강에 도착하자마자 위종이의 얼굴이 떠올라 바로 한국으로 국제전화를 걸어 현재 도쿄의 벚꽃 상황을 생중계하였고 동영상과 사진까지 보내주고 나니 아쉬워하는 위종이의 목소리가 한국으로부터 수화기 너머 지금 내가 있는 일본까지 생생하게 전달되고 있었다. 만날 때마다 20대 중반에 훈남 스타일로 일본 여행을 떠나자고 약속하며 그 때의 계획을 벌써부터 구상하는 이 친구 녀석. 우리는 빨리 시간이 흘러서 약속했던 우정 여행의 꿈을 이루어 멋진 우정샷을 남길 수 있는 그 때가 오기를 간절히 고대하고 있을 뿐이다.


· 도쿄 타워에서 특별전망대로 올라가는 도중 엄마와 함께 이 곳을 찾은 어린 남자아이를 한 명 만날 수 있었다. 아이의 귀여운 외모와 천진난만하게 야경을 보며 즐거워 하는 모습을 보니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이미 그 아이에게 말을 걸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내가 타워를 내려가기 위해 그 아이에게 간단한 끝인사를 건네고 발걸음을 하행선 엘리베이터로 옮기려고 할 때였다. 그 아이는 나에게 다가와 나를 올려다보며 옷자락을 잡아당겼다. 그 아이에게 무슨 일이냐고 말을 거니 나에게 이름을 물으며 친구가 되고 싶다고 하였다. 그 아이의 순수한 행동에서 어린 아이의 때묻지 않은 정을 느낀 나는 엘리베이터를 미루고 타워 위에서 계속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그리고 타워에서 내려왔을 때였다. 헤어짐이 아쉬웠던 나는 이 아이에게 오른손에 차고 있던 노란 팔찌를 선물로 주면서 오늘 나와 함께 한 추억을 잊지 않아주기를 부탁했다. 절대 잊지 못할 도쿄에서 사귄 다섯 살 친구 세이코. 이것도 인연이라면 나는 언젠가 이 아이와 다시 만날 훗날을 기약해도 이상하지 않겠지.

Photo by choi0wan

Copyright ⓒ choi0wan all rights reserved

http://choi0wan.tistory.com

Posted by choi0wan
,

세 번째 일본여행, In Tokyo [만개한 벚꽃의 일본]

2016.03.30~2016.04.02

한국 출국, 우에노


 새벽 3시부터 집에서 나와 피곤한 몸을 이끌고 공항버스에 몸을 실어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아침잠이 많은 내가 과연 8시 비행기에 탑승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여행 직전까지도 멈추질 않았는데 나는 끝까지 졸음의 무게를 참고 비행기에 탑승하게끔 도와준 눈꺼풀에 고마워하며 설레는 마음으로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2시간 10분 비행의 시간동안 답답한 기내 안에서 즐거운 볼거리가 되어 준 푸른 동해바다와 3월의 봄 날씨에도 정상에 눈이 쌓여 있던 일본의 이름 모를 어느 설산의 풍경은 앞으로도 계속될 나의 여행 감성을 강하게 자극하고 있었고 이윽고 도착한 일본 나리타 공항에서 게이세이 급행 전철을 타고 베이스캠프인 우에노까지 오면서 보인 창 너머의 만개한 벚꽃 풍경은 내 발자국이 일본의 또 하나의 도시에 남게 된다는 독특한 이론에 강한 의미를 부여해 주고 있었다. 1시간을 달려 도착한 우에노에는 역 앞에 핫플레이스로 위치한 우에노 공원의 벚꽃을 보기 위해 수많은 인파가 몰려들고 있었다. 그 탓에 캐리어를 들고 종종걸음을 하고 있는 나는 그들 사이에서 민폐가 될 뿐이었다. 숙소도 쉽게 찾기 어려운 곳에 있던 탓에 슬슬 나의 인상이 찌푸려지려 할 때 쯤엔 친절한 일본 시민들과 파출소를 지키고 있던 순찰 아저씨의 도움 덕분에 금세 숙소를 찾을 수 있었다.


내가 탑승해야 할 8시 30분 도쿄 나리타 행 비행기


따뜻한 봄날씨인데도 불구하고 눈 덮인 설산을 볼 수 있었던 하늘에서의 일본


2시간 가량의 비행을 마치고 나리타 국제공항에 착륙하는 비행기


긴 헤맴 끝에 찾은 캡슐 숙소의 내부 모습 

아사쿠사


 숙소에 짐을 풀고 가장 먼저 향한 곳은 우에노에서 지하철로 두 정거장밖에 걸리지 않는 가까운 위치의 아사쿠사였다. 아사쿠사는 도쿄에서 가장 오래된 절인 센소지가 있으며 도시 번화가에서 에도 풍의 거리를 거닐 수 있는 매력을 지니고 있다. 이 날 아사쿠사에는 벚꽃 시즌에 맞게 센소지까지 이어진 긴 거리의 위에 즐비하게 자리잡고 있는 여러 상점들의 처마 위마다 아름답게 벚꽃이 피어 있었고 그 거리를 걷다 보니 어느새 나는 거대한 단지 안에 향을 피우고 있는 센소지의 입구 앞에서 발걸음을 멈출 수 있었다. 아사쿠사 향의 연기를 쐬면 아픈 곳이 낫는다는 이야기가 있어 아사쿠사 향 앞에서는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둥글게 둘러서서 얼굴과 정수리 등으로 향의 연기를 쐬는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으며 대웅전에 들어서서는 불상 앞에 차례대로 줄을 기다리다 자신의 차례가 되면 단지에 동전을 넣고 손을 모아 기도를 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아사쿠사는 워낙 유명한 절이기 때문에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그래서 다소 혼잡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 그러나 도쿄에서 유일하게 깊은 전통 내음을 근엄하게 내뿜을 수 있는 아사쿠사의 엄숙한 정기는 차분한 심신과 마음이 편안해지는 듯한 안정감을 분명히 가져다 줄 것이다.


다양한 기념품을 판매하고 있는 아사쿠사 거리


센소지 입구의 오른편에 세워져 있는 연등


센소지로 들어서는 입구에 있는 거대한 빨간 등


아픈 곳을 치유해 준다는 전설을 가지고 있는 있다는 아사쿠사 향 

우에노 공원


 우에노 공원은 우에노 역의 바로 위에 위치하고 있는 도쿄의 대표적인 핫플레이스이자 벚꽃 관람의 명소로도 손꼽히는 곳으로 매년 이맘때 쯤의 벚꽃 시즌이 되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분홍빛 벚나무 아래에 펼친 돗자리에서 도시락을 먹으며 화려한 벚꽃을 만끽하는 일본인들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우에노 공원에 들어서고 나면 오래 걷지 않아 좌측에 호수 방향으로 안내하고 있는 계단을 마주할 수 있는데 그 길과 계단을 따라가다 보면 다양한 먹거리를 판매하고 있는 여러 포장마차 행렬과 마주할 수 있다. 거리를 가득 메운 저마다의 포장마차에서 풍기는 음식 냄새는 지나가는 사람들의 후각과 미각을 단번에 매료시키고 있는데 혹시라도 그 중에서 가장 맛있어 보이는 길거리 음식을 구매하여 호수가 가장 잘 보이는 벤치에 앉아 먹을 생각을 했다면 당신은 이미 우에노 공원에서의 봄과 벚꽃을 즐길 줄 아는 사람들의 대열에 합류한 셈이다. 짧은 기간 동안 아주 잠시 모습을 비추고 약올리는 것 마냥 순식간에 지고 마는 벚꽃, 올 해의 벚꽃은 우에노 공원에서 보면서 그 여유를 느껴보는 게 어떨까.


만개한 벚꽃 아래에서 벚꽃 놀이를 즐기고 있는 일본인들


다양한 길거리 음식을 판매하고 있는 우에노 공원의 호수 앞


유독 진한 분홍색으로 만개한 벚나무 아래에서

스미다가와


 베이스캠프인 우에노에서 지하철로 약 15분 거리에 위치하고 있는 스미다가와는 도쿄 지하철 츠키시마 역의 7번 출구로 나와 맥도날드 건물을 등지고 바로 보이는 도로를 통해 걷다 보면 마주할 수 있다. 50년대 산업화 이후 오염된 스미다가와는 도쿄 시민들의 힘으로 되살아나게 되어 도쿄 시민들에게 있어서는 굉장히 의미있는 강이며 도쿄 도를 관통하며 도쿄 만으로 흐르고 있는 스미다가와만의 독특한 지형적 특징은 선선한 강바람을 쐬며 밤길을 걷고 있는 그 상황까지도 마치 스미다 강에 나의 몸이 감싸지는 듯한 따뜻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 착각에 지나치게 심취해 그저 별 생각없이 강을 따라 걷다 보면 어느새 내가 걸어온 거리가 출발지로부터 너무 멀어졌다는 것을 느끼게 될 테니 적당한 거리에서의 산책을 통해 스미다가와의 운치를 마음껏 만끽할 수 있기를.



선선한 강바람을 맞으며 걷다 보니 어느새 마음 속의 짐이 사라져 던 스미다가와

Episode


· 6시 30분까지 공항 도착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나는 새벽 3시부터 맥도날드로 향해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버스의 첫 차 시간인 4시 20분까지 기다리고 있었는데 나도 모르게 깜빡 잠에 들어버리고 말았다. "손님, 여기서 주무시면 안 됩니다." 라는 알바생의 말에 화들짝 놀라 눈을 뜨고 반사적으로 시계를 보니 시계바늘은 4시 5분을 넘어가고 있었다. 나는 부랴부랴 짐을 챙겨 연신 "감사합니다."를 내뱉으며 맥도날드를 나왔고 서둘러 버스 정류장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덕분에 나는 버스 시간에 맞춰 정류장에 도착할 수 있었고 버스에도 탈 수 있었다. 그러나 만약 알바생이 나를 깨워주지 않았더라면 나는 자려던 잠을 다 자고나서 개운한 몸으로 집에 돌아와 눈물을 머금으며 항공권 취소 절차를 밟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 다양한 철도 노선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우에노 역에서 길을 헤매고 있을 때 내가 제일 처음 길을 묻게 된 젊은 여성분과 있었던 에피소드다. 나에게 길을 알려주고 나서도 그녀는 내가 맞는 길로 가고 있는지 뒤에서 몰래 따라오고 있었으며 내가 목적지를 코 앞에 두고도 이 곳이 내가 찾던 목적지임을 알아채지 못했을 때 그녀는 나에게 다가와 "지금 이 곳이 당신이 찾고 있던 곳입니다." 라며 친절하게 가르쳐주었다. 괜히 나로 인해 본인의 행선지를 가지 않은 건 아닐까 하는 걱정에 일부러 시간을 뺏어가며 찾아주지 않아도 된다고 했지만 그녀는 "다이죠우부"를 연발하면서 끝까지 구글링을 통해 본인이 알려줄 수 있는 한에서의 길을 알려주고 자리를 떠났다. 매번 일본에 올 때마다 늘 친절한 시민들의 국민성에 감탄하곤 했는데 이번 도쿄 여행에서도 그들의 국민성에는 결코 예외가 존재하지 않았다.


· 한국 지하철의 청결도는 단연 세계 상위권에 속한다는 말을 굉장히 많이 들었다. 나는 그 말을 이번의 도쿄 여행에서 다시 한 번 몸소 체감할 수 있었다. 스미다가와에서 시간을 보내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들른 지하철 역 통로에서는 자유롭게 개찰구 주변을 돌아다니는 쥐 한 마리를 볼 수 있었다. 시민들은 당황한 나머지 소리를 지르며 쥐를 피하고 있었는데 역무원은 아무렇지 않게 바라보면서 그 상황을 익숙하다는 듯이 수습하고 있었다. 이러한 일본의 지하철 모습을 보고 나니 한국 지하철의 종합적인 면을 고려했을 때 지금의 지하철 운임은 충분히 저렴하다고 생각할 수 있었다. 그러니 65세 이상 노인들의 무임승차 제도가 하루빨리 개선되었으면 하는 바람..

Photo by choi0wan

Copyright ⓒ choi0wan all rights reserved

http://choi0wan.tistory.com

Posted by choi0wan
,

 작년 9월, 그저 스무 살을 학점에 치여 지내고 싶지 않았던 생각과 더해 대학이라는 나와 정서가 맞지 않는 공간 속에서 진행되는 나의 매일. 그리고 그것을 뒷받침해야만 하는 아까웠던 등록금. 심지어 그 등록금이 부모님의 몇 년간의 노고와 교환된다는 아까운 공식은 끝내 나를 갑작스러운 휴학으로 이끌었고 이후 시간은 흐르고 흘러 반 년이 지나 3월이 되었다. 그저 평범한 삶을 원하셨던 부모님께서는 휴학을 앞둔 내게 앞으로의 계획을 물으셨을 때 나는 여행을 다니고 싶다는 말을 제일 먼저 했었다. 그리고 오래 지나지 않아 일본으로 떠났다. 나는 흔히 하는 여행을 하고 오지 않았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았던 과거의 날들 중 나 자신을 오랫동안 돌보지 않고 지나치게 남을 위해 살아오며 허비한 시간들이 많다고 느꼈던 당시. 일체 관광지를 찾아다니지 않으며 바닷가에서 교복 입고 졸업사진을 찍고 있는 세 살 남짓 어려 보이는 학생들을 바라보면서 지난 날의 나를 회상하거나 빨간 란도셀을 메고 하교하는 초등학생들과 같이 길을 걸으며 대화하는 시간을 가지다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렇지만 한국에 돌아온 이후에도 넓고 얕았던 인간관계에 대한 회의감이 깊어지며 나 자신을 더 사랑해주고 싶었다는 생각이 매일같이 이어지자 나는 주변의 시선에 개의치 않고 혼자 뷔페에 가서 당당하게 먹고 싶은 음식을 다 갖춰놓고 먹거나 혼자 VIP좌석의 뮤지컬을 예매해서 일행 없이 중앙의 자리에서 뮤지컬을 관람하는 등 혼자만의 시간을 극도로 늘리며 여유로운 나날들을 만끽했다. 이후 틈틈히 일본어 공부도 하고 잡지도 읽으면서 에디터로서의 활동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그것은 곧 티스토리 블로그 개설의 이유가 되었다.


 연말부터는 평범한 날들이 계속되었다. 마음도 차분해질 만큼 차분해졌고 적응된 휴학기. 그리고 서서히 준비해야 할 입대. 모든 것이 생각대로 순순하게 풀리고 있을 즈음. 매년 2월마다 일어난 우리 집 징크스는 올 해도 피해가지 못했는지 갑자기 아버지의 몸에 암으로 의심되는 변화를 가지고 왔다. 극도로 뒤숭숭해지고 수전이 멈추지 않는 날들이 이어지고 있는데 그 안에서 일어난 비즈니스에서의 갈등. 그러나 그것을 절대 티낼 수 없는 고등학교 동아리 MT 등의 밝아야만 하는 일정이 약속되어 있는 상황에서 나는 마치 누군가의 도움을 바라는 심정으로 혼자 떠날 여행을 다시 한 번 계획했다. 그런데 출국 20일을 앞둔 엊그제까지만 해도 아버지의 허락이 분명하지 않았던 데다가 앞당겨진 출국 일정, 그리고 아버지의 종합 소견이 나오지 않아 어쩌면 간절히 고대하던 도쿄여행을 무산시켜야만 했던 상황이 닥치고 말았다. 그러나 다행히 암이 아닌 복용하시던 약의 부작용으로 판정난 아버지의 몸 상태가 지금은 호전되는 중이라는 대학 병원의 소견과 아버지로부터의 허락은 도쿄여행을 17일 앞두고 있는 날에서야 받을 수 있었고 그제서야 나는 마음의 짐을 한시름 덜어내고 간만에 웃으며 도쿄여행 때 입을 옷들을 쇼핑할 수 있었다.


 이번의 여행 전에 드는 생각이 다른 때와는 어딘가 다르다. 가도 그만 안 가도 그만이었던 지난 일본여행에 비해 이번의 여행지인 도쿄만큼은 가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마음과 기분이 끊이질 않았다. 지금도 떠올리기 싫은 불안했던 한 달 전의 나와 우리 집 상황. 그것은 혼자 떠나는 여행만이 나를 치유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출국까지는 앞으로 17일을 남기고 있다. 그리고 나는 이제서야 설렌다고 말할 수 있다. 이번에는 조금 다른 기분으로 비행기에 몸을 싣게 될 것 같은 도쿄여행.


 수고했어.


 그리고 곧 마주하자, 3월의 도쿄 - 


Posted by choi0wan
,

2015.10.30 하카타 캐널시티

 후쿠오카 배낭여행. 드디어 마지막 날이다. 오전 일찍 게스트하우스에서 체크아웃을 하고 나와 인천 행 비행기가 이륙하는 오후 6시까지 시간을 때울 곳을 물색하다가 하카타 역으로부터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하카타 캐널시티 쇼핑타운을 마지막 목적지로 정했다. 캐널시티는 후쿠오카에서 나름의 규모가 있는 복합 쇼핑몰로 다양한 의류 브랜드는 물론 액세서리, 향수 등의 갖가지 패션 아이템을 볼 수 있으며 영화관, 놀이공간 등의 문화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다. 예를 들면 한국의 동대문과 비교해도 무색하지 않다. 캐널시티의 가장 꼭대기 층인 5층에는 라멘 스타디움이 있어서 라멘 마니아들에겐 핫플레이스로 일컬어지며 캐널시티 건물 뒤편에서 마주할 수 있는 강을 끼고 있는 운치 있는 풍경도 하나의 볼거리로 손꼽힌다. 이 곳은 저녁이 되면 쇼핑몰의 분위기를 한껏 돋우고 있는 여러 가지 공연들도 볼 수 있으니 캐널시티에서 더 핫한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저녁에 가는 것을 추천한다.


게스트하우스에서 나오며. 체크아웃할 때 방문 기념으로 작은 카드를 주셨다.


하카타 역에서 15분 정도를 걸어 도착한 캐널시티 쇼핑타운


이 곳은 아마 밤에 보아야 더 아름다울 것 같다.


캐널시티로 견학 나온 유치원생들


조금씩 빗방울이 떨어지며 추워지고 있을 즈음. 편의점에서 파는 어묵이 쌀쌀함을 녹여 주었다.


흐려져 가는 하카타


정처없이 돌아다니다 발이 아파졌을 무렵 이 곳에 앉아 한국에 있는 친구들에게 무작정 전화를 했다.


캐널시티 쇼핑타운의 랜드마크 건물


공항으로 향하기 전 후쿠오카에서의 마지막 식사로 먹은 튀김 덮밥과 우동


기념으로 찍어 놓은 하카타 지하철 역 표지판


괜히 가져와서 입지도 않은 코트 탓에 짐이 늘었다.


5시 50분 인천 행 비행기. 출국 수속이 진행되기까지 공항에서 쪽잠을 잤다.


후쿠오카에서의 마지막 저녁. 그리고 이륙을 앞둔 활주로에서.


한국에서 제일 가까운 일본의 도시 후쿠오카. 비행 시간이 겨우 50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한국에 귀국하자마자 제일 먼저 만난 나의 소중한 친구들. 센스있게 바로 기념품 인증샷 포즈를 짓는다.


Photo by choi0wan

Copyright ⓒ choi0wan all rights reserved

http://choi0wan.tistory.com

Posted by choi0wan
,

[3DAY] 2015.10.29 유후인 온천마을

 후쿠오카에서의 세 번째 날이 밝았다. 엊그제와 어제를 후쿠오카의 도심과 근교에서 지냈다면 오늘은 고속버스를 타고 멀리 다른 현(행정 구역 과 같은 개념)으로 떠나 그 곳에서 하루를 지낼 예정이다.  이 날 고속버스로 2시간 반을 달려 도착한 곳은 후쿠오카의 오른편에 위치한 오이타 현의 유후인 온천마을이다. 이 곳은 전반적으로 아기자기한 느낌이 많은 마을이기에 남성들에겐 다소 지루한 곳이 될 수도 있다.(나도 그러했다.) 유후인 온천마을의 최종 목적지인 긴린코 호수는 숲 속에서 장엄하고 엄숙하게 자리를 잡고 있는데 그래서인지 새벽이나 이른 아침에 긴린코 호수를 찾으면 자욱하게 낀 안개가 더해져 더욱 정숙한 모습을 볼 수 있다고 한다. 긴린코 호수에서는 마치 건물이 호수에 잠긴 것 마냥 의아함을 자아내는 경이로운 모습도 볼 수 있으며 유후인 역으로부터 긴린코 호수까지의 그리 가깝지만은 않은 거리를 걸으며 볼 수 있는 담장 너머의 키 큰 나무들과 기다란 굴뚝으로 연기를 내뿜는 시골스러운 모습. , 여성들과 아이들의 취향을 저격하는 앙증맞은 동화 마을과 세련되지는 않았지만 결코 낡지만은 않은 여러 잡화들을 판매하는 상점들이 이 곳의 볼거리로도 작용하여 많은 관광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비둘기에게 밥을 주고 있던 어느 아주머니


9시 26분에 출발하는 버스를 타고 유후인으로 갈 예정


버스 밖 너머로 보이던 풍경도 굉장히 경이로웠지만

카메라 셔터 속도가 버스 운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서 눈으로만 마음껏 감상했다.


2시간 30분을 달려 도착한 이 곳은 오이타 현에 위치한 유후인 온천마을


유럽풍의 기분도 느낄 수 있는 상점들


긴린코 호수로 가는 길. 마치 90년대 일본 애니메이션의 캐릭터와 마주할 수 있을 것 같은 거리의 풍경이다.


물이 많이 마른 개천을 끼고 있는 시골 풍경


어느 한국 어린이가 아빠에게 "아빠! 집이 물에 잠겼어." 라고 하던 순간


날씨 좋은 정오의 긴린코 호수 풍경


담장 너머로 보이는 키 큰 나무들의 행렬


2층 오르골의 숲. 행여나 걷는 도중 옷깃에 스쳐 오르골이 깨질까봐 늘 노심초사 걸어다녔다.


깨끗하고 청량한 유후인의 낮 풍경


사람들의 발길이 별로 닿지 않았던 어느 골목


늠름한 말이 운전하는 마차.


유후인 역에서 나오자마자 보이는 유후인 전경


점심식사를 먹기 위해 찾은 조용한 식당에서 바라본 하늘 풍경


어느덧 해가 진 오후 5시를 넘긴 저녁의 유후인. 하카타 행 버스는 5시 30분에 유후인에서 출발한다.


들어가 보지는 않았지만 버스 안의 화장실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굶주린 배를 안고 찾은 이 곳은 하카타 역 지하상가에 있는 회전초밥 집


게스트하우스로 돌아가는 길


후쿠오카에서의 마지막 밤을 기념하며 자축 맥주


Photo by choi0wan

Copyright ⓒ choi0wan all rights reserved

http://choi0wan.tistory.com

Posted by choi0wan
,

[2DAY] 2015.10.28 다자이후 신사

 후쿠오카에서의 두 번째 날이자 첫 번째 아침이 밝았다. 어제 비가 내리고 흐린 날씨였다는 게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날씨는 굉장히 맑았다. 전철역 출구부터 길게 이어져 있는 정갈한 일본식 장난감이 줄지어 나열되어 있는 상점가와 그 입구에서 관광객을 맞이하고 있는 웅장한 도리이의 자태는 이 곳이 후쿠오카의 이름 있는 신사임을 당당히 드러내고 있었다. 한가운데의 작은 분수를 품고 있던 고요한 호수에는 통통하게 살찐 잉어들이 관광객들이 던져주는 먹이를 먹고자 너나할거 없이 한 곳에 모여들고 있었고 드넓은 모래판 위에는 색깔별로 모자를 맞춰 쓴 유치원생들이 둘러앉아 스모 경기를 구경하고 있었다. 다자이후의 최종 목적지가 되는 텐만구에서는 동전을 던지고 저마다의 염원을 기도하는 어른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이들은 아마 학문의 신을 모신다는 다자이후 신사의 속뜻에 걸맞게 자녀들의 성공적인 수험을 기도하고 있었을 지도 모른다. 이 날 다자이후에서 만난 대부분의 학생들은 수학여행으로 이 곳을 찾은 듯했다. 수줍게 한 손으로 입을 가리고 서로를 마주보며 웃고 있는 소녀 무리들과 익살맞은 표정으로 카메라 앞에서 까불거리기 바쁘던 사내 녀석들. 꾸밈없이 자연스러웠던 그들의 모습은 그저 교복을 입을 수 있던 시기의 모습이었기 때문에 나를 저절로 미소 짓게 할 수 있었다. 당시 스무 살의 내가 그들을 보며 찬란했던 학창시절을 추억할 수 있었던 것처럼 이 날 다자이후에서 마주한 학생들도 시간이 지난 훗날에 교복 입은 학생들을 바라보면서 아름다운 감성에 젖을 수 있기를.


게스트하우스에서 무료로 제공되었던 브런치 식사


다소 아날로그적인 후쿠오카의 지하철 알림판


다자이후에 방문한 사람들을 맞이하고 있는 거대한 도리이


일본의 전통 장난감. 고등학교 일본어 시간 때 했었던 겐다마 장난감이 유독 돋보인다.


먹이를 먹기 위해 달려드는 잉어들


스모 경기를 관람하고 있는 유치원생들.


불상의 앞에서 동전을 던지고 각자의 소원을 기도하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


교복을 입은 학생들의 단체사진 촬영 모습


다자이후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인테리어의 스타벅스 카페


다자이후 역의 가장 마지막 승강장에서 찍은 건널목 풍경


창 밖으로 보이는 맑은 날의 다자이후 역 풍경


[2DAY] 2015.10.28 후쓰카이치 역

 다자이후에서 하카타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후쓰카이치 역에서 경유를 해야 한다. 돌아오는 도중 나는 전철 차창 너머로 내리쬐고 있는 화창한 햇빛을 도저히 무시할 수 없어서 충동적으로 후쓰카이치 역의 환승 개찰구가 아닌 출구 개찰구로 발걸음을 돌렸고 그 곳에 내려 일본인들이 소박한 삶의 모습을 여유롭게 구경하다 하카타로 돌아왔다. 파란 물감을 풀어놓은 듯한 푸른 하늘 위에는 어린 시절 먹었던 솜사탕같은 옅은 하얀 구름이 장식을 더하고 있었으며 하늘 아래 후쓰카이치 역에 터를 이루고 있는 철도 건널목과 그 앞에서 전철이 지나가기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 또 최소 30년의 전통은 이어져 온 듯한 낡은 야채 가게의 풍경은 마치 시간에 제동이 걸린 것 마냥 여유로운 한적함과 청량함이 전부였다. 어릴 적 일본 애니메이션에서나 보았던 단독주택들은 거주자들끼리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줄지어 베란다 발코니에 이불을 널어 건조시키고 있었다.


후쓰카이치 역에서 나오자마자 보였던 자전거 행렬


어느 야채가게의 과일 진열대


신호등조차 구름과 조화를 이루어 사진에다가 일본스러운 청량함을 더하고 있다.


후쓰카이치 주변의 집집마다 보였던 안내판


맑은 하늘 아래 규칙적인 주택들의 배열은 마치 어릴 적 보았던 애니메이션 속 장면을 추억케 한다.


노란 모자를 쓴 아이들이 놀고 있는 모습을 기대하며 찾은 놀이터. 그러나 텅 비어 있었다.


베란다 발코니에 이불을 널어 말리고 있는 어느 오래된 집


자전거가 체계적으로 대중화가 되어있는 나라임을 다시금 알 수 있게끔 하는 횡단보도의 자전거 전용 도로


후쓰카이치 역 전경


복잡하게 얽혀 있는 전선 위에는 음흉한 까마귀 한 마리가 조용히 앉아 있다.


[2DAY] 2015.10.28 모모치 해변, 후쿠오카 타워

 하카타에 돌아와 휴식을 취한 뒤 나는 버스를 타고 후쿠오카 타워로 향했다. 타워 주변에는 후쿠오카가 항구 도시임을 실감케 하듯 모모치 해변이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모모치 해변에서 최근에 본 바다의 기억을 떠올리고 있는데 바다를 본 게 생각보다 꽤 오래 전의 일이었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보니 10년 전 부산에서 외삼촌의 장례식과 겹친 내 생일을 축하해주기 위해 해운대에 데려다 주셨던 아버지와 함께 보았던 바다가 내가 최근에 본 바다였음을 자각했을 때 나는 지금쯤 서울에서 가게 문을 닫고 있을 아버지의 얼굴을 떠올릴 수 있었다. 해가 지고 각각의 건물들이 노을빛 조명을 비추기 시작할 때였다. 나는 후쿠오카 타워의 정상에 올라가 바닷가 옆을 수놓고 있는 건물들이 만들어 낸 화려한 야경에 넋이 나가 한참동안 타워에서 내려오질 못했으며 이후 타워 전망대에서 나에게 사진 촬영을 부탁하던 아들 둘을 둔 한국인 가족의 모습을 보며 또 우리 가족을 떠올릴 수 있었다. 홀로 떠난 여행에서 간접적으로 가족과 마주할 수 있었던 모모치 해변과 후쿠오카 타워. 그래서인지 나는 유독 이 곳이 더 진하게 기억에 남는다.


버스 창 너머로 보인 귀여운 초등학생들의 하교 모습


후쿠오카 타워의 높은 자태


이국적인 모습이 특징인 모모치 해변


바닷바람이 꽤나 쌀쌀하게 불었지만 기분좋은 시간이었다.


개구지게 놀다가 단체사진을 찍고 있는 일본 고등학생들. 마치 나의 고3 시절 반을 보는 것 같았다.


후쿠오카 타워 전망대에서 바라본 후쿠오카 야경


알차게 하루를 지내고 게스트하우스로 돌아와 잠들기 직전에 찰칵. 이 사진의 포인트는 양말이다.


Photo by choi0wan

Copyright ⓒ choi0wan all rights reserved

http://choi0wan.tistory.com

Posted by choi0wan
,

Prologue

 9월 중순, 나는 10월 말에 떠날 후쿠오카 행 비행기 티켓을 예매했다. 이것은 내가 대학 휴학 후 했던 일들 중에서 가장 스케일이 큰 프로젝트의 시작이었다. 비행기 티켓 예매를 통해 내가 하고자 했던 프로젝트는 다름 아닌 배낭여행이었다. 이번 여행이 지난 오사카 여행 때와의 가장 큰 차이점을 말하자면 동반자가 없었다는 것이다. 만약 동반자가 있었다면 포켓 와이파이를 예로 들어 한 대만 대여하더라도 같은 값으로 여러 명이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비용적인 부분에서는 다소 경제적일 수 있었겠지만 나는 그러한 부분보다 오히려 내 발걸음이 이끄는 대로 여행 경로를 정할 수 있는, 혼자 떠나는 배낭여행이 주는 매력을 더 느끼고 싶었기 때문에 감히 혼자 떠났다. 주변에서는 내가 굳이 일본을 다녀왔는데도 불구하고 연이어 일본을 가는 이유에 대해 참 많이들 물었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목적지는 그 어느 나라가 되어도 상관없었지만 유일하게 자유로운 언어구사가 가능했던 나라가 일본뿐이었다는 게 가장 큰 이유였다. 극단적인 예로 여권을 도둑맞았다 하더라도 나는 일본 경찰서에 가서 또박또박 내가 전하고자 하는 의사를 전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 배낭여행은 단순히 들었던 여행 욕심으로 떠나는 게 아니었다. 휴학을 하기 전까지 거듭됐던 미래에 대한 방황과 넓고 얕은 인간관계에 지나치게 목매달며 살아오느라 꽤나 오랜 시간동안 돌보지 못했던 내 자아를 다시 발견하고 보듬어서 오랜 기간 혼자 앓아 오며 쌓아두었던 나의 적지 않았던 짐을 덜어내고 올 수 있는 진짜 힐링만의 추구를 목적으로 하고 있었다. 그랬기 때문에 나는 여행 가기 전까지의 매일 밤을 설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생각보다 시간은 빠르게 흘렀고 드디어 일본으로 떠나는 1027일 화요일이 되었다. 설레는 마음을 안고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해 가족들에게 이륙 전 마지막 연락을 나누고 묵묵히 창가 쪽 자리에 앉아 차분하게 이륙을 기다렸다. 매번 비행기 안에서의 내 옆자리는 친구가 있기도 했고 가족이 있기도 했는데 이번에는 텅 빈 자리였다. 이윽고 비행기는 활주로를 떠났다.


[1DAY] 2015.10.27 일본 입국, 나카스 야시장

 비행기가 한국의 영공을 지나 일본의 영공에 진입하고 있을 때였다. 하늘에는 먹구름이 잔뜩 끼어 있는데다가 가는 실비가 내려 창가에는 빗방울이 맺히고 있었다. 첫 날부터 흐린 날을 지내야 하는 것 같아 다소 아쉬운 마음이 들었지만 생각보다 비는 금방 그쳐서 오히려 생각지도 못했던 비 온 뒤의 정화된 공기내음을 맡으며 여유롭게 거닐 수 있는 저녁을 만끽할 수 있었다. 오히려 그것은 나의 여행 감성과 마음이 개운해지는 듯한 기분 좋은 설렘을 더 간질이고 있었고 선선하게 불고 있던 나카스 강의 강바람은 그 앞에 즐비하게 차려져 있는 포장마차 안에서 술잔을 부딪치며 하루의 고단함을 씻어내고 있던 넥타이부대처럼 비행에서의 피로와 배낭여행의 이유가 되었던 지금까지의 복잡했던 감정들을 씻어내 주고 있었다. 나는 그저 그 강바람에 내 발걸음을 맡기고 싶었을 뿐이었다.



이륙을 기다리고 있는 비행기 안에서.


맑은 한국과 흐린 일본의 경계가 되던 구름 위에서.


한 시간의 비행 끝에 도착한 후쿠오카. 먹구름이 잔뜩 끼어 흐린 날씨다.


공항 내 이동버스를 타고 후쿠오카 지하철 역으로 이동하는 중


선선한 강바람이 불고 있던 나카스 강


일본여행 중 계속해서 마주할 수 있었던 자전거 행렬


규모가 작은 나카스 야시장


손님이 바글바글하던 한 포장마차. 이들은 회식을 하고 있는 듯 했다.


돈 없는 대학생 여행자는 편의점으로 향했다.


그러나 일본 편의점은 절대 즉석식품의 퀄리티가 떨어지지 않는다.


Photo by choi0wan

Copyright ⓒ choi0wan all rights reserved

http://choi0wan.tistory.com

Posted by choi0wan
,

▲ 고등학교 댄스드릴 선수권 댄스부 전국대회 출전 결정

plus 일본의 한 고등학교 앞에 게시되어 있던 현수막이다. 서체는 뭔가 물러가라 느낌인데 결론은 좋은 소식임


▲ 앞문으로 하차할 때 운임을 지불하는 시스템

plus 한국에 제발 하루빨리 이러한 시스템이 도입되어 뒷문승차와 무임승차의 절대 근절이 이루어지길


▲ 테루테루보즈와 월별 일정표


▲ 스쿨 존

plus 중학교 2학년 때 학교 주위의 전봇대에는 文 표시가 있다고 배웠었다.


▲ 교토에 위치하고 있는 기요미즈데라

plus 수학여행을 온 듯한 학생들과 기모노를 입고 다니는 사람들을 보며 일본에 온 느낌을 제대로 받을 수 있었다.


▲ 이 때의 내 머리가 참 마음에 든다. 전형적인 관광객 포즈로 사진 한 컷


▲ 요시노야에서 먹은 규동. 노른자 때문에 비린 맛이 조금 나긴 했지만 일본에서만 맛볼 수 있는 음식이거니 생각하며 먹었던 것 같다.


▲ 츠텐카쿠에서 본 과거의 오사카를 재현한 모형. 피규어 각각의 연령대를 짐작할 수 있을 만큼 정교하고 섬세하게 만들어져 있었다. 일본인들은 수작업에 굉장히 강하다고 하던데 장식된 피규어를 보며 그 말을 실감할 수 있었다.


▲ 도우부츠엔마에 역을 지나는 JR전철 신이마미야 지상철도


▲ 숙소 앞에 있던 어느 가게의 허름한 노렌


▲ 장염의 원인이 되었던 라멘. 이후 난 일본에 가도 라멘은 입에 대지 않는 건 물론 찾지조차 않았다고 한다.


▲ 구로몬 시장의 저녁 모습


▲ 세 번째 날, 신사이바시에서 먹었던 회전초밥


▲ 실망스럽고 기대 이하였던 도지마롤


▲ 도지마롤과 함께 먹은 파르페. 오히려 파르페가 훨씬 더 맛있었다.


▲ 외국인 할인으로 저렴하게 먹은 오코노미야끼. 비가 오는 날에 먹어서 훨씬 더 맛있었던 것 같다.


▲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 메르스 때문에 모든 승객들에게 손 소독제를 나눠 주었다.

Posted by choi0wan
,